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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rainyoctober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3-13
    방문 : 1534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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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92103
    작성자 : 키코루레이로
    추천 : 10
    조회수 : 1585
    IP : 220.117.***.130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7/01/11 13:49:31
    http://todayhumor.com/?panic_92103 모바일
    [펌,재업] 입시지옥 1-5부 완결
     
    아래 어떤분이 찾으셔서 올려봅니다. 
     
    출처
     
    (공포소설)입시지옥 <1편>
    무거운 정적 속에서 '사각'거리는 샤프 소리만이 교실을 울렸다.
     
    학생들의 수는 어림잡아 백여명은 되어 보였고,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주변 공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그들이 앉아있는 의자에는 기괴한 모양의 구멍들이 뚫려 있엇고, 책상은 섬뜩한 붉은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만 움직여 댔는데, 모두가 극도로 집중된 상태였다.
     
    "째깍째깍"
    칠판위에 붙은 대형시계의 바늘이 점점 정각으로 치닫자,
    학생들의 숨소리 또한 거칠어져 갔다.
    재빨리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 본 민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안돼... 아직 반도 못 적었는데..'
    시간은 정각까지 불과 2분도 남지 않은 상태였고, 민수의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렀다.
    사정은 다른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얼굴에 공포심이 어렸고,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댔다.
     
    - 종료 되었습니다 -
     
    스피커에서 나직한 음성이 흐르자 학생들이 헛바람을 터트렸다.
    "지이잉, 철컥"
    의자에 뚫린 구멍에서 벨트가 밀려 나왔다.
    나온 벨트는 학생들의 전신을 단단히 옭아매기 시작했다.
     
    "흐...흑"
    "흑.."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고, 조여오는 공포에 몸을 덜덜 떨어댔다.
    작성된 답안지가 책상위에 연결된 기계속으로 빨려가자,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 하나 -
    - 둘 -
    - 셋 -
    건조한 기계음이 셋을 세자 학생들의 벨트가 풀어졌다.
    "살..살았다"
    "오, 맙소사"
    "하..하나님, 감사합니다"
    자유로워진 학생들이 허겁지겁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아.."
    하지만 한명의 벨트는 풀리지 않았고, 그는 절망감에 고개를 떨궜다.
     
    - 꼴찌는 김민수 군입니다 -
     
     
    스피커에서 예의 그 건조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 벌칙은 '빨간마스크' 입니다 -
    민수의 책상이 천천히 아래로 꺼져갔다.
    민수는 두눈을 꼭 감은 채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두둥"
    책상이 지하로 완전히 내려오자 누군가 서 있었다.
    "학...하악."
    민수의 숨소리가 매우 격렬해졌다.
    "시작해볼까"
    민수의 눈이 떠지고, 한 여자가 시선에 들어왔다.
    반쯤 벗겨진 머리의 여자는 붉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사..살려.."
    "죽이지 않아, 약간의 벌칙만 가할꺼야"
    여자의 손에 쥐어진 공업용 가위가 번쩍 들렸다.
    "으아아악"
    "서걱"
    가위가 민수의 입 양옆을 썩뚝썩뚝 잘랐다.
    "으..어..어"
    다량의 피가 샘물처럼 솟았고, 민수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서걱 서걱"
    가위는 귀 근처까지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멈추었다.
    "큭..꾸루룩"
    피가 목구멍으로 흘러내려 민수가 헛구역질을 해댔다.
    "아직 한쪽이 남았어"
    가위가 반대편 입을 향해 천천히 벌어졌다.
     
     
    부리나케 자신의 방으로 뛰어 온 준석은 재빨리 방문을 잠궜다.
    그리곤 곧바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스슥"
    미1친듯이 영어 단어를 적어가던 준석이 샤프를 집어 던졌다.
    '씨X, 더 이상은 못하겠어'
    뒤틀린 표정의 준석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준석은 여느때처럼 자율학습을 마치고 학원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켰지만, 잠을 자려면 한참을 더 공부해야만 했다.
    준석의 나이 열여덟...
    일주일 뒤 시작될 겨울방학만 지나면 드디어 고3이 된다.
    고3에 대한 전설 같은 얘기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공부하는 기계, 지옥의 맛보기 등등 온갖 수식어가 준석을 압박했다.
    "일년만 참아라"
    "이제 일년 남았다, 조금만 더 하거라"
    학교에서, 집에서 매일 같이 듣는 말이었다.
     
    '일년? 웃기고 있네.. 그 소리는 몇 년 째 듣고 있다구."
    '고1은 기초라서 중요하고, 고2는 예비고3 이라서 중요하고, 고3은 완전 미1친.....'
    준석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어어, 준석아"
    준석이 학원건물로 들어서려는 순간 누군가가 불렀다.
    "어라, 니가 여긴 웬일이냐?"
    준석의 초등학교 동창인 경호가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읽어봐"
    "......."
    준석은 갑자기 나타난 경호가 어리둥절했고, 그가 종이를 내밀자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갑자기.."
    준석이 종이를 펴자 광고 전단지가 나타났다.
    "대X학원 겨울 캠프...?"
    "그래, 그거 때문에 지금 온통 난리야"
    준석이 읽어 본 광고물은 흔히 접하는 합숙학원 전단지였다.
    "나보고 여기 가자고?"
    "응, 같이 가자"
    "싫어, 뭐하러 그까지 가냐.. 난 그냥 학원 다닐래"
    경호가 빙글 웃으며 손으로 전단지 한쪽을 가리켰다.
    "여기봐봐, 가격 나와있지?"
    준석이 자세히 보자 학원의 수강료가 적혀 있었다."
    "천만원?"
    "그래, 천만원이야"
    "미1친놈들이군.."
    "어머니께 보여드려봐, 틀림없이 승낙하실거야"
    준석이 비웃으며 말했다.
    "돈이 썩어서 주체를 못하지 않는 이상, 이런 데를 보내겠냐"
    "글쎄, 일단 보여 주기나 해봐"
    "미1친놈"
     
     
     
    준석은 다음날 엄마한테 던지듯 종이를 건넸다.
    "읽어나 봐봐, 나 원 참 어이가 없어서리.."
    며칠이 지났고 준석은 그 일을 까맣게 잊었다.
     
     
     
    방학식을 하루 앞둔 날, 신발을 신던 준석에게 엄마가 다가왔다.
    "너 거기 가라"
    "응?"
    "대X학원 말야.. 합숙공부하는 곳"
    "뭐라고?"
    준석이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엄마, 왜 그래? 천만원이 무슨 얘 이름도 아니고.."
    "어제 입급 시켰어"
    "헉"
    준석이 신발을 벗어던지고 안방으로 뛰어갔다.
    화장대 위에 전단지가 보이자, 미1친듯이 읽어 내려갔다.
     
     
    - 대X학원 겨울캠프 수강생 모집 -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예비 고3학생을 대상으로 본 원에서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특별 초청된 서울대 출신 강사 35명의 1:1 지도는
    자녀분의 성적을 크게 향상 시킬 것입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자녀분의 미래는 이번 겨울방학에 달려 있습니다.
    천만원의 금액은 결코 많은 것이 아닙니다. 약속 드리겠습니다.
    .
    .
    .
    .
    .
    .
    차후 모의고사에서 상위 5%안에 들지 못할 시에는 전액 환불하겠습니다.
    그럼 귀하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대X학원장 조현열 교수 -
     
     
    "서울대 출신이 35명?"
    준석은 그제서야 비싼 수강료가 납득이 갔다.
    "그래도 그렇지..."
     
     
    "똑..똑.."
    멍하니 있던 준석이 노크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구야.."
    "나야, 경호... 문 좀 열어봐"
     
    준석이 경계하던 눈빛을 풀고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시간없어.. 얼른 말해"
    "너 주사도 안 가져가고, 뭐했냐?"
    경호가 하얀 액체가 담긴 대형 주사기를 앞으로 내밀었다.
    "깜빡했네, 어쨌든 고맙다"
    "친구 사이에 고맙기는.... 그나저나 내가 너한테 면목이 없다."
    "괜찮아, 새,끼야.. 여기서 살아 나가면 되잖아"
    준석이 방문을 열었다.
    "가서 공부해, 나는 아까 졸아서 오늘 밤 새야 할 거 같아"
    "그래, 그럼 내일 보자"
     
    경호가 나가자 준석이 다시 문을 잠궜다.
    잠시 주사기를 보던 준석이 소매를 걷어 올렸다.
    "지익"
     
    주사바늘이 혈관에 꽂히자 싸한 아픔이 밀려왔다. 이 곳에 온 뒤로 단 한조각의
    음식도 먹어보지 못했다.
    하루 두대의 포도당 주사가 전부였고, 실컷 먹을 수 있는 것은 물 뿐이었다.
    "찰싹"
    자신의 뺨을 모질게 후려친 준석이 책상앞에 앉았다.
    하루에 외워야 할 영어단어는 오백개다.
    준석이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는데, 하루에 오백개를 무슨 수로 외운단 말인가?
     
    첫 날 준석은 열심히 외웠지만, 예상대로 200개도 외우지 못했다.
    다음 날 치러진 시험에서 영미라는 여자 아이가 꼴찌를 했다.
    "당신들, 완전히 미쳤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지 알고나 있어?"
    그 날 영미는 성기가 도려내진 채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신기한 것은 그 다음날 부터였다.
    백여명이 훌쩍 넘는 모든 학생들이 오백개의 단어를 대부분 암기해서 왔다.
    도저히 이성적으로는 불가능 하다고 여겼지만, 준석 자신만 보더라도 외워냈던 것이다.
    단어는 날을 더할수록 점점 누적되어 갔고, 오늘 시험은 총 삼천개의 단어를 묻는 것이었다.
    공포는 의지를 키웠고, 의지가 고도의 집중력으로 나타났다.
     
