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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미카엘의노래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10-12
    방문 : 22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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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20043
    작성자 : 미카엘의노래
    추천 : 1
    조회수 : 515
    IP : 211.205.***.1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06/01 23:11:32
    http://todayhumor.com/?readers_20043 모바일
    [단편소설] 문경십자가살인사건 - 통합본
    옵션
    • 창작글
    문경 십자가 살인사건
     
           
     
     
         
    내 위엄으로는 그대를 두렵게 하지 못 하고,
    내 손으로는 그대를 누르지 못하느니라.
      (: 333)
           
     
      한 사내가 있다.
    이름은 박 태수, 나이는 23, 직업은 백수. 외모는 한마디로 안경 낀 여드름 난 돼지를 연상케 한다. 23그의 인생에 이뤄 놓은 것이라곤 고등학교 졸업장 한 장과 운전면허증, 학창시절 따놓은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 하나 뿐, 정말 보잘 것 없는 인생 23년을 아무런 목적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는 몇 해 전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겨 놓은 5천만 원 가량의 재산으로 2천만 원짜리 전셋집을 구하고 남은 돈으로 놀고먹으며 무료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 다른 친척들과는 연락을 끊은 지 오래이며 지인 한 명 없는 전형적인 오타쿠에 은둔형 외톨이이다. 취미 생활은 오로지 저질 온라인 게임과 일본 만화 구독뿐이며, 그의 책장에는 온통 일본 만화들 밖에는 없다.
    수북이 쌓여 있는 먼지 가득한 책장들 사이로 검은 바탕의 두꺼운 책 한권이 눈에 뜨인다. 오래 전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두툼한 성경책. 전형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난 그이지만 믿음과 설교 따위는 개가 짖는 소리로 밖에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
     
      별다른 활동 없이 눈뜨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즐기고, 식사는 거의 인스턴트식품과 배달 음식으로 하루를 때우며 방안은 돼지우리를 연상케 한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다보니 몸무게는 90키로 가량 불어 있고 여유 자금 또한 다 떨어진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냉장고는 비어가고 통장의 잔액 또한 줄어들어 가지만 도무지 일을 할 생각이나 앞날을 위한 계획 따위도 없이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결국 통장의 잔고는 다 떨어지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남자는 결단을 내린다. 일 따위는 죽어라 하기 싫고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 남자가 선택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몇 가지가 안 된다. 이사를 가기로 결심을 한다. 전세 값 2천만 원으로 보증금이 없는, 월세가 50만원이나 나가는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게 된다. 아무런 지출이 없어도 일 년에 600만원은 꼬박꼬박 사라진다. 결국 잉여생활 2년 만에 또 다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집 주인은 방을 빼라는 협박성 문자를 매일 같이 보내어온다.
     
      오랫동안 끼니를 제때 해결하지 못했던 그는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에 성공을 해 30키로 가량의 살이 빠지게 되어 피골이 상접한 몰골을 하게 된다. 결국 그는 집 주인이 보낸 용역업체 직원들의 횡포에 시달리다 못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구린내 풍기는 거지같은 꼴을 한 채 거리로 쫓겨나게 된다.
     
      갈 곳은 없다. 연락할 곳 또한 없다. 가방에 들어있는 짐이라고는 닳고 닳은 칫솔 하나와 속옷 두벌, 그리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성경책.(아버지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하나 남은 아버지의 유품이므로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 또한 <이 성경책이 너를 인도 할 것이리라.> 라고 했으므로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성경책을 가슴에 품었다.) 더더욱 계절의 아픔 또한 그를 괴롭힌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그의 갈라진 피부 사이사이를 파고든다. 마치 작은 바늘 수천 개가 동시에 꽂히는 느낌이다. 배는 고파오고 잠은 쏟아진다. 결국 서울역을 찾아가서 성경책을 베게삼아 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길거리에서 주워 온 신문지를 구겨서 품속에 집어넣는다. 꽤나 따뜻하다.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온다. 매일 따뜻한 방에서 삶에 아무런 제제가 없는 풍요로운 일상에서 이 쓰레기 구덩이 같은 곳으로 떨어지게 된 현실에 슬픔과 후회가 몰려온다. 한줄기 눈물이 갈라진 볼 위를 타고 흘러내린다.
     
      <지난날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생각을 끝으로 그는 지난날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세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얼마가 흘렀을까. 누군가가 그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뜨게 된다.
      
      노신부 목사는 쉰을 갓 넘긴 중년의 풍채를 풍긴다검은 뿔테를 끼고 두터운 코트를 입고 있는 그가 장갑을 벗은 채 오른 손을 내밀어 태수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다 죽어가는 몰골을 한 태수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 훗날 들은 이야기로 태수가 베고 있던 검은 바탕에 붉은 옆면의 책을 보고 그를 구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 성경책이 너를 인도할 것이리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노 목사는 여의도에서 전도활동을 하고 <에스라연구소> 원장을 맡고 있으며, 상당한 자산가였지만 슬하에 자식은 있지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태수를 양자로 삼아 친자식처럼 키웠으며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던 신의 말씀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태수 또한 이 성경책으로 인생이 구원 받게 되었으니 조금씩 신의 말씀을 귀담아 듣기 시작하였으며, 4년 뒤에는 신학 대학까지 졸업하게 되고 몇 년 뒤에는 목사의 자격까지 갖추게 된다. 그는 성경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기적을 경험하게 되었으므로 목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사명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의 나이 33.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노 목사는 태수를 지옥의 7층에서 천상의 7층으로 올려놓게 된다. 그리고 1년 뒤 노 목사 부부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자식이 없던 관계로 수백억에 달하는 모든 재산은 양자로 입양 된 태수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그는 한동안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술집을 방황하며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게 된다. 매일 밤 강남의 고가 룸살롱에서 술잔을 마치 성배를 다루듯 정성스레 애무한다. 어느 날 그러한 생활에 빠져서 해어나 올 줄 모르던 그의 꿈속에 새아버지가 나타나 성경구절을 읊어준다. 하루, 이틀, 그 꿈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지며 그 구절이 <뉴런> 속에 각인되기 시작한다.
     
