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font-family:dotum;">“내가 어떤 얘기를 하나 해줄까, 어?”하고 제이슨이 말을 꺼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뭔 얘기?”</div> <div style="font-family:dotum;"> </div> <div style="font-family:dotum;">나는 숨을 몰아쉬고는 제이슨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귀를 기울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옛날에 말이야. 남극 어딘가에 펭귄들이 살고 있었어. 그러니까 한 다섯 마리 정도라고 해두자고. 그 펭귄들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어.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차갑고 냉혹하<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기 짝이 없는 남극에서 말이지.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릴 때부터 서로서로 몸을 뭉쳐서 체온으로 간신히 추위를 버텨 갔어.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 같이 배고픈 시절이니 작은 물고기라도 하나라도 생기면 나누어 먹고 그랬지.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녀석들은 물고기 적은 거에서부터 꼭꼭 씹어 먹어가며 조금씩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덩치를 키워갔어.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눈보라와 냉풍만 가득한 남극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천천히 하나 둘 배워들 갔지.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만히만 있으면 얼어 죽는다.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곳에서 벗어 날 거라고 혼자 떨어져 어디 가버리더라도 얼마 못 가 얼어 죽는다.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뭐만 잘못하면 얼어 죽을 수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딴 생각을 품지 말고 다섯 마리 똘똘 뭉쳐서 남극에서의 세월을 보냈어.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남극에서 펭귄의 삶이라는 게 좀 무미건조하고 팍팍하지만 어쩌겠어.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펭귄으로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하니까 말이야.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물론 그 와중에도 잠깐이나마 나름 즐거웠고 행복한 시간들도 있었어.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섯 마리의 펭귄들은 그렇게 살아가다 픽픽 하나 둘 자연스럽게 죽어갔어야 했어.”</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녀석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피 맛이 나는 침을 삼켰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그런데 말이야. 북쪽 평원 끝에 있는 절벽 나뭇가지에 파자마라는 게 걸려 있다는 얘기를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어떤 딱지부리 새가 날아와서 해주더란 말이지.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파자마라, 듣도 보도 못한 남극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게 있다고 하니.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다섯 마리의 펭귄은 파자마라는 걸 도통 모르고 살아와서 그게 너무 궁금했어.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그래서 파자마를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구경하러 갔단 말이지.</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펭귄들은 북쪽 평원 끝에 있는 절벽으로 갔어.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꽤 가파른 절벽에서, 그 근처에는 펭귄뿐만 아니라 남극 땅을 밞고 걷는 애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었어.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니까 말이야.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오직 날개 짓으로 밥벌이하는 새들이나 근처에서 날고 그랬지.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아무튼 다섯이서 가보니 절벽 밑 가까이에 닿을 듯 말 듯 파자마 하나가 매달려 있더군.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이해가 가지 않았어.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뜬금없이 파자마가 절벽에 매달려 있는 꼴이라니.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다섯은 처음에는 이 희한한 것이 대체 왜 이 곳에서 이러고 있는지 궁금해서 서로 떠들기 바빴어.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이건 절벽으로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누군가 되도 않는 것을 엿 먹으라고 여기에 놔둔 거라고 결론을 지었지.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좋아, 거기서 끝내고 다들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갔으면 됐는데 말이야.”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제임스는 나불거리던 입을 잠시 다물고 나를 쳐다보았다.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나는 바닥에다 피가 섞인 침을 퉤하고 뱉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근데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고, 펭귄들은 결국 그 씨부랄 엿 같은 파자마를 가지려다 세 마리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지.” 하고 내가 말했다.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제임스는 얼굴을 찡그렸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그렇지. 펭귄들은 본능적으로 파자마라는 게 나머지 녀석들보다 다르게 돋 보이게 해 줄 거라는 걸 알았어.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걸려 있던 파자마가 한 벌 뿐 이었다는 게 비극이었던 거지.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잘만 하면 충분히 파자마를 가져가서 입을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그걸 입으면 전 보다 확연히 다르게 남극에서의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어.<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펭귄들은 처음 그걸 봤을 때와 다르게 파자마에 욕심이 생겼고, 절벽으로 한발 한발 다가갔어.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펭귄들은 높은 절벽 하고 어울리는 않은 동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펭귄들 중 세 마리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어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절벽에 걸린 파자마를 가지려고 날개를 뻗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져 죽었지.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나 같이 전부 말이지.</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펭귄들 중에 두 마리만 남았고, 둘이서 엄청 지랄발광을 다 떨어서야 마침내 파자마를 절벽에서 집어 올렸지.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그 둘은 파자마 상의 하의를 나누어 입었어. </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파자마를 입은 둘은 그렇게 한동안 행복하게 살았어.전보다는 좀 춥게 지내야 했지만”</span></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목에서 울컥하고 피가 입 안으로 올라왔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그래서 이제는 나보고 파자마 나머지를 내 놓아라 이거군. 파자마를 다 입고 싶다 이거지?”</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잘 알아듣네. 다 입어야 파자마를 입고있다 할 수 거지. 어설프게 반쪽만 입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셋을 절벽으로 하나 하나씩 민 걸 조용히 입 다물고 지낸 댓가가 고작 이건가? 하의를 잠깐 입게 해준 거?”</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어쩌겠어. 파자마가 그렇게 생겨 먹은 걸. 미안해. 내 탓이 아냐.네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닌거야.”</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제임슨은 축 늘어진 내게서 나머지 파자마 부분을 가져가 입었다.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그래, 이렇게 파자마를 주어서 고맙구만. 너 덕분에 제대로 입어 볼 수 있게 됐어."</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라고 말하고는 내게서 떨어져 남극 너머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에게서 내 피 냄새가 났다. 파자마에서 묻어 있던 거겠지.</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나는 멀어지는 제임슨에게 외쳤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이 개새꺄! 파자마 한 벌 다 입은 게 펭귄 다섯 마리랑 꼭 붙여 있을 때 보다 나을꺼 같냐?!”</div> <div style="font-family:dotum;"> </div> <div style="font-family:dotum;">제임슨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가던 길로 사라졌다. 매서운 바람이 내 말소리를 삼켜 버리고 파자마에 묻은 피 냄새만 던져 주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 졌다.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눈꺼풀을 도저히 다시 뜰 수 없을 때 쯤 에서야, 남극에서 그 놈의 파자마 따위가 절벽에 왜 걸려 있었던건지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다 엿 먹으라는 거지, 씨부랄. 애초에 쌍눔의 딱지부리 새새끼를 쌩깠어야 했는데. </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나는 남 다른 것 보다 모여서 따뜻하게 지내는게 더 좋았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그리고 제임슨 또한 결국 얼어 죽을 게 뻔했다. 우리들 처럼. 좀 더 살고 안 살고의 차이다. 여긴 얼어붙은 남극이니까.</div> <div style="font-family:dotum;"><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우리 펭귄들은 파자마 따위에 놀아나지 말고 붙어 지냈어야 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