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병신백일장] 학형</font></p> <p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br></font></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font-size:9pt;line-height:1.5;">책, 책, 책을 읽읍시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font-size:9pt;line-height:1.5;">마음의 양식 나눔소, 책게시판 사랑합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1.</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카톡왔썽.”/ 모두 잠든 새벽, 경박한 문자음이 방에 울린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아. 새벽에 뭐야~ 짜증나게’</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나는 반쯤 감긴 눈으로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내 휴대폰에는 다음과 같은 문자가 남겨져있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자니?」</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그가 보낸 문자라고 확인한 순간,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 같은과 선배, "학형"이다. 그는 학과에서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 조용한 성격 덕에 보이지 않는 학과행사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그런 학생이다. 어디 특출한 곳 없는 그런 학형이 다만……. 나에게는 특별한 사람이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font-size:9pt;line-height:1.5;">「아뇨ㅋ, 잠깐 책을 읽고 있었어요.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가 다행히 눈치 못 챈듯 문자를 보내왔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사회학개론 발제---」라 보내왔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생각해보니 내일이 사회학개론 조별발제날이였지. '2인이 10분간 공동체를 어떻게 규정해야하는가?' 라는 물음에 파워포인트와 발제문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 내 주제에 무슨 사회학이겠지만 사회학개론을 듣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 "학형"이 듣기 때문이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br></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br></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2.</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그와 친분을 쌓게 된 계기는 1학기 종강 전 단순히 동기가 마련한 술자리에서였다. 그냥 둘이서 마시는 건지 알았는데 학형도 있는 자리였다.</span><span lang="en-us"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ㅡㅡ 저놈이 미쳤구나... 내가 원래 사람 만나는 것 어려워하는 것을 알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하고 생각했지만, 피할 수 없으니 술자리를 즐겨야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색하기만 하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술자리에서의 그는 사람들이 평가했던 그가 아니다. 자리에서 학교 다니는 것부터 사회 문제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었다.</span></p> <p class="바탕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회 문제 얘기로 생각을 할 때마다 오른손으로 고개를 기대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시대에 뒤떨어진 금테 안경과 낡은 손목시계, 깔끔한 턱선 삼위일체를 이루었다. 빛이 나는 자세였고, 외형뿐만 아니라 섹시한 생각을 말한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p> <p class="바탕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도 TV서 주워들은 바로는 같은 제스처를 취하면 <당신의 생각을 공감한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있었는데, 괜히 그 포즈를 취하다가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가 손을 잘못 놀려서 소주잔을 엎었고, 깨졌다. 학형은 손수 휴지로 닦아주고, 내 팔을 자신 쪽으로 당 잡아당겨 손바닥 살피며,</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괜찮니?, 유리에 찔리거나 다친 곳은 없고?”</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라며 물어왔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뭐 드라마보면 그런 장면에서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소리, 슬로우 비디오, 장면 멈춤 이런 것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정말로 그런 일은 일어나는거 같다.</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처음으로 느끼는 가슴 떨림과 혼란을 느낀 난 얼른 손을 내빼며</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괜찮아요.” /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기억을 되짚어 봤을 때 분명히 잔은 학형쪽으로 쏟아졌는데;;</span></p> <p class="바탕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음날 학교에서 해장을 위해 라면을 먹고 헤어졌다. 그렇게 친해질 겨를 없니 1학기가 끝났다.</span></p> <p class="바탕글"> </p><p></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3. </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2학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형은 고향에 내려가느라 연락이 뜸했기 때문에 처음만나는 것은 강의실에서였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학형도 이 수업 들으시네요?”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는 것처럼 꾸몄다. 술자리 대화를 통해 이 수업을 100% 들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나도 이 수업을 듣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조금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점심을 하고 조별발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갔다. </span></p> <p class="바탕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개인적으로 조사를 하고 간단하게 한 서너번 정도 만나면 되는 그런 과제였는데, 그 2주일간 하루에 30분정도 꾸준히 모였다. 그를 위해서 월요일 공강과 쉬는 시간까지 양보했기에 가능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 도서관에서도, 카페에서도, 가로수 그늘에서도, 둥근달이 떠있는 밤 느티 아래에서 그와 함께 대화하고 공감하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니 그냥 같은 공간에 숨을 쉬고 있는것 조차도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점점 부풀어 갔었지...</span></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p> <p class="바탕글"></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4.</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 10분간의 조별발표에 대한 문의 이후「그럼 잘자~ 낼 보자.」라는 문자가 왔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 다른 때와 마찬가지 오늘도 같은 메시지로 끝났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잠이 오지 않는다. 짧은 카카오톡 대화를 나눴지만 온갖 잡 생각이 들었다.</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밤에 안경은 쓰고있나? 세면하고 츄리닝입고 침대에 누워서 카톡하고 있나?'</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내일은 옷을 어떤거 입고 가야할까? 그는 어떤 옷을 입고 올까? 긴팔에 소매를 걷고있던. 아니다. 셔츠에 가디건을 입는게 더 매무새가 깔끔하니 보기 좋고, 매력있지. 그러면 나는 뭘 입고 가야하나?'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상상하고 있다.</span></p> <p class="바탕글"> </p><p></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 조별발표 과제라는 긴장감 때문인지, 그와 같이 한곳에 선다는 설렘인지,</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2주간 해온 그와의 시간을 다시 하고싶은지,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바탕';"><br></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나는 잠 못 이루고 밤을 보냈다.</span></p> <p class="바탕글"> </p><p></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끝)</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p> <p class="바탕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학형: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우를 높여 부르는 말</span></p>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font-size:9pt;line-height:1.5;">** 작년 10월 학교 과제로 작성했던 글을 다듬어서 올립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font-family:'바탕';">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font-family:'바탕';">그 당시에 쓰다가 울컥했던 기억이 납니다. </span></div>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span></p> <p class="바탕글"><span lang="en-us">2014년04월16일, 세월호참사 잊지 않겠습니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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