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우리는 요즘 주옥같은 갑질의 향연을 목도하고 있다. 과연 갑질의 시대다.<br>남양유업 본사직원이 나이 많은 대리점주에게 막말을 퍼부은 내용이 공개되면서 <br>우리는 우리 사회의 갑질들을 돌아보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갑질들에 놀라게 되었다.<br>일명 밀어내기 같은 불공정행위와 이러한 불공정행위가 버젓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시스템, <br>이를 이용해 갑질하는 갑의 횡포는 비단 남양유업 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br>하긴 이는 우리가 모르던 이야기가 아니다. 평소 주변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이고 우리 자신이 직접 당했던 이야기였다.<br>다만 이제는 두 눈 질끈 감고 일부러 모른척 하던 현실들을 하나 둘씩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고 있을 뿐이다.</div> <div>우리 사회가 그만큼 좋아져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젠 정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div> <div>한 발짝만 더 가면, 그나마 남은 국가시스템의 껍데기마저 붕괴될지도 모르는 것이다.</div> <div> </div> <div>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br>왜 갑질이 일어날까? 왜 갑질을 참아왔던 걸까? 그리고 무엇이 바뀌었기에 이 갑질들이 요즘 들어 공론화 되고 있을까?</div> <div><br>우선 기억나는 대로 몇 가지 갑질들을 떠올려 보자.</div> <div> </div> <div>1. 대한항공 승무원에 대한 포스코 상무의 갑질 <br>: 컵라면이 덜 익었다며 승무원의 뺨을 때린 그 상무는 논란이 거세지자 보직해임 되었다고 하는데, <br>겨우 보직해임이라니... 지금쯤이면 제자리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갑질을 해대고 있을거 같다.<br>그래, 이 양반은 운이 좋았다. 땅콩항공 부사장도 보직해임으로 무마하려 했지만, 국민은 더 이상 보직해임 정도에 속지 않았다.</div> <div> </div> <div>2. 압구정현대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들의 갑질 <br>: 인격적 모욕에 시달린 경비원이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분신자살한 후, </div> <div>입주민 측은 모든 경비원을 해고하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다시 채용했다고 한다.<br>아파트의 이름, 솔직히 말해 아파트 값을 위해서는 사람 목숨도 똥값이 되는 시대다.</div> <div> </div> <div>3. 승마협회에 대한 정윤회의 갑질<br>: 정윤회씨의 딸이 아시안게임 출전권이 달린 시합에서 2위를 하자(1등만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다) <br>정윤회씨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과 맞서고자 분연히 일어났다. <br>시합 다음 날 바로 경찰이 찾아와 승부조작이 있었다며 수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br>이에 그치지 않고 투입되었던 문체부 직원들은 눈치없이 정윤회와 상대측 둘 다 잘못했다고 보고 했다가 <br>대통령수첩(전 유신공주수첩)에 '나쁜사람'이라 적힌 후 짤렸다.<br>언뜻 법 위에 계신 분들의 사소한 분쟁정도로 보였던 이 사건은 이후 청와대 문건유출사건으로 확대되며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br>한 쪽이 갑질을 시전했지만, 상대도 어였한 갑이었기에 복잡한 네트워크와 계산을 거쳐 <br>정윤회와 박지만의 불꽃튀는 권력암투로까지 비화되었던 것이다.<br>갑질에 당할 갑은 없다. 갑질은 역시 을에게 해야 제맛이다.<br>(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갑질이 얼마나 비열한 짓인지 알 수 있다. 내가 힘이 있으니, 네가 을이니 찍어 눌러도 된다? 역겹다.)</div> <div> </div> <div>4. 대한항공 승무원에 대한 땅콩항공 부사장의 갑질 <br>: 청와대 문건유출사건으로 정신없던 우리에게 오아시스 같은 사건이 하나 빵 터졌으니...