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광대의 벤</P> <P>"다 왔습니다. 여기가 몬스터의 숲 '추방자의 마을' 입니다."<BR>헤루스의 계절의 따뜻한 바람에 살풋 잠이 들었던 벤과 칼은 아벤의 말에 눈을 떴다.<BR>막 점심을 먹은 뒤라 불어오는 봄바람이 포근했던 모양이다.<BR>"오...다왔군"<BR>"떨어져 냄새나"<BR>"킁, 킁, 푸하!! 우웩!!술집에서 좀 씻을껄"<BR>벤은 자신의 겨드랑이를 킁킁 거리더니 헛구역질을 했다.<BR>근 일주일은 씻지도 못하고 호송수레에 끌려다닌 둘의 얼굴에는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이였다. 더군다나 땀이 많은 벤은 정말 멋진 악취를 선사하고 있었다.<BR>"너한테 백년동안 안빤 드워프의 땀수건 냄새가 난다."<BR>"영광이군"<BR>털이 많아 체취가 유난히 강한 드워프의 냄새라니. 냄새쟁이에게는 최고의 찬사였다. 드워프의 체취는 유명해서 그들의 겨드랑이에는 냄새의 정령이 산다는 말까지 있을정도니까...<BR>아벤이 수레의 잠금장치를 열고 벤과 칼은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일주일만에 땅을 밟았다.<BR>"십장님 그럼 전 마을사람들에게 물건을 좀.."<BR>"아아... 다녀와"<BR>아벤이 떠나고 주위를 둘러보면 칼이 물었다.<BR>"벤, 넌 여기 몇번 와봤다고 했지?"<BR>"어..저번보다 집이 더 생겼네?"<BR>"난 수도에 있을때 이런 마을이 있다고 들어보지 못했는데?"<BR>"으음...이건 말이지 사실 우리 경비대때문에 생겨난 마을이지"<BR>"무슨 소리야?"<BR>"사실 죄인을 풀어주는 곳은 이곳보다 반나절은 더 가야하는 깊은 숲속이야, 그곳이 오우거의 영역이거든. 사실 우리도 그곳까지 가기는 위험해서 왠만하면 가려고 하지 않지...이곳에 버려지는 사람들중에 열에 여덟은 큰죄를 지은 사람이 아닌건 너도 잘 알잖아. 우리도 마찬가지고. 경비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데다가 아무리 경비대지만 같은 나라 국민을 그런 몬스터의 밥으로 넘겨주면서 마음이 편할리가 없잖아. 그래서 우리 철혈의 기사님이 머리를 쓴거지..아! 참고로 이 마을의 필요한 물품을 가끔 경비대에서 옮겨줘서 병사들 용돈벌이 정도는 하니까 우리도 반대는 안하는 편이야"<BR>"그 철혈의 기사가?"<BR>벤이 말하는 부대장은 60이 넘은 노장으로 한때 중앙군의 요직에 있었으나 권력구도에서 밀려나서 남문경비대 대장이라는 한직에서 조용히 은퇴만 기다리는 늙어빠진 늙은이 였다. 보잘껏없는 남작나부랭이지만 젋었을때는 엄격한 군 관리와 피도 눈물도 없는 작전수행으로 인해 철혈의 기사라는 칭호를 전대 성황에게 하사 받았었다. <BR>"보기보다 좋은 분이시지. 내가 이곳에 쫒겨나서 제일 안타까운 건 그분을 못뵈는 거다."<BR>"건방지고 자존심덩어리에다가 냄새까지 드워프와 동급인 벤이 존경하는 사람도 다 있군."<BR>"쳇"<BR>"하지만 존경받을만한 분이다. 부하를 생각하는 마음과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모두 가진 보기 드문 귀족이야"<BR>"헤헤 그렇지? 우리 경비대는 그분을 전부 아버지처럼 생각하거든"<BR>"저기...십장님..."<BR>벌써 마을 사람들이 부탁한 물건들을 주고 왔는지 아벤이 살짝 끼어들었다.<BR>"응? 아벤 왜 그래?"<BR>"중앙군 병사 두명이 돌아간다고 해서 십장님께 말씀드리려고.."<BR>이미 마을 입구에는 중앙군병사 두명이 띠꺼운 얼굴을 하고 수레 옆에 기대서서 온몸으로 가자라는 오로라를 풍기는 중이였다.<BR>"미안하고 고맙다 아벤"<BR>"십장님 그럼..."<BR>아벤은 벤의 두손을 꽉 잡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고 수도로 돌아가는 길에 몸을 실었다.<BR>'십장님 아니...벤형님 무사하시기를..'</P> <P><BR>아벤이 언덕을 넘어 보이지 않을때까지 쳐다보던 벤이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면서 칼을 돌아봤다.<BR>"내가 부하녀석 하나는 잘키웠지"<BR>"뭐 어릴때부터 네놈은 사람하나는 잘 다뤘으니까."<BR>"에헴!! 골목대장출신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그리고 이것좀 봐봐"<BR>"응? 뭔데?"<BR>벤의 손안에는 조그마한 쪽지가 들려있었다.<BR>"아벤놈이 아까 악수하면서 살짝 쥐어주던데? 뭘까나"<BR>"연예편지 아니야?"<BR>"흐흐흐 이놈의 인기란"<BR>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면서 벤은 쪽지를 펼쳐보았다.<BR>'십장님 마을 입구 표지판 큰돌 뒤를 보십시오'<BR>"짧구먼 사랑한다는 말은 없는데 킥킥"<BR>아벤이 쪽지에 적어논 곳에는 벤의 손때가 묻은 숏소드 두자루가 있었다.<BR>"아벤 녀석 센스하고는.."<BR>벤은 특이하게 쌍검술을 썼다. 검 하나만 들면 칼한테도 질 정도로 약해빠진 벤이지만 검 두자루를 들면 오우거도 혼자 잡을 정도였다.<BR>"벤. 네 쌍검술이 유명하긴 한가보네"<BR>감탄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비꼬는 말이였다.<BR>일반적으로 기사들은 전부 두꺼운 방패에 장검을 들고 병사들은 긴방패에 긴창을 사용하는게 대륙의 보편적인 무장인 고정관념을 무시한 벤의 쌍검술은 그냥 광대의 재주정도밖에 보이지 않는게 대륙의 현실이였다.<BR>"광대의 밥벌이도구도 챙겨주고 좋은 세상이로구나"<BR>"이자식..."<BR>실제로 경비대에서 벤의 별명은 '쌍검의 벤'이 아니라 '광대 벤'이였다. 아벤만 해도 별명은 '하트브레이커' 라는 멋진 별명이였는데 말이다. 그 하트가 적의 심장이 아니라 귀부인들의 마음이라는게 문제지만...<BR>숏소드를 갈무리한 벤은 가슴을 쫙 펴고 마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BR>"빌어먹을 칼 네놈의 그 미친짓에 또 동참을 하게 되는군...뭐 지루한 경비대 생활보다는 훨씬 재밌지만 말이다."<BR>"훗. 내가 여자라면 네놈한테 시집갈꺼다"<BR>"훗. 내가 원래 좀 멋지지"<BR>"가자 광대검사 벤"<BR>두 사람은 당당히 마을로 힘찬 발걸음을 내 딛었다.<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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