    <내 길을 굳게 정하사 주의 율례를 지키게 하소서, 내가 주의 모든 계명에 주의할 때에는 부끄럽지 아니 하리이다. 내가 주의 의로운 판단을 배울 때에는 정직한 마음으로 주께 감사 하리이다. 내가 주의 율례들을 지키오리니 나를 아주 버리지 마옵소서. 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만 지킬 따름이니 이다. 내가 전심으로 주를 찾았사오니 주의 계명에서 떠나지 말게 하소서.>
     
    매일 꿈속에서 반복되는 이 장문의 문장을 태수는 정확히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성경의 어떤 부분인지도 알게 된다. 새아버지께 제일 처음 배웠던 잊지 못할 구절이다. 바로 <시편>1991~10절 사이의 내용이었던 것이다. 태수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아 책장에 꽂혀 있던 자신의 성경책을 집어 들고 시편의 그 부분을 찾아 책장을 넘긴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손바닥만 한 작은 종이쪽지가 꽂혀 있다. 태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것을 펼쳐본다. 그리고 그는 두 눈을 감고 조용히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다음날 태수는 새아버지의 메시지로 비로소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는 새아버지의 재산을 정리 한 뒤 경기도 인근의 수백 평에 달하는 대지를 매입하여 그곳에 대저택을 짓고 정착을 하게 된다. 집 주위로는 온통 논과 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집 뒤에는 작은 산이 버티고 있어 마치 천연 요새를 방불케 한다.
     
    저택의 내부는 10여개의 방과 거실, 주방, 화장실, 그리고 엄청난 넓이의 지하실을 꾸며 놓아 헐리웃 배우에 버금가는 호화생활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만한 각종 서적들과 경전, 고서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뉴에이지, 신지학, 오컬트 관련 정보들 섭렵하게 되며 심지어 외계인의 존재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지구상에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와 자신 또한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도 키워 가게 되며, 어느새 그가 수집한 서적들로만 거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게 된다. 그는 특히 유대인에 관련된 정보들을 즐겨 읽었었는데, 세상을 지배하는 유대계열의 기업인들과 자유로운 석공들의 모임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초록색 바탕의 모 포털사이트에 있는 한 카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국제유태자본론 연구회>
      
     
      개개인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능가하는 수준의 논객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태수는 망설임 없이 가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인을 구원해준 신의 말씀을 전도하게 된다. 처음 몇 달 동안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실망했지만 꾸준히 신의 말씀이 담긴 게시물을 연재하며 본인의 신앙생활에 충실을 기한다. 몇몇 크리스천들과 목사들이 반응을 보이지만 역시나 냉랭한 반응에 실망감을 키워 나간다.
     
      신의 말씀이 흥미롭지 못하여 그러한 줄 알고 뉴에이지 정보들과 <유란시아 서> 또한 연재하게 된다. 역시 별 반응이 없다. 그러다 다른 논객들의 게시물을 꼼꼼히 읽어보기 시작한다. 각 논객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시작한 태수는 본격적인 전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논객들의 게시물에 신의 말씀을 꼬리로 남기게 된다.
      그러자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예상과는 다르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며 인신공격성을 띤 댓글마저 보이게 된다. 가슴이 아프지만 이왕 시작한 전도활동에 끝을 보려하는 오기마저 생기게 된다. 매일 밤낮으로 논객들과의 댓글 사투를 벌인다. 끝이 없는 논쟁이 오고가며 자신을 구원해 준 신의 말씀과 키보드를 무기삼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기에 이른다. 수백 개의 악플이 쏟아졌으나 간혹 올라오는 응원의 댓글에 힘을 내어 논객들과의 사투를 벌인다.  
     
      기적을 겪어보지 못한 논객들은 태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태수 또한 신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논객들을 상대로 끝이 없는 논쟁을 벌인다. 사이비종교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며 신의 말씀은 고대인들의 판타지 릴레이 소설에 불과하다는 증거자료들 또한 받게 된다. 그래도 태수의 마음은 동요치 않았으며, 오히려 신앙의 힘으로 더욱더 신의 말씀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엄청난 장기전으로 돌입한 논쟁이 태수에게 가져다온 결과는, 신의 말씀을 믿지 않은 논객들은 사탄의 무리들이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때부터 태수는 신의 가르침을 비켜가기 시작하고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 박 태수는 그리스도의 군대로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탄의 무리들인 그대들을 처단하겠다.>
     
      슬로건이 생겼다. 무료했던 일상에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노 목사가 물려준 재산의 힘으로 계획을 세운다.
     
        <후후후. 첫 번째 타깃은 바로 당신이다.> 라며 어떠한 닉네임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다음 날. 200평 남짓한 지하 창고를 정리하고 방음 장치를 설치한다. 호기심 많은 인부들이 교회 밴드라도 결성하시냐며 물어온다.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렇다고 흘려 넘긴다. 마치 피부 한 꺼풀 속 얼굴 가죽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인부들에게 일당을 톡톡히 쥐어주고 돌려보낸 뒤 미리 적어 두었던 장비들을 구입하러 나선다.
     
      시내까지 30분가량 차를 몰고 나가야하는 꽤나 외진 곳이다. 주차를 하려는 찰나 태수는 생각을 바꾸어 차를 다시 돌린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놓은 뒤 액셀을 밟는다. 방향은 경부 고속도로 부산 향. 얼마나 밟았던지 3시간 반 만에 부산 톨게이트에 도착을 한다. 부산 시내를 배회하다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 쯤 옥상에 피라미드 모형의 피뢰침이 설치되어 있는 대형 마트에 주차를 한다.
     
      각종 목공, 전기, 전자, 화공약품, 제초기 등을 대량으로 구입한다. 물론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현금으로 계산을 한다. 대형 승합차 가득 물건을 싣고 서둘러 그곳을 떠난다. 서면을 지나 해운대를 거쳐 광안리 해수욕장에 잠시 차를 주차 한 뒤 담배 한 대를 물고 백사장을 바라본다. 시큼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찌릿찌릿하게 만든다. 어두워져가는 해안가를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이 성경이 너를 인도할 것이리라······.>
    눈앞에 아버지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듯하고 귓가에는 그 주문 같은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듯하다.
     
      - 하나님 아버지, 나의 이 뜻은 당신이 내려주신 사명으로 생각하여 당신을 욕보인 자들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처단할 것을 다시 한 번 십자가 앞에 맹세하겠습니다. 태수는 십자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광안대교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린다.
     
      그리고 다음 날. 집으로 돌아 온 태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신부름센터 전화번호를 몇 군데 적어둔다. <금액만 맞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해결해 드립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통화버튼을 누른다. 굵직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문장을 읊으며 다시 한 번 확신을 심어 놓는다.
     
      이어서 말한다. 1억을 제시하였다. 임무는 특정 카페에 있는 특정 인물을 이곳으로 납치 해오는 것이다. 물론 기절한 상태로 말이다. 순간 정적이 흐른다. 냉철한 태수의 두 눈동자에도 잠시 흔들림이 보인다. 10여 초 가량이 흐른 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이 들려온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큰일이니 금액을 두 배로 올려달라는 주장이다.
     
      사실 태수에게 1, 2억은 한 달 만에도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 인지라 잠시 고민하는 척하며 승낙을 한다. 1억을 입금하고 임무를 완료 하였을 시 현금 1억을 건네어 주는 방식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사항을 더 알려준 뒤 전화를 끊는다. 태수는 흥분되는 마음에 떨려오는 손을 주체 할 수 없어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뒤 성경 구절을 외운다.
     
