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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잊고 안 가져 왔어요.”
신분증을 달라는 말에 축구 잘하게 생긴 남학생이 말했다.
주춤하는 모습이 딱 미성년자였다.
편의점 야간 근무 중에 종종 미성년자들이 담배를 사러 온다.
미성년자에게 잘못 담배를 팔았다간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걸려 몇십에서 몇백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그것도 업주가 아니라 판매한 알바생이 내야 한다.
걸리면 경찰서에 들락거려야 하고, 벌금까지 내야 하니 끔찍한 일이다.
사실 어지간해선 걸리지 않지만
경쟁 업소에서 미성년자를 보낸 후 신고를 하기도 하고,
미성년자는 처벌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담배를 산 후, 알바생이나 업주에게 돈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
무서운 세상이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신분증 가지고 다시 와주세요.”
나는 꺼내 놓은 담배를 다시 매대에 넣었다.
물러갔던 남학생이 잠시 후 다시 매장에 들어왔다.
“이거면 되죠?”
어디서 구했는지 군대 전역증을 가지고 왔다.
나는 전역증을 들고 물었다.
“전역하신지 얼마 안되셨네요?”
“네. 제가 군대를 좀 일찍 갔어요.”
“군번 외우시죠?”
“...그, 아, 씨...."
난 냉정히 말했다.
“안됩니다.”
“씨....”
그렇게 남학생이 돌아가고 다시 10분 쯤 흐른 후였다.
전역증을 가져왔던 남학생이 매장 문을 벌컥 열고 성큼 성큼 다가왔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나보다 한뼘은 더 큰 덩치가 흥분한 표정으로 빠르게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뭐야? 담배 안 팔았다고 복수하러 온 거야?’
탁!
다시 한번 계산대에 전역증 올라왔다. 내려 놓는 손이 전보다 거칠다.
주먹이 날라오는 게 아닌가 긴장하며 지켜보는데 남학생이 입을 열었다.
해맑은 목소리였다.
“외웠어요!”
뿌듯함과 설렘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어.... 그러니까 지금 10분간 군번을 완벽하게 암기하고 왔으니 담배를 달라는 소리지? 진심인가?
“...이제와서 외우면 뭐 해요....”
“아, 진짜 외웠는데....”
이 친구 진심이었다. 외우라며?라고 얼굴에 써놓은 것 같다. 배신 당했다는 듯한 표정이다.
“외웠는데...."
내 얼굴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남학생에게 아, 이게 아닌가 하는 표정이 스쳤다.
그리곤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제발요. 한번만요. 네?”
다행이다. 그래도 눈치는 있구나. 그조차 없었으면 처음 보는 친구의 미래를 걱정할 뻔 했다.
“죄송합니다. 안됩니다.”
남학생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돌아갔다.
덩치도 담배도 귀여움과 거리가 먼데 귀여워 보여서 헛웃음이 났다.
이게 갭모에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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