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사람에 따라서 전혀 안무서울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진짜 무서워서 써봄.</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지방 국도를 다니다 보면 가끔, 인적이 드문 길에 망해버린 간이 휴게소가 보이곤 한다.</div> <div>길옆으로 바로 보이는 텅빈 주유소와 물건하나 없고 간판도 없는 편의점.</div> <div>그리고 문짝은 어디로 갔는지 컴컴한 동굴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화장실이 전부인 작은 휴게소.</div> <div>보통은 그런 을씨년스러운 곳에 들를 일 같은건 없지만</div> <div>점심에 먹은 싸구려 백반집 공기밥이 중국산 찐쌀로 의심되는 경우라면,</div> <div>때문에 부글부글 끓는 아랫배를 부여잡고 애타게 화장실을 찾게 되는 경우라면</div> <div>급하게 휴게소에 차를 세울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div> <div> </div> <div>글러브 박스를 뒤져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몇장 남지 않은 휴지를 챙겨</div> <div>화장실 입구에 들어서는데 몹시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div> <div>시체 썩는 냄새가 이러할까? 아마 그렇다면 엄청 오래 방치 됐으리라..</div> <div>본능은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경고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div> <div>갈아 입을 바지 따위는 없으니까.</div> <div> </div> <div>문이 살짝 열려있는 칸을 거칠게 열어 제끼고 허겁지겁 바지를 내린다.</div> <div>고요한 화장실은 마치 동굴같아서 푸드덕 거리는 나의 카타르시스를</div> <div>더 강렬하게 그리고 길게 증폭시킨다. 푸드덕 푸드덕.</div> <div>오르가즘과도 비슷한 강렬한 폭풍이 지나간후 나는 식은땀을 훔쳐내며</div> <div>아래쪽 폭풍의 흔적을 연신 휴지로 훔쳐냈다. </div> <div>그 때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옆칸에서의 '똑똑'</div> <div>얼마나 놀랐는지 순간적으로 앉은 자리에서 공중으로 30센치 이상으로 뛰어올랐다.</div> <div>잘못 들은것인가? 경황중에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div> <div>차를 댈때에는 주차된 차량 같은것은 보지 못했다.</div> <div> </div> <div>그러나 여지 없이 다시 '똑똑' 옆칸에서 신호가 온다.</div> <div>그리고 쇠를 긁는 듯한 아니 그르렁 거리는 짐승같은 목소리로</div> <div>남자가 말했다.</div> <div> </div> <div>"휴지... 있습니까"</div> <div> </div> <div> 나는 놀란 마음을, 두근거리는 심장을 잠깐 정지시키며 내손에 쥐어쥔</div> <div> 휴지봉지를 열어보지만 이미 다쓰고 없다. </div> <div> </div> <div>"아.. 죄송합니다. 남은 휴지가 없네요."</div> <div>하고 일단 대답을 한후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져보는데.</div> <div>마침 낮에 지나가는 길에 받은 전단지 한장이 있는 것이다.</div> <div>잠시 고민해본다. '이거라도 쓰실래요.' 하면서 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div> <div>신경끄고 내 갈길 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너무 오지랍이거나 너무 냉정한거 아닐까.</div> <div>찰나의 고민중에 옆칸에서 남자가 그 짐승 같은 목소리로 중얼 거리는 소리가</div> <div>들린다.</div> <div> </div> <div>"하... 어쩔 수 없네요."</div> <div> </div> <div>그리고 무언가 찰박거리는 소리. 찰박 찰박. </div> <div>허리 아래쪽에서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는것만 같다.</div> <div>잘못 들었겠지. 설마 아닐거야. 그러나 고요한 화장실은 마치 동굴과 같아서</div> <div>끝없이 이어지는 찰박거림을 내 귀에대고 속삭이는 것 같이 들려준다.</div> <div>찰박 찰박. </div> <div> </div> <div>그 길고 긴 찰박거림이 끝난후 바람막이 같은 나일론 소재에</div> <div>손을 슥슥 비비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끼익 열린다.</div> <div>그러나 나는 꼼짝도 할수가 없다. 강렬한 본능이 나에게 외치고 있다.</div> <div>나가지마. 고개도 들지마 그냥 가만히 있어. 나가서 그와 마주쳐서는 절대 안 돼. </div> <div> </div> <div>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기력하게 저린 다리를 참아가며 앉아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div> <div>그리고 다음 휴게소에서 꼭 휴지를 사리라 다짐했다.</div> <div>여행용티슈, 물티슈, 마이비데 뭐든 좋다. 있는데로 다 사시라.</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