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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8137
    작성자 : -Y-
    추천 : 53
    조회수 : 4570
    IP : 183.97.***.96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8/03/17 12:06:48
    http://todayhumor.com/?panic_98137 모바일
    단편] 나는 웃는 사람을 믿지 않아.
    옵션
    • 창작글

    “나는 웃는 사람은 믿지 않아.”


    그는 갑자기 그런 말을 툭 하니 던졌다.

    술자리에서 살짝 빠져나온 흡연실에서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들어온 신입이 웃는 상이었다.

    그래서인가.


    “아니, 그냥 웃는다고 믿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잘’ 웃는 사람을 믿지 않는거야.”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뭐,, 웃는 사람이 뭔가 꿍꿍이가 있어보이긴 하죠.”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웃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믿지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자 그는 그것 때문은 아니고, 라며 덧붙이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옛날 얘기라도 들려준다면 조금 더 이해가 가려나.”


    그리고 그는 새로 담배 한개피를 꺼냈다.

    칙, 하며 불이 붙는 소리가 들렸다.


    “녀석은 참 잘 웃었어. 헤실헤실하게 말이야.”

    “10살때 만났을 때부터 줄곧 웃는 얼굴이었어.”

    “뭐라 설명해야할까. 결점없이 완벽한 웃음이라 하면 될까.”

    “그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점이었지.”


    그는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어색한 웃음이다.


    “너도 한번 씨익, 웃어봐. 잘 안되지?”

    “뭔가 어색하고, 막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만큼 웃는 건 어려운거야.”

    “그니까 나는 그 녀석이 대단해 보였던 거고.”

    “그야말로 행복해보이는 그 웃음이 말이야..”


    “난 그 말대로 전했어.”

    “넌 참 행복해 보인다고.”

    “역시나 웃더라고.”

    “참 완벽한 웃음이었지.”


    그는 씨익 웃었다.


    여전히, 어색한 웃음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정말 어색했다.


    그 눈은 익살 하나 없는 차가움이었다.


    “어느날이었던가.

    “한동안 그 녀석이 안보이더라.”

    “학교 어딘가에서 헤실헤실 웃고 있을 줄 알았는데.”

    “감기라도 걸린 줄 알았지.”

    “그때는 말이야.”

    “일주일 쯤 지났을 때, 선생님께 불려갔었어.”

    “뭐, 그냥 시덥잖은 이야기였던 것 같아. 아무래도 옛날 얘기니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그 선생님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걸.”

    “하지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건 그 녀석의 담임이었던 다른 선생님의 말이었어.”

    “간단하게 말해서, 살인이라는 거였어.”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

    나 또한 어찌 반응해야할지 몰랐다.


    갑자기 너무 무거웠다.



    “아, 아냐. 그 녀석이 살인을 했다는 것은 아니었어.”


    “그 녀석의 가족의 이야기였어.”


    “그때 들려왔던 것은 그 녀석의 아버지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말이었지.”


    “그런 말을 학생도 있는 교무실에서 중얼거리다니, 참 부주의한 사람이었을거야.”


    “그래서 그때, 나는 그 말을 그냥 넘겨들었지. 그런 영화라도 하고 있나 싶었어.”


    “뉴스에서 한 줄 기사를 보기 전까진 말이야.”

    “생각보다 내용은 더 심각했지.”


    “그야, 남편이 아내를 난도질 했다고 하니까.”


    “잘못 봤나 싶었지만 그 지역은, 그 기사는 어딜 봐도 그 녀석의 일이었어.”


    “작은 동네였으니까, 이 동네는.”



    무덤덤하게 그는 말했다.


    마치 그것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것처럼.


    그저 있었던 사건을 읽는 것처럼.



    “나는 여태껏 그 녀석을 행복하기 짝이없는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독촉장과 빨간 딱지에 뒤덮힌 집에서 매일같이 싸우는 부모에게 매일같이 맞고 자란 아이였다니.”


    “그게 참 어이없지 않냐.”


    “난 그 녀석을 거의 5년을 알고 살았는데 말이야.”


    “그 녀석의 집에 한 번도 간 적도 없고 아는 것 하나도 없었는데, 단순히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단순히 그 웃음 하나 때문에.”


    “지옥같은 세상에서 살아간 그 녀석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던거야.”


    “그 녀석을 다시 본 건 2년뒤의 학교 졸업식에서였어.”


    “왜 인지 모르겠지만.”


    “안그래도 말랐던 녀석은 거의 산 송장같이 빼빼 마른 모습이었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어디서 사는지, 그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 녀석과 나는 마주치고 말았지.”


    “나를 바라본 그 녀석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그 녀석은 웃었어.”


    “완벽한 웃음이었지.”


    “그래서 나는 잘 웃는 사람을 믿지 않아.”



    그는 다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찍어버렸다.


    붉은 불빛이 보이다 이내 꺼져버렸다.


    그는 다시 회식자리로 돌아가려는 듯 의자에서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었다.


    그가 떠나기 전, 나는 정말 쓸데 없는 것이었지만 그저 한가지 그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것은 확실하게,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구태여 물었다.


    그러자 그는 조금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이내 대답했다.



    “생각했던 것보단 나쁘지 않아. 고등학교엔 다시 들어와서 결국 대학교때 내 후배로 재회했지.”


    “그 성격이겠다 참을 성도 참 많아서 열심히 사회생활하고 가족도 생기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지금도 간간히 만나니까.”


    “아직도 그녀석의 웃음은 완벽하다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흡연실을 나섰다.


    나도 따라 나서는 것이 분위기나 그림 상으로도 적절했겠지만


    나는 굳이 담뱃갑에서 한 개피 더 꺼냈다.


    붉게 타오르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에 대답하고 있었던 그는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완벽한 웃음이었다.


    출처 정말 오랜만입니다.

    기억하고 계신 분이 있으실 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입대합니다. 그 전까지는 열심히 써올리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Y-의 꼬릿말입니다
    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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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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