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font face="맑은 고딕">희철은 늘상 피곤하다. 새벽부터 부리나케 집을 나서, 아침도 거른 채 영어회화 새벽반 강의를 듣고 출근한 뒤 열정적으로 업무에 매달렸다. 달이 세상을 환하게 비출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늦은 지하철 안에서조차 바빴던 생활이 몇 년 째인지 가물가물하다. 휴일에도 잔업거리를 챙겨와 쉬지도 않고 일을 하는 통에 인간관계도 끊기다시피 했다. 그의 자못 치열한 일상을 멈춘 것은, 몇 년만에 월차를 내고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들은 의사의 당부였다. 당신, 이렇게 계속 무리하다간 죽습니다, 라는.</font>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병원을 나서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억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자신은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남은 것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의 몸과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정신, 그리고 늘어난 통장 잔고뿐이었다. 돈이 다 무슨 소용이고 성과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늘상 피곤한 게 싫었다. 진즉 건강도 찾고 취미생활도 할 것을. 마음을 바꿨다. 친구들도 다시 만나고 운동도 해야지.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이제부터라도 여유를 찾으며 살아야지.</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그런데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었다. 영어회화 새벽반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지영씨. 이른 시간에 결석 한번 없이 경쟁하듯 열심히 공부해서였을까. 서로 꽤 호감이 생겼고 식사라도 한번 같이 하자는 약속을 했었다. 마침 월차도 냈으니 오늘이 적당하다 싶었다.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했고 저녁이 되어 희철은 약속장소로 향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다음 날, 희철은 여느 때와 달리 9시에 거의 근접한, 지각을 간신히 면한 시간에 출근했다. 희철의 표정은 평소와는 뭔가 조금 달랐지만, 넘치는 피곤함을 얼굴에서 감추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주위 동료들이 걱정어린 시선으로 물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 희철씨, 요즘 진짜 많이 피곤해 보여요. 건강검진 받는다더니 괜찮아요? "</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 네... 많이 피곤하네요. 아주 많이... "</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