<br>땅콩을 봉지째 가져왔다는 이유로 사주의 딸이었던 부사장이 승무원과 사무장을 무릎꿇리고, <br>결국 비행기까지 회항시켜 사무장을 내려놓고 갔단다. 이후 벌어진 땅콩항공의 증거인멸 시도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br>사건의 주인공인 부사장은 구속되었지만, 사건의 향방은 아직 두고 봐야 한다. <br>어제는 땅콩항공이 승무원에게 교수직을 제안하며 증언을 번복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div> <div> </div> <div>5. 수습사원에 대한 위메프의 갑질 <br>: 수습사원에게 직원시켜줄테니 직원과 똑같은 실적을 내라고 시켜놓고서는 기한이 끝나자 전원 해고시켰다고 하는데,<br>가입자들의 탈퇴러쉬를 넘어 소비자들이 일부러 가입했다가 탈퇴할 정도로 여론이 들끓자, 이들을 전원 입사시켰다고 한다.<br>그럼 뭐해? 소비자의 마음은 이미 떠났는데... 이젠 이승기나 이서진의 할아버지가 와도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div> <div> </div> <div>6. 인턴직원에 대한 이상봉 디자이너의 갑질 <br>: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견습들을 부려먹은 사건인데, 이는 이상봉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패션업계 전반의 문제였다.<br>스타가 되라. 스타가 되면 떼돈을 벌 거다. 그리너 너의 젊음, 너의 현재를 바쳐라. <br>너의 열정과 재능을 불꽃처럼 불태우고 소진해라. 살아남으면 돈버는거고, 아님 꺼지는 거고... <br>영화나 음반처럼 스타마케팅, 스타시스템이 구축된 곳에서는 모두가 불나방 신세일 뿐이다. 죽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불의 마력에 끌려 뛰어든다.<br>그래서일까? 별로 달라질게 없어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div> <div> </div> <div>7. 주차요원에 대한 백화점 모녀의 갑질<br>: 모녀는 알바생이 차에 대고 주먹을 휘둘렀고, 이를 훈계하기 위해 무릎을 꿇렸다고 한다. <br>어미는 자신이 7백만원이나 썼는데, 일개 주차요원에게 망신을 당해야 하냐며 부들부들 떨다 병원에 실려감으로써<br>진정한 갑질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내추럴 본 갑이 아니라면 갑이 될 자격이 없다. 갑질을 할 수 없다.<br>갑질이 갑질인 줄 안다면 어떻게 갑질을 할 수 있겠는가?<br>아니에요~ 얼마나 억울하면 부들부들 떨다 병원에 실려갔겠냐고? 헐~ <br>아직도 똥오줌 못가리는 사람들이... 여기는 몰라도 이 사회엔 음... 너무... 많다.</div> <div> </div> <div>세상 참 갑갑하다.<br>백화점 모녀처럼 갑질의 정수를 보여주면서도 그게 갑질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br>그렇다. 갑들은 정말로 순수하게 자신이 내추럴 본 갑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신념에 한 치의 불신도 반성도 없다. <br>난 7백만원 쓴 고객님, 넌 주차요원, 그럼 니가 나에게 공손해야지... 이게 무슨 갑질이야 당연한 거지~!<br>내가 갑인데, 을에게 무슨 짓을 하던 무슨 상관인가? 내가 갑이니 갑질 안 당하게 을이 알아서 조심하고 살아야지 말야~</div> <div> </div> <div>설국열차에서 총리 역을 맡았던 틸다 스윈튼의 말이 떠오른다. <br>"나는 애초부터 앞쪽칸, 니들은 꼬리칸. 그럼 니들 자리를 지켜~!"<br>원작에서는 총리가 꼬리칸 출신으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총리가 된 인물로 그려져 있다.<br>그런 그가 애초부터 자신은 앞쪽칸이라고, 니들은 뒤쪽칸이니까 뒤쪽칸으로 꺼지라고 씨부렁댄다. 헐~<br>영화는 왜 이다지도 현실과 똑같단 말인가?</div> <div> </div> <div>여기서 갑질의 정의를 살펴보자.<br>갑질이란 갑을관계에 있어 강자인 갑이 약자인 을에게 행하는 모든 부당행위를 의미한다.<br>갑이라서 나쁘다는게 아니라, 갑이 갑이랍시고 을에게 해선 안 될 짓을 할 때, 그 잘못된 행위를 부르는 말이다.<br>이제 우린 미생 같은 드라마를 보며 이 갑질을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통해 볼 정도가 되었다. (이거 좋은거야? 나쁜거야?)<br>우리는 장그레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장그레의 고난은 현실에 비하면 세발의 피다.