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은 한숨을 쉬며 안경을 벗고 흰색 가운을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그녀가 날 밤을 새가며 며칠간 조사했던 연구가 끝이 났다. 하지만 평소라면 궁금증의 해소로 미소를 짓고 있을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연구의 대상은 이퀘스트리아 끝단에 위치한 마을, 스타라이트 글리머가 모든 포니들을 가둬놓고 평등을 외쳤던 곳, 그곳에서 스타라이트가 큐티마크를 빼았을 때 사용한 '평등의 지팡이'였다. 연구 결과는 간단했다. 이 지팡이는 아무 특별함 없는 그저 평범한 나무 막대기였다. 사실 결과는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놓친 무언가가 없는지 그녀의 직성이 풀릴 때 까지 조사하고 또 조사한 나머지 길어지게 된 것 뿐이다.
트와일라잇은 굉장히 피곤했지만 잠을 이룰수는 없었다.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머릿속으로 가설을 세워갔다. 지팡이가 가짜였다는 말은 큐티마크를 제거하는 마법은 오직 스타라이트만의 능력이란 뜻이다. 하지만 그런 마법은 듣도보도 못했다. 마법에 관해서 자신있던 그녀도 온갖 서적을 뒤져가면서 조사를 해봤지만 성과조차 내지 못했다. 큐티마크에 관한 마법은 불가능하다라고 이미 마법학계에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녀도 예전에 강제로 큐티마크가 생기는 마법을 연구 한 적이 있지만 애플블룸에게 시도했던 것처럼 큐티마크 마법을 연구하는 것은 헛수고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녀는 지팡이에 희망을 걸고 조사를 했던 것이다. 지팡이가 단순한 나무 막대기란걸 밝혀낸 이상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큐티마크를 없애는 주문은 스타라이트 글리머가 직접 개발한 주문이란 뜻이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져간다. 그 정도 수준의 마법을 다룰줄 아는 포니가 달아난 뒤 새로운 마을에서 자신의 야욕을 포기하지 못하고, 자신이 그걸 막지 못한다면 그 때엔 피해자가 마을 주민들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 다시 성 탁자에 있는 지도가 그녀를 발견한다면 모를까. 그녀는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지도에 의존할 수 만은 없었다.
"트와일라잇! 오랜만에 공주님한테 편지왔어!"
스파이크의 목소리가 크리스탈 복도에서 울려퍼졌다. 저 멀리서 편지를 한 손에 쥐고 신이난 채 달려오는 아기용이 보였다.
"진짜? 빨리 봐봐."
트와일라잇이 재촉하자 스파이크는 숨도 고르지 않은채 양피지를 양 발톱에 쥐어 편지를 읽었다.
"트와일라잇 공주에게. 네가 받은 보고서는 잘 읽었다. 아쉽지만 내가 아는 포니 중에선 스타라이트 글리머라는 포니는 없단다. 캔틀롯 출신 포니는 아닌 듯 싶구나. 조사하고 있으니 진전이 있다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 셀레스티아가."
그녀의 예상대로 스타라이트는 셀레스티아도 모르는 포니였다. 셀레스티아는 그 마을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트와일라잇은 복도를 걷다 원탁이 있는 커다란 광장으로 들어왔다. 서로의 큐티마크가 그려진 의자에 둘러쌓인 커다란 원탁이 보였다. 원탁 위에는 이퀘스트리아의 지도가 잔상처럼 떠 있었다.
애초에 이퀘스트리아는 평화로운 나라가 아니었다. 트와일라잇은 공주가 된 이후부터 그 사실을 더 절실히 와닿게 되었다. 스타라이트 같은 포니는 하나가 아닐것이다. 평등의 마을 같은 곳도 한 군데가 아닐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가 모르는 사이 수많은 스타라이트가 곳곳의 평등의 마을에서 이퀘스트리아를 위협하고 있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넓은 이퀘스트리아를 추측만으로 들쑤시고 다닐수는 없었다. 셀레스티아도 그렇고 자신도 할 일이 태산같아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트와일라잇은 한참이나 이퀘스트리아를 축소한 잔상들을 바라보았다.
"스파이크."
트와일라잇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왜?"
