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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4070
    작성자 : 치우
    추천 : 3
    조회수 : 1051
    IP : 125.138.***.14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2/17 21:48:36
    http://todayhumor.com/?readers_24070 모바일
    (스압주의) 이영도 작가의 '폴라리스 랩소디' 초반부
    <div><font face="맑은 고딕">* </font><span style="font-family:'굴림';font-size:9pt;"><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4031&s_no=24031&page=2"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4031&s_no=24031&page=2</a></span></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글의 영업을 이어가는 마음으로, 최근에 다시 읽은 이영도 작가의 '폴라리스 랩소디' 초반부 장면</font><font face="맑은 고딕" style="font-size:9pt;">(온라인 서점 </font><span style="font-size:9pt;font-family:'맑은 고딕';">미리보기로 볼 수 있는 정도)</span><font face="맑은 고딕" style="font-size:9pt;">을 옮깁니다</font><span style="font-size:9pt;font-family:'맑은 고딕';">.</span></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가 대해적 키 드레이번과 노잡이 노예 오스발을 처음 만나는 장면입니다. 오타가 있더라도 양해바랍니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레보스호의 갑판에 쓰러진 슈마허는 다 끝장났다는 심정이었다. 배는 포위되었고, 몰려든 해적선들에서는 해적들이 끝도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노는 완전히 정지했고 돛은 찢어졌다. 그러나 그 모든 총체적 절망 속에서도, 슈마허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바로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걸어오는 라이온의 존재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이봐, 서 슈마허라고 했던가. 탁 까놓고 대화 한번 해보자. 죽어가는 기분이 어때? 난 그게 항상 궁금했어. 물론 나도 죽을 테니까 언젠가는 알게 될 기분이지만, 그래도 궁금하잖아. 그러니 이왕이면 죽어가는 자네가 동정을 베풀어 내게 자네 기분을 설명해 주면 좋겠구먼. 뭐라더라. 살아온 나날이 휙 지나간다던가? 정말 그래? 응? 정말 옛날 일들이 빠르게 지나가나? 아, 그래. 손발이 차가워진다고도 하던데. 그건 어때? 응? 자네 죽어가고 있잖아. 죽고 나면 말 못하니까 상세하게 설명해 봐. 집중력을 가지고. 약간만 주의를 기울여보란 말이야.”</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은 아주 편한 자세로 앚아서는 이런 돼먹지 않은 말을 끊임없이 주절거려 슈마허를 반쯤 돌아버리게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래서 어깨가 끊어지는 아픔 속에서도 슈마허는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라이온이라 불리는 이 미친 녀석의 입을 뭉개버릴 수만 있다면 악마와 거래하는 것도 크게 나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만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슈마허는 간신히 입술을 움직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너 미쳤지?”</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응? 우리가 전에 언제 만났던가?”</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내가 너 따위 녀석을 언제 만났다는 거냐.”</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럼 내가 미친 거 어떻게 알고 있지?”</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슈마허는 자신이 왜 아직도 졸도하지 않을 정도의 굵은 신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원망했다. 졸도했다면 이 미친놈의 종알거림을 듣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때 엄청난 깨달음이 슈마허를 엄습했다. ‘아니다. 이놈은 내가 졸도하면 깨워놓고 중얼거릴 놈이다.’ 슈마허가 자신의 깨달음에 아연해하는 동안에도 라이온은 신기하기 그지없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신기한데. 아, 자네 점도 칠 줄 아나? 잘됐군! 죽기 전에 내 올해 운수가 어떨지 좀 봐주지 않겠어? 나도 자네 운수를 봐주겠어. 뭐, 바보라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자네 운수는 볼장 다 봤지. 배는 격침되고 부하는 모두 잃고 자네는, 오, 맙소사. 난 사랑에 빠졌어!”</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슈마허는 순간 소름 끼치는 기분으로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이놈이 설마? 그러나 라이온의 눈은 그가 아니라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불안함이 슈마허를 엄습했고, 그래서 슈마허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렸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고, 공주님! 이 발칙한 놈!”</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승강구 쪽에서 나타난 오닉스는 겨드랑이에 율리아나 공주를 끼운 채 나타났다. 율리아나 공주는 감히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짐짝처럼 취급당하는 것을 감수하고 있었다. 라이온은 손가락을 튕겼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아하! 필마온 기사단장에게 시집 가신다는 카밀카르의 그 공주님이신가 보군?”</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은 오닉스의 겨드랑이에 끼어 있는 율리아나 공주를 향해 화려한 동작으로 머리를 숙여보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반갑습니다! 저는 자유호의 갑판장 라이온이라고 합니다. 설마 대륙에 소문이 자자한 공주님을 뵐 줄은 몰랐군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는 성심 성의껏 대답함으로써 라이온을 놀라게 만들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반가워요, 라이온 씨. 