<br>어떻게 보면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모인 회사이기에, 그나마 수준이 있고 스마트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더 고깝지만...</div> <div>희망고문이나 열정페이는 이제 애교가 되었다. 갑질을 이야기 하지만 변하는 건 없다. 을은 영원히 을로 살아야 한다.<br>우리는 이미 우리에게 우리만의 이름까지 붙여주고 있다.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초식남, 초식녀 등등<br></div> <div>하지만 이를 바꿀 힘이 우리에게 있을까?<br>소위 왕따문제가 나타났을 때부터, 우리는 알고 있었다. <br>이제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부터 을로서 살아가기를 강요받고 있다는 것을.<br>청소년기부터 갑질을 고스란히, 얌전히 받아들이길 배우며... 고개 숙이고 사는 방법을 배우며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div> <div> </div> <div>갑질의 늪에서 해어나오기란 쉽지 않다. <br>단순히 갑질을 비난하고 벌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br>사실 갑질은 갑이 갑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갑과 을의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br></div> <div>헤겔이었나? 그는 갑이 갑이 될 수 있는 이유를 갑이 아닌 을에서 찾는다.<br>왕이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백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인데, <br>백성이 없었으면 왕도 왕이 될 수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br>백성이 왕을 원했기에, 왕을 필요로 했기에 왕이 왕으로 추대될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br>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왕은 자신을 다스리는 자로 여기게 되고, 백성은 자신을 지배받는 자로 여기게 되었다는 점이다.<br>누가 왕을 세웠는지, 왜 왕을 필요로 했는지 잊어버림으로써 <br>왕은 당연히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되고 백성은 당연히 왕을 섬겨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br>역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억하지 않는자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br>베르그송은 자신이 자신일 수 있는 이유를 기억에서 찾지 않던가?</div> <div> </div> <div>물론 기억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갑과 을은 갑을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갑과 을이 되기 때문이다.<br>사무엘서에는 왕이 세워지던 시절의 이야기가 보다 자세하게 나와있다.<br>어느 날 백성들이 제사장 겸 사사였던 사무엘에게 몰려가 왕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br>사무엘이여 옆 나라 블레셋은 왕을 세워 나날이 강력해지는데 우린 뭐요?<br>당신이야 괜찮지만 당신 아들들은 탐욕스럽고 무능한데, 당신이 죽고 나면 누굴 의지하란 거요?<br>우리에게도 왕을 주시오. 왕이 될 자를 골라 왕으로 선포하시오. 그에게 권력을 넘기시오. <br>그러면 우리가 맘 놓고 살 수 있을 것 같소.<br>그러자 사무엘이 답했다.<br>그래 내 당신들에게 왕을 세워줄 수는 있소. 하지만 당신들에겐 하나님이 계시잖소? 하나님이 계신데 또 왕이 필요하오?<br>지금은 당신들이 왕을 요구하니 왕을 세워주겠소. </div> <div>하지만 당신들이 세운 왕은 <br>당신들의 아들들을 데려가 자기 병사로 삼고, 자기 밭을 갈게 하고, 자기 말을 돌보게 하고, 자기 무기를 만들게 하고<br>당신들의 딸들을 데려가 자기 음식과 항료를 만들게 하고, <br>당신들의 밭과 포도원과 감람원 중에서 제일 좋은 것들을 빼앗아 자기 신하들에게 주고,<br>당신들의 곡식과 포도원 수입의 십분의 일을 가져가 자기 신하와 관리들에게 주고,<br>당신들의 노비와 아름다운 소년과 나귀들을 가져가 자기 일을 시킬것이며,<br>당신들의 양떼에서 십분의 일을 가져갈 것이니... 당신들은 이제 왕의 노예가 될 것이오.<br>그때가서 하나님께 울부짖어 봤자 소용없을 것이요. 