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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별.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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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cience_39728
    작성자 : 빛나는별.
    추천 : 16
    조회수 : 3415
    IP : 219.240.***.193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14/08/08 12:00:45
    http://todayhumor.com/?science_39728 모바일
    성(sex)은 왜 존재하는가?, 성(sex)은 두 가지인가?(스압)


    어제 친구와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커플의 비율이 많은 것을 보고

    왜 사람들은 커플일까? -> 왜 사람들은 남자 여자로 나뉘어 있을까? -> 생각해보니 사람 뿐만이 아니라 동물 식물들도 암수로 나뉘어 있네?

    -> 왜 암수로 나뉘어 있을까? -> 지렁이 같은 경우 말고 한 가지의 성이나 세 개 이상의 성은 없을까? -> 성이 두개여서 얻는 이점이 뭘까?

    -> 내 머릿속에서는 답이 안나오네 집에가서 찾아봐야지

    하고 집에 와서 찾아 보았습니다. 평소 과게를 눈팅만하는 경제학과인 대학생은 과제를 할 때 처럼 KISS와 RISS 등을 찾아다니다가

    해결을 보지 못하고 오유 과게를 검색하다가 마땅한 답변이 없자 구글링을 해보고 결국엔 네이버캐스트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보던 질문에 대한 제일 명쾌한 대답이라 생각해서 오유에 저장해 두려고 합니다ㅎㅎ





    원본: 네이버캐스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1&contents_id=1951&leafId=659

    성의 기원 최재천 교수의 다윈 2.0 (17) 왜 암수가 있느냐는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은 불가사의한 문제다.<br>성의 문제는 이제 생물학 문제의 “여왕”이다.

    다른 학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자연과학에도 때로 ‘문제를 문제로 의식하는 눈’을 얻기 전까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성의 문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1960년대에 이르러 몇몇 생물학자들이 새삼스레 성,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양성이 왜 진화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기 전에는 성이란 ‘종족 보존을 위하여’라는 언뜻 들으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진화적 적응현상으로 간주하였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때론 목숨을 던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의 희생 행동은 물론, 애당초 자식을 낳아 정성을 다해 기르겠다는 번식 결정까지 모두 종족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숭고한 행위라는 설명에 참으로 오랫동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족운동의 위대한 지도자라면 모를까 그 어느 부부가 성관계를 가지며 ‘종족 보존을 위하여!’를 부르짖어 본 일이 있겠는가? 성은 지극히 개체중심적인(individualistic) 행위이다. 최소한 의식 수준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인간의 경우 성(sex)은 일단 자극적 쾌락 때문에, 그리고 다분히 의식적인 차원에서 자식을 낳기 위하여, 즉 내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하여 수행하는 행동이다.

    성이 왜 존재하는가는 결코 당연하지 않은 문제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 이들의 머리 속에 '인류의 보존'따위가 있을 리 없다.

    오랫동안 성의 기원과 진화가 연구 주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 인간이 지닌 종 수준의 편향성(provincialism) 때문일 것이다. 인간 종이 속해 있는 포유류는 전부 유성생식(sexual reproduction)을 하는 동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경우 기독교의 마리아와 같은 종교설화나 박혁거세를 비롯한 건국설화 등이 있지만 실제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단위생식(parthenogenesis)의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는 헤르메스(Hermes)와 아프로디테(Aphrodite) 사이에서 태어나 풍만한 젖가슴과 남성의 성기를 함께 갖춘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 ditos)의 석상이 전시되어 있다. 실제로 인간 사회에는 태어날 때부터 또는 호르몬 치료나 성형수술을 통해 헤르마프로디토스의 형상을 갖춘 이른바 ‘shemale(여남)’이 있긴 하지만 기능적으로 완벽한 암수한몸(hermaphrodite; 남녀추니 또는 어지자지라고도 부른다)인 경우는 적어도 포유류에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반드시 기능적이지 않더라도 암수의 성징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상태를 생물학에서는 ‘자웅혼재(gynandromorphy)’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우리와 늘 함께 살고 있는 대부분의 생물들이 다 유성생식을 한다는 사실도 성의 진화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무지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진핵생물(eukaryotes)의 대표주자들인 식물, 동물, 그리고 균류(fungus)의 절대 다수가 모두 유성생식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성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성의 진화가 생물학의 가장 궁극적인 문제로 떠오른 배경에는 이처럼 온 세상에 성이 화려하게 꽃 피운 것은 사실이나 무성생식(asexual reproduction: 단성생식이라고도 한다.)에 비해 유성생식(양성생식)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불리함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1957년 미국의 두 유머작가 써버(James Thurber)와 와이트(Elwyn B. White)가 던진 “성이란 과연 필요한가? (Is sex necessary?)”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마치 진화생물학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성의 진화와 존속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야만 하는 것처럼 수많은 저서와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1982년 캐나다의 진화생물학자 벨(Graham Bell)이 단언한 것처럼 성의 문제는 이제 생물학 문제 중 단연 ‘여왕’이 되었다.