      -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두려움의 영을 주지 아니하시고 권능과 사랑과 건전한 생각의 영을 주셨느니라. (딤후 1:7), 하나님 아버지 두려워하는 저의 영을 일으켜 주시옵소서. 1시간가량 성경 주문을 읊던 태수는 무언가에 흘린 듯 지하실로 뛰어 내려간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 놓은 깨어진 유리 조각으로 코팅되어 있는, 석자 길이 정도의 여러 갈래로 갈려진 채찍을 들어 자신의 등을 향해 사정없이 내려친다. 이내 얇은 반팔 티셔츠는 찢어발겨지고 작은 살점들이 찢겨 튀어 올라 붉은 핏방울을 사방으로 튀긴다. 고통을 참으려 입에 문 나뭇조각은 으스슥 하는 소리와 함께 씹혀지고 맞은 편 대형 거울은,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주시하는 태수의 두 눈에서 나오는 결연한 의지로 인해 곧 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그는 과거 <오푸스데이>에 관련된 자료를 보았던 것이다. 예수님의 고통을 몸소 느낌으로서 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하는 광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30여분 가량 그 행위는 계속되며 등과 허벅다리 안쪽은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마치 껍데기를 벗겨 놓은 한 마리의 짐승을 연상케 한다. 몇 분 후 태수는 지하실에 걸려 있는 대형 십자가에 한차례 기도를 더 올린 뒤 그 자리를 뜬다. 샤워를 하고 손이 닫는 부분은 연고를 바르고 닫지 않는 부분은 알코올을 쏟아 부으며 치료를 끝낸다. 붕대를 감은 뒤 간단히 식사를 끝내고 평안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누운 채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전화벨이 울린다. 심부름센터에서 걸어 온 것이다. 설레이는 표정을 지으며 통화버튼을 누른다. 약속장소를 잡은 뒤 승합차에 오른다. 번득이는 눈빛을 좌우로 굴리고 욕지거리를 연신 내뱉으며 약속장소를 향한다. 도착하기 10분 전쯤 미리 준비해 둔 복면을 쓰고 서행을 하여 그곳에 도착한다. 사방이 탁 트인 김포공항 근처의 부지에서 검은 두건으로 씌어 진 채 단단히 포박 된 그를 넘겨받고 약속대로 1억이 들어있는 현금 가방을 건네어준다. 승합차 문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지만 아무런 미동도 없는 것으로 보아 제대로 기절한 듯 보인다. 태수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본다. 돈맛을 들인 그들의 눈빛이 가소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언제든지 시켜만 달라는 말을 끝으로 그 자리를 서둘러 떠난다.
     
      태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액셀을 밟는다. 정말 오랜만에 지어 보는 미소이다. 백미러에 비친 남성은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고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태수의 운전에 리듬을 탄다. 집으로 돌아온 태수는 그자를 지하실에 옮겨 놓은 뒤 이 최후의 만찬을 어떻게 요리할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지하실로 내려 간 태수는 그를 앉혀 놓은 뒤 복면을 벗기고 차가운 물을 한바가지 들이 붓는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그에게 태수가 말한다.
      - 신을 믿습니까?
      - 당신은 누구요? 내게 원하는 게 뭐요?
      -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신을 믿습니까?
      - 헛소리 집어 치우고 여기는 어디고 당신은 누구냔 말이오!
      - 마지막 기회요. 하나님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십니까? 긍정하십니까?
      - 이런 미친 정신병자 같은 놈아! 내 질문부터 대답해 봐라!
      - 흐흐흐, 좋소, 대답해 드리리다. 본인은 하나님의 아들이자 그분을 섬기는 직업을 갖고 있는 한 마리의 어린 양일 뿐이라오. 그리고 이곳은 본인의 집이자 심판의 장소이기도 하다오.
      - 심판의 장소? 도대체 당신이 뭔데, 무슨 자격으로 심판을 한다 말이오!
      - 다시 한 번 알려드리오? 본인은 그분의 명을 받들어 당신과 같은 사단의 무리들을 이 땅에서 척결하기 위해 파견 된 그리스도의 천사들이오.
      - , 천사? 천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당신은 한낱 정신병자일 뿐이오. 당신이 무슨 영적인 경험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당신이 경험한 일들은 당신 머리통에 있는 측두엽에서 일으키는, 일종에 간질병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같다는 말이오!
      - 흐흐흐, 간질병이든 영적 경험이든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오. 내 곧 그대에게 영적인 경험을 체험하게 해드리리다. 기대하시오.
     
      태수는 복면을 다시 씌운 뒤 지하실 문을 하고 닫으며 거실로 올라간다.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이틀. 그리고 또 이틀.
      인간이 물을 먹지 않고 얼마나 버틸까? 의학적으로는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지만 세계 곳곳의 테러, 혹은 자연재해 현장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종종 목격되고는 한다. 닉네임 <해금사랑>이라 칭하는 그는 정신력과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 그는 자신이 왜 태수에게 잡혀 왔는지 결정적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몽롱한 정신에서 본인이 올렸던 어떠한 게시물 하나가 떠오르게 된다.
     
      <종교 체험과 측두엽>
     
    측두엽 문제시 발생현상
     
    -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복통이나 두통 - 특정한 이유가 없는 불안이나 공포- 비정상적인 감각 지각, 시각 혹은 청각적 왜곡 - 기시감(Deja ve) 이나 미시감(Jamais ve) - 비 현실감이나 혼란의 경험 - 종교나 도덕의 심취 - 과도한 그림 그리기, 과도한 글쓰기 - 발작
      
    위의 현상들을 보면, 왠지 종교적 광신자의 행태와 일치합니다.
    타인의 종교적 성향을 뭐라 하기는 힘들지만, 그러한 현상이 과도할
    경우 뇌 건강을 점검해볼 필요성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이미 탈진한 상태이지만 그 문장들이 정확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 젠장,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 니미럴······.
    해금사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술을 꽉 깨물며 한탄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위장 상태로 보아서 수일은 흘렀을 것 같음을 느낀다.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간 관계로 소변 또한 더 이상 마렵지가 않다. 적당히 싸질러 놓은 배설물이 엉덩이와 허벅다리 안쪽에 굳어있다. 의식이 흐려져 악취 또한 느껴지지가 않는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두건이 콧구멍을 틀어막아 호흡 또한 쉽지가 않다.
    <신을 믿느냐고? 망할, 신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쳐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가 생각한다.
     