당신들이 스스로 원해서 된 일이니...</div> <div> </div> <div>권력의 중심이 제사장에서 왕으로 넘어가던 시기... <br>이 예언은 힘을 잃어가던 늙은 제사장의 중얼거림처럼 보였지만,<br>그래서 당시 백성들도 뻥카처럼 여기고 흘려들었지만, 이 말은 곧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br>이후 백성들의 역사를 보면 참 좋~게 되었던 것이다.</div> <div> </div> <div>다시 헤겔로 돌아가보자.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오래전이라 가물가물... 대충 이런 뜻이었던 걸로 기억한다.)<br>'주인이 주인된 것은 주인이 되기를 택했기 때문이고, 노예가 노예된 것은 노예가 되기를 택했기 때문이다'<br>'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노예가 필요하고, 노예가 되기 위해서는 주인이 필요하다'<br>갑은 원래부터 갑이었던 것이 아니다. (그래 갑이 언제부터 갑이었다고 갑질이야~)<br>갑은 갑이 되기를 결단했기에 갑이 된 것이고, 을은 을이 되기를 인정했기에 을이 된 것이다. (응? 이건 뭥미?)<br>이는 갑이 갑이기에 갑인 거고, 을은 을이기에 을이라는 의미임과 동시에, <br>갑을 갑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을이고, 을을 을로 만들어주는 것은 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br>다시 말해 을이 갑을 갑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이상, 갑도 갑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br>오~ 그럼 갑에겐 을이 소중하겠군. 갑이 을을 잘 대해주겠군.<br>하지만 이런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다. 을의 인정이 필요하다고 해서 갑에게 을이 소중한 것은 아니다.<br>갑이 갑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을이 필요하다. 을이 갑을 갑으로 인정해주지 않는한 갑은 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br>하지만 갑에게 있어 을의 인정이 자율적인지 타율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br>을이 스스로 갑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갑이 을에게 갑을 인정하도록 강요해 인정을 받으면 그만인 것이다.<br>사실 어떤 을이 갑을 인정하고 싶어서 인정하나?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을이 되기를 인정할 뿐이다.</div> <div> </div> <div>해겔의 생각에는 함정이 숨어있다.<br>노무현 정부 홍보수석이었고, 현 노무현 시민학교장이기도 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br>백화점 모녀 사건을 두고 날린 트윗은 이러한 생각의 위험성을 보여준다.<br>조 교수는 백화점 모녀에게 당한 주차요원에게<br>"하루 일당 못 받을 각오로 당당히 부당함에 맞설 패기도 없는 젊음. </div> <div>가난할수록 비굴하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라고 꾸짖어 주셨다는데,<br>(참고로 이분, 이런 저런 블로그들을 보니 동학농민혁명을 촉발시킨 고부군수 조병갑의 증손녀 되신단다.)<br>한 마디로 '넌 을이기를 선택했으니 을인거야. 이 찌질아~'라고 말한 것과 다를게 없다. (이거 두 번 죽이신거 맞죠? 맞고요~)<br>난 갑이니까 이렇게 갑인 거고, 넌 을이니까 그렇게 을인 거야. 부러우면 갑이 되덩가~. 이게 이 사고의 위험성이다.</div> <div> </div> <div>이러한 위험성은 그의 제자였던 마르크스에 의해 까발려진다.<br>"흑인은 원래부터 흑인이 아니었다. 흑인(노예)은 이 사회를 통해 흑인(노예)이 된다."<br>한 마디로 내추럴 본 갑이란 없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듯이, 갑으로 태어난 갑은 없다.<br>갑으로 태어났으니까, 갑이 되기를 결단했으니까 갑이 되는 게 아니란 거다. 갑은 이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에 불과하다.</div> <div> </div> <div>마르크스는 헤겔과 정반대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한다.<br>을은 을을 을이게끔 만드는 이 사회의 시스템 때문에 을이 된다. 그래 맞다. 