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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2850
    작성자 : cw
    추천 : 2
    조회수 : 351
    IP : 183.99.***.22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11/25 12:10:34
    http://todayhumor.com/?readers_22850 모바일
    정동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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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1.</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br></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이직 후에 연봉이 조금 오른 것 빼고 뭐가 좋아졌냐고 물으면, 난 보통 주말에 (최소한 일요일 정도는) 마음편히 쉴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답하곤 했다. 12월 22일의 오후도 그 좋은 점을 십분 활용해, 전날 절친들과 태안으로 캠핑을 가서 석화와 가리비 등을 두 망태기나 사다가 실컷 먹고 술도 잔뜩 마신 뒤, (정신적인) 스태미너를 충전하고 석유곤로에 전기장판까지 깐 채로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따뜻하여 억울한 기분이었다) 텐트에서 죽은 듯 자고 일어나 서울로 올라오던 참이었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집에 도착하니 뭔가 충전은 제대로 한 것 같았지만 역시 캠핑장의 찬바람이라던지 전날 과하게 마신 술의 영향으로 피곤했고 머리가 아팠다. 오후 내내 쉬면 내일 업무엔 지장이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불 속에 파고든 채 트위터를 켜고 타임라인을 훑어보던 그 시점에서, 나는 그 날 오후부터 이렇게 오랜만에 xx에 글까지 남길 정도로 (물론 xx에 꾸준히 오긴 하지만, 회사와 고객에게 줄 하잘것없는 보고서 외에 요즘 글이란 걸 써본 기억이 없다) 머릿속에 각인될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람의 일이 늘상 그러하지만.</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트위터는 온통 시끄러웠다. 수배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향신문사 사옥으로 체포조가 투입되었으며, 수많은 의경들도 주변에서 인원을 통제하려 한다는 내용이 트위터를 꽉 메웠다. - 물론 내 타임라인에서만 시끄러웠을지도 모른다 - 이런저런 일로 집회에 간간히 참여해왔지만 그 날은 너무 피곤했고 더구나 일요일이었다. 괜히 불금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 아닐진대, 일요일의 경찰 투입은 윗선의 판단으로서도 나름 잘 세운 계획이라 여겼을 게다. - 한번 본보기로 크게 때려잡아야 하는데, 집에서 쉬기 바쁜 일요일에 누가 나오겠어? 나와봐야 소수겠지 - 라는 생각도 약간 들어있었겠지만, 대략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리고 그 틀린 점을 교훈삼아, 28일의 집회에선 훨씬 더 많은 의경과 차량이 투입된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어쨌거나 타임라인에는 - xxx들을 비롯하여 - 오전부터 출발하신 분들이 많이 계셨고 나 역시 고민이 생기면 보통은 실행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었다. 무슨 집회에 참여하는 게 대단한 준비와 의지를 요하는 것도 아닐진대, 가서 손이라도 보태야 하지 않겠냐는 평소대로의 소신을 향해 뜻이 기울었고 적당히 씻은 뒤 지저분해져도 되는 복장을 골라 밖으로 나왔다. (대문 밖을 나선 순간 후회한 것은, 바로 장갑을 챙겨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끔은 궁금하다. 날이 좋을 때도 아니고 매우 춥거나 더운 날,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집회나 시위에 참여할까? 따지고 보면 참여를 위한 거창한 명분을 만들어내는 것이나, 그 명분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우스운 짓이다. 물론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도 우습다. 그리고 그 우스운 사람들의 상당수가 SNS상에서 잘나가는 척 하는 (진짜 잘나갈수도 있고) 사람들인 것이 결정적으로 우스운 점이다. - 사실은 이런 사람들을 우습다고 쓰는 나도 우스운 자이리 - 쿨한 척 말고, 윽박지르지도 말고 그냥 손 하나 보태달라는 심정만 전하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나름의 슬퍼하고 기뻐하는 방법이 있듯이 누구나 나름의 - 여기선 시국에 대한, 정치에 대한 - 생각이 있을 것이다. 비록 그 생각이 난 정치고 뭐고 관심없어, 라면 듣는 내 입장에선 조금 슬픈 일이겠지만.</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2.