      해금사랑은 기도를 한다. 신이 아닌 자신의 조상님들께 기도를 한다.
    <제 주위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계신다면 제발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제게 신은 바로 당신들입니다. 부디 저를 지켜주시옵소서······.> 그 기도를 끝으로 해금사랑은 의식을 잃고 림보의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얼마나 흘렀을까. 차가운 물기둥이 해금사랑을 덮고 있는 두건을 강타한다. 잠시 림보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던 해금사랑은 차갑게 적셔진 두건을 갈라진 입술로 핥기 시작한다. 두건에 적셔진 물을 한동안 빨아먹던 그는 호흡이 가빠오는지 이내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그리고 들려오는 한마디.
     
      - 신을 만나 보았나?
      - ······.
      - 다시 묻겠다. 신을 느껴 보았나?
      - 헛소리 하지 마 이 개새끼야······.
    해금사랑의 입에서 쥐어짜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흐흐흐······. 아직 못 만나 보셨나보군. 그렇다면 내가 도와드릴 터이니 반가운 마음으로 신을 영접해 보아라.
     
      태수는 해금사랑을 대형 십자가모형의 나무형틀에 눕혀 놓은 뒤, 양팔과 다리, 목과 이마와 허리에 유리가루로 코팅 된 가죽벨트로 단단히 채워 놓는다. 그리고 양손바닥에 주사바늘을 찔러 넣는다. 옆에 놓인 빈병에는 <로피바카인> 이라는 영문이름이 적혀있다. 국소마취제이다. 그리고 양쪽발목에도 두 바늘을 놓는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보지만 단단히 묶인 벨트로 인해 모든 신체기관이 마비가 된 듯 움직일 수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유리벨트에 베여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뒷머리가 축축해져 옴을 느끼게 된다.
     
      해금사랑은 이제 양팔과 양쪽무릎 밑으로는 감각이 없다. 머리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없다. 두려움은 밀려온다. 저자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알 수가 없으니 공포심은 배가 된다. 잠시 후 !!!!’ 일정한 간격의 망치소리가 들려오고 자신이 누워있는 십자가 형틀에 작은 충격이 전해짐을 느끼게 된다.
     
      5분여가량 들려오던 망치소리는 실실거리는 태수의 웃음소리와 함께 멈춘다. 그리고 잠시 후 국소마취제의 효과가 떨어져 갈 때쯤 태수는 <프로포폴> 이라 적혀 있는 링거액을 해금사랑의 팔뚝에 놓는다. 대량을 투여하면 환각을 느끼게 되는 의학적으로 문제가 많은 전신 마취제이다. 몇 초 후 해금사랑은 잠시 동안 의식을 잃게 된다. 그리고 곧 손바닥과 발목에서부터 엄청난 고통이 그의 망할 <측두엽>에서부터 몰아치기 시작하여 정신을 차리게 된다. 눈동자를 움직여 보지만 보이는 것은 오로지 천장에 붙어 있는 밝은 형광등 불빛뿐이며 손가락을 움직여보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몸의 감각은 느껴지나 마취는 풀리지 않았다. 이른 바. <각성>이다. 수술 시 간혹 일어나는 의료사고 중 하나인 각성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선사해 준다. 매스로 배를 찢어놓을 때 고통은 그대로 느끼나 그 어떤 반응도 보일수가 없다. 혀를 깨물고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수백 번도 더 들게 된다. 그런 악몽의 시간을 수술시간 내내 겪게 된다. 태수는 회칼을 이용해 그의 배에 문양을 그려 넣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달구어진 쇠막대기를 이용해 피가 배어나오는 그곳을 지지기 시작한다.
    치지지직.’
     
    해금사랑은 어디선가 고기 굽는 냄새가 올라옴을 느끼며 자신의 살이 타는 냄새를 맡고 식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곧 그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되며 속으로 욕지기를 내뱉는다.
     
      끔찍한 상황에 놓인 채 형광등에 고정된 그의 두 눈이 애처롭게 떨려온다. 눈물을 흘릴 수도 없다. 눈꺼풀을 깜빡일 수도 없다. 오로지 부릅떠진 두 눈동자만이 형광등 불빛을 쳐다볼 뿐, 자신의 몸에 예술작품을 그려 넣고 있는 그를 쳐다볼 수도 없다. 비명을 지를 수도 없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도끼로 난자를 당하는 느낌이다. 마치 대뇌 속에서 바퀴벌레 수백 마리가 뇌수를 빨아먹고 다니는 느낌이다.
     
      순간 해금사랑은 신을 생각한다.
    <그대가 정말 존재한다면 지금 나를 구원해 주소서··· 아니, 차라리 지금 당장 나의 숨을 거두어 주소서······.>
    절망 가득한 눈빛으로 형광등에게 기도한다.
         
     
      잠시 후 작업을 마친 태수는 해금사랑의 맥박을 체크한 뒤 왼쪽 손목으로 혈액을 공급한다. 그리고 오른쪽 팔목 위쪽으로 포도당을 공급하여 곧 빠져나갈 것 같은 그의 영혼을 잠시 동안 붙잡아 놓는다. 전자레인지에 수분 간 돌려놓은 뾰족한 철심지로 만든 가시면류관을 꺼내어 그의 머리에 조심스레 씌어 놓는다.
    치지지직
    살이 타는 소리와 함께 또 한 차례 삼겹살 굽는 냄새가 흘러나온다. 이번에는 머리털이 타는 고약한 냄새와 더불어.
       실제로 인간의 유전자는 돼지와 많이 가까우며 화재인명피해가 난 곳에는 항상 삼겹살을 굽는 듯한 냄새가 풍겨 나온다. 그 이유로 소방수들은 삼겹살을 입에도 안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잠시 후 태수는 몇 걸음 뒤에 있는 미리 설치해 놓은 도르래를 이용해 십자가를 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레일을 따라 벽을 향해 밀어 나간다.
    드르륵, 드르륵
    잠시 후 하는 소리와 함께 십자가 형틀은 한 쪽 벽면에 고정된다. 해금사랑은 아랫배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마치 산 채로 내장을 굽는 듯한 느낌이다.
     
      태수는 곧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탁자 위에 놓인 카메라를 들고 해금사랑을 찍기 시작한다. 셔터에서 터진 불빛마저 고통을 전해주는 듯하다.
    찰칵 찰칵
    십여 장을 찍은 뒤 태수는 그곳을 빠져 나간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현상 된 사진을 해금사랑의 눈앞에 펼쳐 놓는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인 해금사랑의 눈앞에는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져있다. 커다란 십자가 형틀에 못 박혀 있는 한 남자의 배에 그려져 있는 문양을 보며 차라리 죽여 달라며 믿지 않았던 신을 다시 한 번 되찾게 된다.
     
      태수가 말한다.
      - 신을 보았나?
     
