세월호 참사 690일을 맞이하는 3월 5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권오천 학생의 생일입니다.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3/1457146246LGRbEhoW2BwaZ9Gtab9ibRaxLi.jpg" width="428" height="533" alt="권오천.jpg"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오천이는 누나하고 형이 있는 삼남매의 늦둥이 막내입니다. 세 남매는 사이가 무척 좋았습니다. 오천이는 누나가 부탁하는 일이면 학교에서 수업 듣다가도 쉬는 시간에 자전거 타고 나가서 들어줄 정도로 누나를 좋아했습니다. 형하고는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형은 장난기가 많아서 오천이한테도 장난을 많이 쳤습니다. 밤에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잠자는 오천이한테 장난을 걸어 깨우기도 했고, 심부름도 시키고 귀찮게 굴기도 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그러나 오천이가 장래희망을 털어놓고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을 때 오천이를 가장 든든하게 밀어준 사람이 바로 형이었습니다. 오천이는 운동을 잘 했고 아주 좋아해서, 대학에도 체육 전공으로 진학해서 계속 운동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오천이 어머님은 반대하셨습니다. </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오천이는 어머니를 위해서 꿈을 접으려다가,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진지하게 가족회의를 열어 자기 진로를 선포했다고 합니다. 이 때 결정적으로 형이 많이 도와주었고, 그래서 어머니도 결국은 마음을 돌리셨습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운동을 계속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오천이는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태권도 관장님께도 전화해서 자랑했다고 합니다. </span></div><br></div> <div>이렇게 동생을 결정적인 순간에 지지해 주었지만, 오천이 형님도 사실은 오천이가 공부를 해서 외교관이 되거나 동시통역사 같은 외국어 하는 일을 하기를 바라셨다고 합니다. 오천이는 운동도 잘 했지만 공부도 잘 했고 성적도 좋았습니다. 특히 영어를 잘 해서,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 때 오천이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정도로 실력이 좋았습니다.</div> <div><br></div> <div>오천이는 그래서 언젠가는 미국 유학도 가고 싶고, 스무 살이 되면 유럽 여행을 해보고 싶다던 꿈 많은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천이는 스무 살을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틀째인 4월 17일에 오천이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습니다.</div> <div><br></div> <div>오천이 동기들의 수능 시험이 한창이던 2015년 11월에 어머님은 수능을 앞둔 오천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하셨습니다. 큰 소리로 잘 웃고, 운동 잘 하고,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꼭 이루고, 활발하고 쾌활하고 남자답던 오천이의 모습을 어머님은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찾으셨다고 합니다. 어머님은 오천이가 시간이 갈수록 너무 보고 싶어서,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천이가 그토록 꿈꾸었던 미국 유학을 간 거라고 애써 생각하고 계십니다.</div> <div><br></div> <div>오천이 형님은 너무 일찍 잃어버린 동생을 위해서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그리고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도보로 왕복하셨습니다. 힘겨운 도보행진 일기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오천이 형님은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동생은 지금 나보다 훨씬 더 춥고 힘들었을테니까"라고 쓰셨습니다. 오천이 생일 동영상 사진도 오천이 형님께서 도보행진 사진을 제공해 주셨습니다.</div> <div><br></div> <div><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wMraZGeh3s0" frameborder="0"></iframe><br></div> <div><br></div> <div>안산 합동분향소 #1111 로 문자 보내 오천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상남자" 막내동생 오천이, 엄마와 누나한테 자상한 막둥이이고 형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자랑스러웠던 동생 오천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div> <div><br></div> <div>잊지 않는 것이 우리의 힘입니다. 빼앗겨버린 우리 아이들이 의지할 곳은 이제 우리들뿐입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