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바로 솔직히 요즘 흔히들 욕하시는 학원에서 단기 속성으로 배워서 얼렁뚱땅 취업한 인간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문과생 출신. 대학 4년제도 국어전공)
자꾸 요즘 학원 1년 -> 취업루트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길래 썰 좀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우선 이전 프로그래밍 경험은 십몇년전에 정보처리기능사 딴다고 비주얼베이직 조금 배워본게 전부였습니다.(그나마도 불합격)
그런 놈이 작년 4월초부터 11월경까지 국비지원 취업지원센터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12월 초에 모 게임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절대로 '나도 8개월만에 입사했으니 님들도 그러세요ㅋㅋㅋㅋㅋㅋㅋ'라면서 자랑하고,
전공자 출신 개발자분들 놀려먹으려는게 목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말리려고 이야기하는겁니다.
저야 운 좋게 제 적성에 맞는 길을 찾은 경우고,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냥 학원다니면 대충 취업되겠지, 적성은 모르겠고 취업된다길래...싶은 분을 위해 말씀드리죠.
일단 학원가고 싶어하시는 분께 환상부터 깨드리겠습니다.
1. 정말로 공부하기 전에 확인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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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률이 높다?
낮습니다. 저야 운좋게 합격한 케이스고(이유는 나중에 설명)
실제로 취업한 경우를 보면
- 딴일 하던 사람이 전직하려고 왔는데, 결국 원래일 하러 돌아간 사람들 - 학원에서 가르친것과는 다르지만, 일단 취업으로 칩니다.
- 대학에서 관련 전공하던 사람이 실무기술 익히러, 또는 취업재수 공부하면서 용돈(교육수당) 벌려고.
네. 솔직히 순수 비전공자가 공부 1년만에 취업하는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웹프로그래밍이나 이런데는 취업률이 높다곤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1~2년 안에 그만두시는 분들이 많거나.
아니면 진짜 완전 연봉후려치기 당해서 싼값에 일하거나.... 정말 운좋게 자기 적성 찾은 사람말고는 힘들다고 보셔야합니다.
* 대학가는 것보다는 빨리 취업해서 경력쌓는게 좋지 않나?
아니요. 어지간하게 급한경우가 아니면 대학교 다녀오세요. 일단 초봉부터가 달라집니다.
전공으로 대학교 졸업하신분들은 저같은 비전공자에 비해서 일단 초봉이 적어도 3~400만원 이상 차이납니다.
그나마도 이건 같은 규모의 같은 회사를 들어갈 때 이야기구요. 이게 무슨소리인고하니...
일단 전공자라면 학벌에 따라 중견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만. (물론 전공자라도 대기업은 힘들긴합니다만;;;)
저같은 비전공자는 대기업은 일단 없다고보셔야하고, 정말 잘해야 중견이라고 봐야해요;;;;
뭐 말로는 '우리는 학벌이 아니라 실력을 본다'고는 합니다만 그 실력의 증명은 다름아닌 '대학교 졸업장, 대학교 성적표'입니다.
물론 그거말고도 증명방법으론 "포트폴리오", "공모전 입상", "경력" 이렇게 있습니다만.
프로그래밍 1년만에 배워서 취업하시려는 분이 입상/경력은 있을리 만무하니 남은건 포트폴리오.
전공자들도 노는게 아닌 데, 과연 그 사람들보다 좋은 포트폴리오가 나올까요?
결론1 : 경력 부터 쌓는 건 좋은데, 그 경력 쌓을 직장은 어떻게 구하려고?
결론2 : 비전공자 + 중소기업 + 경력2~3년 <<<<< 전공자 + 대기업/중견기업 + 초임 (장래성을 생각하면 후자가 넘사벽)
* 그래도 나라에서 돈도 지원해주고 자리도 많은데?
명심하셔야 할 게, 국비 지원 그거 한 번 받으시면 그거 수료하고서 1년 동안 다른 교육은 국비지원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 길로 실패하시고 딴 직업 공부하시려고 해도, 그 땐 진짜로 돈 엄청 깨집니다.
나는 정말 1년동안 모든걸 쏟고 이 길로 공부하고 싶다. 이럴 각오 아니면 안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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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로그래밍 배우기전에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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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수학 성적은 안 좋은데?
많이들 들으셨을 겁니다. 프로그래머는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단순히 산수 계산이나, 수식을 외우는 게 아닙니다.
