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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와영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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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4517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1
    조회수 : 293
    IP : 112.172.***.13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1/26 22:05:48
    http://todayhumor.com/?readers_34517 모바일
    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19) / 달린다는 것은
    옵션
    • 창작글
     
    드디어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이다. 날은 더 없이 쾌청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으로 수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남자는 차를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고 도로 한 쪽에 겨우 차를 세워둘 수 있었다. 별로 준비를 하지 못했으므로 남자는 이번 마라톤은 자신이 없었다. 그런 탓에 기록도 늘려 잡았다.남자는 달리기의 의미에 대해 나름대로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달린다는 것은 바람을 가를 줄 아는 것이고 무념이고 무상을 아는 것이었다. 달린다는 것은 고행이고 즐거움이다. 달린다는 것은 끊임없이 내딛는 발걸음이다. 그것은 일정하고 쉼이 없다. 달린다는 것은 고행이다. 고행의 견딤이 극기(克己)이다. ()는 나 일수도 있으나 부분으로서의 나로 이해할 수도 있다. 나의 손이고 발이며, 마침내 신체의 하나하나가 바로 기()인 것이다. 그 어느 한 부분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으면 고행은 그 결실을 맺을 수 없으며, 극기는 말장난에 다름 아니다. 이런 까닭에 극기는 총체적인 개념이다. 긴 시간을 달린다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 부분에 대한 점검과 정상적인 기능의 끊임없는 확인 그리고 재확인 절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체 각 부분의 기능은 점차 둔화되고 체내에 축적된 에너지는 점차 고갈된다. 그래도 발걸음이 자꾸 앞으로 내디뎌진다면 그건 고행을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다. 그것은 분명 미친 자들의 유희다.
     
    언제나 길게 꼬리를 문 미친 자들의 행렬은 장엄하다. 옆을 스치는 그들은 숨소리조차 조용하다. 오직 멈출 수 없는 발걸음들만 가득하게 소리를 달고 부산하다. 숱한 발걸음들이 구불하게 끝도 없이 이어진다. 엄청난 원초적인 생명의 씨앗들이 출발선을 벗어나 오직 한 곳을 향해 미로를 헤엄쳐 가듯 그렇게 그들은 앞으로 앞으로만 내닫는다. 생명의 문은 가정 먼저 도착한 자를 위해 준비된 것일 터이다.
    그래도 환희의 그라운드에서 질주할 수 있다는 설렘에 모두들 그 미친 짓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정말이지 백주에 도로 위를 팬티 바람으로 그 긴 시간을 달리는 일이 미친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미치게 했으며, 누가 그들을 이 미친 유희에 끌어 들였는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른다. 때로는 갈증이 그 위에 겹친다. 그래도 넓은 대로며 고가도로 위를 달리는 발걸음들은 지칠 줄을 모른다. 그들은 이미 무심에 이끌리고 있다. 무심에는 지루함이 없다. 무심에는 힘듦이 없다. 무심은 무심 그 자체일 뿐이다.
     
    마침내 땀방울로 옷이 홍건해지면 그것으로 그 뿐이다. 이미 미친 이들은 모두 안다. 조금 더 지나 쥐어짤 땀방울조차 바닥을 보이면 다시 따사로운 햇살에 옷이 마를 것이라는 것을. 그런 까닭에 그저 자꾸 발걸음을 앞으로 내닫기만 하면 될 일이다. 무심한 발놀림이 시간을 재촉한다. 앞선 자의 발 뒤끝이 참으로 날렵하다. 거리의 사람들이 땀으로 범적이 된 미친 자들의 축제에 발걸음을 멈춘다. 언뜻 언뜻 보이는 그들의 얼굴 표정조차 무심하다. 마침내 달리기는 모든 이들을 무심으로 이끈다. 거기에 무슨 야비한 협잡이 자리할 수 있을 것이며, 간교한 술수가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그저 무심이 있을 뿐이다. 그 무심 속에 열기가 있고 마침내 열기가 식고 나면 일상이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아귀다툼을 모른다. 함께 먼 길을 동행할 자들만이 있을 뿐이다.
     
    혹자는 달리는 일은 참으로 고독한 일이라 했다. 그건 달리는 자들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이다. 혼자 달린다는 점에서는 분명 고독한 일일 터이다. 그러나 고독한 질주자는 질주를 동행한 자들에 의해 그 고독을 보상받는 법이다. 결국 달리는 것은 동행이다. 미친 자들의 동행이다. 무심한 마음들의 동행이다.
    그들이 넓은 도로에 가득하다. 가슴 가득 봄바람을 안으며 도로에 가득하다. 그들은 분명 결승선에 이르러 환호를 듣는 순간 또 다른 미친 유희를 꿈꾸고 있음이 분명하다.
     

    달리기는 참으로 단순한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게 어쩌면 이 남자가 마라톤에 빠져든 이유일지도 모른다.
    대회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들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1/26 23:09:22  111.91.***.146  윤인석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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