스파이크가 대답했지만 트와일라잇은 여전히 지도를 쳐다보며 뜸을 들였다.
"아무래도 지금이 그 때인것 같아. 내가 얘기했던 프로젝트를 실행시키에 적당한 때야."
"진심이야?"
스파이크는 놀란 눈으로 대답했다.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친구들을 불러줘. 난 눈 좀 붙혀야겠어."
트와일라잇은 그렇게 말하곤 침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다음 날 원탁 앞에는 다섯 포니가 둘러앉았다. 스파이크는 트와일라잇이 곧 올거라고 알리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앉아있으라고 한 지 1분도 지나지 않고, 핑키 파이는 정신 사납게 원탁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저기 봐! 지금 치즈 샌드위치가 소나기 숲을 나와서 새 마을로 가고 있어. 분명 새로운 파티를 열려고 하겠지?"
핑키가 웃으며 말했다. 애플잭은 눈을 가늘게 뜬 채 핑키가 보고있는 쪽을 한참 쳐다봤다.
"이 지도엔 포니같은거 안보이는데..."
"아냐. 아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어. 신기하게도 내가 알고있는 포니들만 지도에 보여. 저번에 밤에 와서 지도를 봤는데 플러터샤이가 디제이 포니 클럽에서 밤 새 논 것도 전부 보이더라!"
그 말에 플러터샤이는 흠칫 놀라더니 안절부절하며 주위를 쳐다봤다. 모든 포니가 플러터샤이를 보았지만 핑키의 말이 맞다는 걸 확인 할 방법은 없었다.
레인보우 대쉬도 얌전히 앉아 기다리진 않았다. 그녀는 공중으로 날아 예전 친구들과 자신이 가져온 나무 도서관 뿌리와 기억이 담긴 보석들을 보고 있었다. 소닉 레인붐을 성공했던 장면의 보석, 스파이크가 거대화 했을 때 래러티와 스파이크를 구했던 장면의 보석, 원더볼츠에 입단했을 때의 보석, 전부 자신과 관련된 보석들이었다.
그 때 커다란 문을 열고 트와일라잇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사뭇 심각해보이는 트와일라잇의 분위기에 모든 포니는 잡담을 멈추고 트와일라잇을 주목했다.
"제군들! 이퀘스트리아는 위험에 빠졌다!"
트와일라잇이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다른 포니들은 영문을 모른 채 서로를 봤다.
"트와일라잇, 근데 한쪽눈에 안대는 왜 찬거야?"
애플잭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혹시 해적놀이 하는거야? 그럼 나도 할래!"
핑키 파이가 앞 발을 번쩍 들었다. 트와일라잇은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포니들의 모습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은 안대를 벗어서 던져버렸다.
"이건 심각한 일이라고! 놀이가 아니야!"
트와일라잇이 소리쳤지만 핑키 파이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안대를 쓰고 있어 머리가 눌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포니도 핑키처럼 대놓고 웃진 않았지만 웃음을 감추진 못했다.
"에휴. 됐다. 괜히 나만 심각해진거 같네."
트와일라잇은 단념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뭐 때문에 우릴 부른거야? 그것도 이른 아침에."
대시는 슬슬 가만히 앉아있는게 근질거린지 트와일라잇을 재촉했다.
"사실 내가 요 며칠동안 스타라이트 글리머와 큐티 마크 없애는 주문을 조사 했었는데, 스타라이트 같은 포니가 이퀘스트리아 어딘가에 또 있을거란 게 내 예측이야."
"그래서 뭐? 그런 포니가 있을 때 마다 우리가 가서 박살을 내버리면 되잖아."
대쉬는 공중으로 치솟아서 허공에 뒷발차기를 날렸다. 스타라이트한테 큐티마크를 뺏기고 세뇌당해 마을에 영영 갇혀버릴 뻔했던 기억이 어느 새 자신이 스타라이트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친구들과 마을을 구한 기억으로 왜곡되기라도 한 듯 했다.
"그래, 이번처럼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 전에 예방을 하면 문제가 없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린 이제 조화의 원소도 없어. 레인보우 파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힘이고. 아직까지 난 그것들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겠어."
"그래서 어쩌자고? 전 이퀘스트리아를 쏘다니며 스타라이트 같은 포니를 찾자고?"