     
    준석이 책상 앞에 앉은지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어마어마한 졸음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아...뭐지'
    준석은 눈을 세차게 비비기도 하고, 고개도 흔들어 봤지만 수마의 힘이 점점 강력해졌다.
    '아... 자면 안되는데...'
    "쿵"
    책상에 대가리를 쳐박은 준석이 기절할 듯이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 딩동, 입실 오분전 입니다 -
    방안의 스피커에서 건조한 기계음이 울렸다.
    "헉"
    준석이 경기를 일으키며 고개를 들었다.
    "제발..."
    준석이 사색이 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8시 55분...
     
     
    "씨X, 망했다"
    준석의 눈에서 서러운 눈물이 폭발하듯 흘려 내렸다.
    준석은 내리 17시간을 엎어져 잔 것이다.
    "우아악"
    준석이 방문을 열고 복도를 가로질러 달렸다.
    아이들이 교실로 하나 둘씩 들어가고 있었다.
     
    "비켜"
     
     
    준석이 거칠게 밀쳐내고 안으로 들어서자, 구석에 앉은 경호가 보였다.
    "이 개X끼야, 너 주사기에 뭐 쳐 넣었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준석이 경호의 멱살을 쥐었다.
    "미안하다, 어제 도저히 집중이 안돼서..."
    "뭐라고? 이 미1친놈이... 너 제정신이야?"
    "무슨 일이야? 우선 앉아, 지금 시간 다 됐어"
    현수가 급히 둘을 뜯어 말렸다.
     
    - 앉으십시오 -
     
    스피커에서 음성이 터져 나왔다.
    "털썩"
    준석이 자리에 앉으면서 멍하니 중얼 거렸다.
    "경호, 저 새,끼가 내 주사기에 수면제를 탔어.."
    "뭐? 정말이야 경호야?"
    현수가 놀라서 경호를 붙잡았다.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
    "헉"
     
     
    - 앉으십시오, 앉지 않으면 죽이겠습니다 -
     
    현수가 경호와 준석을 번갈아 쳐다 본 뒤 자리로 돌아갔다.
     
    -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
     
    - 오늘의 벌칙은 프로크루테스 입니다 -
     
     
     
     
    (공포소설)입시지옥 <2편>
    -----------------------------------------------------------
     
    오늘 시험은 삼천오백개의 단어를 묻는 것이었다. 스펠링을 묻기도 하고, 단어의 뜻을 묻기도 했다.
    하루가 더할 수록 시험시간은 30분씩 추가 되었는데,
    오늘 주어진 시간은 210분이다.
     
    기계에서 시험지가 빠져나오자, 다들 허겁지겁 풀기 시작했다.
    문제를 정독해선 안된다. 스치듯이 읽고 바로 답을 적어야 한다.
    기억이 안나는 것은 곧 죽음이다. 다행히도 극한 상황에서의 뇌는 학생들 편이었다.
    학생들은 대부분의 문제를 풀어 냈고,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 종료 되었습니다 -
     
     
     
    "지지징, 철컥"
    스피커의 음성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벨트가 쭈욱 밀려 나왔다.
    "아.."
    준석은 자포자기 한 듯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 하나 -
    - 둘 -
    - 셋 -
     
    "찰칵"
    셋과 동시에 벨트가 풀렸다.
     
    - 꼴찌는 김선혜양과 박준석군 두 명 입니다 -
     
    "으아악"
    의자에 묶인 여자아이 하나가 찢어질 듯 비명을 질렀다.
    "준석아... 미안하다"
    경호가 준석의 귀에다 속삭였다.
    "개새X..."
    준석이 아무 반응이 없자, 현수가 낮게 중얼 거렸다.
     
    "지이잉"
    곧 준석과 여자얘의 의자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나가자"
    경호가 자신을 노려보는 현수를 끌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두둥"
    의자가 바닥에 닿자 준석이 움찔했다.
    "흐...흑..흑"
    여자가 앉은 의자 아래로 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두 명이군"
    쿵쿵 거리는 발걸음 소리에 준석이 슬며시 눈을 떴다.
    "읔.."
    눈 앞에는 신장이 2미터도 넘어 보이는 거인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인은 나무로 만든 목각침대 하나를 끌고 있었는데,
    침대위에는 날카로운 전기톱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여자부터 하자"
     
    거인이 의자의 어떤 부분을 누르자 벨트가 안으로 들어갔다.
     
    "살려 주세요.. 제..제발.."
    "난 살인마가 아니야, 내 침대에 맞으면 돌려 보내줄게"
    거인이 여자를 번쩍 들어 침대위로 올려 놓았다.
     
    "흑.."
     
    "다리 뻗고 누워봐"
    여자가 몸을 떨면서 천천히 누웠다.
    "흐음"
    준석이 얼핏 봤을땐, 여자의 발끝은 침대 가장자리와 주먹하나의 간격을 두고 있었다.
    "아깝다, 넌 좀 짧구나"
    "네?"
    거인은 여자의 몸을 침대에 단단히 결박시켰다.
    "아..아저씨 제발..."
    "아깝다, 아까워"
     
    거인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전기톱을 집어 들었다.
     
    "위이잉"
    전기톱을 작동시킨 거인이 여자의 다리를 잡았다.
    "스슥"
    "스슥"
    거인은 전기톱으로 다리 군데 군데를 벌려 놓았다.
    "끼아아악"
    "스슥"
    다리가 끝나자 상체도 이곳 저곳에 흠집을 냈다.
    "으..으.."
     
    준석은 공포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끝났어, 흠집을 내줘야 잘 늘어나거든"
    거인은 한손으론 허리를 잡고 나머지 손으론 다리끝을 잡았다.
    "찌찌직"
    거인의 드러난 팔근육이 크게 확장됨과 동시에 기묘한 음향이 터졌다.
    "억..."
     
     
    여자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속에 있던 내장 몇가닥만이 둘을 연결 하고 있었는데, 여자는 눈을 뒤집은 채
    순식간에 절명했다.
    "다음은 너로구나"
    거인이 준석에게 다가왔다.
    "어...어.."
    준석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웬일인지 성대가 말라 붙은 듯 했다.
    "털썩"
    거인은 여자의 시체를 아무렇게나 치워 버리고, 그 자리에 준석을 눕혔다.
    "다리 뻗어봐"
    준석이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다리를 뻗었다.
     
    '헛'
     
    침대가 조금 좁았다.
    준석은 침착하게 무릎을 약간 들었다.
    "흠"
    거인이 다가와서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됐어, 넌 합격이다"
     
     
    거인이 준석을 풀어 주었다.
    "가...감사 합니다.."
    "의자에 가서 앉아, 올려 보내줄게"
    준석이 의자에 앉자 거인이 주머니에서 리모콘을 꺼냈다.
     
    "지이잉"
     
    의자는 천천히 상승했고, 준석은 터질듯한 심장을 진정시켰다.
    "철커덕"
    교실로 완전히 올라오자, 준석이 문으로 뛰어갔다.
     
    "드르륵"
     
    문을 열자 밖에는 두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준..준석아.. 너 살았구나"
    "그래.. 천만다행으로 살았어"
    현수가 준석을 덥썩 안았고 그제서야 준석이 긴장의 끈을 놓았다.
     
    "경호 그 놈은 절대 용서못해"
     
    준석이 으르렁 거리자, 현수의 옆에 서 있던 남자아이가 입을 열었다.
    "지금 가도 소용없어, 문 잠그고 대답도 안해"
    "개같은 놈..."
    "니 포도당 주사야... 약 같은 거 안 탔으니까 안심해"
    준석이 남자아이를 보며 웃었다.
    "고맙다, 혁수야... 너는 의심 안해"
    "여자는 죽었지?"
    혁수가 교실안을 들여다 보며 묻자, 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 방으로 돌아가자, 무사하니 됐어"
    혁수가 걸음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이 곳은 고시원 여러개가 합쳐진 듯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혁수가 37호 방에 다다르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은설...'
    혁수의 눈이 아련함으로 물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우중충하고 흐리기만 하던 혁수의 마음속에도, 한줄기 햇살이 비춘 것은..
    혁수는 아직도 그 날을 기억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혁수는 은곡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일제히 혁수를 주목했다.
    부끄러웠다. 혁수는 왼손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러분, 오늘 새로 전학온 친구예요.. 혁수야 인사해야지"
    혁수는 귀까지 새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하하하하.."
     
    아이들은 일제히 웃어댔고, 혁수는 더욱 움츠러 들었다.
    혁수는 지극히 내성적인 아이였고, 몸집도 또래에 비해 왜소했다.
    설상가상으로 혁수는 왼쪽 손가락이 네개 밖에 없는 장애인 이었다.
    이런 혁수를 아이들은 지독히도 놀려 대고 비웃었다.
     
     
    "어이, 손가락 병,신... 넌 왜 맨날 고개를 숙이고 있냐?"
    "너네 엄마도 손가락이 병,신이라던데, 사실이지?"
     
    혁수는 그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하루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늘 책상만 바라보았다.
    이런 혁수에게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혁수도 당연히 받아 들였다.
    어느 날, 쉬는 시간 이었다.
    혁수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서자, 못된 아이들이 몰려 들었다.
     
     
    "병,신새,끼야, 움직이지 좀 마라... 냄새 나잖아"
    "나갈꺼면 빨리 나가, 코가 썩겠다"
    혁수는 재빨리 교실의 뒷문으로 뛰어 나갔다.
    "쿠웅"
    "악"
     
     
    그 순간에 혁수는 누군가와 모질게 부딪히고 뒤로 나자빠졌다.
     
