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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K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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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18908
    작성자 : Young.K
    추천 : 1
    조회수 : 482
    IP : 210.106.***.20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03/16 02:07:11
    http://todayhumor.com/?readers_18908 모바일
    [창작/단편/판타지] 자연의 법칙.

    땡땡땡-!

    마을에 긴급을 알리는 종이 울려퍼졌다. 불이 난 것이 아니다. 몬스터가 쳐들어 오지도 않았다. 외국의 군대는 이런 외지의 마을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 종소리를 들은 마을 주민들은 사색이 되어 대피하고 있었다.

    "으아앙-!"

    마을에 있던 몇 안되는 여행자와 모험가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혹해했지만, 모두가 같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녀가 와요!"

    마치 그것이 세상의 절대적인 법칙인 마냥, 마을 주민들은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처럼 확고한 태도였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한 여행자를 향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던 마지막 주민이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성호를 그으며 문을 닫았다. 쾅 소리와 함께 지금부터 공성전이라도 시작하려는 것처럼 문 안쪽으로 무거운 것들을 쌓는 소리가 들리자, 그 여행자도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자연을~ 살립시다~♪"

    "우리 지구~ 푸르게~ 푸르게~♪"

    그것은,『 GREEN PEACE 』라 적힌 팻말을 들고, 미덥지 못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미모의 엘프였다.
    쥐죽은 듯 조용한 마을에서, 엘프는 집 문을 하나하나 두드리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었다.

    "인간 여러분~? 계세요~? 좋은 말씀 가져왔는데요~?"

    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

    "히이익! 여기 돈. 돈 있어요!"

    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번달은 이게 전재산이라서...! 한 번만... 제발 한 번마안...!!"

    천사같은 모습의 엘프가 집집을 돌아다니며 공포에 떠는 사람들로부터 수금을 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초현실적이었다.

    "어머? 여행자분이신가요~? 이 마을엔 처음이신가봐요~?"

    "아... 네."

    도망가야 할 지, 맞서 싸워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던 여행자가 결국 그녀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여행자님, 인간이란 정말 죄 많은 생물이라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그. 글쎄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도문소리에 정체 모를 오한을 느끼며 여행자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나무를 베고, 동물을 잡아죽이고, 밭을 일군다며 불을 지르고, 광석을 캔다며 산에 가혹한... 상처를... 흑.. 으흑..."

    "그. 그것 참 가슴아프시겠네요."

    "...다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네?"

    가련한 모습으로 손 끝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던 엘프는 당황하는 여행자를 싹 무시하고 기도하듯 양 손을 모았다. 엄청난 마이페이스였다.

    "하지만, 여러분 같은 것들도 대자연의 일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아... 저기...?"

    "아.닌.가.요?"

    가볍게 올려다보는 천진난만한 웃음 속, 여행자가 느낀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광기의 편린이었다. 아니라는 대답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맞다고 대답해도 분명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를테면, 가진 돈이 다 털린다거나.
    벼랑 끝에 몰려 있던 여행자를 구한 것은 한 모험가였다.

    "어이! 거기 엘프! 괜한 행패 부리지 말고 썩 꺼져!"

    "어머~? 누구신가요~?"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이 있다 하여, 그 퇴치 의뢰를 받은 카일 님이시다!"

    덩치의 모험가는 정의의 용사라도 된 듯, 한껏 기분을 내고 있었다.

    "그. 그럴 수가..."

    퇴치 의뢰를 받고 왔다는 모험가의 말을 들은 엘프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흐린다. 그리고 그런 얼굴을 보일 수 없다는 듯이 피켓을 껴안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녀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고용할 돈이 어디서 났지?"

    거짓말 안 보태고, 주변 온도가 순간적으로 10도는 떨어진 것 같았다.

    "이거 안되겠구만!"

    "꺅!"

    성큼성큼 다가가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엘프의 멱살을 잡아올린 모험가는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그녀를 흔들며 윽박질렀다.

    "험한 꼴 보기 전에 꺼져라. 두 번 다시 마을에 돌아올 생각일랑 하덜 말고!"

    "윽. 크윽. 그럴 리 없...어... 대체 누...가...?!"

    눈물을 글썽이며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려는 엘프에게 모험가는 기고만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같은 걸 퇴치하는 데에는 돈까지도 필요 없다. 울며 도와달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해!"

    "돈 받은 거 아냐?"

    "돈 받은 게 아냐."

    "칫."

    엘프는 가볍게 혀를 차고, 멱살을 잡고 있는 모험가의 손가락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손뼈가 부러진 모험가가 비명을 토했지만, 그건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

    차마 설명할 수 없는 폭력의 순간이 지나갔다.
    엘프는 피로 물든 『 GREEN PEACE 』팻말을 어깨에 걸치고 그 모험가가 나왔던 집으로 다가가 상냥하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계세요~?"

    안에서는 미성년자 관람불가급의 폭력에 놀란 아이의 자지러질 듯한 울음소리가 필사적으로 틀어막는 부모의 손길 틈새로 비어져 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당연한 듯, 돈주머니가 밖으로 내던져졌지만, 엘프는 계속 문을 잡고 흔들며 문틈으로 눈을 갖다대고 있었다.

    "이 누나가~ 거기 아가랑 얘기하고 싶은데~"

    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

    "히이이익-!!"

    "가. 가주세요! 돈은 드렸잖아요!"

    "내가 왜 문을 안 부수는지 알아~?"

    "흑... 흑..."

    "수리하려면 돈 들어갈 것 같잖아~"

    "으흑....흑..."

    "그런데~ 고장난 너희들 머리는 누가 다 고쳐주고 있을까~?"

    "으아앙! 엄마아아아!!"

    부모가 아이를 포기하는 엽기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돈주머니와 함께 억지로 떠밀려나온 남자아이는 커다란 두 눈에 공포를 띄우고 피로 얼룩진 미소를 짓고 있는 엘프를 올려다보았다.

    "아가야~ 세상의 진리란 말이지~ 강자한테 비굴해지는 것을 배우는 거란다~"

    "아. 아니야! 엄마가 약자한테 약하고, 강자한테 강해야 한댔어!"

    "근데~ 이 마을엔 그런 인간이 하나도 없네~? 그럼~ 강자한테 강했던 인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 어..."

    뭔가 대답하려던 남자아이의 시선이 피떡이 되어 쓰러져 있는 모험가에게 향했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건~ 영웅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무능한 자들의 생존전략일 뿐이란다~ 오래 살고 싶다면 강자에게 비굴해지는 것부터 배우렴~ 그게 바로 자연의 법칙이니."

    "나. 난 강해질 거야! 그래서 너도 이길 거야!"

    "그래~ 그래~ 하지만 그 전까지는 어떡해야 하지~?"

    그러자, 남자아이는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해달라고 빌기 시작했다.

    "그럼~"

    엘프가 그때까지도 우두커니 서 있던 여행자를 돌아보았다.

    "그쪽의 여행자분은~ 자연보호에 관심 있으신가요~?"

    여행자는 두 말 없이 소지금을 전부 털어놓기 시작했다.
    맹수에게 습격당했을 땐, 가지고 있는 고기를 던져줘야 하는 법이니까.


    - 끝 -




    무진님의 일러스트를 보고 삘 받아 완성한 단편입니다. (근데 여기다 써도 되나...;;)

    아래 일러스트와는 일단 오빠동생이라는 설정으로!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5/03/19 01:54:22  121.171.***.117  잉재  112059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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