애플잭은 트와일라잇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트와일라잇은 좋은 질문이야라고 말하며 씩 웃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퀘스트리아의 의심지역을 돌아다니며 무슨 일이 있는지 전부 조사하는거야. 하지만 우린 우리대로 이곳에서 할 일이 있고 확실치도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 그래서!"
트와일라잇은 탁상을 쾅 치며 사진 다섯장을 각자의 자리에 날렸다. 사진은 전부 뒤집어져 있기에 어떤 사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핑키파이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가장 먼저 사진을 뒤집어 보았다. 나머지 포니도 사진을 뒤집어서 보자 서로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우리 대신 이퀘스트리아를 돌며 잠재적인 위협들을 탐색하고 해결해줄 포니들이야. 우린 이제 이 포니들을 찾아서 불러모아 팀을 꾸릴거야. 이퀘스트리아를 수호하는 특공대랄까. 내가 고심해서 뽑은 포니들이야."
"왜 하필 이 녀석이야? 난 반대야!"
대쉬가 신경질을 부리며 사진을 날렸다. 사진에는 라이트닝 더스트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나도 동감이야. 오히려 내가 보기엔 이 포니들이 잠재적인 위협같은데. 이런 녀석들 모아봤자 네 말대로 고분고분 들어줄 거 같지도 않고."
애플잭이 가진 사진에는 플림 플램 형제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왜? 난 완전 좋은데!"
"나... 난... 못해. 절대 이 애랑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핑키파이는 모드의 사진을, 플러터샤이는 길다의 사진을 갖고 있었다.
"트와일라잇, 달링. 나쁜 뜻은 없지만 아무래도 이번 계획은 네 생각대로 맞진 않을거야."
래러티는 조심스럽게 트릭시의 사진을 다시 트와일라잇 앞에 옮겨놓았다. 한 포니를 제외하곤 모두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음에도 트와일라잇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이런 반응이 예상 안이라는 모습이었다.
"나도 알아. 사진 속 포니들이 단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포니들이라는거. 하지만 내가 봐을 땐 개개인으로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포니들이야. 만약 그들을 하나로 뭉칠 수만 있다면, 어쩌면 우리들처럼 이퀘스트리아의 운명을 구할 팀이 탄생할지도 몰라."
"과연 그럴까? 네가 라이트닝 더스트를 안 만나봐서 그런데 얘는 주위 생각은 안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고! 게다가 내가 얠 데려온다고? 사관학교 일 때문에 날 보자마자 덤벼드려 할걸?"
대쉬가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하자 나머지 포니들도 불만을 쏟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은 포니들이 진정할 때 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모두 사진 속 포니와 안 좋은 인연이 있다라는걸 알고있어. 하지만 난 그들 사이에서 가능성을 봤어.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어. 바로 우정에 대해 모른다는 거야. 우정의 공주인 내가 우정으로 그들을 엮는다면 내 계획은 분명히 성공 할 수 있을거야."
트와일라잇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포니들의 불만이 잦아들었다. 여전히 불만이 남아있긴 하지만 트와일라잇의 완고한 태도를 꺾기란 힘들었다.
"알았어. 해볼게."
애플잭이 먼저 말하자 하나 둘 트와일라잇의 제안에 수긍했다. 트와일라잇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럼 우선 각자 받은 사진의 주인공을 찾아가도록 하자. 사진 뒷편에는 해당 포니가 있는 주소가 적혀있어. 참고로 래러티는 의상 제작을 맡아줘야 해. 트릭시는 내가 찾아갈거거든.
그 말에 래러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나야 환영이지."
트와일라잇이 단상에서 일어나 모임이 끝이 났다는 것을 알렸다. 포니들은 서로 발굽에 사진 한장을 든 채 걸어나갔다.
"위! 난 빨리 모드 만나고싶어!"
핑키 파이가 옆돌기를 하며 문밖으로 나갔다. 잔뜩 신이난 포니는 핑키 뿐이었다.
"난 빨리 만나기 싫어."
플러터샤이는 잔뜩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하고 살고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레인보우 대쉬가 마지막으로 문 밖을 나서며 말했다.
신분의 한계로 연재주기가 매우 불분명한 팬픽! 완결이라도 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