    "으...으"
     
    혁수가 낑낑 거리며 일어서려 하자 누군가 다가왔다.
     
    "괜찮아?"
     
    향기로운 냄새가 확 끼쳐왔다.
    혁수가 멍하니 바라보자, 천사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혁수는 맹세컨대 그 아이보다 예쁜 여자는 단 한명도 보지 못했노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안 아퍼?"
     
    아이의 입에서 입김이 쏟아졌다.
    혁수는 무의식적으로 코를 벌려 냄새를 맡았다.
    그 아이의 입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났다.
    커다란 눈망울과 백옥같은 피부에서 광채 비슷한 것도 뿜어져 나왔다.
     
    "은설아, 괜찮아?"
     
    "이런.. 은설아 다친데 없어?"
     
    아이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은설을 부축했다.
     
    "나는 괜찮은데, 혁수가...."
     
    멍하니 있던 혁수가 깜짝 놀랐다.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저딴 새,끼가 다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저 병,신때문에 니가 다칠뻔 했잖아"
     
     
    아이들이 혁수를 경멸하듯 쳐다보고는 은설을 자리로 데려갔다.
     
    '내 이름을 불렀어... 저 예쁜 입술로 내 이름을...'
     
    혁수는 한동안 충격으로 멍하니 있다가, 종이 울리자 자리로 돌아갔다.
     
     
    '우리반이구나'
     
    혁수가 슬며시 1분단 쪽을 바라보자, 은설이 앉아 있었다.
    그 날 부터였다.
    어두컴컴하던 혁수의 마음에도 봄날같은 그림이 그려졌다.
    혁수는 틈틈히 은설을 쳐다보았고, 그때마다 온 몸이 따뜻해졌다.
    은설의 목소리가 들리면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고,
    행여 은설의 웃는 모습이라도 보는 날엔 형연할 수 없는 감동이 피어올랐다.
     
     
    "너 요즘 고개 안 숙인다?"
    "손가락도 병,신인게 뭘 잘났다고 고개 쳐 들고 다녀.."
     
    아이들은 여전히 혁수를 괴롭혔지만, 혁수는 더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 해 가을 쯤 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커다랗게 무언가를 적었다.
     
    - 마 니 또 -
     
     
    "마니또?"
    "선생님 마니또가 뭐예요?"
    아이들은 조잘조잘 떠들어 대면서 선생님께 질문했다.
    "마니또는 그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거예요, 예를 들면
    보디가드나 호위무사같은 사람들... 즉 마니또는 자신이 보살피고 지켜주는
    그런 사람이랍니다"
    "와아.."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신기해 했고, 혁수의 표정도 웃고 있었다.
     
    "자, 그러면 한 명만 시범을 보여 줍시다, 누가 좋을까?"
    이리저리 둘러보던 선생님의 시선이 은설에게 향했다.
    "우리 이쁜 은설이가 시범을 보여 볼까?"
    은설이 새까만 두 눈에 수줍음이 피어올랐다.
    "자 그럼 은설이의 마니또가 될 사...."
     
    "저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토록 용기를 내게 했을까?
    혁수는 벌떡 일어서서 고함을 질렀다.
    모두가 벙 찐 얼굴로 혁수를 쳐다 보았고, 선생님도 당황해 했다.
     
    "그..그래, 혁수가 은설이의 마니또가 되렴"
     
     
    은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선생님, 안돼요... 다시 해요"
     
     
    "혁수 너 미쳤어? 선생님 무효예요 무효"
     
     
    아이들이 일제히 입을 열자 교실안이 떠나갈 듯 소란스러워졌다.
     
     
    "내가 !!"
     
     
    혁수가 다시 한번 고함을 지르자, 순간적으로 정적이 찾아왔다.
     
     
    "내가... 니 마니또다"
     
     
    혁수의 불타는 눈길이 은설을 향했고, 은설은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그 날 보인 박력에 아이들은 더이상 혁수를 건드리지 않았다.
    혁수는 난생 처음 엄마에게 부탁을 했다.
    눈이 휘동그래진 엄마가 허락을 하자, 혁수는 바로 그 날부터 체육관을 다녔다.
    선천적으로 허약체질에다 체구도 조그만 했지만, 혁수에게는 의지가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체육관에 나가서 권투를 배웠다.
    얘들 가르치는 도장도 아니고 해서, 처음엔 관장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혁수는 어른들 틈에서 무섭게 훈련했다.
    혁수가 중학교에 올라가자, 마침내 관장이 그를 불러 들였다.
     
    "너, 진지하게 권투 해볼 생각있냐?"
    "네"
    "그럼 앞으로 나를 믿고 무조건 따라와라"
     
     
    그렇게 혁수는 완전히 바뀌고 있었다.
    혁수는 남중으로 갔고, 은설은 여중으로 갔다.
    혁수는 중학생이 되면서 키가 훌쩍 자라, 어느덧 중간이상을 가게 되었다.
    싸움도 결코 피하지 않았고, 싸우면 반드시 이겼다.
    혁수가 3학년에 진학하자, 아이들은 어느새 그의 주위로 몰려 들고 있었다.
     
     
    "알아봤어?"
    "응, 알아봤는데 별 다른 문제는 없어.. 다만.."
     
     
    뿔테 안경을 쓴 정민이 뒷말을 흐렸다.
     
     
    "다만 뭐?"
     
     
    혁수가 다그치자 정민이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동여중 대가리가 좀 벼르고 있다드라... 근데 확실한 건 아냐"
    "왜?"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나봐, 정효미 하면 질투 많기로도 유명하잖아"
     
     
     
    "쾅"
     
     
    갑자기 들린 소음에 혁수의 정신이 돌아왔다.
     
     
    "다왔네"
     
     
    혁수는 자신의 방 문을 열었다.
     
     
    "휴우"
     
     
    문을 잠근 혁수가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았다.
     
     
    "그래, 정효미 그년이 오늘 직접 손 볼거래"
    "고맙다, 너 아니면 모를 뻔 했다"
     
     
    혁수가 정민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뭘, 어려운 것도 아닌데.."
     
     
    혁수가 핸드폰을 열고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 효미야, 나 효정중 혁수인데... 오늘 시간 괜찮니? -
     
     
    1분도 안돼 답장이 날라왔다.
     
     
    - 권혁수? 코빼기도 안 보이던게 갑자기 무슨일이지... 오늘은 좀 바쁜데-
     
     
    - 너한테 긴히 고백할 게 있어서 그래, 우리 연합 문제도 상의할 겸 말야 -
     
     
    - 음.... 좋아, 끝나고 이리로 와 -
     
     
    - 고마워 -
     
     
     
    혁수는 종례시간이 끝나자 몇명을 대동한 채 동여중으로 향했다.
    운동장을 들어서자 농구대 아래 수십명이 몰려 있는게 보였다.
     
     
    "가시나들은 저렇게 떼거리로 다니니까 문제야.."
    "큭.. 우리처럼 소수정예로 다녀야지, 쪽팔리게시리"
    "근데, 혁수 너 체육관 안가도 괜찮아?"
    "괜찮아"
     
     
    이읔고 농구대로 도착한 혁수가 여자들을 살폈다.
     
     
    "효미가 누구지?"
    "나야.. 니가 권혁수?"
     
     
    무리 중에서 한 여자얘가 걸어 나왔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얼굴 여기저기에 밴드가 붙어 있었다.
     
     
    "고백할게 뭔데?"
     
     
    수십명의 여자들이 일제히 혁수를 빤히 쳐다봤다.
     
     
    "사실..."
     
     
    혁수의 입이 효미의 귀에 바짝 붙었다.
     
     
    "나, 너 좋아해"
    "뭐?"
     
     
    놀란 효미가 경계하듯 쳐다보자 혁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너랑 사귀고 싶다고"
     
     
    잠시 생각하던 효미가 혁수에게 다가왔다.
     
     
    "좋아, 너 맘에 든다"
     
     
    혁수는 그 날부터 효미와 사귀었고, 둘에 대한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너네 학교에 조은설 이라고 있지?"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혁수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뭐? 니가 걔를 어떻게 알아?"
     
     
    효미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걔랑 나랑 이종사촌이거든"
    "정말?"
    "응, 근데 걔가 그런 말 하는거 싫어하니까 말하지는 마"
    "와, 세상 참 좁네... 그나저나 너 타이밍 굿이다"
    "응?"
    "이따가 조은설 그년... 아니지, 니 사촌동생 밟아 버리려고 했거든"
    "뭐 때문에?"
     
     
    효미가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외모 하나 믿고 싸가지 없게 놀잖아, 그래서 확 지져 버릴라고 했지"
    "큰일날 뻔 했네, 어쨌든 앞으로는 니가 보살펴줘야 해... 물론 내 말은 비밀로 하고 말야"
    "흐흐... 알았어"
     
     
    혁수는 권투를 한다고 해서 결코 학업에 소홀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중위권을 유지했던 혁수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중학교때와는 달리 고등학교에 진학하니까 서로간의 다툼이 현저히 줄었다.
    중학교 때의 서열이 그대로 유지 된 것이다.
    덕분에 혁수는 편하게 학교를 다녔고, 방과후엔 미1친듯이 권투를 했다.
    효미가 은설과 멀리 떨어진 학교로 진학하자, 혁수는 단번에 관계를 끝냈다.
    효미가 매달렸지만, 애초에 한 줌의 마음도 주지 않았던 혁수였다.
     
     
    "쿵 쿵 쿵"
    "쿵 쿵"
     
     
    별안간 방문이 세차게 울렸다.
    현실로 돌아온 혁수가 벌떡 일어섰다.
     
     
    "누구지?"
    "문 좀 열어봐, 급한 일이야"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혁수가 경계하며 천천히 문고리를 돌렸다.
     