제 몸가짐이 이상한 것에 대해 너무 허물치 말아주세요. 불가항력이랍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은 그만 킬킬거리고 말았다. 죽을 때도 농담을 할, 마치 노련한 사내 같은 공주님이로군. 라이온은 오닉스를 향해 시선을 보내었다. ‘내려드리죠.’</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러나 오닉스는 그런 라이온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뱃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라이온은 당황한 목소리로 오닉스를 제지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어? 이봐요, 오닉스 선장! 뭐하는 거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는 잠시 라이온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뱃전 끝으로 다가갔다. 그때 선교 위에서 건장한 해적 서너 명에게 깔려 있던 엘리엇 선장이 고함 질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아, 안 돼! 저놈, 공주님을 바다에 던지려고…”</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가 가장 먼저 엘리엇 선장의 말에 반응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꺄아악!”</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제서야 오닉스가 뭣 때문에 뱃전으로 다가가는지를 깨달은 율리아나는 발버둥을 치며 반항했다. 하지만 그녀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있는 오닉스의 굵은 팔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라이온은 황급하게 외쳤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멈춰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는 부릅뜬 눈으로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일단 오닉스를 정지시키기는 했지만 라이온은 앞이 막막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시골뜨기 뱃놈을 어떻게 말린다? 흑기사호 한 척으로 사트로니아 해양청을 공황 상태에 빠트렸던 전력을 가지고 있던 대해적 오닉스 나이트였지만 그는 본질적으로 구식 뱃사람이었다. 노스윈드의 휘하에 소속된 후에도 그의 미신적인 성격은 바뀌지 않았고, 그래서 오닉스는 지금 배에 여자가 타면 재수 없다는 미신에 따라 공주를 바다에 던지려들고 있는 것이다. 라이온은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제기랄, 당신은 키 드레이번 선장님의 허락 없이는 이 배의 어떤 것도 건드릴 수 없어!”</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는 키 드레이번이라는 이름에 확실히 반응했다. 그의 검은 마스크 뒤에서 끔찍한 신음이 터져나온 것이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끄흐으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러나 오닉스는 공주를 내려놓으려 들지는 않았다. 두 눈으로 한층 격렬한 분노의 불길을 피워대며, 오닉스는 보라는 듯이 뱃전에 한쪽 발을 척 올렸다. 라이온은 입술을 깨물며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스르릉. 검이 울리자 오닉스의 눈에 의혹이 스치고 지나갔다. 라이온은 그런 오닉스를 향해 차갑게 웃어주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해볼 테면 해봐.”</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는 아무 말 없이 라이온을 바라보았다. 라이온은 칼날을 세워 오닉스의 마스크를 겨냥하며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언젠가는 당신의 그 잘난 마스크를 찢고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고함 지르게 만들어주고 싶었지. 그 여자를 던져봐. 맹세컨데, 당신 몸에서 그 여자 몸무게만큼 잘라내어 그 여자를 뒤따르게 하겠어.”</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슈마허는 조금 전까지도 자신을 돌아버리게 만들고 있던 사내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기분을 느끼며 당혹했다. 그리고 배틀 엑스를 거머쥔 오닉스의 손은 하얗게 변했다. 오닉스는 입매를 푸들푸들 떨고 있었지만, 라이온은 그런 오닉스의 얼굴을 보며 무시무시하게 웃었다. 그때 율리아나 공주가 의혹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저, 미안하지만 라이온 씨.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은 오닉스의 동작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잠깐만요, 공주님. 지금 상황이 급한지라…”</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저도 급해요. 당신이 제 체중을 어떻게 아세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는 하마터면 율리아나 공주를 놓칠 뻔했고, 혀를 깨문 라이온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라이온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하, 하하… 저, 공주님. 실례였군요. 사과드립니다. 물론 저는 공주님의 체중을 모르죠. 하지만, 그 왜 눈대중이라는 것이 있잖습니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당신 눈이니까 눈대중하는 것은 자유겠지만, 입 밖으로 말하는 건 안 돼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물론입니다. 예. 지당하지요. 어찌 그런 무례를. 음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슈마허에게 낮게 속삭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이보게, 슈마허. 자네 공주님도 만만찮군. 거의 나만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던 슈마허는 대신 침묵으로 라이온의 말에 찬성했다. 그때 식스 1등 항해사가 레보스호의 선상으로 건너왔다. 식스는 오닉스와 라이온을 쳐다보고는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둘 다 그만두시오. 오닉스 선장, 라이온 갑판장.”