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땡땡땡-!</div> <div><br></div> <div>마을에 긴급을 알리는 종이 울려퍼졌다. 불이 난 것이 아니다. 몬스터가 쳐들어 오지도 않았다. 외국의 군대는 이런 외지의 마을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그 종소리를 들은 마을 주민들은 사색이 되어 대피하고 있었다.</span></div> <div><br></div> <div>"으아앙-!"</div> <div><br></div> <div>마을에 있던 몇 안되는 여행자와 모험가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혹해했지만, 모두가 같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그녀가 와요!"</div> <div><br></div> <div>마치 그것이 세상의 절대적인 법칙인 마냥, 마을 주민들은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처럼 확고한 태도였다.</div> <div>미처 대피하지 못한 한 여행자를 향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던 마지막 주민이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성호를 그으며 문을 닫았다. 쾅 소리와 함께 지금부터 공성전이라도 시작하려는 것처럼 문 안쪽으로 무거운 것들을 쌓는 소리가 들리자, 그 여행자도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div> <div><br></div> <div>그녀가 나타났다.</div> <div><br></div> <div>"자연을~ 살립시다~♪"</div> <div><br></div> <div>"우리 지구~ 푸르게~ 푸르게~♪"</div> <div><br></div> <div>그것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GREEN PEACE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라 적힌 팻말을 들고, 미덥지 못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미모의 엘프였다.</span></div> <div>쥐죽은 듯 조용한 마을에서, 엘프는 집 문을 하나하나 두드리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인간 여러분~? 계세요~? 좋은 말씀 가져왔는데요~?"</div> <div><br></div> <div>덜컥덜컥덜컥덜컥<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덜컥덜컥덜컥덜컥-!</span></div> <div><br></div> <div>"히이익! 여기 돈. 돈 있어요!"</div> <div><br></div> <div>덜컥덜컥덜컥덜컥<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덜컥덜컥덜컥덜컥-!</span></div> <div><br></div> <div>"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번달은 이게 전재산이라서...! 한 번만... 제발 한 번마안...!!"</div> <div><br></div> <div>천사같은 모습의 엘프가 집집을 돌아다니며 공포에 떠는 사람들로부터 수금을 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초현실적이었다.</div> <div><br></div> <div>"어머? 여행자분이신가요~? 이 마을엔 처음이신가봐요~?"</div> <div><br></div> <div>"아... 네."</div> <div><br></div> <div>도망가야 할 지, 맞서 싸워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던 여행자가 결국 그녀에게 발각되고 말았다.</div> <div><br></div> <div>"여행자님, 인간이란 정말 죄 많은 생물이라 생각하지 않으시나요?"</div> <div><br></div> <div>"그. 글쎄요?"</div> <div><br></div> <div>어디선가 들려오는 기도문소리에 정체 모를 오한을 느끼며 여행자는 애매하게 대답했다.</div> <div><br></div> <div>"나무를 베고, 동물을 잡아죽이고, 밭을 일군다며 불을 지르고, 광석을 캔다며 산에 가혹한... 상처를... 흑.. 으흑..."</div> <div><br></div> <div>"그. 그것 참 가슴아프시겠네요."</div> <div><br></div> <div>"...다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div> <div><br></div> <div>"네?"</div> <div><br></div> <div>가련한 모습으로 손 끝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던 엘프는 당황하는 여행자를 싹 무시하고 기도하듯 양 손을 모았다. 엄청난 마이페이스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여러분 같은 것들도 대자연의 일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div> <div><br></div> <div>"아... 저기...?"</div> <div><br></div> <div>"아.닌.가.요?"</div> <div><br></div> <div>가볍게 올려다보는 천진난만한 웃음 속, 여행자가 느낀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광기의 편린이었다. 아니라는 대답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맞다고 대답해도 분명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를테면, 가진 돈이 다 털린다거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벼랑 끝에 몰려 있던 여행자를 구한 것은 한 모험가였다.</span></div> <div><br></div> <div>"어이! 거기 엘프! 괜한 행패 부리지 말고 썩 꺼져!"</div> <div><br></div> <div>"어머~? 누구신가요~?"</div> <div><br></div> <div>"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이 있다 하여, 그 퇴치 의뢰를 받은 카일 님이시다!"</div> <div><br></div> <div>덩치의 모험가는 정의의 용사라도 된 듯, 한껏 기분을 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그럴 수가..."</div> <div><br></div> <div>퇴치 의뢰를 받고 왔다는 모험가의 말을 들은 엘프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흐린다. 그리고 그런 얼굴을 보일 수 없다는 듯이 피켓을 껴안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녀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div> <div><br></div> <div>"고용할 돈이 어디서 났지?"