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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환상괴담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2-03-20
    방문 : 679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14553
    작성자 : 환상괴담
    추천 : 4
    조회수 : 1159
    IP : 210.123.***.61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4/08/11 11:21:07
    http://todayhumor.com/?readers_14553 모바일
    [병신백일장] 허본좌X곱등이 _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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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글이 춤추는 책게를 애용합시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눌 때 책의 여운은 2배로 진해집니다!
    -------------------------------------------------------------------------------------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게 언제부터였더라,
    그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은행잎이 하나 둘씩 떨어지는 가로수 아래에 선 나,
    유난히 다른 잎들보다 빨리 떨어지는 잎 하나에 시선을 둔 채 내 고개가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내 구두 발끝에 잎이 놓이기까지 3초,
    내 구두 앞의 검은 눈망울을 눈치채기까지 2초.

    아..

    " 넌, 이름이 뭐니? "
    " 곱등곱등. "
    " 같이 걸을까? "
    " 곱등곱등. "

    그렇게 우리의 곱연은 시작되었다.
    낙엽은 지고 있었지만 우리 둘은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추워지는 날씨와는 다르게,
    내 심장의 RPM이 올라가고 있다는 걸 난 예견했다.

    처음 만난 날, 곱등이는 곧잘 내 뒤를 쫓았다.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물론 내가 한 걸음 늦게 걸어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퍽이나 귀여웠다. 끙끙대며, 가끔은 통통 튀며 나와 걸음을 맞추려 애쓰는 곱등이가.

    " 벤치에 잠시 앉았다 갈까? "
    곱등이는 더듬이를 꾸벅거리며 내 눈에 자신의 눈망울을 맞췄다.

    첫 만남이지만 곱등이와는 어색함이 없었다.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싸보일까 싶었지만..
    워낙 말수가 없는 곱등이였기에, 주로 이야기를 하는 건 내쪽이었다.

    " 나한테 한 표만 주면 내가 대통령이 됬을 때 백만원을 현찰로 드리겠다 이거야,
    어때? 이정도면 나도 대선 주자로써의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지 않겠어? "

    곱등이는 내 옆에 곱게 앉아 내 이야기에 가끔 더듬이를 꾸벅거리는 걸로 응답을 대신했다.

    " 아무튼 해내보일거야. 믿어줘. 내 진실된 눈을 사람들이 한 번만 바라봐주면,
    내가 그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는데.. 어때? 내 눈? "

    " 곱등곱등. "

    " 뭐.. 좋아. 사실 아무도 안 믿어주거든. 사실 그런 거 있다?
    날 모르는 국민이 없어, 하지만 그 누구도 날 믿진 않아.
    날 총재님, 총재님하면서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그들은 날 비웃음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일 뿐이었어.
    넌 달라.. 믿어주지 않아도 괜찮아, 더 이상은 강요하고 싶지도 않아.
    내 곁에 있어주라. 그거면 되니까.. 너, 내꺼할래? "

    " 곱등곱등. "

    더듬이가 움직인다.
    나는 곱등이를 두 손에 감아 꼭 껴안았다.

    " 널 앞으로 곱순이라고 부를거야.
    기억해야해.. 내가 혹시 널 길거리에서 잃어버린다고 해도,
    내가 그 자리로 돌아와서 곱순아, 하고 외치면,
    나를 찾아올 수 있어야해. "

    나의 포근한 입김이 내 손에 닿자,
    곱순이는 몸을 돌려 내 눈을 마주 보았다.
    티 없이 맑고 고운 눈이다.
    흰 자 위에 검은 자를 끊임없이 굴려대며 이리저리 재기 바쁜 인류와 달리,
    단지 널 보고 있단 것만을 알려주는 곱순이의 눈이다.

    " 너무 앉았나? 춥지? 일어서자. "
    " 곱등곱등. "

    사실 그 때 난 춥지 않았다.
    외롭지도 않았다.
    내게 곱순이가 생겼기 때문에..
    그 날 집에 도착했을 때, 내가 현관문에 걸터앉아 구두를 벗는 동안 곱순이는 천천히 걸으며
    처음 와보는 우리 집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 들어가자~ "
    손으로 조심히 감싸고 집으로 들어간 뒤 우선 거실불을 켰다.
    내가 없으면 아무도 없는 집, 유달리 빛이 센 형광등이 비추는 터라 혼자 살던 집이 더욱 부각되보였다.