</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떠올리건대 그 시점에선 트위터만 펄펄 달구어졌을 뿐 실시간 검색어에는 아직 경향신문사라던지 철도노조 같은 단어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덕분인지 일요일의 8호선과 분당선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고, 나만 불편함과 분노의 오오라를 풍기며 객실 한 귀퉁이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분당선을 타고 왕십리로 가서 5호선으로 환승하여 서대문역에 도착했다. 오가는 사람이 꽤 있었다. 난 우선 역 안의 편의점에 들러 담배와 물을 샀다. 혹 요즘같이 추울 때 집회에 참여하시게 된다면, 방한에 충분히 대비하시고 핸드폰이나 카메라의 예비 배터리와 마실것, 그리고 흡연자라면 여분의 담배를 꼭 챙겨야 불편함이 덜하다. 물론 요즘 흔히 구할 수 있는 3단으로 접을 수 있는 얇은 방석과 핫팩까지 있으면 더할 나위 없고. 참, 미리 화장실도 들렸다 가시길.</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서대문역 밖으로 나왔을 땐 경찰 측에서 거리가 떠나갈 듯한 소리로 경고방송중이었다. 난 어디 경찰서 누구고 너희들은 지금 불법 집회중이며 물러나지 않으면 이러저러 하겠다~~ 라는, 시위나 집회에 오면 흔히 들을 수 있는 경고방송. 맞불이라도 놓듯 철도노조 측에서 준비한 듯한 차량의 방송이 이어졌다. 하지만 내가 정작 놀란 것은 주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숫자였다. 지나가다가 무슨일인가 싶어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나처럼 집회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지만, TV에서도 포탈에서도 관련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시점인데 (물론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 뉴스 페이지에서야 오전부터 다루었겠지만, 일부러 뉴스 페이지에 접속하여 기사를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궁금했다. 나이대도 다양했고. 다시 생각하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옳다. 사람들에게 알려질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기습은 가장 현명한 전술이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이미 주변에 차량을 절묘하게 배치해서 경향신문사로 가는 길은 막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얼마나 많은 차량과 인원이 투입되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사옥 쪽으로 가는 길을 찾자 싶어서 두리번거리며 의경들이 없을 만한 길을 찾으며 헤맨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여기저기 가보다가 인파를 헤치고 청양빌딩 앞에 다다르자, 도로로 나갈 수 없게 닭장차들을 줄지어 대놓고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도록 방패를 든 채 몇 줄로 빼곡하게 보도를 채운 의경들이 시야에 보였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늦게 온 자신을 한탄하며.</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다음날 보도된 내용들을 보면 정동에 몇 명이 왔는지 다들 나름의 추산으로 적어놓았는데, 널찍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라면 기준이 되는 면적에 몇 명이 서 있는지 세고, 그걸 전체 면적에 대비해서 계산하면 얼추 맞겠지만 이 날은 어느 누구도 정확한 숫자를 내긴 어려웠으리라. 경향신문사로 가는 길마다 빼곡하게 서 있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계산법으로 세기도 어려운 상태였고 더구나 일요일이라 건물들 문을 대부분 닫아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힘들었으며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넷상에 관련 소식이 전파되고 그에 따라 참여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어나 총 몇 명이 참여했는지 가늠한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거나 난 다른 길로 가 봐야 상황은 비슷하겠구나 싶었고 사람들은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막힌 채로 끝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고 (예측은 정확했다) 우선 숨이나 좀 돌리자 싶은 마음에 도로가로 물러나 닭장차 옆에서 담배를 물었다. 체포영장만 가지고 무려 노동자들의 성지이자 신문사의 사옥으로 경찰이 투입된 유례없는 이 상황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3.</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젊은 친구들이 의경들의 코앞에서 웅성거렸다. 그들이 쓰는 단어를 유심히 들었다. 짐작컨대 대학 동아리 정도로 여겨졌는데, 그들의 대화는 의외로 유쾌했고 때로는 비장했다. 하지만 초조해 보였다. 생각같아서야 눈앞에 쌓인 벽을 뚫고 경향신문사로 달려가고 싶었겠지만, 대부분은 알지 않을까? 정규 훈련을 받은 의경은 그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간에 대단히 탄탄하다. 