</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퍽이나 우스운 입장에 빠져버린 오닉스는 잠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겨드랑이에 낀 공주와 라이온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확고했고 오닉스는 다시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식스는 오닉스가 보내는 손짓을 보고서는 관자놀이를 꿈틀거렸다. 오닉스는 먼저 검지로 식스를 가리켜보인 다음,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가, 다시 검지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너는 내게 명령할 권한이 없다.’ 식스는 격노한 나머지 뭐라고 말할지도 모르게 되어버렸고, 그 틈을 타 오닉스는 율리아나 공주의 몸을 번쩍 들어올렸다. 라이온은 잇소리를 내며 돌격 자세를 취했고 공주는 소리 높이 비명을 질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안 돼에!”</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멈춰라, 오닉스 선장.”</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의 비명 끝에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 하나가 연결되듯이 들려왔다. 오닉스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고 오닉스의 허리를 향해 태클하려던 라이온 역시 황급히 멈춰 섰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자유호의 선교에서 한 사내가 오닉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검은색 외투로 몸을 감싼 키 큰 남자였다. 외투 아래에서 거대한 칼자루의 끝이 비죽 튀어나와 있었지만 이 사내의 경우라면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검을 뽑아들 필요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사내는 그저 두툼한 왼손을 칼자루 끝에 얹어둔 채 오닉스를 쏘아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 눈매에는 광기와 열정, 그리고 이글거리는 욕망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엘리엇 선장은 뱃사람이라면 꿈에서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인물을 실제로 보게 되자 신음을 토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노스위드…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는 주춤한 자신에 대해 분노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의 손이 급격하게 움직이며 키 드레이번에게 손짓을 보내었다. 슈마허나 율리아나 공주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동작이었지만, 해묵은 뱃사람인 엘리엇 선장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재수 없음, 불길함을 뜻하는 손짓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고 그 중간 중간 오닉스는 턱으로 율리아나 공주를 가리켰다. 레보스호를 점거하고 있던 해적들은 오닉스의 손짓에 불안한 표정을 띄워올렸다. 이들도 뱃사람들의 오랜 미신에서 자유로울수는 없었다. 그러나 키 드레이번은 오닉스의 손짓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린 다음, 조금 더 침묵했고, 그리고 다시 침묵했다. 그래서 오닉스는 굴욕감을 삼키며 초조한 심정으로 키 드레이번의 대답을 기다려야 했다. 조금 후, 키드레이번은 나직하게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녀가 두렸나.”</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는 거의 고함을 지를 뻔했다. 평생의 맹세가 깨어질 뻔한 순간, 오닉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설과 저주들은 오닉스를 상당히 힘들게 만들며 도로 아래로 내려갔다. 덕분에 몇 년 후 위궤양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오닉스는 그런 데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키 드레이번은 충분히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당신이 그녀를 자유호로 에스코트해 주면 좋겠군.”</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리고 키 드레이번은 몸을 돌렸다. 오닉스는 ‘키 드레이번!’하고 고함 지르는 대신 오른발로 갑판을 쾅 굴렀다. 키 드레이번은 멈춰 서서는 고개만 돌려 오닉스를 바라보았다. 오닉스의 손이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내 말에 대답해라! 여자는 바다에 던져야 한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키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나는 여자가 필요하다.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진 않군.”</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 갑판에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던 슈마허는 키 드레이번의 말에 분통을 터뜨리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마음뿐, 그의 몸은 그의 명령을 거부했다. 그래서 슈마허는 쓰러진 채 상대를 위협하려 드는 꼴불견을 연출하고 말았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닥쳐라, 더러운 해적놈!”</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러나 키는 쓰러진 상대의 위협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키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창백해진 얼굴로 키의 등을 바라보던 율리아나 공주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딱딱하게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 씨라고 했죠?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저를 바다에 던져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닉스는 그만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 여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라이온은 오닉스의 겨드랑이에 끼어 있는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확고한 대책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오닉스의 가슴을 떠밀며 재빨리 율리아나 공주를 안아들었다. 