    며칠 뒤. 끊임없이 공급되는 포도당의 힘으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닉네임 해금사랑은 고소한 향기에 취해 의식을 차린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 태수가 보인다. 분노가 치솟는다. 그를 향해 욕을 쏟아내고 싶지만 나오는 건 오직 당 가득한 누런 소변뿐이다. 성기 끝이 찌릿찌릿 해오는 것이 며칠 사이 당뇨가 생긴 듯하다.
    며칠 내내 포도당만 처먹였으니 당연한 것이겠지해금사랑은 생각한다.
    인기척을 느낀 태수는 시커멓게 탄 고기 한 점을 들어 해금사랑에게 들이 밀며 말한다.
    - 돼지고기가 왜 맛있는지 아는가?
    독기 가득한 눈으로 그를 노려볼 뿐 해금사랑의 입은 열리지 않는다.
    - 그건 말이지. 돼지 유전자가 인간과 아주 가깝기 때문이야. 인간의 유전자와 가까운 것과 고기의 맛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후후후. 고대부터 인간이 인육을 먹은 행위를 기록한 책들은 무수히 많이 있지. 그리고 현재까지 식인 풍습을 이어가고 있는 원주민들도 있고 말이야. 그들은 하나같이 그 맛을 이렇게 기록했거나 말했지. 인육을 먹은 뒤부터는 다른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말이야. 후후후. 고로 인간의 고기는 돼지고기의 맛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 흐흐흐······.
    태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해금사랑의 눈앞에서 다 타버린 고기를 게걸스럽게 씹어 먹는다.
    해금사랑은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을 모아 있는 힘껏 태수의 얼굴에 침을 뱉어 버리며 말한다.
    - 더러운 새끼. 니가 그러고도 하나님을 섬기는 자이냐. 지옥이 존재한다면 바로 너 같은 놈을 위해 존재할 것이다.
    일그러진 표정의 태수는 젓가락을 바꿔 잡고 해금사랑의 왼쪽 팔뚝에 꽂아 버린다. 이미 물러져버린 해금사랑의 근육들은 젓가락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인 듯 쉽게 뚫려버린다. 해금사랑의 입에서는 아아아······.’ 라는 작은 소리만 새어 나올 뿐 비명을 지를 기력조차 상실한듯하다.
    잠시 후 만찬을 마친 태수는 해금사랑이 붙어있는 벽의 커튼을 쳐버리고 불을 끈 뒤 그 곳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해금사랑에게 찾아온 칠흑 같은 어둠은 팔과 다리, 그리고 배와 머리에서 전해지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배가 시킨다. 무한의 어둠과 정적사이에 갈라진 입술사이로 나오는 작은 신음과 그의 옆에 놓인 심박 수를 체크하는 기계의 일정한 소리만이 들려 올뿐.
    <신 따위는 없다. 오로지 고통과 어둠만이 나와 함께 할 뿐이니······. > 그는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첫 번째 주말이 찾아온다. 태수는 잘 다려진 고가의 양복을 멋지게 차려 입고 차를 몰아 서울을 향한다. 여의도. 대형 십자가를 위시하며 그 웅장함을 뽐내고 있는 건물에 차를 세운 뒤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성경책을 집어 들고 건물 현관에 들어선다. 곳곳에서 깔끔한 새 옷을 뽐내며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는 인사들이 보이며 이내 태수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넨다. 친근한 눈인사를 건네고 포옹을 나눈 뒤 서둘러 자신의 이름이 붙어있는 작은 방에 들어선다. 조금 늦게 온 탓에 미리 기다리던 학생들이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이한다. 태수 역시 친절한 눈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선량한 얼굴 한 꺼풀 속에 숨어 있는 괴물의 얼굴이 실룩이는 듯하다. 성경책을 펼쳐든 뒤 두 시간 가량의 형식적인 수업을 마치고 어린양들에게 숙제를 내어준다.
    - 오늘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내리신 숙제를 내어 주겠습니다.
    - 주 예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 마태, 마가 복음 :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 누가 복음 :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 요한 복음 : “다 이루었다.” 
     
    - 이처럼 복음서마다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이 다릅니다. 과연 이것에는 어떠한 하나님의 뜻이 숨어있는지 풀어 오시기를 바랍니다. 이것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없습니다만, 가장 진리에 근접한 대답을 하시는 분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6개월 간 십일조를 면제하여 드리겠습니다. 이상으로 오늘의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태수는 교회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신도들에게 가식적이 눈인사를 건넨 뒤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한 그는 아침에 남긴 게시글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초록색 바탕의 포털사이트에 로그인을 한다. 카페 창을 누르고 댓글들을 확인한다. 그간 무수히 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는 것을 확인한다. 크리스천들과 반 크리스천들의 댓글 비율이 <22 : 78> 정도로 달려 있는 것이 전도의 필요성을 더욱 확고히 느끼게 한다.
    - 예수를 죽인 망할 유대인들의 법칙 같으니라고.
    태수는 실룩이는 입술로 그 말을 내뱉는다. 하루 게시물 제한이 2개로 한정이 되어 있는 카페여서 12시가 넘어가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글쓰기를 누른 뒤 장문의 글을 입력한다.
     
    제목 : 하나님의 공의로 서술된 성경의 비밀.
    내용 : 잠언 29 : 18 -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
    3 : 7 - 주 여호와께서는 자기의 비밀을 그 종 선지자들에게
    보이지 아니하시고는 결코 행하심이 없으시리라.
     
    타자를 치다가 귀찮음을 느낀 태수는 인터넷 성경 사이트에 접속을 한 뒤 필요한 구절들을 복사하기 시작한다. 여러 자료들을 긁어모은 뒤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붙여넣기 신공을 펼친다. 그리고 곧 반응들이 보인다. 대표적인 안티 크리스천 두 명이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그 중 한명의 댓글을 읽고 나서 태수의 얼굴 가죽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 흐흐흐. 다음은 바로 네 녀석이다.
     
    닉네임 <사생결단>은 말 그대로 사생결단의 스타일을 가진 건장한 청년이다. 특전사 출신의 산전수전 다 겪은 강인한 눈매를 가진 30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헬스를 끝으로 하루일과를 마친다. 지하 주차장을 내려와 차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뒷좌석 차창에 비친 복면을 쓴 괴한들을 본 순간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를 향해 뒤차기를 날린다. 뒤차기를 정통으로 맞은 한 녀석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고 반대편으로 달려갔던 한 괴한은 권총 모형처럼 생긴 무엇을 겨눈 채 사생결단을 노려본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초인적인 스피드로 앞문을 열고 차에 탑승을 하려는 찰나 왼쪽 허벅다리에서 엄청난 충격이 전해진다. 고개를 돌려 보니 쓰러진 괴한의 손에 들려 있던 무언가가 자신을 겨누고 있다. <테이저 건>이다. 곧 왼쪽 다리에 마비가 오는 듯하며 온몸에 전기적인 충격이 전해진다. 반대편에 있던 괴한은 우측 문을 열고 테이저 건 두 방을 닉네임 사생결단의 가슴팍에 꽂아 넣는다. 그리고 곧 그는 정신을 잃고 차 핸들에 머리를 처박으며 고꾸라지고 만다.
     
