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여러분은 키마모리(木守り)라는 풍습을 알고 계십니까?</div> <div><br></div> <div>나무에 달린 열매를 다 따는게 아니라, 몇개 남겨두는 풍습은 예로부터 내려오고 있지요.</div> <div><br></div> <div>그렇게 따지 않고 남겨둔 열매를, 나무를 지키는 존재라 해서 키마모리라고 부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근원에 대해 이런저런 설이 있지만, 대개 내년에도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소원을 담은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이 이야기는, 우리 할아버지의 누나였던 고모할머니가 어릴 적에 겪은 키마모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네 댁 뒷산에는 지금도 큰 감나무가 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감은 떫은 감이라 매년 곶감으로 만들곤 했답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 댁에서는 한 줄에 10개씩 감을 뀁니다.</div> <div><br></div> <div>그게 쫙 처마 밑에 걸려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적당히 말려져 갈 무렵에는, 원숭이가 몰래 곶감을 훔쳐가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매년 가을이 되면, 학교 끝나고 돌아온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곶감을 만들곤 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해 가을도 뒷산 감나무는 감을 주렁주렁 열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증조할머니는 감기에 걸려 드러누워 계셨기에, 할아버지와 고모할머니가 곶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감은 증조할아버지가 따다 주셔서, 껍질을 벗기고 줄에 꿰는 것만 하면 됩니다.</div> <div><br></div> <div>할아버지와 고모할머니는 며칠 걸려 그 작업을 마쳤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겨우 다 끝나갈 무렵, 고모할머니는 마지막 줄에 꿸 감이 모자란 것을 눈치챘습니다.</div> <div><br></div> <div>남은 감은 7개.</div> <div><br></div> <div>꼼꼼했던 고모할머니는, 문득 감나무에 감이 몇개 남아있던 것을 떠올렸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감나무로 향해보니, 딱 3개가 남아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고모할머니는 조금 고민했지만, 마침 딱 아구가 맞기도 해서 따오기로 했답니다.</div> <div><br></div> <div>집에 돌아와 대나무 막대기를 꺼내, 움푹하게 들어간 막대기 끝으로 가지를 흔들자 금세 감이 떨어졌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마지막 3개째 감을 떨어트린 순간, [갸악!] 하고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고모할머니는 놀라 무서웠지만, 분명 새 울음소리일 거라 생각하며 집에 돌아왔습니다.</div> <div><br></div> <div>다음날, 증조할아버지는 감을 남겨놓지 않고 다 딴 것에 대해 고모할머니를 호되게 혼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가을도 지나, 산의 나뭇잎도 다 지고 이제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뒷산 밭에 무를 캐러 간 고모할머니는, 문득 감나무를 보고 위화감을 느꼈습니다.</div> <div><br></div> <div>감이 하나 남아있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분명히 다 땄을텐데, 이상하다 싶어진 고모할머니는, 나무 근처로 확인하러 갔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가만히 감을 올려다보는데, 갑자기 감이 가면같이 새하얀 여자 얼굴로 바뀌더랍니다.</div> <div><br></div> <div>[너의 오른쪽 다리가 먹고싶구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더니 뚝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와서는, 새빨간 입을 벌려 고모할머니의 오른쪽 정강이를 깨물었습니다.</div> <div><br></div> <div>고모할머니는 아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죽어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답니다.</div> <div><br></div> <div>집에 돌아와 다리를 봤지만, 아무 것도 없고 잇자국 하나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증조할머니에게 이야기했지만 기분 탓일거라 웃어 넘기셨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다음날, 고모할머니는 친구 여럿과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통학로 가운데 있는 벚꽃나무 아래에 도착했는데, 위에서 [갸악!]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문득 올려다 본 순간, 몸이 굳어 움직이질 않았답니다.</div> <div><br></div> <div>가지에는 감이 두개 매달려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감을 올려다보며 움직이질 못하고 있는데, 어제처럼 감 하나가 새하얀 여자 얼굴로 바뀌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네 오른쪽 다리는 맛있었어.]</div> <div><br></div> <div>그러더니 다른 감 하나가 백발의 노파로 변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왼쪽 다리가 먹고 싶구나.]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더니 두 얼굴이 모두 뚝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와서는, 새하얀 여자는 오른쪽 정강이를, 백발 노파는 왼쪽 정강이를 깨물었습니다.</div> <div><br></div> <div>아프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 몸이 움직였답니다.</div> <div><br></div> <div>주변을 둘러보니, 친구들은 멍하니 고모할머니를 보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고모할머니는 혹시 목소리를 듣지 못했냐고 친구들에게 물었지만, 아무 것도 못 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div> <div><br></div> <div>감 역시 보지 못했답니다.</div> <div><br></div> <div>무서워진 고모할머니는 서둘러 집에 돌아가, 증조할머니에게 울면서 이야기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야기를 털어놓은 후에도 무서워서 견딜 수 없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울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아무래도 심상치 않다고 느낀 증조할머니는, 절의 주지스님에게 상담을 하러 갔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주지스님도 뭐가 뭔지 알지를 못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딱히 어디 의지할데도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른 증조할머니는, 그날 밤새도록 불단 앞에서 조상님들에게 [부디 우리 딸을 도와주세요.] 라고 빌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증조할머니가 치성을 드리던 밤, 고모할머니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어두운 가운데, 새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고모할머니 앞에 정좌하고 조용히 인사를 하더니, 이렇게 말하더랍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힘이 모자라 정말로 미안하구나. 전부 용서해주질 않았어.]</div> <div><br></div> <div>그리고는 다시 조용히 인사한 뒤, 천천히 일어나 어두운 저편으로 사라져갔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다음날, 눈을 뜬 고모할머니는 증조할머니에게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증조할머니는 고모할머니를 꼭 껴안고,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 라며 둘이 같이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 뒤로 한동안 증조할머니는 모든 일에 있어 고모할머니 곁에 꼭 붙어다녔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상한 일은 그 후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도 아무 일 없으니, 점차 증조할머니도 마음을 놓고 이전처럼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 일이 있고 3년째 되던 해 여름, 증조할머니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가을이 되어, 감 열매가 익어갈 무렵, 고모할머니는 뒷산 밭에서 일을 하다 오른쪽 발로 못을 밟고 말았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끝내 그 상처가 화농이 져 버려서,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는 잘라내야만 했습니다.</div> <div><br></div> <div>다만 그 이후에는 다른 탈 없이, 평화롭게 사셨습니다.</div> <div><br></div> <div>고모할머니는 2007년 8월, 83세의 나이로 편안히 눈을 감으셨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자택에서 주무시다 조용히 숨을 거두셨으니, 천수를 누리셨다고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고모할머니와 증조할머니 기일이 하루 차이인 건 단순한 우연이겠지요.</div> <div><br></div> <div>고모할머니는 생전에 입버릇처럼 말씀하곤 하셨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욕심을 너무 부린 탓에 오른쪽 다리를 잃었단다. 조상님과 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야. 너희들도 만족이라는 것을 알고 신중히 살도록 하거라.]</div> <div><br></div> <div>우리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친척들이라면 누구나 여러번 들은 말입니다.</div> <div><br></div> <div>나도 그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소중히 지켜가려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1198" target="_blank">http://vkepitaph.tistory.com/1198</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