공주는 작게 비명을 질렀고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난 오닉스는 잇소리를 내며 배틀 엑스를 쥐어올렸다. 하지만 라이온은 웃으며 뒷걸음질쳤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어이, 어이! 진정해요. 당신도 들었지요? 선장님께서는 이 레이디를 필요로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공주님. 아까 체중 어쩌고 하셨는데, 의외로 상당하십니다. 하하하!”</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나를 내려놓아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아아, 걱정해 주실 필요 없습니다. 이 팔이 비록 연약해 보일지는 몰라도 이 정도 무게는 감당할 수 있습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다, 당신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나를 걱정하는 거죠!”</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거라면 더욱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안전하게 모셔다드리지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리고 라이온은 그대로 자유호를 향해 걸어갔다. 슈마허는 일어나려 애쓰면서 고함 질렀지만, 라이온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써 슈마허의 필사의 외침을 개소리로 만들어버렸다. 오닉스는 입매를 떨면서 라이온의 등을 쏘아보았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자유호의 선상에 올라선 라이온은 율리아나 공주를 갑판에 내려놓았다. 공주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고, 그런 공주를 향해 라이온은 허리를 깊이 숙여보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더럽고 야비하고 무례하고 냉혹한 해적놈들의 소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는 치맛자락을 쓸어내리고는 라이온을 똑바로 쳐다보았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고마워요. 답례로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죠.”</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비밀?”</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당신이 운반한 짐짝에는 손이 달려 있어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쫘악! 라이온은 따귀를 맞은 볼을 움켜쥐고는 동그래진 눈으로 공주를 바라보았다. 율리아나 공주는 새침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받기 싫은 선물이나 되는 것처럼 이 사람 손에서 저 사람 손으로 마구 옮겨다닌 것에 대한 대가예요. 마음에 심한 상처나 입지 않았으면 좋겠네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 갑판장은 자신의 볼을 움켜쥔 채 얼빠진 얼굴로 율리아나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공주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을 마쳤다는 듯한 얼굴로 몸을 홱 돌렸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어어어?”</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은 얼빠진 비명 소리를 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몸을 돌린 공주는 그대로 뱃전을 향해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라이온은 다급하게 외쳤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잡아! 빠질 생각이야앗!”</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러나 그 순간 해적들은 뼛속까지 스며 있는 미신적 믿음 때문에 주춤거렸다. 갑판장이나 오닉스 선장 같은 사람이면 모르지, 우리 같은 놈들이 여자를 만지면? 해적들은 몇 년 동안 횡액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춤거렸다. 그래서 율리아나 공주는 아무 방해 없이 갑판을 가로질러갔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거의 그랬다는 말이다. 느닷없이 갑판 해치가 열리지만 않았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공주의 진로에 있던 갑판 해치가 느닷없이 열리며 아래로부터 사내의 머리 하나가 불쑥 올라왔다. 율리아나 공주는 해치 바로 앞에서 가까스로 멈춰 섰고, 그래서 사내는 공주의 치마 속으로 머리를 들이민 형국이 되어버렸다. 공주는 기겁성을 지르며 치맛단을 여몄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꺄아아악!”</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뒤로 물러나던 공주는 그대로 갑판에 주저앉았고 치맛자락이 치워지자 그곳에서는 한 노잡이 노예의 멍한 얼굴이 나타났다. 갑판 위의 모든 사람들이 굳어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노예는 후다닥 갑판 위로 뛰어올라왔다. 그러나 노예는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급히 달려온 라이온 갑판장의 손아귀가 노예의 팔목을 나꿔채어 뒤로 꺾어올리자 노예는 비명을 내질렀다. 일단 노예를 붙잡긴 했지만, 라이온 역시 당황하여 노예의 뒤통수를 향해 무턱대로 호통을 쳤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어? 이놈! 너 누구냐?”</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때 노예장의 찢어지는 고함이 아래로부터 튀어올라왔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스발, 너 이 자식! 거기 안 서? 제발 서란 말이다! 안 때릴 테니까 거기 서! 너 이 자식, 잡히면 죽어!”</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노예장의 앞뒤 맞지도 않는 고함에는 거의 애걸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노예가 갑판 위까지 뛰어올라온다는 것은 그 노예의 목을 쳐버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노예를 감독해야 할 노예장 자신도 무사하기 어려운 대사건이다. 잠시 후, 오스발이 뛰어나온 구멍으로부터 만인의 황당한 시선을 받으며 노예장의 벌겋게 변한 얼굴이 불쑥 올라왔다. 씨근거리며 사다리를 올라서던 노예장은 눈앞의 광경을 보자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가, 갑판장님…!”