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외피에 둘러싸인 나는 편안하다. <div>그 껍질 안에서 나는 무궁한 공상을 한다.</div> <div>옅은 빛도 들어오지 않는, 완벽하게 차단된 껍질 안에서 나는 망상한다.</div> <div>껍질 안에서 나는 자유롭다.</div> <div>껍질 안에서 나는 평화롭다.</div> <div>껍질 안에서 나는 안식을 얻는다.</div> <div><br></div> <div>풍문으로만 들어온 바깥 세상을 상상하며, 그곳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품은 채 오늘도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껍질 속에서 나는 아늑함을 느낀다.</div> <div>소리가 들려온다.</div> <div>껍질 바깥 쪽 소리다. </div> <div>조잘조잘, 알 수 없는 말들의 향연이다. 머릿속으로 구체화 할 수 없는 단어들이지만 그 단어가 주는 묘한 즐거움에 껍질 바깥 쪽 세상에 대한 동경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div> <div><div>껍질 안에서 나는 조금 덜 자유롭다.</div> <div>껍질 안에서 나는 조금 덜 평화롭다.</div> <div>껍질 안에서 나는 조금 덜 안식을 얻는다.</div></div> <div> </div> <div>오늘도 캄캄한 껍질 속이다. 소리는 여전히 들려온다. 어느 순간부터 답답함을 느낀다. </div> <div>이 껍질이 단단한 보호막이 아닌 나를 억압시키고 구속시키는 장치처럼 느껴진다.</div> <div>어둠은 이제 친구가 아니다. 빛이 그립다. 본 적도 없는 빛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린다. </div> <div>껍질 밖 세상을 그리고, 또 그린다.</div> <div>그러다 처음으로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에 손을 대본다. </div> <div>바스락바스락. 건드니 부서진다. 검지를 세워 손톱으로 살살 긁어본다.</div> <div>껍질 안에서 나는 이제 조금도 자유옵지 않다.</div> <div><br></div> <div>며칠동안 껍질을 긁었을까.</div> <div>어느 순간부터 내 손가락이 보인다. 손가락이란 것이 이렇게 생긴 것이라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껍질에 균열이 간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껍질을 밀었다. 아주 작은 구멍이 뚫린다. 구멍을 막고 있는 손가락을 뒤로 뺐다. 그 작은 구멍을 통해 시린 빛이 들어온다. </div> <div>눈이 따갑다. 아니, 아프다. 어둠을 비집고 들어온 빛이 어둠을 살라먹고 이내 어둠을 태운다. </div> <div>나는 이제 내 몸을 볼 수 있다. 촉감으로 그 형태를 예측했던 내 몸. </div> <div>"<span style="letter-spacing:0pt;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span style="letter-spacing:0pt;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손바닥으로 구멍을 막았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다시 그 구멍을 막았다. </span></div> <div><span style="letter-spacing:0pt;font-size:9pt;line-height:1.5;">빛이 점점 사라진다. 친숙했던 어둠이 껍질 안을 채운다. 빛을 보기 위해 며칠을 투자했지만 막는 건 단 몇 분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letter-spacing:0pt;font-size:9pt;line-height:1.5;">다시 단단해진 껍질 안에서 나는 웅크렸다. </span></div> <div><span style="letter-spacing:0pt;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다시 상상했다.</span></div> <div><span style="letter-spacing:0pt;font-size:9pt;line-height:1.5;">빛이 들어오는 바깥 세상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현실에서 마주한 이상은 그리 찬란한 것이 아니었고, 나는 어둠속에서 속편히 이상을 꿈꾸는 쪽을 택했다.</span></div> <div>"꿈을 꾸자."</div> <div>나는 오늘도 무지에서 앎을 동경한다. </div> <div>물론 앎을 알고 싶은 마음은 없다. </div> <div><span style="letter-spacing:0pt;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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