    "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곤, 깨끗하지? "
    곱순이를 어디다 내려놓으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난 내내 곱순이를 들고 있었다.
    나의 엄지에서 손등으로 가려는데.. 혹시 떨어질라 연신 나는 조심스레 손의 각도를 바꿔주며
    곱순이가 최대한 내 손에서 편히 머물수 있도록 배려했다.

    " 니가 말을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
    곱순이에게 건 말이었지만 혼자 하는 넋두리처럼 들렸다.

    " 곱등곱등. "
    우는건지, 웃는건지, 아니면 화를 내는건지 알 수 없는 곱순이의 작은 소리가 답으로 들려왔다.
    이것만으로도 고마워.

    생전 키지 않던 집의 보일러를 돌렸다.
    나 혼자선 보일러세가 아까워 이불을 두 겹, 세 겹 겹치는 걸로 참고 살지만..
    이 작은 녀석에겐 행여나 춥지나 않을까,
    곱순이의 앙상한 종아리가 내심 신경쓰였다.
    내가 작은 배려라도 놓치면 이 아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곱등이는 방의 온도가 따뜻해지자 더듬이를 신나게 흔들거리며 집을 돌아다녔다.
    내가 일어서서 화장실을 가려니 곱등이가 내 뒤를 따라붙었다.
    별로 마려운 것도 아닌데.. 일어선 김에 난 화장실은 뒤로 미룬 채
    날 따라다니는 곱등이를 데리고 집안을 구경시켜주기로 결심했다.

    - 여기가 내 방이야.
    너도 여기에 작은 침대를 마련해줄거야..
    이젠, 누가 널 무섭다고 피하거나.. 혹은 그 이유로 밟아버리거나 그러지 않아.
    죽은 곤충을 씹어먹으며 흉한 곤충이라는 야유를 받을 필요도 없어.
    넌 존재 자체로 소중해. 너에게도 권리가 있어.
    갓 빨아서 말린 포근한 침대보 위로 뛰어들어
    향긋한 향내가 나는 베개에 얼굴을 부빌 권리,
    겨울에 이불 아래 귤을 먹으며 만화책을 볼 권리,
    크리스마스가 오면 산타아저씨가 선물을 줬을까 궁금해하며
    머리 맡에 놓고 잔 양말을 조심스레 들춰볼 권리,
    행복하게 해줄게, 곱순아!

    곱순이는 조금 흥분이 된 모양인지 앞다리를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휘휘 저어댔다.

    ㅡ . . .
    집 전체를 보여주고서 나는 저녁 먹을 시간이 1시간이나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너무 신나서 밥 먹어야 되는 것도 까먹었네. 곱순아, 너도 배고프지? "
    " 곱등곱등. "

    " 잠깐만 기다려, 오빠가 맛있게 해줄게. "
    " 곱등곱등. "

    쿠쿠 밥솥의 버튼을 누르자 노랗게 변색한 밥이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가득 담겨있었다.
    " 아차.. 요즘 밥을 잘 안 먹었더니만.. 기다려, 라면이라도 끓여야겠다. "

    난 허둥지둥 서랍장을 열어 안성탕면 두 봉지를 꺼내곤
    가스레인지 위에 물냄비를 올렸다.

    " 첫 날인데 밥을 먹어야 하는데.. 라면은 좀.. 엇, 곱순아...!! "

    방금 전 식탁에 놔둔 곱순이가 밥통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밥솥은 열어둔 채로 시간이 오래 지나자 저절로 삑 소리를 내며 닫겨버렸다.

    " 안 돼, 안 돼.. "

    내가 정신없이 소리를 치며 밥통 버튼을 누르자,
    다행히 밥알을 깨작거리며 먹고 있는 곱순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곱순아.. 놀랬잖아.. 괜찮아? 안 다쳤어? "
    곱순이를 들어올리려하자 곱순이는 나를 만난 뒤 처음으로 갈퀴를 쓰며 밥통으로부터
    나오지 않으려 애썼다.

    그 순간 눈물이 울컥 터져나왔다.
    도시 속에, 야생 속에 버려져 먹을 거라곤 음식물 쓰레기와 죽은 동물의 살점 뿐이었을 곱순이의 삶이.
    겨우 구멍을 찾아 눈을 붙이려다가도 쥐나 바퀴벌레에게 쫓길 수 밖에 없고,
    하다못해 불빛과 따스한 온도를 따라 들어간 곳에선 인간의 살충제와 발길질 밖엔 받아본 기억이 없을 곱순이의 삶이.
    몇 날을 도망치고, 몇 날을 굶어야 먹을 수 있었던 썩은 고기..
    그에 반해 밥통 가득 담긴 변색된 밥이라도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곱순이의 억척스러운 모습에서,
    난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 오빠가 지켜줄 거니까, 앞으로 이런 거 먹지마.. "

    라면 물이 끓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그 날 밤 나는 곱순이를 품에 안고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다음 날, 아주 오랜만에 햇살을 받으며 일어났다.
    곱순이는 느릿, 느릿.. 더듬이를 흔들며 창가에 앉아있었다.
    어제는 바닥에 쿠션을 깔아줬었는데, 어느새 창가까지 튀어오른 모양이었다.