    성의 기원이 불가사의한 까닭 1 : 두 배의 손실

    성의 기원과 진화가 불가사의한 까닭은 몇 년 전에 작고한 영국의 이론유전학자 메이너드 스미스(John Maynard Smith, 1920~2004)가 수학적으로 예증해 보인 이른바 ‘두 배의 손실(twofold cost of sex)’에서 출발한다. 무성생식 또는 단위생식보다 유성생식은 유전자의 관점에서 두 배의 손실을 감수한다. 가상의 두 가족을 비교해보자. 한 가족은 인간 사회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부부가 유성생식을 통해 가정을 꾸린다. 만일 자식을 둘만 낳는다고 하면 평균적으로 그 중 하나는 딸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들일 것이다. 딸과 아들에 각각 어머니의 유전자가 1/2씩 전달된다. 그들이 각자 결혼하여 딸과 아들을 하나씩 낳는다면 그 손녀와 손자의 유전자의 1/4이 할머니의 유전자이다.

    이제 ‘돌연변이 가족’을 상상해보자. 아내에게 단위생식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남편의 유전자와 결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유전자만으로 자식을 만들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그 여인이 낳는 두 자식은 모두 딸일 것이다. 또 그들이 결혼하여 각각 딸 둘씩을 낳을 것이다. 세대마다 이 여인의 유전자 증가율은 유성생식을 하는 여인에 비해 각 개체 당 두 배가 된다. 처음에는 아주 희귀하게 시작한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세대를 거듭하며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며 애써 수컷을 낳아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세대를 거듭할수록 적어도 양적으로는 실로 엄청난 유전적 이득을 얻게 된다.

    유전자의 양적 관점에서는 유성생식(좌)보다 단위생식(우)가 유리하다. 이 점에서 손실을 본다는 점에서 성은 단순한 '종족 보존을 위해서'와는 배치된다.

    성의 기원이 불가사의한 까닭 2 : 값비싼 비용

    그동안 제기된 성의 진화에 관한 가설들은 모두 성이 태생적으로 지닌 ‘두 배의 손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들 가설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나는 종종 간과되는 다른 비용을 지적하려 한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성의 생태적 비용(ecological cost of sex)’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생물학자들이 이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성의 생태적 비용은 그동안 적어도 정량적으로는 그리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같은 꽃의 암술과 수술 사이에서 꽃가루받이할 수 있는 현화식물이나 번식기의 대부분 동안 암컷이 암컷을 낳는, 즉 단위생식을 하는 진딧물에 비해 유성생식을 하는 우리 같은 생물들이 마음에 맞는 짝을 찾기 위해 소비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소모적인가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의 체험으로 잘 알고 있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우선 짝짓기 상대를 찾아야 하고, 일단 찾은 다음에는 종종 엄청나게 까다로운 구애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서로 맘에 맞아 짝짓기를 시작한 다음에도 실제 번식에 이르기까지 거쳐야 할 수많은 단계가 있다.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들은 특수한 화학물질(페로몬)을 생산하여 분비하기도 하고, 수컷은 암컷의 호감을 사기 위하여 온갖 화려한 색과 형태를 갖춰야 하며 때론 목청 높여 노래도 해야 하고 심지어는 현란한 춤도 춰야 한다. 날기조차 불편할 만큼 거추장스러운, 그러나 기가 막히게 화려한 깃털들을 가진 공작새 수컷을 보면 이 비용이 얼마나 엄청날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번식의 이득을 얻기 위해 개발된 형질들은 흔히 생존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형질은 암컷뿐 아니라 포식동물의 눈에도 잘 띄기 때문이다. 스스로 움직여 다니며 짝짓기 시도를 할 수 있는 동물과 달리 한 자리에 뿌리를 박고 사는 식물은 훨씬 더 복잡한 문제들이 쌓여 있다. 그래서 많은 현화식물들은 ‘날아다니는 음경(flying penis)’인 곤충·새·박쥐들을 유혹하여 그들에게 자기 대신 사랑하는 연인과 잠자리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칼부림을 해도 시원치 않을 불륜을 애써 간청하며 그도 모자라 고맙다고 꿀과 꽃가루로 보답까지 한다.