솔직히 그런 수식 사용이나 산수계산은 그냥 컴퓨터 시키면 됩니다. 그럴려고 있는게 컴퓨터인데요.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은 "문제 상황"이 주어지면, 거기에 어떤 수식을 써야하는지 추론하고 공식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해요.
바로 수능에서 나오는 수학문제처럼요. 상황과 단서가 주어지면 그걸 공식으로 세워서 풀이과정을 만드는 것.
이거 안 되면, 프로그래밍도 힘듭니다.
실제로 프로그래밍 문제집?같은 거 보면 수학 문제와 로직이 비슷한 걸 알 수 있죠.
(자랑같지만 제 경우엔 문과생 출신이라곤해도 수능때 수1에서 1등급을 놓친 적이 없었습니다)
* 학원에서 배운거만 해도 충분하지?
절대로 아닙니다-_-.... 남들 3~4년 배울거 1년에 배우려는데 그게 3~6개월만에 될까요?
대학생들 보통 한 학기에 못해도 20학점 - 일주일에 20시간을 넘게 들을텐데. 토/일 쉬고 평일만 하루에 4~5시간 꼴로 수업을 듣는거죠.
보통 학원에서 길어야 하루 8시간 강의입니다만, 단순계산으로는 대학교의 2배 분량 정도 강의하는거죠.
즉 학원 1년강의 '잘 잡아야' 대학교 2년치 강의입니다. 그나마도 몰아서 들으니 듣는 사람도 소화하기도 어렵구요.
뭐 취업용으로 엑기스만 추려서 가르치니 좀 나을거 같죠?
면접보는 사람들도 학원출신들 수도 없이 봤고, 그 사람들도 '우리한테 필요하지만 학원출신들은 모르는 기초'를 파고듭니다.
당연히 그거 모르면 아웃. 이런거도 다 개별적으로 공부해야합니다.
이건 제가 실제로 겪었던 경험담인데.
제가 학원에서 주로 공부한건 유니티3D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고. 포트폴리오도 3D 액션게임이었습니다.
면접관 : 혹시 행렬과 벡터를 응용해서 프로그래밍 하신적 있으신가요?
나 : 벡터는 유니티에서 좌표지정용으로만 써보고, 배열 응용해서 퍼즐게임을 만든적이 있습니다.(행렬이 뭔지 몰라서, 행렬을 배열로 착각함)
면접관 : (한숨쉬며) 포트폴리오는 잘 만들었는데.....
네, 유니티에서는 벡터나 행렬을 몰라도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원에서도 안 가르쳤구요.
하지만 나중에 안 건데 3D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아주 기초중에서도 기초적인 지식에 해당하는 부분이더군요.
'포폴 이정도면 됐지'하고 안심했던 저도 그제서야 정신 다시 차리고서 OpenGL이니 게임수학이니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 전공자의 장점을 뒤덮을 것을 준비.
제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계속 '우리는 전공자에 비해서 부족하다'했습니다.
정말로 극히 드물게 학원수업 + 자기 공부만으로 전공자 씹어먹는 분들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해도 면접자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정말로 그 사람이 능력있는지 "검증"되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사람과 똑같아 보일거에요.
그래서 다들 '대학교부터 가라'라고 하는겁니다. 능력을 쌓는데다가 졸업장이란 '검증'도 해주니까요.
그러면 전공자들이랑 경쟁해서 취업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가장 쉬운 방법은 그거에요, 연봉 후려치기. 핸드폰도 성능이 안 좋으면 저가로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전략을 밀잖아요?
그거 사람버전으로 우리도 연봉을 싸게 후려치는거에요. 막 1600? 1800? 이렇게만 주셔도 일할게요! 하면 아무리 검증 안 된 개발자라도 고용할 업주 나옵니다.
근데 잘 생각하세요.
- 정말로 그거 받고 살고싶은가요? 프로그래머는 기술직이며 전문직입니다.
- 일단 경력쌓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결국 경력쌓고 올라가는 연봉폭은 초봉기준인걸 자각하세요.
- 그렇게 적은 연봉이 아니면 사람 고용할 여력이 없는, 또는 고용할 생각이 없는 회사가 멀쩡한 회사일까요?
그러면 다른 걸로 특징을 살려야하는 데.
제 경우에는 일단 일본어실력이 좋아서 '일본어 + 프로그래밍'이미지로 밀고나갔습니다.
