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할아버지댁에는 개가 있었다.</div> <div><br></div> <div>아마 시바견 잡종이겠지만, 새하얗고 깨끗한 털을 지닌 개였다.</div> <div><br></div> <div>이름은 코로.</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코로는 동네 들개들의 큰형님 같은 존재라, 코로가 돌아다닐 때면 뒤에 다섯에서 아홉마리, 많으면 열다섯마리씩 개들이 따라다니곤 했다.</div> <div><br></div> <div>그 정도로 대단한 개였다.</div> <div><br></div> <div>그런 큰형님 개가 왜 할아버지댁에 있었냐, 그것은 또 괴상한 이야기로 이어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 할아버지는 선생님으로 일하셨었다.</div> <div><br></div> <div>어느날, 평소처럼 출근하러 역에 갔는데, 코로가 있더란다.</div> <div><br></div> <div>부하들 없이, 딱 코로 혼자서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별 생각 없이 코로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무슨 일이냐, 코로? 이 주변은 네 영역이잖아. 부하들은 어디 갔어?]</div> <div><br></div> <div>코로는 할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낑낑대며 아양을 부리더라는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뭔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전철이 도착했기에 할아버지는 그대로 출근했다.</div> <div><br></div> <div>일을 마치고 다시 그 역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코로가 거기 있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왠지 모르게, 다시 코로에게 말을 걸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코로 너, 우리 딸이 만나고 싶은게냐?]</div> <div><br></div> <div>왠지 모르게 우리 엄마랑 코로를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란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코로를 집에 데려가, 당시 고등학생이던 엄마에게 보여줬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코로는 엄마를 만나자, 달려들어 어리광부리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엄마는 [우리 집으로 올래?] 라고 물었고, 코로는 [멍!] 하고 짖고는 그대로 집까지 따라왔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날부터 지역 보스격인 개가 할아버지댁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집에 온 다음날, 어디서 소집이라도 한건지 들개들이 한가득 할아버지댁 정원에 모여있었더라나.</div> <div><br></div> <div>가족들이 다들 놀란 건 그 개들이 기강이 잡혀있었다는 점 때문에서였다.</div> <div><br></div> <div>코로는 집안을 드나들며 밥도 먹고 하는데, 부하 개들은 결코 집에 발 한번 들여놓질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정원에는 드나들지만, 결코 집안으로는 들어올 생각을 않았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아침에는 코로가 선두에 서서 수많은 개들과 함께 밖으로 나서, 거리를 돌다가 밤에 돌아왔다.</div> <div><br></div> <div>그런 생활이 한동안 이어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반년 가량 들개들이 정원에 드나드는 일이 이어졌지만, 어느밤 개들이 낑낑 울더란다.</div> <div><br></div> <div>한밤 중 내내 개들이 낑낑대며 울어, 시끄러워 잠을 못 잤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코로 곁에 붙어다니던 부하들이 모두 사라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마 보스 자리를 물려줬던가 빼앗겼던가 했던 모양이다.</div> <div><br></div> <div>그 다음날부터 넘버 투가 부하들을 이끌고 돌아다녔거든.</div> <div><br></div> <div>그리하여 코로는 할아버지댁에 완전히 자리잡게 된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코로에게 주려고 개목걸이를 샀다고 한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싫어하는 코로에게 억지로 채워줬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분명 낮에는 목걸이를 차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밤만 되면 목걸이가 벗겨져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우연히 벗겨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목걸이를 채워줘도 밤만 되면 벗겨지더라는 것이다.</div> <div><br></div> <div>결국 할아버지도 고집을 꺾을 수 밖에 없었다.</div> <div><br></div> <div>[뭐, 지금까지는 이런 거 없이 지내왔을테니... 미안하다, 미안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코로는 [멍! 멍!] 하고 두번 짖더란다.</div> <div><br></div> <div>그 다음날, 코로는 어디선가 목걸이를 가져와 엄마 앞에 내려놓았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왠지 모르게 코로가 채워줬으면 하는 것 같아 엄마가 목걸이를 채워주자, 그건 계속 쓰고 다녔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계속, 그 목걸이는 차고 다녔다.</div> <div><br></div> <div>엄마가 나를 낳고 나서, 코로는 내 좋은 놀이상대가 되어주었다.</div> <div><br></div> <div>귀를 잡아당기고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내가 난폭하게 굴어도 코로는 결코 화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목걸이만은 달랐다.</div> <div><br></div> <div>내가 목걸이에 손을 대려하자, [크르르...] 하면서 화를 내곤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른 곳은 아무리 만져도 가만히 있는데, 목걸이에는 손도 못 대게 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이상한 개였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코로도 너무 늙어 움직이질 못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무렵 이미 20년은 넘었을 거라고, 할아버지는 말하셨다.</div> <div><br></div> <div>코로가 위독해질 무렵,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작별인사를 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모두 울면서 코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작별인사를 전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사람씩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마다, 움직이기도 힘든 코로가 머리를 들어 쓰다듬어 주는 사람을 바라보더라.</div> <div><br></div> <div>아직 어려서 죽음이라는 게 뭔지 명확히 알지 못하던 나였지만, 그때 처음으로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코로와 눈을 마주치며, 울면서.</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 밤, 어째서인지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div> <div><br></div> <div>[현관문 열어도 괜찮을까? 코로가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 같아.]</div> <div><br></div> <div>나도 그런 기분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섯살 난 여동생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div> <div><br></div> <div>그날은 현관문을 열어놓고 잤다.</div> <div><br></div> <div>아침에 일어나자, 코로는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움직일 수 없었을텐데, 없었다.</div> <div><br></div> <div>코로가 언제나 사용하던 밥그릇 위에는 코로가 목에 찼던 목걸이가 놓여있었다.</div> <div><br></div> <div>코로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던걸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틀이 지나, 내 꿈에 코로가 나왔다.</div> <div><br></div> <div>말을 하거나하지는 않았다.</div> <div><br></div> <div>그저 내 얼굴을 할짝할짝 핥고는 저벅저벅 걸어갔을 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꿈속에서도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줬다.</div> <div><br></div> <div>다른 가족들도 모두 같은 꿈을 꿨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코로가 인사하러 왔었다고, 엄마도 여동생도 말했었으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할아버지는 원래 꿈을 안 꾼다며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지만, 아마 만나셨겠지.</div> <div> </div> <div> </div> <div><br>-댓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코로 2016.06.25 18:30 <br>-입으로</div> <div> </div> <div>냐루야 2016.06.26 03:37 <br>ㄴ감동의 여운에 젖어있다가 뿜었잖아요 어떻게하실거에여</div> <div><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