    구애의 비용은 크다. 공작새 수컷이 힘을 다해 거대한 꼬리를 펼쳐보지만 암컷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출처: Darkros at en.wikipedia>

    유성생식의 이득은? 유전적 다양성 + 진화의 속도

    하지만 이 같은 유전적 및 생태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자연계에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이 버젓이 잘살고 있다는 사실은 유성생식에 결정적인 진화적 이득이 있음을 의미한다. 유성생식이 주는 이득을 설명하는 가설을 제일 먼저 제안한 사람은 독일의 진화생물학자 바이스만(August Weismann, 1834~1914)이었다. 그는 유성생식은 암수의 유전자(물론 당시에는 유전자의 존재가 밝혀지기 전이라 생식질(germ plasm)이라 불렀다)를 섞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전형(genotype)을 만들어내 자연선택으로 하여금더욱 다양한 변이를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바이스만의 설명은 1966년 윌리엄즈(George C. Williams)의 명저 [적응과 자연선택(Adaptation and Natural Selection)]에서 집단선택(group selection) 가설에 입각한 설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춤했으나, 2000년대에 들어와 수행된 실험들에 의해 유성생식에 의한 변이의 다양성은 집단과 유전자 수준 모두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1930년대 초반에는 이론진화생물학자 피셔(Ronald A. Fisher, 1890-1962)와 실험유전학자 멀러(Hermann Joseph Muller, 1890-1967) 등이 진화의 속도를 바탕으로 한 가설들을 내놓았다. 무성생식보다 유성생식이 유리한 돌연변이 조합을 더 용이하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성생식 개체군은 무성생식 개체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할 수 있다. 유전적으로 경직되어 있는 무성생식 개체군은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여 절멸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일단 만들어진 불리한 돌연변이를 제거할 마땅한 방법을 갖고 있지 않은 반면,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은 유전자의 결함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환경 변화에 보다 강력한 저항력을 지닌다.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에게 해로운 돌연변이들이 축적되어 결국에는 삶의 운행을 멈추게하는 현상을 흔히 ‘멀러의 깔축톱니(Muller’s ratchet)’라고 부르는데, 그에 비하면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DNA 복구 메커니즘(DNA repair mechanism)’을 이용하여 수시로 유전자의 결함을 제거할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한 대로 이 같은 ‘유전자 다양성(genetic diversity)’ 가설들은 처음에는 다분히 집단선택 논리에 그 기반을 두고 개발되었지만, 차츰 개체 수준의 설명으로 다듬어졌다.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손을 만들어내면 그만큼 오랜 기간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시간적’ 가설들과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손이 생태적으로 다양한 환경(niche)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공간적’ 가설들이 제기되어 이제는 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한 축의 가설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성의 진화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가설 : 기생충 가설

    성의 진화에 가장 구체적인 작업가설을 제공한 것은 흥미롭게도 ‘기생충(또는 병원균)—숙주 공진화’의 개념이다. 대부분의 기생생물은 세대가 짧고 무성생식을 하기 때문에 매우 빠른 속도로 새로운 ‘공격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유성생식을 하는 숙주생물이 이에 맞서는 방법으로 진화한 것이 바로 성이라는 설명이 해밀턴(William D. Hamilton)의 이른바 ‘기생충 가설(parasite hypothesis)’의 핵심이다.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손을 생산하면 기생생물의 공격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다. 어느 기생생물이 숙주 개체군에서 가장 흔한 유전형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그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성생식이 보다 유리한 전략으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면 기생생물은 또 다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또 다른 특정한 유전형을 공격하고 숙주는 또 새로운 면역력을 갖춘 새로운 유전형을 만들어내곤 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하여 일어나게 된다. 기생생물과 숙주생물은 일종의 ‘진화적 군비경쟁(evolutionary arms race)’을 벌이는 것이다.