     
    "다닥.."
     
     
    순식간에 문이 열리고 두 명이 들이 닥쳤다.
     
     
    "뭐지?"
    "흐흐흐"
     
     
    둘의 손에는 길다란 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공포소설)입시지옥<3편>
    -----------------------------------------------
    "뭐지?"
     
    "악감정은 없어, 랜덤으로 고른거니까"
    "슈욱"
     
     
    두 개의 각목이 혁수의 얼굴로 날아 들었다.
     
     
    "빠각"
     
     
    혁수는 재빨리 양팔로 가드를 올렸다.
     
     
    "어라.."
     
     
    각목 두개가 부러져 나감과 동시에, 혁수가 한놈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퍽"
    "억"
     
     
    답답한 신음과 함께 한놈의 상체가 수그러졌다.
     
     
    "처억"
     
     
    멍하니 있던 나머지 한놈의 머리칼을 힘껏 움켜 쥐었다.
     
     
    "아악, 아파.."
    "요즘 들어 두명이 습격을 한다던데, 그게 네놈들이었군"
    "아,아냐 우린 오늘이 처음이야"
    "거짓말 하지마"
     
     
    혁수는 잡고 있던 놈의 목 앞부분을 수도로 내려쳤다.
     
     
    "으윽..진짜야, 우린 오늘이 첫날이라구.."
    "그럼 딴 놈들도 있단 말인가?"
    "그건..."
     
     
    둘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주동자만 말해라, 그럼 조용히 보내주겠다"
     
     
    혁수의 말에 둘이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았다.
     
     
    "두호가 시켰어..."
    "이두호?"
    "엇, 두호를 알아? 하긴 워낙 유명하니까.."
    "알았으니까, 3초 내로 꺼져"
    "하나,둘.."
     
     
    둘이 허둥지둥 혁수의 방을 빠져나갔다.
     
     
    '이두호...'
     
     
    혁수는 1년 전 사건을 떠올렸다.
     
     
    혁수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신인왕전을 위해 맹훈련 중이었다.
    도장에 다니는 선배 중에 라이트급 랭커가 있었는데, 그 형과 날마다 실전같은
    스파링을 했다.
    뛰고, 또 뛰고 그러다 보면 학교에서는 파김치가 되어 늘상 엎어져 있기 일수였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신인왕전이 시작되었다.
    혁수는 처음 갖는 데뷔전에서 상대를 K.O로 제압했다.
    상대방 선수들의 수준은 낮았고, 혁수는 별무리 없이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이번 상대는 혁수도 안면이 있는 인물이었다.
    대진공고 이두호...
     
     
    그와는 중학교때 부터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타고난 맷집과 끈질긴 승부욕으로 일찌감치 통으로 군림해 오던 놈이었다.
    혁수는 그와 한번 붙을 기회가 있었는데, 웬일인지 무산이 되버렸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서로를 인정하고, 시비 붙는 것을 자제해왔다.
    그러던 것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둘을 원수로 만들어 버렸다.
    두호가 은설을 보고 반해버린 것이다.
     
     
    여자관계가 극히 더럽고, 손버릇도 안 좋은 그가 은설을 스토커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은설은 이전에 남자친구를 사겨 본 적이 있었지만, 혁수는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두호는 절대 불가였다. 은설도 거부의 뜻이 명백했다.
    얼마 뒤 혁수가 밤에 혼자 귀가하던 두호를 습격했다.
     
     
    "으윽.. 넌 청운고 권혁..수?"
    "니가 감히 건드릴 여자가 아니다"
    "무슨 소리야?"
    "잘 생각해봐"
     
     
    혁수의 잽에 두호가 코를 부여잡았다.
     
     
    "우아악"
     
     
    두호는 소리를 지르며 혁수는 잡으려 했지만, 혁수는 유유히 피해다녔다.
    혁수의 수많은 타격에도 두호는 쓰러지지 않았고 더욱 미쳐 날뛰었다.
    30분을 내리 얻어 맞던 두호가 마침내 주저 앉았다.
     
     
    "죽..죽여버리겠다.."
     
    "실력 좀 키워서 덤벼봐, 지루해서 하품이 나온다"
     
     
    이것이 정확히 고1 여름무렵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뒤 두호의 관심은 혁수에 대한 복수로 바뀌었고, 은설은 더이상
    귀찮은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잠잠하더니, 그동안 권투를 배웠던 모양이군"
    "그 날 이후 언제나 상상을 했지, 네놈을 찢어 죽이는 걸.."
    "꿈이 크군"
     
     
    둘은 종이 울리자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6개월간 배운 두호의 실력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승부근성이 집요했고, 무엇보다 엄청난 맷집이 있었다.
    혁수의 특기는 아웃복싱 스타일의 현란한 타격이었고, 두호는
    무조건 파고드는 인파이팅 스타일이었다.
     
     
    혁수는 거의 펀치를 허용하지 않은 반면, 두호의 얼굴은 퉁퉁 부어 올랐다.
    3라운드가 시작되자 두호의 눈빛이 달라졌는데, 혁수는 뭔가 불안한 낌새를 느꼈다.
    예상대로 두호는 미1친듯이 돌진을 해왔는데, 기세가 사뭇 달랐다.
     
     
    '미,미1친'
     
     
    두호는 발을 사용해 혁수를 넘어 뜨렸다.
     
     
    "삐이익"
     
     
    심판이 재빨리 제지했지만, 두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혁수는 쓰러진 상태에서 두호의 발길질에 온 몸을 얻어 맞았다.
     
     
    "그만해, 반칙이잖아"
     
     
    레프리와 심판들이 떼로 달려들어, 겨우 두호를 떼놓을 수 있었다.
    결국 두호는 반칙패로 처리 됐지만, 혁수도 갈비뼈가 두대나 나가서 더이상 경기가 불가능했다.
    그 사건 이후로 둘은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곳에서 우연히 재회한 것이다.
     
     
    '악연이군..'
     
     
    혁수는 씁쓸하게 웃고는 책상에 앉았다.
    책을 펼치자 반사적으로 훈련되어 온 집중력이 생겨났다.
     
     
    다음 날 시험을 위해 학생들이 교실로 모여들었다.
    혁수가 고개를 돌려 두호를 찾았다.
    저만치 두호가 누군가를 보고 있었는데, 혁수가 시선을 따라가보니 은설이었다.
     
     
    -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잠깐만요.."
     
     
    남학생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 앉으십시오 -
     
     
    "억울합니다"
    남학생은 여기저기를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어제 누군가 방으로 와서 저를 마구 때렸습니다"
     
     
    혁수가 슬며시 두호를 바라보았다.
     
     
    -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
     
     
    "네, 저는 기절한 다음 오늘 새벽에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남학생의 얼굴은 이곳 저곳이 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는 미1친놈처럼 붕 떠 있었다.
     
     
    -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군요 -
     
     
    스피커에서 잠시 말이 끊겼다.
     
     
    - 자수하십시오, 그럼 간단한 벌칙만 내리겠습니다 -
     
     
    '웃기고 있네, 죽일거면서...'
    준석이 싸늘하게 콧웃음을 날렸다.
     
     
    - 아무도 없습니까? 1분만 더 기다리겠습니다 -
     
     
    혁수는 잠시 갈등했다.
    하지만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르는 것은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공동벌칙을 내리겠습니다 -
     
     
    "잠,잠깐.."
     
     
    혁수가 소리쳤지만, 벨트가 학생들의 몸을 감쌌다.
     
     
    "지이잉"
     
     
    백개의 의자가 동시에 아래로 내려갔다.
     
     
    "젠장"
     
     
    이곳 저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혁수는 재빨리 은설과의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철커덕"
     
     
    의자가 바닥에 닿자 벨트가 풀렸다.
    지하는 생각보다 넓었는데, 300평 가까이는 되어 보였다.
    천장은 휑하니 뚫려서 을씨년스러웠다.
    정면에 커다란 통로가 있었는데, 누군가 걸어 나왔다.
     
     
    - 본 원의 규칙은 엄격합니다,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죠 -
     
     
    스피커에서 음성이 나옴과 동시에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 기가스 -
     
     
    남자의 온 몸에는 새까만 뱀들이 치렁치렁 매달려 있었다.
    수십마리의 뱀들로 얼굴은 눈만 드러난 상태였다.
     
     
    "아악"
    "엄마야"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도망쳤고, 남자들도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 빨간마스크 -
     
     
    곧이어 통로로 대머리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는 빨간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손에는 커다란 식칼이 들려 있었다.
     
     
    - 츄파가브라 -
     
     
    난쟁이 하나가 웃으며 걸어 나왔다.
     
     
    - 프로크루테스 -
     
     
    지축을 울리며 거인 하나가 뒤를 이었다. 거인의 손에서는 전기톱이 장난감마냥
    이리저리 휘돌려지고 있었다.
     
     
    - 오니 -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섬뜩한 눈화장을 한 여인이었는데,
    모두의 머리카락이 쭈삣할 만큼 무서운 얼굴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수십개의 쇠못이 박힌 방망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이들은 점점 뒤쪽으로 물러나 벽을 중심으로 백명이 똘똘 뭉친 형상이 되었다.
     
     
    - 이상 본 원의 다섯교수께서 벌칙을 집행하시겠습니다 -
     
     
    "디..디..딩딩"
     
     
    스피커에서 우울한 가야금 소리가 흘러 나왔다.
    다섯명의 교수가 천천히 다가왔다.
     
     
    "씨X, 흩어져"
     
     
    혁수가 고함을 질렀지만, 학생들은 더욱 더 구석으로 파고들기만 할 뿐이었다.
     