반대쪽에서 길을 터달라며 지나오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은 왜 갑자기 이 서울의 중심부에 시민들과 의경들이 바글바글한지 알다가도 모를 영문이라는 표정들이었다. 몇몇 어르신들이 앞으로 나서 윗선을 불렀다. 왜 여길 막아서 사람들을 못 지나가게 하는지 물었다. 저쪽에서 나이가 좀 되보이는 분이 나왔다. 기동대장쯤 되려나. 듣기에는 원론적인 대사뿐이었다. 불법집회라는 단어가 몇 번 나왔고 어르신들과 다투다가, 그는 다시 벽 안쪽으로 들어가버렸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트위터를 뛰어넘어 포탈에서까지 관련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우리가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견을 가지고 쓴 것임은 자명했다. 지도부는 불법파업을 주도해 시민들에게 거대한 불편을 끼쳤고 체포는 정당하다. 그 반대쪽은 어떨까. 민주노총이 들어서 있는 언론사 사옥에 체포영장만으로 수백의 체포조가 투입되었고 그들은 건물의 집기를 모조리 박살내는 중이었다. 소방관들을 투입해서 유리를 깼다는 내용도 있었다. 체포조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한 층 한 층을 점령하고 있었고, 그것은 트위터를 통해서 순식간에 전파되었다. 사람들은 초조해졌고 결국 누군가 힘으로 여길 뚫자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 목소리에 동참할 사람이 많지는 않아보였다. 내 감에 따른 것이지만, 오전에 이미 경향신문사로 가신 분들이 아닌 나중에 합류한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의분에 이곳에 왔으되, 공권력에 부딪히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 보였기 때문이었고, 현장엔 여성분들도 상당수 계셨기에 자칫 힘으로 밀어붙이다 혹여 부상자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으리라.</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그러다 건물을 넘어 간신히 상층부만 보이는 경향신문사 사옥에서, 창밖으로 흰색 종이를 뿌리는 모습이 보였다. 내용은 뉴스 기사와 SNS에 널리 퍼진 그대로이다. 물론 여기까지 날아오진 않았지만. 결국 몇몇 사람들의 구령에 맞춰 사람들은 벽을 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의경들과 가까운 위치였기에 사람들을 도와 앞 사람의 등을 밀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뒤에서 달려나왔다. 몇 걸음쯤 전진했을까. 의경들도 특유의 구령소리에 맞춰 방패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순간 내 눈에 뭔가 날아들었고 난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늦었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예봉을 순식간에 뒤흔든 것은 다름아닌 최루액이었다. 캡사이신은 고추의 매운 성분이라 했던가. 눈가를 포함한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나는 한동안 눈을 뜰 수 없었고, 팔로 감은 눈을 꾹 누르며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비틀비틀하는 와중에 주위에선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며 지르는 비명이 들렸다. 다행히도 후방에 있던 분들은 최루액이 뿌려지는 것을 보았는지, 뒤로 물러서며 넘어진 사람들을 일으켜주었다. 군대에서 경험해 본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물로 씻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땐 물이 없었다. 마시려고 가져온 물도 이미 다 마신 상태였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시력은 회복했지만 얼굴은 매우 따가웠다. 다들 머리를 흔들며 아까의 위치로 후퇴했다. 결국 한 치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다시 어르신들이 나서서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쏜 것에 대해 소리높여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몇 번 보았지만, 그들은 최루액을 쏘겠다고 경고방송을 한 일이 없으며, 곡사로 쏜 것도 아니고 시민들의 얼굴을 향해 직사로 쏘았다. 몇몇 시민들은 분노에 차 욕설도 퍼부었다. 아까와 달리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머리 위에서 채증 카메라의 렌즈만 번쩍거렸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여럿이 도로가로 나와 담배를 물고 어떻게든 아까 맞은 최루액으로 인한 따가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사람들은 더 늘어났고, 이젠 돌아가려 해도 많은 인파를 헤쳐야 할 정도가 되었다. 하나둘씩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내 옆에 있던, 아리따운 아가씨가 (아리따워 보였다) 말없이 종이컵과 초를 내밀었다. 냉큼 받아들어 초를 켰다. 