    “종족보전을 위하여!“에서 “기생충을 타도하자!”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은 "제자리에 머물려면 달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진화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길항적 공진화에 진화생물학자들은 ‘붉은 여왕 가설(The Red Queen hypothesis)’이라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듬뿍 든 매력적인 이름을 붙여주었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보면 앨리스가 거울 속의 나라에 들어가 서양장기의 ‘붉은 여왕’에게 손목을 붙들려 뛰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리 달려도 주위 배경이 변하지 않자 앨리스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 같다.”고 의아해하고 이에 붉은 여왕은 “여기서는 제자리에 머물려면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 한다.”고 답한다.

    생물이란 모름지기 항상 다른 생물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공진화한다. 1982년 해밀턴의 기생충 가설 관련 첫 논문이 나왔을 때 “설마 기생충이 우리로 하여금 그 화끈한 섹스를 하도록 만들었을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 이 가설은 성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가장 탁월한 설명으로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이와 성관계를 가질 때 “종족 보존을 위하여!”를 부르짖지는 않아도 “기생충을 타도하자!”라는 구호는 외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구에 몸을 바친 위대한 생물학자 해밀턴 교수의 추억

    기생충 가설이 빠른 시일 내에 이론생물학과 야외생물학 양 진영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낸 데에는 역시 해밀턴 선생님의 개인적인 매력이 작용했다고 본다. 포괄적응도 이론으로 이미 다윈 이래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라는 칭송을 한몸에 받던 그가 내놓은 이론이라 우리 모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였던 게 사실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기생충 논문들을 내놓기 바로 직전에 그를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1979년 가을 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1982년 알래스카 바닷새들의 몸에 붙어사는 체외기생충의 군집생태에 관하여 석사 논문을 제출했다. 그런 다음 나는 해밀턴 선생님이 계시던 미시건 대학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기 위해 지원서를 제출하고 선생님께 편지를 냈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1982년 겨울 거의 일주일 가량이나 선생님 댁에 머물며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대학에서 여러 다른 교수님들을 만나고 밤에는 선생님 댁의 거실에서 밤이 늦도록 학문을 논했던 그 며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그때 줄기차게 포괄적응도와 사회성 진화에 관하여 질문을 퍼붓는 내게 오히려 내가 한 기생충 연구에 대해 끊임없이 많은 질문을 하셨다. 선생님의 학문적 관심사가 바로 그 무렵 기생충과 성의 진화로 옮겨가고 있었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결국 영국왕립학회에 회원으로 추대되어 옥스퍼드 대학으로 돌아가시는 선생님을 동행하기보다 확실한 지원이 보장된하버드 대학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내가 만일 그 때 선생님을 따라 옥스퍼드로 갔다면 아마 지금도 오로지 기생충 연구의 외길을 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나는 무슨 운명인지 선생님이 떠나고 없는 미시건 대학에 교수가 되어 부임했다. 그 후 귀국하여 서울대학에 몸담고 있던 시절 내내 안식년을 맞으면 꼭 옥스퍼드로 가서 드디어 선생님과 함께 연구하리라는 꿈을 간직하고 지내던 어느 날 선생님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HIV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연구를 하시겠다고 아프리카에서 침팬지 분변을 채집하시다가 급성 말라리아에 걸려 급히 영국으로 후송되었으나 불과 며칠만인 2000년 3월 7일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홉 살 소년 시절 케네디 대통령 암살 소식에, 그리고 20대 유학생 시절 존 레넌의 죽음 소식에 흘렸던 눈물보다 훨씬 더 많은 눈물이 하염없이 내 두 뺨 위로 흘러내렸다.


    관련링크 오늘의 과학 저자와의 질의응답 전체보기
    최재천 이미지
    최재천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대담] 등이 있다. 2000년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원본: 네이버캐스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1&contents_id=2156성은 꼭 암수 둘인가? 최재천 교수의 다윈 2.0 (18) 이 세상에는 도대체 몇 개의 성이 존재하는 것일까?<br>당연히 암수 둘뿐이라고?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리수와 홍석천 같은 연예인들이 당당히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며 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일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성적 성향이 다양할 수 있음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이들이 있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과 사뭇 다른 경향들이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역사와 신화에는 암수한몸(hermaphrodite), 간성(間性, intersex),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고대 동양에서도 비슷한 예들이 있겠지만, 성의 연구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진 서양의 경우를 보면, 아리스토텔레스·히포크라테스·갈레노스는 물론 탈무드의 저자들도 암수한몸을 인간 성의 변이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입장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까지 이어졌다.

