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9 2. 4월17일 오후 4시20분.
진도 실내체육관사고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다.” 많은 언론은 이 발언을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이 결정적 발언으로 대통령은,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에서 ‘구름 위의 심판자’로 자신을 옮겨놓았다. 시스템이 무너져내리는 가운데, 최종 책임자는 자신의 책임을 말하는 대신 ‘책임질 사람에 대한 색출 의지’를 과시하는 단죄자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했다. 침몰하는 시스템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가장 먼저 ‘탈출’했다.
오래 남을 상처
참사 이후, 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안내방송을 잘 따른 아이들만 희생당했다”라는 한탄이 퍼져나갔다. 시스템을 신뢰하고 따랐던 이들은 배에 갇혔고, 믿지 않았던 이들은 빠져나왔다. 최종 책임자는 가장 먼저 탈출했다. 사고 대응 과정에서, 마치 재방송을 보듯 똑같은 풍경이 반복됐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내내 삐걱거렸고, 최종 책임자는 구름 위로 올라가버렸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냉소적인 교훈을 얻었다.
“한국은 비보호 좌회전 같은 나라야. 위에서 뭘 해주길 기대하면 안 돼. 알아서 살아남아야지.”이것은 간단한 위기가 아니다. 국가의 시스템과 리더십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신호다. 시스템의 붕괴를 라이브로 지켜보던 많은 관찰자의 머릿속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게 나라인가?” 실종자 가족들의 성명서는 “국민 여러분, 이게 진정 대한민국 현실입니까?”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