</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은 자신이 붙잡은 노예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이놈 노잡이야?”</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 그렇습니다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아!, 그렇지. 아까 기절했던 그놈이구먼?”</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라이온 갑판장은 껄껄거리며 오스발을 놓아주었다. 오스발은 팔을 주무르며 황급히 무릎을 꿇었고 그러자 라이온은 다시 싱긋 웃었다. 라이온은 주저앉은 공주를 부축하며 오스발에게 말했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찢어 죽일 놈이다만, 덕분에 나도 살고 공주님도 살았다. 감히 갑판 위까지 뛰어올라온 것은 용서해 주지.”</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오스발은 이마를 갑판에 부딪히며 라이온에게 감사를 표했다. 미소를 지으며 오스발을 보던 라이온은 고개를 돌려 갑판 위로 올라온 노예장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하지만 네녀석은 용서 못해. 노예 관리를 어떻게 하면 노잡이를 기절시키고 갑판 위까지 도망치게 만들 수 있는 거냐? 조금 있다가 나한테 찾아와!”</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노예장의 얼굴이 노랗게 바뀌었지만 그 역시 아무 말 없이 이마를 바닥에 댄 채 무릎 꿇었다. 라이온은 그런 노예장을 무시하며 율리아나 공주의 팔을 힘주어 붙잡았다. 하지만 율리아나 공주는 그때까지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갑판에 주저앉아 있었기에 그렇게 힘을 쓸 필요는 없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공주님. 선장실로 안내하겠습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키 드레이번은 자신의 책상 뒤에 앉은 채 두 손에 턱을 고이고는 율리아나 공주를 바라보았다. 공주는 방 가운데 서서 키의 시선을 참아내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키는 그녀에게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앉으라는 말뿐만 아니라 키는 공주가 선장실에 들어온 이후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는 많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조금 전까지 공주는 불안감과 공포 쪽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공주는 솔직한 호기심으로 제국의 공적 제1호를 바라보았다. 키는 그 호기심 어린 시선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그 놀람 때문에 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불쾌해할 줄 알았는데, 독특한 아가씨군.”</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말했어! 어, 그런데 무슨 말을 하셨죠?”</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거기 앉으시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아, 예.”</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공주 역시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투로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곧 자신을 꾸짖기 시작했다. 멍청하긴. 왜 해적의 말을 기다린 거야. 그냥 앚으면 되는 걸 가지고. 율리아나 공주는 자신에 대해 비웃으며 의자를 끌어와 키의 책상 앞에 놓았다. 잠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서로를 응시했다. 그리고 키는 두 번째로 항복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에겐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소개해야 되는 거겠지. 키 드레이번이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입니다. 이곳은 궁전이 아니니 길고 복잡한 이름 다 부르지 않아도 되겠지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다 기억하기는 하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딜비움 그랜다이 레보라 아크 리 바레린 길리데아 율리아나 카밀카르라고 말한다면 자기 이름을 말할 줄 아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냐고 되물을 거죠?”</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고풍스러운 엘프식 작명법에 따른 길고 긴 이름을 들은 키는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 미소를 본 율리아나는 공주는 고개를 갸웃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웃으시네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입이 있으니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대답하며 키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의 손이 팔걸이를 꽉 움켜쥐었고 그녀의 동공은 잔뜩 팽창된 채 키의 움직임을 쫒았다. 책상 옆을 돌아 공주 앞에 온 키는 책상 귀퉁이에 걸터앉아서는 공주를 바라보았다. 공주는 키의 턱을 올려다보는 대신 고개를 숙여 자신의 무릎을 보며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말해 두겠어요. 라이온 씨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자살 미수범이에요. 바다로 뛰어들려고 했었지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왜 그랬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당신에게 나를 제공할 의사는 별로 없으니까. 지금도 그 결심은 그대로예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말을 마치는 율리아나 공주는 표독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려 애쓰면서 키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공주의 커다란 눈은 크게 떠지자 더욱 둥글게 바뀌었을 뿐, 소기의 목적 즉 키를 위협하려는 목적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키는 고개를 조금 가로저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공주는 입을 앙다문 채 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국의 공적 제1호. 