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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94438
    작성자 : 쿠밤
    추천 : 14
    조회수 : 1408
    IP : 223.62.***.7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7/07/26 16:02:15
    http://todayhumor.com/?panic_94438 모바일
    [단편] 시체는 어디로
    옵션
    • 창작글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이었다. 내 보직은 초소를 24시간 교대로 지키는 초병이었다. 근무를 처음 뛸 때는 OJT도 병행하는 의미에서 비교적 쉬운 야간근무를 최고참과 뛰게 했다. 그래서 이등병인 나는 전역이 일주일 남은 강병장과 야간근무를 뛰게 됐다. 첫 근무의 긴장도 잠시 강병장은 굳어있는 나를 풀어주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나고 보면 2년 참 짧아. 물론 그 2년에 걸쳐있는 동안은 지옥 같겠지만. 그래도 생각 없이 맘 편히 있을 수 있는 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두렵기도 하다."

    우리는 한두 시간쯤 이야기를 나눴고 이야기의 소재가 그럭저럭 떨어지자 강병장은 내게 망을 잘 보라는 말과 함께 잠들었다.
    강 병장이 잠든 지 채 몇 분 지났을까. 군화 너머로 느껴지는 꾸물꾸물한 이물감에 나는 내 발 밑을 보았다.
    "으아악"
    지네였다. 사회에선 구경도 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지네였다. 옆에서 자던 강병장은 덩달아 놀라 깨더니 지네를 흘깃 보곤 피식하며 웃었다.

    "야 너 이거 군 생활하면서 몇백 마리는 볼 텐데 이거 가지고 놀라면 어떡하냐."

    그는 핀잔을 주며 내게 지네 죽이는 법을 알려줬다.
    "이 정도 크기 되는 애들은 에프킬라 뿌려도 잘 안 죽어. 오히려 약 맞으면 더 지랄 발광해서 골치 아파진다고. 그러면 이렇게 뜨거운 물 떠서 뿌리면 끼이익하는 소리 내면서 죽어."

    그는 지네에게 뜨거운 물을 뿌리며 말했다. 지네는 정말 끼이익 소리를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다 죽었다. 나는 그 광경이 끔찍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흘깃흘깃 보고 있었다. 강병장은 이제 내게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이젠 내가 망볼 테니까 좀 자라. 5시간이나 더 있어야 하는데 계속 그렇게 눈 동그랗게 뜨고 있으면 못 버틴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낮에 쌓인 피로 때문인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범규"

    강병장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나는 깼다.

    "이병! 이범규!"

    "지네 시체 니가 치웠냐?"

    "아닙니다!"

    "정말 안 치웠어?"

    "예 그렇습니다!"

    "씨발 그럼 어디 갔지..."

    그는 여유롭던 아까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이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디갔지. 어디갔지. 아까 분명 죽었는데 어디 간 거지.

    나는 그 모습에 높게만 보였던 강병장도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올뻔했다. 나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

    "아까 죽는 건 분명 봤으니 쥐나 새가 물어간 거 아니겠습니까?"

    "잠깐 졸았단 말이야. 아무 소리도 안 났고."

    어디 갔지 어디 갔지 분명 죽었는데. 아까 분명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지 어디 갔지.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아마 다른 벌레나 작은 동물이 물어갔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 병장님 피곤하시지 않으십니까? 눈 좀 붙이십쇼. 제가 망보겠습니다."

    계속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무서워져 그를 재웠다. 그는 몇 분간 더 중얼거리더니 조용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웅얼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나도 모르게 꾸벅 졸았던 모양이었다. 흠칫해서 옆을 쳐다보니 강 병장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디 갔지 어디 갔지.

    "강병장님? 죄송합니다. 잠깐 졸았습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벽면 쪽을 보고 중얼거렸다. 어디 간 거야 대체. 없어졌을 리가 없는데. 분명 죽었는데.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나는 그의 어깨를 흔들며 그를 다시 불렀다.

    "강병장님. 강병장님!"

    어디 갔지 어디 갔지. 강병장은 계속 웅얼거리며 내쪽을 향해 돌아봤다. 돌아본 그의 입에선 커다란 지네가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상황실로 도망쳤다.

    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듣고 나온 사람들이 가서 확인해보니 강병장은 초소에서 엎드려 자고 있었다. 원래 초소를 함부로 비우거나 사주경계를 소홀히 하면 엄하게 처벌받지만 나는 이병이라서, 강병장은 일주일 뒤면 전역이라 없던 일로 묻혔다. 선임들에게 난 빠져가지고 초소에서 졸다가 악몽을 꿔서 상황실로 도망 온 미친 새끼라고 찍히게 됐다. 하지만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강병장이 돌아봤을 때 피라도 고인 듯 시뻘겋던 그의 눈과 미친 듯이 꿈틀거리던 지네의 움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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