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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9636
    작성자 : song
    추천 : 15
    조회수 : 2349
    IP : 211.221.***.8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2/10 16:43:09
    http://todayhumor.com/?panic_99636 모바일
    여동생
    옵션
    • 펌글
    <div>어릴 적 우리집에는 여동생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동생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 뭔지 알 수 없는 갓난아기 정도 크기의 테루테루보우즈 같은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래쪽 치마 부분을 둥글게 묶어서, 알파벳 "i" 모양으로 생긴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걸 어머니는 "여동생" 이라고 불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무척 어렸을 적부터 그랬던 탓에, 유치원에 다닐 무렵까지 나는 여동생이란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인 줄 알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나도 여동생 있어.] 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 녀석네 집에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 집에 있던 "여동생"은, 식사 시간에는 같이 식탁에도 앉고, TV를 볼 때는 소파에 같이 앉는 등 진짜 가족처럼 대접받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식사를 할 때가 되면 어머니가 그것을 가져와, 의자 위에 올려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종종 내가 [여동생이 여기 놓여있네.] 라고 말했다가는, 어머니에게 꼭 혼이 났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놓여 있는 게 아니라 앉아 있는 것이라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날, 우연히 나는 유치원에서 "여동생" 이라는 건 보통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말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어머니에게 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저거, 진짜 여동생 아니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랬더니 어머니는 몹시 화를 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헛소리 마!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저건 절대로 "우리의 여동생" 이야.] 라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상한 말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의 여동생" 이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니에게 지독하게 꾸중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질리지도 않고 아버지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랬더니 이번에는 평소에는 활달하던 아버지가,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나오질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근처 산에 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전망 좋은 벼랑 같은 곳에서 차가 멈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언제나 외출할 때면 "여동생"은 집에 있었지만, 이 날은 같이 차를 타고 나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니는 차에서 "여동생"을 내리게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너는 여기 있으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뭘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창문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니는 여동생의 목과 몸을 잇는 부분을, 가위로 싹둑 잘라 벼랑 밑으로 내던져버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니는 언제나 "여동생"을 소중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도 괜찮은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었으니, 이제 됐어.] 라고 대답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로 어머니는 한 번도 "여동생"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게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언젠가는 어머니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그 어머니는 작년에 세상을 떠나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 보면 도대체 뭐가 무서운 것이냐는 반문이 돌아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나에게는 어째서인지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슨 종교에 관련된 것이었을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제 와서는 알 도리도 없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829?category=348476">http://vkepitaph.tistory.com/829?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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