     
    "위이잉"
     
     
    거인이 전기톱을 가동시키고, 빨간마스크의 여인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으아악"
    "아악"
     
     
    앞쪽에 있던 아이들이 혼비백산 하여,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오니라고 소개된 섬뜩한 여인의 방망이가 한 학생의 머리에 작열했다.
     
     
    "퍼억"
     
     
    쇠못은 학생의 머리를 단번에 부수어 놓았고, 사방으로 뇌수가 튀었다.
     
     
    "끄아아악"
     
     
    거인이 무리로 돌진하자, 아이들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조은설 어딨어?"
     
     
    혁수는 호흡을 가다듬고 여기저기를 살폈다.
     
     
    "투두둑"
     
     
    거인이 휘두른 전기톱에 팔 다리가 절단 되어 나갔다.
    바닥에는 시뻘건 피가 고이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온 몸에 뱀을 두른 남자가, 넘어진 여학생을 끌어 안았다.
     
     
    "아아악"
     
     
    뱀은 순식간에 여학생의 온 몸을 물어 뜯었고, 여자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찾았다'
     
     
    혁수의 눈에 도망치는 은설의 모습이 잡혔다.
     
     
    "휘익"
     
     
    서늘한 것이 느껴짐과 동시에 혁수의 신형이 숙여졌다.
    섬뜩한 눈화장의 여인이 방망이를 고쳐 쥐었다.
     
     
    "제길"
     
     
    혁수가 몸을 피해 은설에게로 달렸갔다.
    은설이 있는 쪽에는 빨간 마스크가 식칼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반항할 엄두도 못낸 채 쓰러져 갔다.
     
     
    "죽어"
     
     
    혁수의 몸이 빨간 마스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쩌껑"
     
     
    곧 빨간 마스크의 턱이 사정없이 젖혀졌다.
     
     
    "털썩"
     
     
    강력한 어퍼컷에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따라와"
     
     
    혁수가 은설의 손을 나꿔채고는, 몸을 날렸다.
    저만치서 난쟁이 하나가 쓰러진 여학생의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은설이 눈을 감았고, 혁수가 잠시 멈춰서 상황을 훑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포로 몸이 둔해져 있었다. 거인의 전기톱에 잘린 신체조각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고, 친구의 시체속에 숨으려는 학생도 보였다.
     
     
    "우웩"
     
     
    은설이 헛구역질을 하자 혁수가 시선을 돌렸다.
    정면에 난쟁이가 게걸스럽게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헉'
     
     
    그것은 도려낸 여학생의 음부였는데, 너무나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나 많이 변해서 누군지 모를거야, 하지만 믿어주길 바래"
    혁수는 안색이 새파랗게 변한 은설을 등에 업었다.
     
     
    '아'
     
     
    따뜻한 감촉과 함께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졌다.
    은설이 혁수의 목을 으스러지게 꽉 안았다.
     
     
    '나 변태인가봐'
     
     
    혁수는 이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으아악"
    "아,아파.."
     
     
    지하는 살아있는 생지옥 이었고, 그들은 악마들이었다.
    지하에 울려 퍼지는 우울한 음악은 죽어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혁수는 그들의 동선을 가늠해가며, 재빨리 이동해 나갔다.
    10분이나 지났을까, 삼분의 일 가량이 끔찍한 모습으로 나자빠지자 음악이 멈췄다.
     
     
    - 벌칙을 종료 하겠습니다 -
     
     
    교수들이 슬금슬금 물러났다.
    거인이 주저앉아 있는 빨간 마스크의 여인을 둘러매자, 또다시 스피커가 울렸다.
     
     
    - 모두 의자에 앉아 주십시오 -
     
     
    "으..으.."
    "엄마..."
     
     
    모두들 엉금엉금 기어서 의자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자"
     
     
    혁수가 은설을 내려놓았다.
     
     
    "지이잉"
     
     
    살아있는 학생들이 모두 의자에 앉자, 기계가 움직였다.
    모두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내려 올 때는 백명이었지만, 지금은 간신히 육십명을 넘을 뿐이었다.
    혁수의 눈에 거칠게 숨을 쉬는 두호의 모습이 보였다.
    두호의 머리에는 선혈이 낭자했는데, 필시 가격 당하고도 달아났을 것이다.
     
     
    '끈질긴 놈..'
    "철커덕"
     
     
    교실로 완전히 올라오자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 본 원의 규칙을 잘 따라주길 바랍니다 -
     
     
    "흐윽.."
    "흑..흑"
     
     
    - 오늘 시험은 생략하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영어가 아닌 수학을 가르치겠습니다 -
     
     
    책상에 붙어 있던 기계에서 여러장의 종이가 쏟아졌다.
     
     
    - 고교 전 과정에 나오는 수학공식들 입니다. 문제를 풀기위한 모든 유형의 경우를
    기재했습니다. 그곳에 적힌 천이백개의 공식을 외우십시오 -
     
     
    - 어떠한 수학문제도 금방 풀어낼 것입니다 -
     
     
    혁수가 종이를 보자,깨알같은 글씨의 수학공식이 빽빽히 적혀 있었다.
    '미1친놈...'
     
     
    - 퇴실 하십시오 -
     
     
    학생들은 좀비처럼 흐느적 거리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저기.."
     
     
    혁수가 돌아보자 은설이 서 있었다.
    문든 자신의 등에 닿던 은설의 젖가슴이 느껴졌다.
     
     
    "미안해, 나 이거 외우려면 바쁘거든.."
     
     
    혁수가 황급히 몸을 돌려 아이들 틈에 섞였다.
     
     
    "너, 권혁수 맞지? 은곡초등학교 5학년 3반"
    "......"
     
     
    혁수는 두근 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전력으로 방까지 달렸다.
     
     
    "헉..헉"
     
     
    호흡을 정리하던 혁수의 방문이 울렸다.
     
     
    "똑..똑"
     
     
    날카로운 눈빛이 방문을 향했다.
     
     
    "나다, 이두호... 잠시 얘기 좀 하자"
     
     
     
    (공포소설)입시지옥<4편>
    ------------------------------------------------------
     
    혁수의 대답이 없자, 두호가 재차 말을 이었다.
     
     
    "껄끄러우면 이 상태에서 얘기해도 되고.."
    "무슨 일이지?"
    "너 이제부터 어떻게 할꺼야?"
    "어떻게 하다니.. 어쩔 수 없잖아"
    "그럼 이렇게 갇혀서 매일 죽어 나가자고?"
    "그렇지 않으면? 이 곳은 너도 알다시피 나가는 길이 없잖아"
    "그건 모르지.."
    "뭐?"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여기서 탈출하자"
     
     
    뜻밖의 말에 혁수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얼마 전 부터 틈틈히 얘들을 모았어, 한 스물 다섯명쯤..."
    "어디로 나갈건데?"
    "그건 알려 줄 수 없어, 니가 우리 패밀리로 들어오면 그 때 가르쳐 주지"
    "솔직히 난 널 믿을 수 없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도록 하지"
    "시간은 생각보다 적을꺼야"
    "....."
     
     
    두호의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혁수는 냉정히 생각을 정리했다.
    자기 혼자면 상관 없겠으나, 자기에게는 은설이 있었다.
    '내가 가면 은설도 가야 된다, 하지만 그 놈이 과연 얌전히 있을까..'
    혁수는 두호의 음침한 얼굴을 떠올렸다.
     
     
    "똑..똑"
    "누구야"
    "나야, 준석이"
     
     
    혁수가 문을 열자, 준석이 들어왔다.
     
     
    "넌 또 무슨 일이야?"
    "또라니? 아... 너한테도 두호가 찾아갔나 보구나"
    "너한테도 갔었어?"
    "응, 지금 그 일 때문에 상의하러 왔어"
     
     
    준석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만약 두호랑 합류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우리도 세력을 모아야 해"
    "응?"
    "세력이 곧 힘이야, 저들이 탈출에 실패했다고 생각해봐...
     
     
    무슨 짓이든 저지를걸? 흥분해서 아이들을 습격할 수도 있고 말야"
    혁수는 여자들을 떠올렸고, 순간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두호... 그놈이 색마라는 걸 잠시 착각했군"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야"
    "그렇군, 늦기 전에 움직이자"
     
     
    혁수와 준석이 복도로 나왔다.
     
     
    "넌 그쪽 방향으로 돌아, 난 이쪽으로 갈게"
     
     
    혁수가 가려는 준석의 손을 잡았다.
     
     
    "37호방은 꼭 설득해야 한다, 알았지?"
    "알았어, 37호방이라..."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두시간을 돌고나서, 둘은 다시 혁수의 방 앞에 모였다.
     
     
    "난 8명, 너는?"
    "난 6명"
    "우리가 너무 늦었어, 두호놈들 말고도 또 있었어"
    "기태 라는 그놈 말이지?"
    "응, 우리 16명 빼고는 전부 기태 아니면 두호쪽에 속해 있어"
    "참, 37호는 어떻게 됐어?"
     
     
    준석이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죽이던데, 너 반했나보구나"
    "결과나 말해"
    "들어오기로 했어, 사실 8명도 네 이름 대고 설득한 거야"
     
     
    준석은 청운고 통인 혁수의 네임벨류를 적극 활용했다.
     
     
    "자 여기 명단"
    "남자 12명에 여자가 4명이라..."
     
     
    혁수는 명단을 받아 자신이 적어온 것과 합쳐서 갈무리했다.
     
     
    "일단 돌아가서 공부하자, 내일 죽으면 말짱 도로묵이거든"
    "흐흐.."
     
     
     
     
    다음 날 아침 교실로 아이들이 모였다.
    이곳 저곳에 빈자리로 인해 교실은 휑한 느낌을 주었다.
     