    2개의 성이라는 이분법은 타당한가

    트랜스젠더 하리수. 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 큰 변화를 준 대표적 인물

    그러나 19세기로 접어들어 이른바 계몽기를 맞으며 우선 의학계로부터 여성과 남성을 확실하게 구별하는 견해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암수한몸은 더 이상성의 자연스런 변이가 아니라 어딘지 결함이 있는 여성 또는 남성으로 간주되었다. 이 시절부터 양성의 이분법적 구분이 확고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전에 남성, 여성, 그리고 암수한몸의 세 성을 동등하게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서양에서는 오히려 성은 하나, 즉 남성뿐이었다고 믿었다. 여성과 암수한몸은 완벽한 남성에 이르지 못한 불완전한 상태로 간주하였을 뿐이다.

    생물학적 성 : 섹스(sex) 못지않게, 사회적 성 : 젠더(gender)도 굴곡의 역사를 거쳐왔다. 18세기 서양에서는 본질적으로 네 개의 젠더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여성적 여성, 남성적 여성, 여성적 남성, 그리고 남성적 남성이 그들이다. 그러던 것이 19세기로 넘어오며 젠더란 생물학적 성의 자연스런 확장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같은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제 모두 비정상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의학의 발달,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비뇨기과 수술 기술과 내분비학의 발달에 힘입어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의 불일치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트랜스젠더 또는 트랜스섹스(transsex)로 거듭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주어졌다.

    꽃은 수컷인가? 암컷인가?

    이 세상에는 도대체 몇 개의 성이 존재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런 의심 없이 성이란 당연히 암수 둘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화식물 즉 꽃을 피우는 식물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절대다수의 현화식물은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적어도 형태적으로는 암수한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화식물에서는 같은 꽃의 암술과 수술 간에는 서로 꽃가루를 주고받지 않는다. 동물계에서 근친상간을 피하는 적응 메커니즘들이 진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에서도 자가수분을 방지하는 다양한 메커니즘들이 개발되어 있다. 암술과 수술의 시간차 발달이 그런 메커니즘의 하나이다. 대부분의 꽃에서는 수술이 먼저 발달한다. 꽃이 피면 우선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보내는 일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를 거의 다 실어 나르고 나면 수술들은 시들기 시작하여 차츰 고개를 숙이고 그들 사이로 암술이 우뚝 서게 된다. 그때부터는 주로 남의 꽃가루를 받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꽃은 우선 수컷으로 태어났다가 점차 암컷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살면서 자연스레 점진적인 성전환 수술을 받는 셈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꽃의 성은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 것인가? 처음에는 온전히 수컷으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여전히 꽃가루를 보내기도 하지만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시기의 꽃들은 암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능적인 암수한몸이다. 수술들이 모두 시들고 난 후에야 거의 완벽한 암컷이 된다. 식물학자들은 이 과정을 식물 또는 더 엄밀히 말하면 꽃의 젠더가 변화하는 과정으로 본다. 한 지역의 꽃들을 놓고 볼 때 형태적으로는 암수한몸인 꽃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사회적 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한 꽃을 지켜본다면 처음에는 100% 수컷으로 시작했다가 이를테면 78% 수컷(22% 암컷), 36% 수컷(64% 암컷)을 거쳐 99% 암컷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화식물에는 도대체 성이 몇 개가 있는 것인가? 온전한 수컷에서 거의 완전한 암컷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정도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성의 문제에 있어서도 역시 우리 인간의 관점이 언제나 자연계의 가장 보편적인 관점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성전환을 하는 동물들

    양놀래깃과의 물고기는 자연스럽게 성전환을 한다.