</div> <div><br></div> <div>거짓말 안 보태고, 주변 온도가 순간적으로 10도는 떨어진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이거 안되겠구만!"</div> <div><br></div> <div>"꺅!"</div> <div><br></div> <div>성큼성큼 다가가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엘프의 멱살을 잡아올린 모험가는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그녀를 흔들며 윽박질렀다.</div> <div><br></div> <div>"험한 꼴 보기 전에 꺼져라. 두 번 다시 마을에 돌아올 생각일랑 하덜 말고!"</div> <div><br></div> <div>"윽. 크윽. 그럴 리 없...어... 대체 누...가...?!"</div> <div><br></div> <div>눈물을 글썽이며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려는 엘프에게 모험가는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말했다.</div> <div><br></div> <div>"너같은 걸 퇴치하는 데에는 돈까지도 필요 없다. 울며 도와달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해!"</div> <div><br></div> <div>"돈 받은 거 아냐?"</div> <div><br></div> <div>"돈 받은 게 아냐."</div> <div><br></div> <div>"칫."</div> <div><br></div> <div>엘프는 가볍게 혀를 차고, 멱살을 잡고 있는 모험가의 손가락을 가볍게 움켜쥐었다.</div> <div>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손뼈가 부러진 모험가가 비명을 토했지만, 그건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차마 설명할 수 없는 폭력의 순간이 지나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엘프는 피로 물든 『 GREEN PEACE 』팻말을 어깨에 걸치고 그 모험가가 나왔던 집으로 다가가 상냥하게 문을 두드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똑똑똑-</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계세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안에서는 미성년자 관람불가급의 폭력에 놀란 아이의 자지러질 듯한 울음소리가 필사적으로 틀어막는 부모의 손길 틈새로 비어져 나오고 있었다.</div> <div>곧이어 당연한 듯, 돈주머니가 밖으로 내던져졌지만, 엘프는 계속 문을 잡고 흔들며 문틈으로 눈을 갖다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이 누나가~ 거기 아가랑 얘기하고 싶은데~"</div> <div><br></div> <div>덜컥덜컥덜컥덜컥<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덜컥덜컥덜컥덜컥-!</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히이이익-!!"</span></div> <div><br></div> <div>"가. 가주세요! 돈은 드렸잖아요!"</div> <div><br></div> <div>"내가 왜 문을 안 부수는지 알아~?"</div> <div><br></div> <div>"흑... 흑..."</div> <div><br></div> <div>"수리하려면 돈 들어갈 것 같잖아~"</div> <div><br></div> <div>"으흑....흑..."</div> <div><br></div> <div>"그런데~ 고장난 너희들 머리는 누가 다 고쳐주고 있을까~?"</div> <div><br></div> <div>"으아앙! 엄마아아아!!"</div> <div><br></div> <div>부모가 아이를 포기하는 엽기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돈주머니와 함께 억지로 떠밀려나온 남자아이는 커다란 두 눈에 공포를 띄우고 피로 얼룩진 미소를 짓고 있는 엘프를 올려다보았다.</div> <div><br></div> <div>"아가야~ 세상의 진리란 말이지~ 강자한테 비굴해지는 것을 배우는 거란다~"</div> <div><br></div> <div>"아. 아니야! 엄마가 약자한테 약하고, 강자한테 강해야 한댔어!"</div> <div><br></div> <div>"근데~ 이 마을엔 그런 인간이 하나도 없네~? 그럼~ 강자한테 강했던 인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div> <div><br></div> <div>"어... 어..."</div> <div><br></div> <div>뭔가 대답하려던 남자아이의 시선이 피떡이 되어 쓰러져 있는 모험가에게 향했고, 그대로 얼어붙었다.</div> <div><br></div> <div>"그건~ 영웅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무능한 자들의 생존전략일 뿐이란다~ 오래 살고 싶다면 강자에게 비굴해지는 것부터 배우렴~ 그게 바로 자연의 법칙이니."</div> <div><br></div> <div>"나. 난 강해질 거야! 그래서 너도 이길 거야!"</div> <div><br></div> <div>"그래~ 그래~ 하지만 그 전까지는 어떡해야 하지~?"</div> <div><br></div> <div>그러자, 남자아이는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해달라고 빌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럼~"</div> <div><br></div> <div>엘프가 그때까지도 우두커니 서 있던 여행자를 돌아보았다.</div> <div><br></div> <div>"그쪽의 여행자분은~ 자연보호에 관심 있으신가요~?"</div> <div><br></div> <div>여행자는 두 말 없이 소지금을 전부 털어놓기 시작했다.</div> <div>맹수에게 습격당했을 땐, 가지고 있는 고기를 던져줘야 하는 법이니까.</div> <div><br></div> <div><br></div> <div>- 끝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div>무진님의 일러스트를 보고 삘 받아 완성한 단편입니다. (근데 여기다 써도 되나...;;)</div> <div><br></div> <div>아래 일러스트와는 일단 오빠동생이라는 설정으로!</div> <div><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3/1426428913iDxzUHDMmSjOIgXJfFf.jpg" alt=""></div> <div><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3/1426428915iva74HJaDoIvTgRCPgoOsicyvQ3dB.jpg" alt=""></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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