     
    -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
     
     
    - 오늘 벌칙은 츄파가브라 입니다 -
     
     
    혁수는 토악질 나오는 난쟁이를 떠올렸다.
    몇몇의 얼굴에 공포가 어리기 시작했다.
    어제 난쟁이가 여학생의 성기를 뜯어 먹는 장면을 본 이들이었다.
     
     
    '더러운 새,끼, 내가 죽여주마'
     
     
    혁수는 난쟁이를 밟아 죽이는 상상을 했다. 사실 거인이나 뱀을 두른 놈만
    아니면 단숨에 셋을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지이익"
     
     
    문제지가 빠져 나오자 아이들은 달려들 듯 풀기 시작했다.
     
     
     
    한참 후 스피커에서 종료를 알렸다.
     
     
    - 종료하겠습니다 -
     
     
    시험지가 기계로 말려 들어가고, 벨트가 채워졌다.
     
     
    - 하나 -
     
     
    - 둘 -
     
     
    - 셋 -
     
     
    - 꼴찌는 고성민 군 입니다 -
     
     
    "안돼!!"
     
     
    한명이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지이잉"
     
     
    곧 의자는 아래로 내려갔고, 아이들은 서둘러 교실을 빠져 나갔다.
     
     
    "혁수야, 얘기 좀 하자"
     
     
    준석이 혁수를 끌고 구석으로 걸어갔다.
     
     
    "내일 나갈거래..."
    "응?"
    "두호애들 말야, 내일 탈출 한다더라.."
    "뭐? 그렇게 빨리?"
    "두호애들 중에 중학교 동창놈이 있어, 걔가 말해준거야"
    "흠, 알았어"
    "참, 오늘 걔 얼굴이 좀 안 좋던데 봤어?"
    "누구?"
    "37호 여자얘 말야"
    "뭐라고?"
     
     
    혁수는 재빨리 이리저리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저만치서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은설이 보였다.
     
     
    "은설아!!"
     
     
    혁수가 뛰어가서 은설의 어깨를 부여 잡았다.
     
     
    "...."
     
     
    은설은 힘없이 뒤를 돌아봤는데, 안색이 무척 창백해 보였다.
     
     
    "젠장... 너 어디 아픈거야?"
    "좀 어지러워"
    "준석아, 얘 좀 방까지 부축해줘"
     
     
    뒤따라온 준석이 은설의 어깨를 잡았다.
     
     
    "알았어, 너 근데 어디가?"
    "기태한테.."
     
     
    혁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잠시후 여기저기를 물어 혁수는 결국 기태방을 찾아냈다.
     
     
    "똑..똑, 너 오기태지?"
     
     
    안에서 누군가가 대답했다.
     
     
    "맞는데, 무슨 일이지?"
    "나는 권혁수라고 한다, 시간 없으니 바로 말할게
     
    우리 얘들 16명이랑 같이 연합하자"
    "......"
     
     
    침묵하던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되겠는 걸"
    "왜지?"
    "우리 패밀리는 다 상위권 얘들이야, 내가 일부러 가려서 뽑았지
    우린 시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 그러니 위험한 모험같은 건 반갑지가 않아"
    "글쎄..."
     
     
    혁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낮게 중얼 거렸다.
     
     
    "두호얘들이 내일 탈출한다, 물론 우리도 같이 갈꺼야...
    그럼 너희들만 남게 되겠지.."
    "뭐?"
    "너희들 끼리 경쟁하면 피가 터지겠지, 다들 우수하신 분들이니 말이야"
    "철컥"
     
     
    방문이 열리고 안경을 쓴 남자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들어와"
    "그렇지, 이게 정상이거든"
     
     
    혁수와 기태는 향후 자신들의 미래를 토의했다.
    한시간 정도를 논의한 끝에 결론이 났다.
    내일 같이 탈출 하되, 전면적인 연합은 피하기로 말이다.
    서로 동맹 수준에서 머물되, 두호 무리와는 가까이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저녁 8시, 이 곳에 얘들을 불러 모아줘"
    "알았어"
     
     
    혁수는 기태의 방을 나와 어디론가로 걸어갔다.
    72호방 앞에 멈춘 혁수가 문을 두드렸다.
     
     
    "이두호, 문 좀 열어봐!! 나 권혁수야"
     
     
    3초도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열렸다.
     
     
    "역시, 넌 제법 똑똑하단 말야..."
    "헛소리 하지 말고, 그 잘난 탈출 계획이나 털어나봐"
    "시간은 많아, 천천히 얘기하자구"
     
     
    혁수가 두호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나갈 생각이지?"
    "어제 다같이 봤잖아"
    "뭐? 설마 지하?"
    "그래, 지하로 내려갈꺼야.. 내 생각에 외부로 나가는 길은 그곳 뿐이야"
    "니 추측이잖아"
    "다섯명의 괴물을 생각해봐, 그들도 뭔가를 먹을거 아냐
     
    먹을게 들어오는 통로도 있을테고, 사실 간단한 문제야...
    우리들이 들어온 통로는 분명 존재해. 그것도 지하에...."
     
     
    "좋아, 그럼 내려갈 방법은 있는 거냐?"
    "내일 시험에서 정확히 반 정도가 백지를 제출할꺼야"
    "뭐?"
    "의자가 내려가기 전에 나머지가 위에 걸터 앉는 거지"
    "과연, 순순히 내려보내 줄까?"
    "여태껏 관찰해 왔어, 저 의자는 한번 내려가면 도중에 멈추질 못해"
    "그럼 벨트는? 나머지 절반의 벨트는 어쩌고?"
    "니 친구 준석이 말해주었지, 의자 뒷편 중앙부에 버튼이 있다고..
    사실 아무도 모르던 사실이었어"
    "그렇군"
     
     
    혁수는 수긍의 빛을 나타냈다.
     
     
    "우리 얘들의 절반, 그리고 너희들 중의 절반을 뽑아놔
    백지를 제출할 얘들 말야"
    "알겠다, 참 그리고 기태무리도 같이 하기로 했어"
    "그렇겠지, 지들만 남을리는 없으니까"
    "그럼 내일 보자"
     
     
    대화가 정리되자 혁수가 방을 빠져 나왔다.
    다시 한번 기태의 방에 들려 계획을 알려주고는, 은설의 방으로 향했다.
     
     
    "준석아"
     
     
    은설의 방 앞 복도에 준석이 서 있었다.
     
     
    "혁수야, 어떻게 하기로 했어?"
     
     
    준석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기태무리랑 같이 탈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래? 근데 어떻게?"
    "일단 얘들을 불러와, 한명도 빠짐없이 이 쪽으로 데려와
    한꺼번에 설명을 할게"
    "알았어"
     
     
    준석이 뛰어가자, 혁수가 천천히 은설의 방문을 열었다.
     
     
    "어..."
     
     
    누워있던 은설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좀 괜찮아?"
     
    "한결 낫네"
     
     
    은설의 얼굴은 혈색이 많이 돌아온 상태였다.
     
     
    "근데 혁수, 너..."
    "좀 더 쉬어, 난 밖에서 지키고 있을게"
     
     
    혁수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후끈 달아오른 얼굴이 뜨끈뜨끈해졌다.
    부끄러웠다. 은설이 자신과 눈을 마주친 다는 것이 황송할 정도로 부끄러웠다.
     
     
    '미1친놈, 너 따위가 은설이랑 마주보고 얘기하는게 가당키나 하더냐..'
     
     
    혁수는 등에 닿던 은설의 체온을 다시금 떠올렸다.
     
     
    '불쾌하지는 않았을까..'
     
     
    잠시동안 혁수는 그 날 업었던 것을 반성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까, 준석이 누군가와 같이 걸어왔다.
     
     
    "현수구나..."
    "응"
    "현수와 내가 다 말했어, 곧 이리로 올꺼야"
     
     
    준석의 말마따나, 시간이 흐르자 하나 둘 복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10분이 지나자 명단에 적힌 전부가 모였다.
     
     
    "들어가자, 안에서 얘기해줄께"
     
     
    혁수를 선두로 15명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방안에 빽빽히 들어차자, 혁수가 계획을 설명했다.
    계획을 듣는 아이들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다음 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험이 치러졌다.
     
     
    - 종료 되었습니다 -
     
     
    - 하나 -
     
     
    - 둘 -
     
     
    - 셋 -
     
     
    "철커덕"
     
     
    예전과 다르게 많은 수의 벨트가 풀리지 않았다.
     
     
    - 꼴찌는.....어라... -
    "지이잉"
     
     
    의자가 진동을 시작하자, 벨트가 풀린 학생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혁수가 조심스레 은설의 무릎에 올랐고, 다른 아이들도 하나씩 올라탔다.
     
     
    - 무슨 짓들 이죠 -
     
     
    "닥쳐, 이 개 싸이코 새,끼야!! 나가면 너부터 죽여주지"
     
     
    한 남자얘가 흥분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철커덕"
     
     
    의자가 지하에 닿자, 타고 있던 아이들이 재빨리 뒤에 붙은 버튼을 눌렀다.
     
     
    "쉬이잉"
     
     
    벨트가 말려 들어가자 비로소, 묶여있던 아이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니..."
     
     
    통로 앞에는 섬뜩한 눈화장을 한 여인이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하나.."
    "둘.."
     
     
    두호가 침착하게 숫자를 세었다.
     
     
    "셋!!!"
     
     
    수십명의 남자가 동시에 달려 들었다.
    여인이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허공만을 갈랐다.
     
     
    "죽어, 이 미1친년"
    "으아악"
    "뒈져랏"
     
     
    아이들의 모진 발길질이 여인의 전신을 덮쳤다.
     