    삶의 역정 가운데 자연스럽게 성전환의 경험을 하는 경우는 동물계에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산호초 지역에 사는 양놀래깃과(양놀래기 科)의 물고기들(wrasse)이다. 이들은 주로 떼를 이루고 사는데 처음에는 대부분 암컷으로 태어나서 살다가 몸집이 충분히 커지면 그 중 한 마리 또는 일부가 짧은 시간 내에 수컷으로 변한다. 외형은 물론 체내 생식기와 행동도 암컷에서 수컷으로 변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이 물고기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해주는 석산호류(stony coral) 두 종(Fungia repanda, Ctenactis echinata)에서도 쌍방향의 성전환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과 일본 류큐 대학의 연구진은 공동연구를 통해 이들 산호는 암컷에서 수컷으로 또는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전환하며 삶을 영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면 산호초 지역은 성전환이 밥 먹듯 일어나는 곳인가 보다.

    이 같이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성전환 현상은 우리처럼 의학적 시술에 의해서만 성전환이 가능한 동물에게는 대단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자연계의 성전환 현상은 척추동물 중에는 유일하게 어류에게서만 관찰되었고, 무척추동물에서는 극피동물, 연체동물, 갑각류, 다모류 동물(polychaete worm), 그리고 이제 자포동물(Cnidaria)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3개의 성(性), 4 개의 성(性)을 가진 개미

    어느 특정한 생물에 과연 몇 개의 성이 존재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배우자 형태의 가짓수를 세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성의 숫자를 규정한다면 축축한 지푸라기 더미에 종종 솟아오르는 버섯(Corpinus cinereus) 등에는 그야말로 수천 개의 성이 존재한다. 버섯의 성에 관한 최고기록은 무려 36,000개에 이르며 변형 균(slime mold)에도 13개의 배우자 형태가 있다. 그러나 성은 대체로 유성생식이라는 구도 안에서 규정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유전자 재조합(generic recombination)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두 개체 간의 교합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 로잔대학교(University of Lausanne)의 로랑 켈러(Laurent Keller) 교수와 그의 동료의 연구는 성에 관한 전혀 새로운 각도를 제시했다. 이들은 미국 남서부 건조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수확개미(Pogonomyrmex)의 잡종 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양성(兩性)이 아니라 삼성(三性) 또는 사성(四性) 체계를 발견했다. 이 속의 수확개미 여왕은 두 종류의 수개미와 짝짓기를 해야 한다. 차세대 여왕개미를 생산하기 위해서 짝짓기를 해야 하는 수개미와 일개미를 낳기 위해 짝짓기해야 하는 수개미가 다르다. 따라서 한 군락이 유지되려면 서로 다른 세 성의 부모들이 필요한 것이다. 각각의 개미에게는 두 부모가 필요하지만, 군락 전체에는 세 부모가 필요하다. 한 지역의 수확개미 개체군에는 네 개의 성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두 종의 수확개미의 잡종으로 이뤄진 이 개체군에는 두 종류의 여왕개미가 존재하며, 그들 모두를 생산하려면 네 개의 성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네 성 중 어느 하나라도 사라지면 이 개체군도 결국 사라지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성을 개체 수준의 속성이 아니라 집단 차원의 속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여러 예를 보면 자연계의 성은 종에 따라 하나나 둘 이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상보적인 두 개체 사이에서만 생식이 가능한 우리 같은 생물에서는 여러 다양한 형태의 성적 행동들은 그 존재는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진화적 배경을 찾아내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성애(homosexuality)이다. 동성애의 행위로는 우선 번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설명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동성애를 유발하는 유전적 성향이 있다 하더라도 번식을 통해 후세에 전달될 수 없는 상황에서 왜 진작에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존재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일까?

    우선 제일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자연계의 수많은 생물에 동성애가 어김없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 인간도 정확한 통계 수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모든 인류 집단에 공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동성애 현상이 존재하는 동물들에 대한 관찰결과를 정리한 작은 백과사전 두께의 책들이 나와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 부부를 인정한다. 동성애의 존재는 명확하나 동성애가 존재하는 이유를 진화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갈매기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그들 사회에 레즈비언 부부들이 심심찮게 존재한다는 걸 보고해왔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경우에는 수컷의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수컷과 살림을 차리는 데 실패한 암컷 두 마리가 함께 둥지를 튼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들도 버젓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는 점이다. 미수정란을 낳는 것도 아니고 단위생식을 통해 알을 낳는 것도 아니다. 살림은 다른 암컷과 차리되 짝짓기는 주변의 수컷들과 하는 방식으로 번식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동성애자(homosexual)가 아니라 양성애자(bisexual)이다. 그러다 보니 레즈비언 부부의 둥지에는 보통 다른 둥지에 있는 알의 수보다 종종 두 배의 알이 담겨 있다. 흔히 우리는 동성애와 번식 불능을 연결하지만 갈매기는 물론이고 여러 문화권의 인간 사회에서도 이 관계는 종종 성립하지 않는다. 최근 몇몇 국가에서 동성 간의 부부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여러 전통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있었던 풍습이다.