제국의 8할을 휩쓸고 열한 개의 왕관과 여섯 개의 지팡이를 파괴한 대마법사 하이낙스 이후 두 번째로 그런 칭호를 받은 사내. 그것은 키 드레이번의 강력함을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이낙스가 제국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제국의 최전성기라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해적에게 제국의 공적 1호라는 칭호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제국이 그 정도로 처절한 타격을 입었기에 이런 해적의 발호도 가능한 일이었지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 이름만으로 제국의 모든 뱃사람을 진감케 하는 사나이가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당신, 착각하고 있군.”</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착각이라고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당신은 나에게 자신을 제공할 필요가 없소. 당신을 기다리는 자는 따로 있으니.”</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공주는 순간 아직 결혼하지도 않은 미래의 남편 때문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을 느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럼, 몸값을 받으실 건가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뭐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발도 로네스 경에게.” 일단은 이렇게 불러야 할 것이다. 아직은 남편이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날 보내주시고 몸값을 받으시려는 것 아닌가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키는 빙긋 웃었고 율리아나 공주는 그 웃음이 마음에 들었다. 키는 웃는 얼굴을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그런 것이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만일 필마온의 갈가마귀들에게 받을 것이 있다면 직접 검독수리의 관문을 열고 들어가 받아낼 거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율리아나 공주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누구도 강제로 열 수는 없었던 문을 새장 문이나 여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새장의 문을 열어본 적이 있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예?”</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키는 책상머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공주의 무릎 바로 앞에 선 채로 공주를 내려다보았고, 공주는 팔걸이를 단단히 쥔 채 목을 꺾어 키를 올려다보았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새장의 문을 열어 새로 하여금 그 메마른 날개에 자유의 공기를 적시도록 해본 적이 있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너무 현학적인 질문을 들은 율리아나 공주는 입을 조금 벌린 채 키의 어두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키는 갑자기 몸을 숙였다. 그러고는 의자의 팔걸이를 짚으며 공주에게 얼굴을 바싹 가져다대었다. 해적과 공주의 얼굴은 1피트 정도의 거리만을 두고 서로를 쳐다보게 되었다. 공주의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고동쳤지만 키는 여상하게 속삭였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새장의 문을 여는 것이 그렇게 쉬운 거요? 그 새가 누려온 안락과 안전 대신 무자비한 자유를 주는 것이 과연 그 새를 위한 일이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모르…몰라요. 하,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말해 보시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얼굴 바로 앞에 키의 두 눈이 있었기에 그럴 수는 없었지만, 공주는 입술을 핥고 싶었다. 율리아나 공주는 힘들게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당신, 당신은 내게 질문하고 있지만, 대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키의 눈에 묘한 빛이 지나갔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키는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책상을 돌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율리아나 공주가 한숨을 내쉴 사이도 없이 키는 곧장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나가보시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공주는 떨떠름한 얼굴로 키를 바라보았지만, 키는 말을 마치자마자 의자를 뒤로 돌렸다. 공주는 일어나서 키의 등을 한번 바라본 다음 문으로 걸어갔다. 그때 키다 등을 돌린 채 나지막하게 말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문을 강하게 잡아당기시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공주는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키를 바라보았지만, 키는 여전히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총명한 공주는 키의 말을 이해했고, 그래서 얼굴을 붉히며 문을 확 잡아당겼다. 덕분에 선장실의 문에 귀를 바싹 가져다댄 채 엿듣고 있던 라이온 외 몇몇 해적들이 선장실 안으로 일제히 나동그라졌다.</font></div>
    출처 이영도 作 '폴라리스 랩소디' 1 권 pp 5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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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02/19 17:52:59  122.43.***.29  petrichor  540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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