     
    "끄윽..윽"
     
     
    여인은 짧은 신음만을 내뱉은 채 몸을 웅크렸고,
    한 아이가 옆에 떨어진 방망이를 움켜 쥐었다.
     
     
    "퍼억"
     
     
    쇠못이 박힌 방망이는 여인의 얼굴을 강하게 내려 찍었고,
    그걸로 상황은 종료 되었다.
     
     
    "씨X, 별것도 아닌게 뒤질라고"
    "에이씨, 퉷!!"
     
     
    흥분한 아이들이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
     
     
    "가자"
     
     
    두호를 선두로 하나 둘 통로로 들어갔다.
     
     
    '군중의 힘은 무섭군'
    혁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은설과 통로로 향했다.
     
     
    "같이 가"
     
     
    준석이 방망이를 주워들고 혁수를 쫓아왔다.
     
     
    "드럽게.."
     
     
    방망이에는 여인의 살점이 피와 함께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살고 봐야지"
     
     
    준석이 방망이를 움켜 쥐었다.
    통로로 나온 그들이 본 것이 커다란 동굴이었다.
    수백개의 종유석이 천장에 매달려 있고, 군데 군데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동굴은 사방으로 길이 나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대여섯 군데는 되어 보였다.
     
     
    "이거 완전 미로인데.."
     
     
    두호가 동굴벽을 손으로 훑었다.
    푸른색의 이끼가 한움큼 손에 묻어났다.
     
     
    "으적으적"
     
     
    두호가 이끼를 입안에 넣고 몇번을 씹었다.
     
     
    "물있고, 식량 있고... 이제 길만 찾으면 되는군"
     
     
    아이들은 제각각 흩어져 동굴벽을 긁었다.
    오랜만에 씹을 것이 입 안에 들어오자, 모두의 얼굴에 생기가 흘렀다.
     
     
    "너도 먹어봐"
     
     
    은설이 이끼 묻은 손을 불쑥 내밀었다.
     
     
    "나..나는 괜..괜찮아"
    "내 손이 더러워?"
    "그럴리가, 맹세코 절대 그런것이 아니야"
    혁수가 과장된 몸짓을 지었다.
    "그럼 먹어"
    "....."
     
     
    혁수가 조심스레 은설의 손으로 입을 가져갔다.
     
     
    '으...'
     
     
    혁수는 쿵쾅 거리는 심장 소리가 너무나도 얄미웠다.
    자신의 입이 은설의 손에 닿지 않게 천천히 이끼를 물었다.
     
     
    "나도 줄래?"
    "응, 뭐?"
    "나도 달라고"
     
     
    은설의 불타는 눈빛이 혁수를 찔러왔다.
     
     
    "어..어.. 그래"
     
     
    혁수는 반사적으로 벽을 훑어 손을 내밀었다.
     
     
    "흐음.."
    은설이 입을 벌려 이끼를 물었다.
    "쪽.."
     
     
    혁수의 몸이 한순간 정지 되었다.
    은설의 혀가 손가락에 닿았고, 입술이 손가락을 강하게 빨았다.
     
     
    "어...어.."
     
     
    혁수가 재빨리 손을 뺐다.
    때마침 두호가 다가오고 있었다.
    두호는 은설을 한 번 힐끔거리곤 입을 열었다.
     
     
    "...어 지자"
    "뭐? 뭐라고 했지?"
     
     
    은설이 슬며시 혁수의 등 뒤로 숨었다.
     
     
    "넋이 나간 놈 같군, 흩어지자고 했다"
    "왜?"
    "이 동굴은 아주 복잡하게 생겨 먹은거 같아, 각자 셋으로 흩어져 길을 찾아보자
    길을 찾으면 소리를 지르기로 하고 말이야"
    "그래, 그게 좋겠군"
    "삐이익"
     
     
    그 순간 멀리서 스피커음이 울렸다.
     
     
    "서두르자, 프로크루테슨가 뭔가 하는 거인을 만나면 골치 아파지거든"
    "그래"
     
     
    두호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와 정면에 뚫린 구멍으로 빠져나갔다.
     
     
    "우린 이쪽으로 갈게, 나중에 보자"
     
     
    멀리서 기태가 크게 소리쳤다.
     
     
    "우리도 가자"
     
     
    혁수가 은설의 손을 잡고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옆에서 준석이 방망이를 움켜 세우고 호위했다.
    이들의 뒤를 열세명의 학생들이 천천히 뒤따랐다.
     
     
     
    "이상한데?"
    "응?"
     
     
    혁수가 걸음을 멈추자 준석이 의아한 반응을 나타냈다.
     
     
    "동굴은 어두워야 정상이잖아, 근데 이 빛은 뭐지?"
     
     
    동굴안에는 희미하지만 그래도 사물을 분간할 정도의 밝기가 존재했다.
     
     
    "글쎄, 어딘가가 외부와 통해 있어서 그런거 아닐까?"
    "그런가, 일단 가보자"
     
     
    그들은 한참 동안을 걸었다.
    배가 고프면 이끼를 먹었고, 목이 마르면 혀로 벽을 핥았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자 눈 앞에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오늘은 저기서 쉬도록 하자"
     
     
    혁수가 손짓을 하자, 모두가 바닥에 주저 앉았다.
    사실 쉬지 않고 한참을 걸었으니, 혁수의 말이 무척이나 반가웠던 것이다.
    잠시 후 혁수의 지휘 아래 모두가 똘똘 뭉쳐서 마른쪽벽을 기대고 앉았다.
     
     
     
    그 때 멀리서 누군가의 고함이 들려왔다.
     
     
    "설마 입구를 찾은 건가?"
     
     
    혁수가 황급히 소리나는 곳을 쳐다 보았다.
     
     
    "자 우리도 셋을 세고 소리를 지르자"
    "하나"
    "둘"
    "셋"
     
     
    동시에 16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잠시 후 저쪽에서 대답이라도 하듯 또 한번 메아리가 들려왔다.
    오분 쯤 지났을까..
    세명이 나타났다.
     
     
    "입구를 찾았어?"
     
     
    준석이 흥분해서 묻자, 그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게 아니고 전할 말이 있어서 왔다"
    "뭐야, 김빠지게.."
     
    셋 중 한명이 잠바의 지퍼를 내리자 안에서 무엇인가가 가득 쏟아졌다.
     
     
    "이건..."
    "그래 버섯이야, 우리가 발견했어"
    "우와"
    "아"
     
     
    다들 달려들자 혁수가 소리를 질렀다.
     
     
    "멈춰, 독버섯일 수도 있잖아"
     
     
    모두가 입에 넣으려던 버섯을 내려 놓았다.
     
     
    "그렇지 않아, 우리가 먹어 볼게"
     
     
    셋이 버섯을 집어서 입에 넣고 씹었다.
     
     
    "꿀꺽"
    "됐지?"
     
     
    그것을 삼킨 그들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제서야 아이들이 미1친듯이 버섯을 먹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혁수가 다시금 물었다.
     
     
    "버섯은 어디서 발견했지?"
    "그건 알려 줄 수 없어, 두호가 말하지 말랬거든"
    "뭐야?"
     
     
    한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계속 버섯을 가져다 줄게, 너희들 이곳에 있을거지?"
    "그래, 이곳을 중심으로 해서 주변을 찾아볼 생각이다"
    "알았어,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
     
     
    셋이 떠나자, 버섯은 모조리 뱃속으로 사라졌다.
     
     
    '무슨 속셈이지?'
     
     
    혁수가 손으로 턱을 괴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 날 이후 아이들은 두세명씩 조를 이루어서 근방을 수색해 나갔다.
    길을 잃었다 싶으면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듣고 나머지가 찾아왔다.
    두호패들은 날마다 다량의 버섯을 가져다 주었고, 혁수도 차츰 의심을 풀었다.
     
     
    "꺄아악"
     
     
    별안간 여자의 비명이 동굴안을 울렸다.
    혁수와 준석이 부리나케 소리난 곳으로 달려갔다.
     
     
    "흑..흑"
     
     
    그곳에는 민정이 새하얀 젖가슴을 드러낸 채 울고 있었다.
     
     
    "용..용서해줘, 나도 모르게 그만.."
     
     
    진태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이런 개쌍놈이 있나"
     
     
    준석이 욕설을 내뱉으며 진태를 발로 걷어찼다.
     
     
    '혹시..'
     
     
    혁수의 머릿속에 하나의 불안이 구체화 되어갔다.
    옆을 보자 준석이 민정의 몸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큰일났군'
     
     
    혁수는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동호애들이 매일 버섯을 가져다 준 이유.... 그것은 정욕이었다.
    이끼만 먹어서는 기초대사를 유지하기도 바쁘다. 하지만 버섯을 먹게 되면
    조금의 칼로리라도 발생하게 되고, 그것은 한창의 아이들에겐 정욕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진태는 시작에 불과해, 이를 어쩌지..'
     
     
    혁수의 머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남자가 12명, 여자가 4명... 미치겠군'
     
     
    혁수는 은설까지 포함해야 간신히 여자가 네명인 것을 깨닫자 절망했다.
     
     
    "일단 돌아가자"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온 혁수가 모두를 꼼꼼히 살폈다.
    그 때 누군가 나타났다.
     
     
    "이두호...."
    "반갑군, 잘 지냈나 친구?"
     
     
    두호의 뒤에는 네명의 여자들이 초췌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이지?"
    "거래를 제안하겠다"
    "무슨 말이야?"
    "네명과 한명을 바꾸자"
    "뭐?"
     
     
    혁수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 네명을 줄테니 저기 있는 은설을 넘겨라"
     
     
    두호의 잔인한 표정이 은설을 향했다.
     
     
    "미1친놈이 쳐 돌았구나!!"
     