    동성애를 발현하는 유전자도 선택적 이익이 있다

    동성애의 성향을 발현하는 유전자가 중립적(neutral)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번식의 측면에서 분명히 불리해 보이는 형질이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는 걸 보면 직접적으로 또는 적어도 간접적으로 동성애의 유전형질은 어떤 형태로든 선택적 이득을 갖고 있어야 한다. 2004년에 발표된 이탈리아 파두아대학(University of Padua)의 연구는 지금까지 시도된 연구 중 가장 그럴듯한 근거를 제공했다. 그들은 100명의 이성애자 남성과 98명의 동성애자 남성들을 상대로 친척들의 인적 사항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모두 4,600명에 관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동성애자 남성들의 여자 친척들이 이성애자 남성들의 여자 친척들보다 더 많은 숫자의 자식을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자 남성들의 어머니들이 평균 2.7명의 자식을 낳은 데 비해 이성애자 남성들의 어머니들은 2.3명의 자식을 낳았다. 이모들도 2.0과 1.5로 동성애자 남성들의 집안이 훨씬 더 높은 번식성공률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비록 외가 쪽에서만 나타났지만, 남성의 동성애를 유발하는 유전형질이 여성들의 생식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쩌면 동일한 유전자가 남성에서는 동성애를 유발하지만 여성에서는 이성 즉 남성에 대한 성적 호감을 더욱 자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유전자는 동성애를 유발하는 유전자라기보다 남성에 대한 성적 호감을 자극하는 유전자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강조하건대 이런 경우 ‘유전자’라고 할 때 그것은 결코 하나의 유전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 성향처럼 복합적인 심리 또는 행위의 조절이 달랑 하나의 유전자에 달렸을 확률은 극히 낮다.

    동성애 유전자가 반대 성의 생식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같은 성에도 이득을 줄가능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동성애 유전자는 남성은 좀 더 여성적으로 만들고 여성은 보다 남성적으로 만들어주는 경향을 보이는 듯하다. 2008년 호주 연구진은 4,904쌍의 쌍둥이들에게 익명으로 그들의 성적 성향, 스스로 판단한 자신의 젠더 인식, 평생 경험한 성 상대자의 수 등을 물은 결과, 보다 여성적인 남성과 다분히 남성적인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은 성 상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이 배란 시기가 임박했을 때에는 다분히 마초 기질의 남성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시기에는 보다 부드럽고 배려 깊은 남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하면 여성들이란 때로 우락부락한 남성과 바람은 피울지 모르나 남편으로는 다정다감하고 협조적인 여성적 남성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이 세상이 온통 불륜으로 가득 찬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 세상 많은 자식은 결국 남편들의 자식일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성애 성향을 유발하는 유전형질이 때로 소수의 사람에서 극적인 발현을 보여 그들을 동성애자로 만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저 적절히 여성적으로 또는 남성적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이성에게 보다 매력적이 되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진화의 대세는 양성

    지금까지 논의한 대로 성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따라 둘 이상의 성이 존재할 수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다양성에도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에서 진화는 거의 언제나 양성 체계로 굳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제프리 파커(Geoffrey Parker)의 이론적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어느 종에서나 보다 작은 배우자를 만들어 보다 많은 배우자를 찾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전략과 그렇게 찾아온 작은 배우자와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보다 큰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거대 배우자를 만드는 전략이 선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 단 두 성이 아니라 수많은 성으로 이뤄져 있으면 성 상대를 찾는 일이 좀 혼란스럽긴 하겠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쉬울 텐데… 하지만 누가 이 세상이 공평하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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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 이미지
    최재천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대담] 등이 있다. 2000년 제 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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