난 추위를 잘 타지 않는 편이지만, 손만큼은 그날 너무 시려워서 하다못해 촛불이라도 쬐고 싶었던 기분을 고백해야겠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이후에 두 번 정도 더 뚫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히 최루액에 무산되었다. 더 이상 뚫으려는 시도가 무색한 것이, 집회에 오신 외국 여성분을 포함한 많은 학생들과 나이드신 분들이 넘어지고 어떤 학생은 안경이 깨지기도 하는 등 더 이상의 사고는 막아야 했으며 이미 체포조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다다르기까지 몇 층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와 사람들의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에서 몇몇 분이 이쪽으로 와주셨다. 박근혜 물러나라, 민영화를 막아내자. 등등의 구호를 외치고 몇몇 젊은이는 자유발언 형식으로 길가의 건물 출입구 계단 위에서 자신의 생각을 설파하기도 했다. 제안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어둠이 거리를 완전히 메웠다. 아마 그때쯤이 저녁 8시가 넘은 걸로 기억한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공포가 사람들에게 더해지고 더해지면 더 강한 공포가 오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공포에 무디어진다. 공권력과 부딪히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던 사람들은 시민을 향해 직격으로 쏘아지는 최루액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처음에는 두려웠을지 몰라도 계속되면 최루액 따위,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상황을 뒤집을 정도의 참여자는 모이지 않았고 시끄러웠던 인터넷과 SNS는 현실에 대해서 우리에게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데에는 서툴렀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화를 내며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존재했다. (한 노인분은 빨갱이들이 모였다며 마구 욕을 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집회에 왔다고 했더니 그딴 짓거리를 해도 세상 안 바뀌니까 종로에서 술이나 마시는게 어떠냐는 친구도 우리 옆에 얼마든지 있다. (오후에 전화왔던 내 친구가 그랬다. 대충 대답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공포가 얼마나 더 크고 깊게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디어질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그 날 나는 좀처럼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웠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4.</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대치하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이번엔 조급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도부는 이미 새벽에 사옥을 빠져나갔으며, 체포조는 건물 곳곳을 수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대변인의 트윗이 빠른 속도로 리트윗되었다. 형세 관측이 빠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판단이 비슷해지기까진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지도부 중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의경 역시 철수했고 사람들은 괜히 근처를 서성거리며 웃고 떠들었다. 나 역시 괜히 즐거운 마음에 일부러 주변을 걷고 걷다가 집으로 향했다. 사실은 술이나 한 잔 마실까 했지만, 일요일이었고 주위엔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피로도가 극한에 다다른 시점이었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 결과적으로 크게 빅엿을 선사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 이 날 경찰이 보여준 촌극은, 어떤 경찰이 맥심 커피믹스를 훔쳐갔다는 이야기가 더해져 사람들에게 크나큰 조소거리가 되었고, 거기에 시민들에게 선보인 최루액 직분사 터보 엔진과 경향신문사 사옥을 다 때려부순 만행까지 포함하여 그들이 저지른 불법침입의 책임을 모두 합쳐 공은 완전히 이쪽으로 넘어오는 듯 보였다. 거기에 28일날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까지 결의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의 의지를 다졌다. </span><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line-height:1.8;"> 그러나 크게 비웃음을 샀던 그 사람들의 의지가 훨씬 확고하고 또한 집요했다. 28일의 대규모 집회는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을 경찰과 의경들이 철저하게 둘러싸는 형국으로 진행되었으며, 뒤늦게 참가한 시민들이 합세해 다시 도로를 메우고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까지 와서 한 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1만명이 넘는 의경과 수많은 닭장차들, 거기에 폴리스라인 (엄청 큰 바리케이트였다) 까지 설치한 그들의 초 강경대응으로 인해 유기적인 집회로 이어지지 못했다. 