    " 잘 잤어? "
    내 목소리에 곱순이는 흠칫, 나를 바라봤다.
    사람들로부터 구박받던 삶에서 터득한 생존법일까, 나는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검지손가락으로 곱순이의 이마를 쓰다듬어주었다.

    " 아침 먹자. "
    곱순이는 통통 튀어오르며 먼저 부엌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어제의 밥을 버리고 새로 지은 밥 한 줌을 덜어 식힌 후, 고깃조각과 함께 덜어놓았다.
    쌀밥에 소고기반찬, 이만한 밥상이 있을까?
    곱순이의 더듬이가 연신 꿈틀꿈틀거렸다.

    " .... "
    곱등이를 바라보는 내 눈의 촛점이 살며시 흐트러졌다.
    난 깊은 망상 속에 빠져있었다.
    곱순이가 사람의 말로 내게 사랑을 속삭이는 그런 상상..

    ㅡ 경영의 상상 속

    " 오빠! 헤헤. 곱순이는 오빠가 주는 밥이 제일 좋아! "
    " 언제까지든지, 얼마든지 먹게 해줄게. 내 전부를 가져도 좋아! "

    - 곱등곱등 !

    " 아차. 내 정신 좀 봐. 그래그래. 알았어. "
    곱순이의 울음소리에 망상에서 빠져나온 나는 급히 밥숟갈을 입에 집어넣었다.

    " 휴! "
    대충 그릇을 물로 헹궈 싱크대 안에 포개놓은 다음, 나는 정장 한 벌을 차려입었다.
    입는 내내 곱순이는 문턱 뒤에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 나도 일이 있으니까.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텐데, 같이 갈까?
    오늘은 케이블 TV에서 날 취재하고 싶다네.. "

    " 곱등곱등- "

    " 응, 같이 가자. 오빠 팔목에 붙어. "

    곱순이는 통통 튀어오더니 갈퀴로 내 팔목에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곱순이는 내가 단추 매무새를 정리하는 동안 천천히 기어올라와선,
    더듬이로 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 야, 야 간지러~ "
    곱순이는 왠지 들뜬 것 같았다. 한참을 장난을 치더니 그 다음엔 내 머리로 쏙 올랐다.

    " 오호.. 그래 곱순아, 넌 거기 있는게 좋겠다. 오빠가 모자를 쓰고 데려가야겠다.
    나쁜 사람들 눈에 곱순이 안 띄게.. "

    내 정수리에 앉아있는 곱순이를 가리기 위해 중절모를 하나 쓴 채로 나는 집을 나섰다.

    ㅡ 여의도, 한 카페..

    " 허경영 총재님, 이번 선거에도 출마하실 건가요? "

    " 거 물론이죠. 내 눈을 바라봐요. 그럼 알 수 있어요. 우주적으로 이미 예견된 지도자라고,
    스스로가 느낄 수 있어요. 카메라맨도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작가도 내 눈을 바라봐. 넌 살이 빠지고. "

    " 우하핫.. 너무 재밌으세요! "

    " 안 믿는 건가요? "

    " 믿어요, 믿어! 풋!"

    날 비웃고 있다. 난 희극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인이라고 불리지도 않는다.
    난, 그냥.. 구경거리다.
    아니면 가십거리다.
    내 스스로가 그렇게 자초했다고 믿으라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들 스스로가 날 내몰고 있다.

    " 자-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

    ... 쉬는 시간이지만 내 근처에는 누구도 오려들지 않았다.
    신기한 원숭이를 보듯이 카메라폰을 사진을 찍어댈 뿐..
    누구도 내 근황을 묻거나, 살갑게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저 중에 내 일촌도 있겠지.
    하지만.. 그에게 나는 삼촌 오촌 칠촌 구촌도 안 되는 그냥 남남일게다.

    순간 바람이 세게 부나싶더니,
    내 모자가 휭 하곤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곱순이도 내 머리로부터 달아났다.