그래서 일본어 자격증과 같이 내밀어서 현재 회사에 합격했구요.
다른 친구의 경우에는 학원에서 친분을 쌓아 아는 형 스타트업한 회사에 바로 입사했습니다.
실력을 인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그 사람을 옆에서 직접 지켜보는 거니까요.
아니면 포트폴리오를 잘 만드세요.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자기가 취업하려는 회사에서 주로 만드는 걸 그대로 만들면 좋겠죠.
이 부분은 제가 게임쪽만 공부해서 다른 분야는 조언하기 어려운데.,..
우선은 실제 출시된 게임이 있는 쪽을 많이 쳐주는 분위기고, 거기에 결제시스템도 붙여놓으면 금상첨화.
그리고 현재 가장 많이 나오는 게임을 모방해서 만드는게 좋더라구요. 가능하면 3D로.
그거 말고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죠. 알고리즘이나 객체지향개념같은 부분을 자기가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만한
잘 짜여진 코드를 정리해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공개하는 것도 좋구요.
결론 : 전공자에 비해 부족한 점(특히 실력검증)을 메꿀 것을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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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 공부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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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나 말렸는데도 여기까지 읽어가며 학원에서 공부하고싶다....면 정말로 의지가 확고하다 생각하고
겨우 8개월 공부 + 2개월 일해본 사람이 조언드리자면(프로그래밍 배운지 1년도 안된 사람이 하는 조언이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만;;)
- 실무에서 사용하는 툴 사용법
흔히들 '툴 사용자가 되지 말고 프로그래머가 되어라'라고합니다.
툴이 기본적으로 주는 기능을 쓰지만 말고, 어떤 원리로 작동되고 장점이 뭐고, 단점이 뭐니 조심하고 이런 깊이 이해하라는 뜻인데요.
(예를 들어서 printf "Hello, World"; 를 쓸 줄만 알고. printf가 어떤 원리로 동작해서 모니터에 저 문자열이 출력되는지 파악해라...)
그렇다고 툴 사용법을 배우지 말라는 소리가 아닙니다-_-;;;;
회사는 배우고서 일하는 곳이 아니라 '일 하면서' 배우는 곳이거든요. 당장 들어가자마자 일은 할 수 있어야되요.
툴 사용법은 '기본'이고 거기에 프로그램을 깊게 들어가야죠.
- 구글 검색 방법(여기에 질문하러 오시는 분중 상당수가 이거 부족하시더군요. 이거 정말 중요한 능력입니다)
- MSDN같은 레퍼런스 사이트와 스택오버플로우같은 커뮤니티 활용 + 검색 방법
1. 사람들이 댓글 잘 달아줘도, 직접 만든 사람들이 내놓은 사용법보다 좋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2. 일 하다가 코드가 막힐때 항상 답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
3. 니가 해서 막힌 문제는, 반드시 누군가는 같은 문제로 고민했어요. 영어로라도 검색해봐요.
- 영어
두 말 하면 잔소리입니다. 프로그램은 영어로 되어있습니다.
사용방법 메뉴얼, 기술서적 전부 영어입니다.
호출하는 메소드 기능들도 어떤 역할인지 이름부터 알아보기 쉽게 짓습니다만 '영어'이름입니다.
위에 언급한 검색능력 또한 이 능력으로 크게 좌우됩니다.(한글로 검색하면 안 나오던데 영어로 검색하면 결과가 나오는 경우 많음)
* 정작 중요한 '어떤 언어를 공부'하라거나 '자료구조'나 '알고리즘', '디자인 패턴'같은거 빠졌다! 하시는 분들.
이런 정말 중요한 부분들 어지간한건 학원에서 가르칩니다. 이건 당연히 공부해야하고 학원에서도 가르칠테니 생략.
* 만에 하나 학원에서 안 가르친다면 강사에게 직접 이런이런거 왜 안 나가냐고 이유 물어보세요. 시간상 관계상 안 나간다면 공부방법에 대해서 직접 물어보시고, 독학으로라도 공부하는거 추천.
* 한국 컨텐츠 진흥원 사이트 가시면 무료로 인터넷 강의합니다. 게임 프로그래밍으로 들어가면 수학과 알고리즘, 자료구조 등등 괜찮은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돈 없는 분께 강추.
* 어떤 책으로 공부하냐고 물으신다면 검색해보시던가, 직접 서점가서 보면서 내가 이해하기 편한거 고르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