난 그날도 참가했지만 오히려 큰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었다. 거기에 이러저러한 어떤 이유가 있겠지만, 며칠 안가서 철도노조는 파업을 철회했다.</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line-height:1.8;"><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line-height:1.8;"> 이 두 번의 집회에서, 적어도 비분에 차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 시민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분명 우리 눈에 보이고 있으며, 일련의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비롯해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또한 확실해 보인다. 그래봐야 주위에 변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반응 역시 적지 않지만, 변화는 분명 보인다. 사람들은 느끼고 있고 조금씩 행동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정부가 얌전하게 물러날 리도 없고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리도, 즉 국민에 뜻에 맞는 행동을 하길 바라는 것은 냉정하게 생각해 무리이다. 역대 어느 불법, 독재정권이 국민이 요구하는 것만으로 물러났던가. 아마도 많은 고통을 부를 것이다. 때로는 피를 부를 것이다. 고통과 피를 흘리는 당사자가 나라면, 혹 당신이라면 받아들이겠는가? 어느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느 누가 다수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고통과 피를 강요할 것인가.</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line-height:1.8;"><br></span></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line-height:1.8;"> 그러나 내 삶에서, 이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의 물결의 끝이 보인다면 그 때쯤엔 12월 22일, 정동의 풍경에 바치는 찬가를 부를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적어도 뭔가를 해야 되겠다는 것만큼은 그 날부터 확실해졌다. 그게 참여건 후원이건, 무엇이건 간에.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다들 뭔가 하자.</span></p> <p style="font-family:'돋움';"></p> <p style="margin:0px;font-family:Gulim;line-height:1.8;"><span style="font-family:'맑은 고딕';line-height:1.8;">실행하자.</span></p>
    출처 2014년 1월 7일에 모 커뮤니티에 썼던 글을 아주 약간 수정했습니다.
    사실은 얼마 전에 집회를 다녀오고 나서 글을 쓰려 했는데, 막상 쓰다보니 근 2년 전에 쓴 이 글과 내용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에 많이 속상해서 펜을 내려놨네요. 어째 경수필의 내용이 절반 이상 같을 수가 있담. 제가 못난 탓이겠지만서도요.
    저들의 방법은 더욱 교묘하고 치밀해졌고, 우리의 방법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무것도요.
    12월의 집회에서는 뭔가 다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뭐 똑같다고 해도 전 또 갈 거예요.

    글 자체는, 이때쯤이었나... 서양에서 쓰는 하이픈을 좀 써먹어보고 싶었는데, 아마 이때 이후로는 전혀 쓰질 않았어요.
    뭔가 간결함과 깔끔함을 지향하는 요즘의 우리 글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와꾸(...죄송해요)가 안 맞아요.
    다테마에와 혼네로 대표되는 일본의 문화와 문학이라면 오히려 어울리지 않나 싶기도 하고...

    정치적인 글이 아니냐, 책게에 웬 정치적인 글이냐, 라고 물으시고 또 불편하시다면, 오웰이 'Why I write' 에서도 말했지만 정치적 목적이 없었을 때 오히려 생기없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고요. 너그럽게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cw의 꼬릿말입니다
    Remember always this: As you will it, so it shall be.
    @????cw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5/11/26 02:47:52  211.49.***.123  스파게티조아  237473
    [2] 2015/11/26 11:33:21  122.43.***.29  petrichor  540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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