    사생결단은 절제된 중년남성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따끔한 고통이 왼쪽 허벅다리와 가슴팍에서 전해진다. 테이저 건의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가 않는다. 그리고 본인이 어딘가에 누워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 후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본다. 양쪽 팔과 다리에 벨트가 단단히 채워져 있으며 그 사이로 피가 배어나온다. 그리고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웬 중년 남성이 의자에 앉아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사생결단은 고통을 참으며 입술을 연다.
     
    - 당신은 누구요?
    - 내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가 없고 그저 내가 묻는 말에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여기에 왜 묶여 있느냔 말이오?
    - 흐흐흐. 무슨 호기심이 그리도 많은가 미련한 중생이여.
    - 미친 새끼. 이거 빨리 풀지 못해! 사생결단은 고함을 지르며 몸부림을 친다.
    - 그렇게 몸부림칠수록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오. 내가 당신이 묶여 있는 그 벨트에 유리가루를 발라 놓았거든.
    태수는 가여움 반 가소로움 반 섞긴 야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
     
    사생결단의 필사적인 몸부림에 대형 나무십자가가 들썩들썩 거리며 삐걱대는 소리를 내뱉는다. 그리고 태수가 말한다.
     
    - 닉네임, 사생결단. 당신은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합니까? 긍정합니까?
    - ? 하나님? 이런 미친 새끼가···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풀지 못해!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다혈질 성격의 사생결단에 귀에는 신 같은 단어가 들려올 리가 만무하다.
     
    - 당신들은 왜 내가 기회를 주려고하면 욕부터 하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구려.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소. 하나님을 믿습니까? 안 믿습니까?
    - 까는 소리그만하고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개 같은 새끼야! !’
    사생결단 역시 태수에게 침 세례를 퍼 붓는다.
    - 또 침이란 말인가··· 나는 너희들에 은혜를 베풀려고 했건만 침으로 답하다니··· 내게 침례라도 해줄려는 것인가? 도저히 봐줄 수가 없구나.
    태수는 중얼거린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태수는 독기 가득품은 눈빛으로 사생결단을 노려보며 걸어온다. 사생결단이 묶여있는 나무십자가 옆에 있는 의료용 카트 위에 놓인 망치와 대형 못 4개를 들고 그의 옆구리 쪽에서 멈춰 선다. 그리고 말한다.
     
    - 내 특별히 너에게 만은 최상의 고통을 선사해주마. 예수님이 느꼈던 고통 그대로를 너에게 안겨주마. 영광으로 알고 맛 보거라.
     
    그리고 태수는 녹이 슨 거대한 못의 뿌리 부분을 사생결단의 손바닥에 올려놓은 뒤 못질을 시작한다.
    !!!!!’
    정확히 네 번 만에 대형 못은 사생결단의 손바닥을 뚫고 나무 십자가에 박혔으며 빗나간 한번은 그의 새끼손가락을 으스러뜨려 놓았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치는 사생결단을 무시하고 반대편 손바닥에도 그 작업을 반복한다. 그리고 아킬레스건과 복숭아 뼈 사이의 부드러운 부분에 못을 올려놓은 뒤 망치질을 시작한다. 붉은 피가 솟구쳐 나무 십자가를 적시 운다. 태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새어 나오며 사생결단의 입에는 욕지기가 쏟아져 나온다.
     
    - 너 이 새끼 내가 가만히 안 둔다. 내가 풀려나게 되면 너의 눈알을 갈아 마셔 버리겠다. 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너의 목숨 또한 죽은 것으로 알고 있어라.
     
    고통을 참기 위해 꽉 다문 사생결단의 입가에서는 피가 배어 나온다.
     
    - 오냐. 너의 소원대로 죽여주마. 하나, 아직은 때가 아니니 실망하지 말고 어디한번 참고 견디어 보거라. 흐흐흐.
    작업을 마친 태수는 도르래를 이용해 십자가를 세운 뒤 해금사랑이 있는 곳의 커튼을 걷고, 그의 옆에다가 사생결단을 고정시켜 놓는다. 사생결단의 손바닥과 발목에서 흘러나온 피는 십자가를 적시고 이내 바닥을 붉은 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사생결단은 고개를 돌려 좌측을 바라본다. 중년의 남성이 가시왕관을 쓰고 붉게 물든 십자가에 묶여 고개를 숙인 채 기절해 있다. 옆에 놓인 심장박동수를 체크하는 기계에서 들려오는 일정한 소리가 아니면 시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몰골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태수는 몸부림치는 사생결단의 얼굴에 주먹세례를 퍼부은 뒤 목 부분을 유리 벨트로 고정하고 미리 달궈놓은 가시왕관을 그에게 씌어 준다. 머리털 타는 냄새가 고약하게 새어나오며 곧 머리 가죽을 태우는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온다. 이윽고 태수는 엄청난 온도로 달궈놓은 불 꼬챙이를 들고 그의 뱃가죽에 예술작품을 그리기 시작한다.
    치지지직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와 사생결단의 비명소리가 지하실을 뒤흔든다.
    <방음장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해놨어.>
    태수는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살이 타는 냄새에 허기를 느낀 태수는 또 그들이 보는 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한다. 태수는 자신이 행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얼마나 엽기적이고 미친 짓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하나님의 명을 받들어 사단의 무리들을 처단하는 임무를 충실히 행하고 있다며 본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정신질환을 갖게 된다.
     
    그리고 3개월 후.
          
     
    주말.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예배를 드리고 학생들을 가르친 뒤 집으로 돌아온 태수는 시원한 물 한잔을 들이 키고 입가를 스윽 닦으며 야릇한 미소를 띠운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새하얀 마스크를 집어 쓴 뒤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입구부터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며 고약한 악취가 마스크를 파고들어 태수의 후각신경을 자극한다. 사방으로 쳐져있는 커튼을 걷자 믿기 힘든 잔혹한 광경들이 연출된다. 12개의 대형 나무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하나 같이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으며, 배에는 기호학자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가지 기호들이 화상자국으로 남겨져있다.
    십자가, , 다윗의 별, 나치, 초승달, 피라미드, 각도자와 컴퍼스, 아나키스트문양, 원과 점, 숫자 1333, 그리고 알파벳 B <아마도 성경의 첫 구절 태초에(베레시트)를 뜻하리라> 가 그려져 있으며 가끔씩 들려오는 앓는 소리와 일정한 간격의 기계음만이 그들 중 몇몇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태수는 쯧쯧쯧혀 차는 소리를 내며 그들의 전면에 의자를 하나 놓은 뒤 성경책을 들고 그들을 마주보며 앉는다. 그리고 태수가 말한다.
     