    " 엇! 야, 알바! 저 모자 좀 잡아드려! "
    " 네, 알겠습니다.. "

    알바는 뛰어가서 모자를 잡더니, 내게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 저기, 허 총재님. 여기 모자.. "
    " .... 오지마! "

    " 예..? "
    " 멈추라고! 발 밑! "

    " 예? 아.. "

    아르바이트는 제자리에 선 채로 밑을 바라보았다.
    곱순이가 한 발만 걸으면 밟혀버릴 위치에 있었다.

    " 으! 곱등이 아냐! 하마터면 밟을 뻔 했네! "

    아르바이트의 발이 곱순이를 밟기 위해 지면을 떠난 순간,
    반사적으로 난 의자를 박차고 아르바이트에게로 달려갔다.

    " 당장 떨어져, 이 자식아! "

    아르바이트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자, 아르바이트는 얼굴을 감싸쥐고 땅을 굴렀다.
    나는 얼른 곱순이를 모자 속에 숨겨 내 머리에 뒤집어썼다.

    " 허.. 허경영 씨 왜 그러세요!? "
    " 뭐야, 저 인간 진짜 미친 거 아냐? "

    구성원들이 웅성거리며 험악한 분위기가 주위에 퍼졌다.

    " 미안합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요. "

    " 엇,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시청자 여러분께 소개시켜드리면 어떨까요? "

    이 와중에도 나로부터 방송 분량을 빼낼 수 있을까, 특종을 낼 수 있을까 궁리하는 사람이 있단 사실에
    혐오를 느낀 나는 그 사람을 째려보며 외쳤다.

    " 여러분은, 지켜주고 픈 누군가가 있습니까? "

    " 예에?"

    " 상처만 받으며 살아온 자의 아픔은, 알고 있나요? "

    " 왜 그러세요.. 허경영 씨.. "

    " 난 지켜주고 싶은 누군가가 있어요. 상처만 받으며 살아온 아픔도 알아요.
    지금 저 아르바이트가 받은 상처는 아무 것도 아냐.
    당신들은 아무 것도 몰라, 가르쳐 주고 싶지도 않아.
    당신들은 내가 찾은 이 작은 행복조차 용납하지 못 하는 사람들일테니까!
    미안하지만, 인터뷰 그만 하죠. 어차피 과거 영상 사용해서
    사람 하나 병신으로 만들어서 내보내는 거, 잘 하잖아요?
    편집, 알아서 하세요. 내 눈을 바라봐도 알 수 없는게 있어요.
    그게 뭔지 알아요? 나의 진심입니다. 안녕히 계십쇼! "

    날 미친 놈이라 매도하는 제작진들의 손가락질을 뒤로한 채
    나는 울상이 된 채로 여의도를 떠나야 했다.
    내 모잣속에선 작게 곱순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곱순아, 가자..
    우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여행 가자..
    ㅡ 얼마 뒤

    새벽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쌀쌀한 공기가 느껴졌다.
    " 섬에 갈거야. "
    " 곱등곱등. "
    짐가방 두 개를 들고 있기에 곱순이를 손에 안을 순 없었지만,
    곱등이는 갈퀴로 내 어깨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행여나 떨어질까, 난 조심스럽게 걸었다.

    선착장에 닿자, 섬으로 가는 유람선 한 척이 저멀리 떠난 직후였다.
    " 엇..! "
    이런, 놓쳤구나.
    그렇게 낙심하고 있을 때, 통통배 한 척이 출항을 앞두고 있더니만
    선장님이 갑판으로 나와 나를 불렀다.

    " 형씨! 거 배는 원래 출항 15분전을 지켜야하는 것 몰라요?
    30분은 일찍 왔어야지. 5분전이면 그냥 출발해버린다오.
    그게 바다에서의 약속이오. 어디 가시는데? "

    " 섬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사람이 얼마 없다고 들었습니다. "

    " 아아. 타슈! 내가 태워드릴게. 마침 고기도 거기서 나거든. "

    " 감사합니다. "

    하늘은 몹시 밝았지만 뿌옇게 흐린 날이었다.
    해가 저 너머 어디에 있겠거니, 추측할 뿐..
    덩달아 바다도 푸른 빛이 아닌 회색 빛만을 반사하고 있었다.