갑이 갑인 것은 을이 갑을 갑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br>하지만 이는 을이 정말로 이를 원해서가 아니라, 갑이 시스템을 통해 을을 협박하고 억누르기 때문이다.<br>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갑을 갑으로 인정하는 것뿐이란 의미임과 동시에 이 망할 놈의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br>그런데 그런 을에게 '당당히 부당함에 맞설 패기도 없는 젊음'이라고, <br>'가난할수록 비굴하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질타하면... 어쩌라고?<br>누군 갑질에 맞설 패기가 없어서, 천성이 갑질에 당하는 걸 좋아하는 변태마조라서 갑질에 당하는 줄 아나?<br>갑질에 맞서고 싶지만, 갑질에 맞서면 꾹꾹 짓눌러 버리는 이 사회의 시스템 때문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데... <br>이길 수 없는 적에게 맞서는 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 아니던가?</div> <div> </div> <div>옛 문헌에 '분할해서 통치하라'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은 아닌 듯 한데... 뭐 더라?)<br>강대국이 약소국을 대할 때, 약소국들이 서로 힘을 합치지 못하게 서로 떼어놓고, 떼어놓은 상태에서 하나씩 잡아먹으라는 것이다.<br>너 혼자 살아. 너 혼자 풀어. 너 혼자 해결해~ 넌 혼자 그것도 못하니?<br>그러면서도 이 사회의 갑들은 서로 똘똘 뭉쳐 서로의 뒤를 받쳐 준다. 그리고 을이 뭉치지 못하게끔 이리 저리 훼방을 놓는다.<br>난 아직도 강호동이 1박2일에서 외치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br>"나만 아니면 돼~!"<br>그래 21세기에도 너만 아니면 되는 거구나...</div> <div> </div> <div>물론 을을 다루는 방법은 다양하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br>어제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있었다.<br>"모든 손님이 왕은 아니다. 당하기만 하던 을 당당해졌다."<br>냄새가 나서 봤더니... 역시나 어이가 없다.<br>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커피숍에서 직원에게 상냥하게 말하면 가격을 깍아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단다.<br>그런데... 그걸로 을이 당당해지나? 커피숍에서 갑질을 해봤자 얼마나 한다고? </div> <div>그건 갑질이 아니라 진상짓일 뿐이다. 속으로 '병신새끼' 한 번 되뇌이고 잊어버리면 그만인 일이다.</div> <div>솔직히 손님만 진상인가? 직원도 진상일때 많다. 이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다.</div> <div>그런데...<br>땅콩회항에 대한 관심을 백화점 모녀로 옮기면서, 갑과 을의 관계를 이상하게 꼬기 시작했다.<br>사주와 사원의 관계에서 직원과 손님의 관계로 옮겨지면서 </div> <div>갑질의 근원인 진정한 갑들, 권력, 금력이 어마어마하신 분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br>돈 몇 백원에 직원과 손님간에 화기애애한 말이 오가는 사회가 부각되었다. 마치 그러면 갑질이 해결되는 것처럼 그려졌다.<br>갑질의 본질은 땅콩회항처럼 약자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강자의 횡포지, 진상고객들의 싸가지 없는 행동이 아니다.<br>그런데도 갑은 쏙 빠지고... 니들끼리 돈 몇 푼에 주세요 마세요 하면서 알콩달콩 살면 을이 당당해진단다.<br>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우리 앞에 놓인 거악들이 있는데, 이런 섬세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div> <div>이게 문제의 본질은 아니지 않은가?<br>우리 언론들... 역시 맏형 조선일보 답게 아주 자연스럽게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켜 버리고 있다.<br>이런 식의 여론 몰이가 여기저기서 슬금슬금 진행되면, 얼마 있다가 언론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거고... 이게 현실이다.</div> <div> </div> <div>갑질하는 것들을 보면 지독한 개인주의, 이기주의, 보신주의에 쪄들어 있다.