    - 여러분. 오늘은 아주 뜻 깊은 날입니다. 바로 우리의 주님. 아기 예수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 날입니다. 모두 다 가슴으로 그분을 영접합시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여러분들과 식사시간을 가질 계획인데, 주기도문을 외우는 신도들께는 특별히 제가 맛있는 음식을 먹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찬송가 한곡을 불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들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찬송가 496. 제목은 십자가로 가까이입니다.
     
    십자가로 가까이 나를 이끄시고
    거기 흘린 보혈로 정케 하옵소서.
    십자가에 가까이 내가 떨고 섰네
    거기 있는 새벽별 내게 비추시네.
    십자가로 가까이 행케 하옵소서.
    몸소 받은 고생도 알게 하옵소서.
    십자가에 가까이 의지 하고 서서
    게세 천국 가도록 항상 머물겠네.
    십자가 십자가 무한 영광일세.
    요단강을 건넌 후 무한 영광일세.
    아멘.
     
    - 어떤가요? 제가 노래실력은 형편없지만 찬송가 하나만큼은 제대로 감정을 실어 기가 막히게 잘 부른답니다. 당신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주님에게까지 들렸으면 합니다. 노래는 뭐니 뭐니 해도 감정표현이 가장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태수는 그들 앞에 식탁을 차리기 시작한다.
     
    - 오늘을 위해 특별히 만찬을 준비하였습니다.
     
    식탁 위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빵들과 떡, 그리고 12개의 잔이 있었고 태수는 그 잔에 포도 빛깔의 액체를 따르고 음식세팅을 마친다. 그리고 태수가 말한다.
     
    - , 가장 먼저 읊으시는 분께는 특별히 빵과 떡과 포도주, 3가지 모두를 먹여드릴 터이니 눈치 볼 것 없이 아무나 먼저 읊어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그 누구도 읊지 아니하면 여러분 모두에게 유리채찍 맛을 보여드릴 것이니 잘 생각하시는 것이 이로울 것입니다. , 10분을 드리겠습니다. 다 외울 수 없으면 이 쪽지를 보고 읽으셔도 됩니다. 라고 말하며 태수는 주기도문이 적혀 있는 A3용지 하나를 크게 펼쳐 보인다.
     
    7, 8, 9분이 지나간다. 그 누구의 입도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930, 40, 50······.
     
    닉네임 <야후리>는 생각한다.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복수를 하려면 일단 살아남아야할 것 아닌가. 뒈지고 나면 무슨 수로 복수를 한단 말인가. 나중을 위해서라도 구차하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A3용지를 향한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 오며
    나라에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 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게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맞은편에 앉아서 듣고 있던 태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드디어 저들을 구원하였나이다. 이것을 기뻐해 주시고 저들을 더욱 더 보살펴 주시옵소서. 저들은 지금껏 아버지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저의 이 큰 희생이 없었더라면 저들을 구원할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부디 저의 희생 또한 만홀히 여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아들 예수님의 이름으로 이렇게 기도하나이다. 아멘.>
     
    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도주와 빵을 들고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야후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말한다.
     
    - 그 짧은 문장을 말하는 게 그리도 힘들었소? 꼭 이렇게 망가져 보아야만 정신을 차리는 것이오? 내가 누차 말하지 않았소. 아버지는 당신들을 사랑하신다고 말이오. 당신들이 그렇게 된 것은 당신들에게 믿음이 없어서이지 나를 탓할 생각은 마시오. 나는 분명히 기회를 주었었소. 당신들이 내말을 무시 했었기에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것이라 생각하시오. 나를 원망 마시오.
     
    그렇게 말하며 태수는 빵을 한 조각 뜯어 야후리의 입에 넣어준다. 갈라터진 입술이 벌어지고 고문을 당한지 한 달여 만에 제대로 된 음식물이 말라버린 목구멍을 타고 식도를 넘어간다. 숨이 멎은 자들을 제외한 3명의 시선이 그 장면을 집중한다. 그리고 곧 너도 나도 주기도문을 읊기 시작한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태수는 그들 모두에게 빵과 포도주를 먹인 뒤 곧 식탁을 치우고 거실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리고 거실에 있던 빔 프로젝트를 갖고 내려와 그들 앞에 설치를 한다. 전원을 연결하고 구동을 시킨다. 그리고 한마디를 남기고 지하실을 떠난다.
     
    -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면 이 빔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성경을 모두 다 외워야 할 것이오. 만약 한자라도 틀릴 시에는 예수님의 고통을 나누어 드릴 것이오. 매일 밤 자정에 내려오겠소.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소. 그럼 하나님이 그대들의 앞날에 함께하시기를 기원하겠소.
     
    태수가 떠난 그곳에는 살아남은 4명의 좌절만이 함께하고 있을 뿐, ()은 그 어디에도 있지 않았다.
     
        
    햇살이 따스한 어느 봄날 오후. 태수는 천연요새를 방불케 하는 자신의 신전 마당에 난 잡초들을 제초기로 정리하고 있다. 흥얼흥얼거리는 그의 입가에서는 알 수 없는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뒷산을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땀이 맺힐 새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는 마당을 정리 한 뒤 정문 입구를 따라 좌우로 듬쑹듬쑹 일렬로 심겨져 있는 어린소나무들을 가지치기한다. <뭐든지 제때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아랫것들은 빛을 받기 힘들어 살수가 없게 되는 법이야. 이 가지치기라는 것은 인간사에 있어서도 꽤나 중요한 것들이지.> 태수는 커다란 가위를 싹둑싹둑 거리며 중얼거린다.
     
    작업을 마친 그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기지개를 켜고 한결 깨끗해진 마당을 스윽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공구들을 챙겨 창고를 향한다. 창고 한가득 쌓여 있는 그의 작업공구들이 주인을 반기는 듯 햇볕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들과 각종 제초기들, 그리고 대형 가위들과 망치들이 마치 새것 인 듯 마냥 깨끗이 씻긴 채 정리 정돈되어 있다. 깔끔한 그의 성격을 반영이라도 하듯······.
     
    태수는 그 중 못뽑이와 중간사이즈의 망치를 하나 골라 든 뒤 거실을 향한다. 지하실로 향하는 입구에 그것들을 내려놓은 뒤 탁자에 놓인 영국식 귀족풍 찻잔에 홍차를 한가득 따르고 잔을 든 채 대형유리로 된 거실 창밖을 응시한다.
     
