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35) / 까만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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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34727

작성자 : 철수와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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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20/04/11 22: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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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35) / 까만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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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div> <div align="justify" style="font-size:11pt;">남자는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div> <div align="justify">-오늘은 종일 힘들었지?</div> <div align="justify">여자가 남자를 안으며 낮게 웅얼거렸다.</div> <div align="justify">-조금.</div> <div align="justify">남자가 낮게 대답을 하자 여자가 남자를 뉘였다. 남자는 눈을 감았다. 여자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남자를 보며 발그레해진 얼굴에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div> <div align="justify">-당신 어때?</div> <div align="justify">-응?</div> <div align="justify"> </div> <div align="justify">그건 남자의 대답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여자는 집요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모를 정도였다. 여자는 남자의 귓가에서 몸을 뒤틀며 웅얼거렸다.</div> <div align="justify">-아, 미치겠다. 당신은 이런 기분 알아? 당신과 함께이면 아무 것도 부끄럽지 않아. 두려움도 없고 그냥 창공을 훨훨 날고 싶어. 정말이야.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그건 당신이 함께 하기 때문이야. 사랑해, 당신. </div> <div align="justify">발그레해진 얼굴로 술에 취한 듯 여자는 수도 없이 중얼거렸다. 남자는 여자를 가볍게 안았다. 그럴 때면 때로 남자는 제도라는 굴레에 괜히 화가 나기도 했다. </div> <div align="justify">그럴수록 남자는 사랑할 수 있음에 감격해 하고 사랑하는 이가 있어 소중했다. 그건 신비로움이었다. 연애를 어떻게 하는지 오래 되서 다 잊어버렸다고 여자가 그랬지 않았던가. 여자의 가슴에 켜진 활화산은 끝을 모르고 활활 타오르고 있다. 여자는 행복에 겨운 눈빛으로 다시 웅얼거렸다. </div> <div align="justify"> </div> <div align="justify">-누군가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 하물며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는 것이 당신이라면, 뭐가 더 필요하겠어. 당신에게 나 또한 그런 사람이겠지. 그치? 그러리라고 믿어. 그래서 지금이 행복해. </div> <div align="justify">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의 넓은 가슴 위의 돌출된 남자로서는 별 쓸모도 없는 곳을 쓸어내리며 미소 지었다. 그럴 때면 그녀는 마치 먼 바다 같았다. </div> <div align="justify">늘 무엇인가 꿈꾸고 있는 것 같으나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그런 먼 바다. 둘만의 은밀한 시간이 되면 남자는 그곳까지 항해하려 안간힘을 썼었다. 그러나 그곳은 언제나 먼 바다인 채로였다. 남자는 여자를 올려다보았다.</div> <div align="justify">여자는 여전히 발그레한 얼굴로 남자의 너른 가슴을 소중한 물건 다루듯이 쓸어내리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서 농익은 여인의 향기를 맡았다. 분명 아름다운 향기였다. 그 향기는 너무도 강해서 늘 남자를 마취시키기에 충분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그런 여자였다.</div> <div align="justify"> </div> <div align="justify">-나는 당신이 붙여준 별명이 웃기는 것 같은데도 좋아. ‘미세쏭’. 흐흥. 흔한 별명이 아니잖아. 미쎄쓰 옹. 그러니까 '옹'이라는 말, 하여튼 그건 내가 괜찮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지금 이대로의 내 이름도 좋아. </div> <div align="justify">-그래. 당신 이름은 당신이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면 매우 진취적이야. 그러고 보면 당신 부모님은 매우 세련된 분들이셨던 모양이야. 참 할머니라 그랬지.</div> <div align="justify">-흐흥,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하기는 생각해 보면, 강화도 앞 작은 섬 분들인데도 나름대로 꽤 현대적이셨던 같아.</div> <div align="justify">그래. 그렇겠지. 남자는 여자의 투명하리만큼 하얀 몸을 쓸어 내려며 중얼거렸다. </div> <div align="justify">‘그래. 그렇고말고. 내 작고 귀여운 악마.’</div> <div align="justify"> </div> <div align="justify">남자는 창 너머로 까만 밤 끝에서 텅 빈 바다를 보았다. 여자의 작고 예쁜 젖가슴이 실루엣으로 남자의 가슴 위에서 흔적처럼 일렁였다. 여자는 그러면서 다시금 먼 은하의 은밀한 공간을 꿈꿨다. </div> <div align="justify">-크하하 . </div> <div align="justify">갑자기 여자가 그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남자가 시커먼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하늘은 그저 까맣게 보일 뿐 텅 비었다. 그 많던 은하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곳에 있었는데. 이제 더는 은하수는 없어. 이야기가 달아난 하늘은 너무 컴컴해. </div> <div align="justify">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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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04/11 22:58:55 111.91.***.146 윤인석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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