<br>이들도 뭉치긴 뭉치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 유익할 때 뭉친다. <br>그러니 건수가 있을 때마다 일진회나 하나회 같은 파당을 만들지 않는가?<br>이들은 국가와 민족을 내세우면서도 그 내면에는 사회가 어떻게 되든 나만 잘났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있다.</div> <div> </div> <div>별거 아닌 거 같지만, 바로 이런 생각들이 나라를 팔아먹었고, 지금도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br>이완용이 내추럴 본 매국노라서 나라를 팔아먹었나? <br>꼴을 보아하니 나라가 망할 것 같아, 차라리 망할 거면 숟가락 하나 얹겠다고 한 짓 아니던가?<br>FTA도 꼴을 보아하니 미국을 거스를 수 없을 것 같아, 될 수 있는대로 자기들 유리한대로 챙길거 챙기면서 한 거 아닌가?<br>자기 혼자 뭘 할 수 있겠냐며, 자기 자신만 챙기는 것들... 이들의 이기주의가 갑질을 만들어내고,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라를 말아먹지 않던가?<br>함께 잘 살자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짓밟으면서, 그들에게서 희망을 빼앗으면서,</div> <div>그저 자기 자신, 자기 가족, 자기 가문의 보신에 올인하고 있지 않은가?</div> <div> </div> <div>문제를 해결하려면 단결해야 한다.<br>을이 스스로 갑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의 정윤회 사건처럼 갑이 되어야 갑과 싸울 수 있다.<br>물론 한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연대를 해야 한다. 함께 똘똘(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니면 설설이라도 뭉쳐야 한다.</div> <div><br>그런데 여기서 한국사회의 답답함을 목도하게 된다.<br>주변에 보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들 참 많다. 법없이 살 사람들도 많다. <br>그런데 이들은 모두 개인이다. 시스템 앞에서는 한 없이 미약해질 수밖에 없는 개인들이다.<br>그런 개인들이 개인으로서 자기 자신만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면 된다고, 거기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br>그러다 거악의 회유가 들어오면 상당수가 눈 한번 질끈 감고 배신한다. <br>땅콩항공에 회유되었다는 그 승무원도 이런 케이스 아닐까?<br>악한 놈이라서 악을 저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은 그저 혼자 살아가다 순간의 유혹에 넘어갈 뿐이다.</div> <div> </div> <div>우리 사회엔 착한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이들은 오직 개인의 선만을 생각하고 있다.<br>이기적인 갑들이 우리 위에 군림하는데, 이들은 착하게 살기만 바랄 뿐이다. <br>그보다 좀 나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기적인 갑을 위해 자기 한 몸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어 놓는다.<br>우리 모두를 위해 함께 모여 행동할 생각은 하지 못한 채 혼자 선하려고만 한다.</div> <div><br>그게 잘못인가? <br>아니다.<br>하지만... 그걸로 충분한가?<br>그것 또한 아니다.</div> <div><br>사회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삼국지에 빠져 살아간다. 개인의 승리와 영달에만 주목하고 있다.<br>혼자 살아가길 고민하는 한, 이 사회는 정글에 머물뿐이다.<br>힘들어서 나만 생각한다고? 그럼 영원히 너 혼자 살아갈 것이다.<br>이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br>'그래, 너 혼자 살아라~. 나약한 개인으로 살아라~. 영원히 옴짝달싹 못한 채 우리에게 잡혀 살아라~.'</div> <div>.</div> <div>.</div> <div>.</div> <div>처음에 제시한 문제들을 다 못다루었는데, 못 다룬 문제들은 다음에 이어서 다루겠습니다.</div> <div><br>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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