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623일을 맞이하는 12월 29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박현섭 학생과 2학년 9반 김초예 학생의 생일입니다. 반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2학년 7반 박현섭 학생입니다.
현섭이는 다섯 살 터울 누나가 있는 두 남매의 막내입니다. 집에서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누나가 현섭이를 많이 돌봐주었습니다. 현섭이는 뭐든지 다 해 주는 '동생바보' 누나한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짱구는 못 말려' 만화를 좋아하고 실제로 머리 모양도 약간 짱구라서 집에서 부르는 별명도 '짱구'였습니다. 현섭이는 누나 말을 잘 듣는 착한 동생이었고, 순한 성격이라 사춘기도 잘 모르게 지나갔다고 합니다.
현섭이는 농구와 축구를 좋아하고 치킨 잘 먹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손나은을 좋아했습니다. 현섭이의 꿈은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해서 멋진 장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현섭이 누님은 이미 학교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시기 때문에 현섭이 옷도 사 주고 좋아하는 치킨도 사 주며 돌봐주셨습니다. 앞으로도 현섭이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이 있으면 누나가 할 수 있는 한 다 해 줄 작정이었습니다. 현섭이를 잃고 나니 누님은 직장도 다닐 의욕이 없고 기운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9반 김초예 학생입니다.
초예는 여동생이 둘 있는 세 자매의 맏딸입니다. 동생들한테 엄마처럼 든든하고 다정한 큰언니였습니다. 초예네 부모님도 현섭이네처럼 맞벌이를 하셔서 초예가 동생들 밥도 차려주고 간식도 챙겨주고 공부도 가르쳐주었습니다. 초예는 엄마하고 산책하는 걸 좋아했고 장도 같이 보러 다녔습니다. 초예 어머님은 지금도 초예랑 같이 가던 길을 다니시면서 '아 여기선 초예랑 이런 걸 했는데' 하고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초예는 어렸을 때 몸이 많이 약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초예를 회복시키려고 식사와 간식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정성껏 돌보아 주신 덕분인지 초예는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낯을 조금 가리는 성격이지만 친해지면 장난도 잘 치는 밝고 명랑한 아이였습니다. 초예는 어렸을 때는 언어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가, 자라면서 조금 진로를 바꾸어 간호사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나던 4월 15일 밤에 초예는 엄마하고 전화하면서 일찍 자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엄마가 들은 초예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다음날 초예가 탄 세월호가 침몰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은 초예한테 수없이 전화하셨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초예는 참사 열흘째인 4월 25일에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 로 문자 보내 현섭이와 초예 생일을 축하해 주시면 부모님과 가족들께서 보실 수 있습니다. 누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동생이었던 현섭이, 멋진 육군 장교가 되고 싶었던 현섭이, 그리고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초예, 동생들에게 엄마 같은 큰언니이고 부모님한테 언제나 이해심 많고 든든한 큰딸이었던 초예를 잊지 말아 주세요.
12월 31일 밤 10시에 광화문 광장에서 송구영신 행사가 진행됩니다. 2015년 세월호가 걸어온 길 (영상), 416합창단 공연, 그리고 가수분들의 공연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