    <아버지.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저는 오늘 아버지께서 주신 새로운 생명을 그들에게 하사하여 비로소 온전한 아버지의 아들로서 다시 태어나게 하겠습니다. 그들의 사명을 하나님 아버지를 위해 바치겠나이다.>
     
    태수는 극단적인 기도를 되새기며 지하실 문을 열어 제치고 그 살벌한 발걸음을 옮긴다. 발걸음에 박자를 맞추듯 지하실 벽면에 부딪히는 망치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계단을 타고 울려 퍼진다. 열세 번째 마지막 계단을 내려 온 태수는 오른손에 쥔 망치의 목 부분을 왼손에 툭툭 치며 전방을 주시하고 걷는다.
     
    허리춤에 꽂아 놓은 못뽑이가 형광등 불빛에 반짝이며 곧 있으면 다가올 신고식에 설레는 듯 그 고부라진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앙탈을 부리는 듯하다. 지하실 바닥에는 <HC-FA>라는 스티커가 붙은 손바닥 크기정도의 빈병들이 널려져 있다. 시체를 방부 처리하는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약물이다. 포름알데히드는 흡입할 경우 현기증이나 두통이 발생하며, 장시간 노출되면 정서불안, 기억력 상실, 정신력 집중에 장애를 가져오므로 <HC-FA>는 태수가 자신의 작품에 쏟은 나름 첫 번째 애정이라 칭할만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기계음을 따라 발길을 옮긴다. 대형 커튼을 우측으로 슬어 넘기자 믿기 힘든 광경이 연출된다. 피로 얼룩진 12개의 대형나무십자가. 4명의 생존자. 그 밑으로는 8개의 관이 굳게 닫혀있다. 살아있는 4명의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해 보이나 그들 눈동자의 초점은 하나같이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을 지경으로 보인다. 마치 썩어가는 좀비의 두 눈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태수의 입이 열린다.
    - 안녕하시오. 간밤에 별고 없으셨소? 오늘은 그대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왔다오. 오늘은 바로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아케론 강>을 건너온 여러분들이 다시 태어나게 될 날이라오.
     
    태수는 첫 번째 생존자에게 다가간 뒤 그가 묶여 있는 십자가를 눕힌다. 그리고 그의 왼손 부근에 다가간 뒤 손을 뚫고 반대편으로 튀어 나온 녹이 슬어버린 대형 못을 밑에서부터 위로 망치질하기 시작한다.
    ...
    그리고 못뽑이를 이용해 솟아오른 못의 머리를 잡고 힘껏 뽑아낸다. 무심한 눈을 내려 깔아 그 장면을 바라보는 그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 것 마냥······. 그리고 태수는 나머지 못들도 뽑아내기 시작한다.
     
    못이 뽑혀나간 그의 손바닥과 아킬레스건의 뒷부분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태수는 미리 준비해 온 귀걸이 모형의 악세사리를 그의 아킬레스건 양쪽에 걸어준다. 그리고 그의 가슴팍에 낙인찍혀져 있는 문양과 악세사리의 문양을 비교해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나키스트문양이 그려져 있는 그는 자유로워진 손을 이용해 머리에 박혀 있는 가시면류관을 뜯어낸다. 그리고 상체를 새운 뒤 십자가형틀에서 내려와 태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며 말한다.
    - 닉네임 <아이신> 주인님을 뵙습니다.
    - 그대는 오늘부터 코드명<A>로 새로운 사명을 받고 이 땅에 태어난 그리스도의 전사로다. 그대 눈앞에 있는 나를 새로운 주님으로 받들 것을 명하노니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기를 바라노라.
    - 알겠습니다. (). 코드명<A>는 고개를 들어 태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태수는 코드명<A>를 시작으로 차례대로 생존자들을 풀어주기 시작한다.
     
    - 닉네임 <미카엘> 당신은 코드명<M>으로서 본인을 도와 주님의 사역에 평생을 바쳐야 할 것이오.
    - 닉네임 <카오스> 당신은 코드명<C>로서 본인을 새로운 주님으로 모셔야 할 것이오.
    - 닉네임 <야후리> 당신은 코드명<Y>로서 다른 이들보다 성경을 가장 빨리 다 외운 그 영리한 두뇌를 주님께 바치시길 바라오.
     
    코드명<Y,M,C,A> 이들을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기독교 청년회)>의 약자로 삼은 태수는 자신의 작품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작명능력에 흠뻑 취한 채 미소 짓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태수를 향한 증오로 가득 찼던 지하실 내부는 그의 세뇌로 인해 그들을 누구보다도 더 믿음직스러운 추종자로 바꾸어 놓았다. 태수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이 지하실 입구에서 마치 아우라처럼 넘쳐 나오는 듯 해 보였다. 태수는 그들의 아킬레스건에 그들의 가슴팍에 새겨진 문양과 같은 악세사리를 걸어준다.
    코드명<Y>에게는 십자가 문양의 귀걸이를, 코드명<M>에게는 각도자와 컴퍼스가 겹쳐진 모형의 귀걸이를, 코드명<C>에게는 다윗의 별, 코드명<A>에게는 아나키스트문양의 귀걸이를 걸어준다. 태수를 향해 무릎 꿇고 있는 그들의 뒤꿈치 위로 순금으로 이루어진 악세사리들이 형광등 빛을 반사시켜 노란빛을 띠고 있다. 태수는 지하실 한쪽 벽에 설치 된 대형 냉장고 문을 연 뒤 그곳에서 10리터짜리 생수통을 4개 가져와 그들 앞에 늘어놓는다. 생수통에는 각각의 이니셜들이 붙어있다. 그리고 태수가 말한다.
    - 나는 그대들을 사도들이라고 칭하겠소. 사도여러분. 지금부터 <세례>. 아니, <혈례>를 시작하겠소. 본인이 하사받은 이니셜대로 각자의 물통들 앞에 서시오. 그 물통에 든 내용물은 수개월간 그대들이 흘렸던 혈액이오. 그대들은 그대들이 흘렸던 그 피로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이며, 이것으로 나와의 혈서에 도장을 찍게 되는 것이라 여기면 된다오.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이니셜이 부착된 물통의 뚜껑을 연 뒤 그것을 통째로 뒤집어쓴다. 걸쭉한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와 그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신다. 순간 확 풍겨오는 피비린내에 태수는 잠시 미간을 찌푸려 보지만 이내 익숙한 듯 평온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태수의 눈앞에는 마치 가죽을 벗겨 놓은 듯 한 짐승 네 마리가 인간의 형태를 한 채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태수를 바라본다. 어느새 초점 없는 그들의 눈동자는 정확히 태수의 두 눈에 고정 된 채 못 박혀 있고, 그 두 눈동자에서는 결의에 찬 확고한 의지와 무엇이든 찢어발길 것 같은 살기가 풍겨 나오는 듯 해 보인다.
    -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 단계라오.
    - 신세계 질서를 위해.
    태수는 노목사가 남긴 쪽지를 꺼내어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신세계질서>
     
    끝.
    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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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04 13:40:30  218.239.***.213  가루z  8906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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