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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15012
    작성자 : 꿈이예술인
    추천 : 2
    조회수 : 370
    IP : 223.62.***.9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8/18 04:19:11
    http://todayhumor.com/?readers_15012 모바일
    30분 소설 - 빚과 그림자
    빚과 그림자  
    곰팡이 핀 벽을 커다란 달력으로 막아놓은 반지하방에서 그가 걸어나온 것은 3일이 지나서였다.
     나는 꽤나 걱정스러워서 3일동안 매일 밤 퇴근 후 그의 집 문을 통통 두들겼지만 안에선 인기척만 있을 뿐 문을 열 의도가 느껴지지는 않았고, 이따금씩 새벽에 꺽꺽대며 호흡을 가다듬는 소리가 나는 걸로 보아 그간 마음을 가다듬는데 온힘을 다했던 것 같다. 
    같은 회사에 다니진 않지만 항상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데다 내 바로 아랫방에 살고있는 그에게 관심이 갔던 것은 언제나 웃고있기 때문이었다. 꽤 준수한 외모에 키도 큰편인데다 상위권 대학 출신인 그가 내 이웃이라는데 난 다가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그 역시 내게 친근감을 표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27살인 그에겐 2천만원 정도의 빚이 있었다. 나는 그가 혼자 사는줄만 알고 있었고, 빚을 청산하기 위해 눈딱감고 2년정도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줄 알았다. 
    그런데 일주일 전 밤, 그의 집에선 평소와 다른 굉장한 소음이 있어 의아한 나는 그 시끄러운 소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혼하면 아빠가 아빠가 아니냐! 아빠가 힘들다고 문자하면 답장하나 못해!" 
    "여기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내가 아들 사는곳 하나 모를까봐! 넌 밥도 매끼 쳐먹고 월세 낼 힘도 있고 잘산다 참!"
     "아빠도 일 하셔야죠" 
    "내가 알아보고 있다잖아!" 등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듣자하니 그의 아버지에게도 빚이 꽤 많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걸 갚는데 아들이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의 아버지는 그 다툼 이후로도 계속 그의 집에 있으면서 밤마다 아들을 자극했다.
     그는 다툼중에도 결코 화를 크게 내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다 포기한 사람처럼 이야기했는데, 나와 이야기 할때는 절대로 들어본적이 없는 영혼없는 목소리였다. 
    그는 항상 나와 출근할 때는 친구 이야기, 여자 이야기, 일 이야기 등을 하며 즐거워했고 그의 눈동자는 항상 빛나고 있어서 나는 도무지 그의 영혼없는 표정이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는 동안 그는 나와 함께 같은 길로 출근했고 퇴근했지만 밤의 소란에 비해서 그는 너무나도 명랑해서 나는 무슨일인지 물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3일 전, 큰 소동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의 아버지는 돌연 집에서 사라졌으며, 그의 핸드폰에는 아들에 대한 원망섞인 유서가 전송되어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메세지를 받았지만 평소에도 있던 흔한 헤프닝이라 여겼던지 나와 함께 웃으며 퇴근했고, 집에 들어가서 편지로도 적혀있는 유서를 보고 나서야 심각성을 깨달은 듯 나을 찾아왔다. 
    나는 당연히 경찰과 구급대에 연락후 그의 아버지의 핸드폰을 추적하도록 했고, 그때부터 그의 눈에선 여태껏 내가 봤던 명랑함은 찾아볼 수 없이 분노와 억울함이 섞인 깊은 떨림이 흘러나왔다. 경찰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고, 새벽임에도 목격자를 찾아 집을 하나하나 두드리고 다니는 등 그의 아버지를 수소문했고, 그건 사람을 찾는다는 핑계로 그의 아버지에 대한 상황을 소문내는 지름길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아버지 핸드폰의 위치가 확인되고, 그와 함께 내가 인근 야산에 올라갔을 땐 거기엔 핸드폰 뿐이었다. 경찰은 주변을 수색하기로 약속했고 그와 나에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권유했고, 나역시 집에 돌아가기를 원했기에 그를 설득하여 집에 돌아왔다.
     집 앞 편의점에서 커피우유를 두개 사들고 나와 그에게 들려주고는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으라 한지 몇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선 분노섞인 비명이 쏟아져나왔다. 그의 집으로 급히 내려가봤을 땐, 그 낮은 반지하 방 천정에 메달린 커다란 그림자가 그를 덮고 있었다.
     오래되어 그다지 밝지 않은 형광등이 그를 비추려고 노력했지만 옆에 걸려있는 커다란 아버지는 그를 작은 어둠속에 가두었다. 어둠속에선 그의 눈이 붉은지, 하얀지 모를 빛으로 빛났다.  
    그는 그렇게 아버지를 눈앞에서 떠나보냈다. 아니 아버지가 떠나갔다고 해야할까. 그에겐 2천만원정도의 빚이 있다. 아버지에게는 더 큰 빚이 있었다고 추측한다. 아버지가 공중에서 아들에게 드리우던 그림자는 그에게 고스란히 흡수되고 말았다. 
     3일만에 집에서 꾸역꾸역 걸어나와 함께 출근길을 걷는 그는, 무서울 정도로 전과 같은 눈을 하고 있다. 밝고, 명랑한 눈. 그러나 그의 뒤를 따르는 그림자는 왠지 전보다 짙어진 느낌이다.   



    알바하다가 그냥 생각나서 30분동안 쭉 써본 글입니다.
    그냥 읽어주세요...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4/08/19 00:15:23  119.64.***.125  화영=석류  266241
    [2] 2014/08/22 22:14:50  122.34.***.46  오징어짬밥  25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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