    " 형씨 거 어깨에 갯강구요 뭐요? "

    " 이건 곱등이입니다. "

    " 벌레를 일부러 붙여놓은거요? "

    " 예. 저한테는 소중한 친구거든요. "

    " 생명의 은인 같은 건가? "

    " 그렇답니다. "

    " 사실 나도 한참 견습 선원일 적에, 바다에 빠진 적이 있었거든.
    선원이 되겠다고 나왔지만 참 어이가 없는게, 난 수영을 할 줄 몰랐어.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는데 마침 뭔가가 날 들어올리는거야,
    숨을 푸핫 하고 쉬고 이 고마운 분은 누구신가하고 쳐다보니까,
    그게 바다거북이였다니까. "

    " 정말요? 그래서 어떻게 됬습니까? "

    " 거북이가 슬슬 받쳐주니까 나도 살아보겠단 오기가 생기더라고.
    나도 없는 실력이나마 보태서 마구 팔도 젓고 발도 젓고 있으려니까
    나 찾는다고 어선이 몇 척 오대? 그 덕에 살았어.
    내 평생에 제일 고마운 게 마누라도 아니고 아들 딸도 아니야,
    그 거북이가 난 제일 고마워. 거북이가 갈 길 가는데 난 그 뒤에 대고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했지. 사람이건 동물이건,
    고마운 건 고맙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해. "

    " 이 녀석도 제게 그만큼 소중한 녀석이거든요. "

    " 난 이해하네. 그때 날 구한게 곱등이였다면 난 곱등이에게
    고맙다고 했을거야. 좀 있으면 도착이야. 멀미는 안 하나? "

    " 참을만 한데요. "

    " 조류가 거칠어질테니 곱등이 조심하게. "

    " 예. "

    선장의 조타는 거친 조류 사이를 헤집으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살짝 낀 안개 속으로 섬 하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착장 앞에는 미리 연락을 받고 배를 묶어줄 사람 하나가 나와있었다.

    " 선장! 오랜만이네? 그 옆에 양복 아저씨는 뉘슈? "

    " 응, 이 섬 손님이래. "

    " 양복입고? 그럼 낚시꾼도 아니잖여. "

    " 사정이 있나보지. 섬 오는 사람 중에 사연 없는 사람 봤어? "

    " 뭔 생각인지는 몰라도 뛰어내리진 마쇼.
    이쪽은 조류 때문에 떨어지면 시체는 저멀리 러시아에서 떠올라요. "

    두 어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곱순이와 함께 섬으로 올라섰다.

    쏴아

    크게 유명하지 않은 섬인데, 모래사장 하나만큼은 국내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들려오는 파돗소리가 마음마저 씻어주는 것 같다.
    모래밭에 내려놓은 곱순이는 신나게 튀어오르며 길앞잡이가 된 양
    나를 뒤따르게 만든다.

    " 곱순아, 너무 빠르다. 같이 가. "

    활기에 찬 곱순이의 모습을 본 나의 마음은 다시금 망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 경영 오빠! 나 잡아봐라!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라기엔 터무니 없는 기적이다.
    나의 마음은 늘곱순이를 향해있는데,
    네 마음을 확인할 길이 없다.

    " 곱순아,오빠 봐봐. "

    난 갑작스레 뛰어가 저만치 앞에 있던 곱순이를 집어올렸다.

    "내 눈을 바라봐. "

    곱순이는 화들짝 놀란듯 머뭇거리다 내 눈을 쳐다봤다.

    쏴아..
    파도 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고 있다.

    쏴아..
    파도 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말해주길 원해, 날 사랑한다고 말해.
    한 번이면 되니까..

    " 곱순아. "

    곱순이는 앞다리를배배 꼬다가, 더듬이를 축 늘어뜨렸다.

    " 곱순아.. "

    얼굴은 마주하고 있지만 우리는 둘다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 사랑..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사랑하는 너로부터나도 널 사랑한다는 그 당연한 사실 하나 듣기조차
    바랄 수 없는 이사랑.. 밉다.

    " 그래도 널 사랑해. "

    곱등이가고개를 슬며시 들어 내 눈치를 살피려 할 때,
    난 곱등이의 자그만 입술에 내 입술을 맞췄다.
    그 순간, 파도는멎었으며..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한 폭의 그림처럼 모래사장 위에 존재했다.
    환상괴담의 꼬릿말입니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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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1 19:04:21  211.226.***.22  redword  185227
    [2] 2014/08/11 22:28:16  175.194.***.64  푸른영혼  534159
    [3] 2014/08/16 14:36:59  1.226.***.31  파푸리크아앙  312589
    [4] 2014/09/10 06:44:48  112.154.***.173  곰꿀단지  131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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