     
    혁수의 분노한 몸이 두호에게 돌진했다.
     
     
    (공포소설)입시지옥<마지막5편>
    혁수가 달려들자 두호가 재빨리 네명을 앞에다 세웠다.
     
     
    "진정해,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전체를 생각하란 말야"
     
     
    혁수가 시선을 홱 돌렸다.
    아이들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다들 생각해 보라구, 내일 다시 올 테니까"
     
     
    두호는 빙글빙글 웃으며 돌아갔다.
     
     
    "다들...."
     
     
    혁수가 모두를 내려다 보며 중얼 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인간이야
    나가는 길도 조만간 찾을테고.."
    "그래, 혁수 말이 맞아..."
     
     
    준석이 동조하고 나섰다.
     
     
    "아니, 내 생각은 조금 달라"
     
     
    평소 말수가 없던 승호가 천천히 일어났다.
     
     
    "생식은 본능이야, 까놓고 말해서 여기서 금방 나간다는 보장 있어?"
    "그래서?"
    "어차피 죽을 거 실컷 하다가 죽고 싶어"
    "돌았구나"
     
     
    혁수가 쥐어 박을 듯이 다가갔다.
     
     
    "나..나도 찬성이야.."
     
     
    더듬거리며 진태도 손을 들었다.
     
     
    "나도"
    "나도 동의해"
    "나도나도"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희들, 여자들 입장은 생각 안해?"
     
     
    은설을 포함한 네명의 여자는 토의가 시작되자 한쪽 구석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곳에서 잔뜩 몸을 웅크리며 떨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해꼬지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같이 즐기자는 거잖아"
    "미..미1친놈들"
     
     
    민정이 겁에 질린 듯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남자 아이들의 눈빛이 험악해졌다.
     
     
    "진정해"
     
     
    혁수의 말에 승호가 벌떡 일어섰다.
     
     
    "우리는 혁수 니가, 우두머리로서 현명한 결정을 해주길 바래"
    "무슨 소리야?"
    "우린 지금 성비율이 전혀 맞지 않는다구"
    "이새,끼, 그럼 니 말은..."
    "그래, 은설이와 두..."
     
     
    혁수의 주먹이 승호의 안면에 작열했다.
     
     
    "아악"
    "짐승같은 새,끼들, 다 나와봐.. 불만 있는 놈들 다 덤벼보라구
    아주 개박살을 내버릴테니까"
    "혁수야, 진정해.. 잠깐 실수한 걸거야"
     
     
    준석이 혁수를 뜯어 말렸다.
    혁수는 일부러 거칠게 행동했다. 욕설과 함께 죽일 듯한 눈빛을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마지못해 수긍했지만, 누가 봐도 마지못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책이 필요해, 대책이...'
     
     
    그 시간 이후로 여자들은 혁수의 옆으로 파고 들었다.
    혁수가 일어서면 따라서 일어섰고, 어디를 가든 항상 쫓아 다녔다.
    혁수는 혁수대로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은설을 바라볼 면목이 없었다.
    다음 날 약속대로 두호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꽤 많은 수가 왔는데, 여자 네명 외에도 남자아이들도 있었다.
     
     
    "어때? 결론이 났나?"
    "우리는 인간답게 살기로 했다"
    "인간답게? 크크... "
    두호가 웃자 같이 온 애들이 덩달아 웃었다.
    "인간다운건 이런걸 말하는 거야"
    두호가 옆에 있던 여자의 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이새,끼..."
     
     
    혁수가 눈을 부라렸지만, 두호는 멈추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적응이 됐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해, 우리 결심은 확고하다"
     
     
    혁수가 말을 하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예상대로 남자얘들은 눈을 번뜩이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글쎄, 그건 니 생각 아닌가?"
     
     
    두호가 옆에 있는 남자얘한테 눈짓을 보냈다.
     
     
    "키스 알X라고 들어봤나?"
    "뭐?"
     
     
    옆에 있던 남자가 돌연 여자아이에게 기습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
     
     
    "아"
    "엇"
     
     
    둘의 격정적인 키스에, 지켜보는 아이들이 헛바람을 터트렸다.
     
     
    "키스알X는 일도 아니지, 그 동안 상상했던 모든것이 가능해..
     
    예를 들어서..."
    "그만하고 꺼져라"
     
     
    혁수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좋아, 의외로 잘 누르고 있나보군... 역시 혁수다워"
    "이젠 찾아오지 마라, 버섯따윈 필요없어"
    "가기전에 선물을 주고 가지"
     
     
    당황한 혁수가 재빨리 말을 쏟아냈다.
     
     
    "그냥 꺼져, 필요없어"
    "여자 두명을 주겠다"
     
     
    두호의 손짓에 두명의 여자가 아이들쪽으로 걸어왔다.
     
     
    "잘해보라구, 우리는 꺼져 줄테니"
     
     
    두호패들이 껄껄 웃으며 사라졌다.
     
     
    "혁수야, 일부러 보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승호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미칠 것 같아"
     
    "한반만 봐주라"
    "혁수야"
     
     
    남자아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혁수가 두 여자를 바라봤지만, 둘은 무덤덤한 표정들이었다.
     
     
    '적응이 됐나..'
     
     
    혁수는 준석을 손짓으로 불렀다.
    귓속말을 끝내자, 혁수는 자리로 돌아가 벌러덩 누워버렸다.
     
     
    "잘 들어.."
     
     
    모두의 시선이 준석의 입으로 모아졌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결정하겠어, 무슨 말인지 알지?"
    "좋아"
    "고마워"
    "빨리 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고, 곧 그들 사이가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후 준석은 모두를 데리고 어디론가로 가 버렸다.
     
     
    "혁수야..."
     
     
    은설이 조용히 혁수를 불렀다.
     
     
    "미안하다, 나를 욕해도 좋아..."
     
     
    혁수는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널찍한 공간에 다섯명만이 남자,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혁수의 묵인하에, 끈적끈적한 밤이 지나갔다.
     
     
    아이들은 다음 날이 되서야 돌아 왔는데, 다들 상기된 표정이었다.
    아이들의 뒤를 두 여자아이가 따랐는데, 헝클어진 머리에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부터 수색을 강화하자, 이대론 죽도 밥도 안되겠어"
     
     
    혁수는 전부 모이자 입을 열었다.
     
     
    "위험하더라도, 멀리까지 가보자"
    "그래"
    "알았어"
     
     
    혁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이후로 진정이 좀 된 듯 하여 혁수는 여자들을 떼놓았다.
    혹시 몰라서 준석과 현수는 지키게 하고 자신만 밖으러 나온 것이다.
     
     
    "근데 너는 생각이 안나니?"
     
     
    처음 보는 모퉁이를 돌 무렵에, 옆에서 현욱이 물었다.
     
     
    "뭐가?"
    "아니, 남자들이라면 원래 그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잖아"
    "난 또 뭔 소리라고.."
    "어제 난생 처음으로 해봤어..."
     
     
    현욱의 떨리는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그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거야.."
    "난 생각보단 별로던데.."
     
     
    태준이 이리저리 살피며 대꾸했다.
     
     
    "차라리 자위가 나은거 같아, 솔직히 별 느낌 못 받았어"
    "사랑하지도 않는데, 느낌이 나겠냐?"
     
     
    혁수가 둘을 쏘아 보았다.
     
     
    "뭐랄까, 약간 촉촉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어"
     
     
    현욱의 얼굴이 황홀해졌다.
     
     
    "그만 닥쳐, 한대 쳐 맞기 전에.."
    "미안해.."
     
     
    혁수의 눈빛이 변하자, 현욱이 금새 움츠러 들었다.
    셋이 한참을 더 들어가자, 멀찍이서 무엇인가가 보였다.
     
     
    "뭐지?"
    "사람인거 같은데.."
     
     
    셋은 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접근했다.
    가까이 가보니 같이 탈출한 아이들이었다.
     
     
    "너희들은... 기태 무리 잖아"
     
     
    혁수의 외침에 아이들이 고개를 들었다.
     
     
    "어라..."
     
     
    군데군데 찢어지고 피멍이 든 아이들의 얼굴이 드러났다.
     
     
    "무슨 일이지?"
     
     
    한 아이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두호새,끼들이 습격했어.."
    "뭐?"
    "그새,끼들이, 우리가 잘 때 떼거리로 덮쳤다고"
    "....."
    "남자들은 두들겨 맞고, 여자들은 죄다 끌려갔어"
    "기태는?"
    "두호새,끼 죽여버린다고 갔는데, 소식이 없어..
    아마 죽었거나, 죽을만큼 얻어 맞았겠지.."
     
     
    혁수는 흩어질때의 기태무리를 떠올렸다.
    여자가 과반수를 차지한 기태무리의 비극은 아마도 예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두호얘들이 있는 곳을 아니?"
    "저쪽.."
     
     
    한명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버섯밭이 나와, 거기가 걔네들 아지트야"
     
     
    혁수가 말없이 그곳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할거야, 여기 있을 거야?"
    "우리도 상의중이야, 그런데 솔직히 답이 안나와"
    "우리랑 가자,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어"
    "그래도 될까?"
    "그래"
     
     
    아이들은 웅성 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조금만 기다려, 이쪽으로 가서 더 살펴보고 올게"
     
     
    "거긴 안돼!!"
    "응?"
     
     
    한명이 날카롭게 고함을 질렀다.
     
     
    "며칠 전에 그쪽으로 탐사를 나간 얘들이 다 죽었어"
    "뭐라고?"
    "팔다리가 절단되어 죽었고, 성기가 도려내진 채로 죽었어"
    "설마..."
    "맞아, 그들이 우릴 찾고 있어...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말야"
    "일단 돌아가자, 가서 상의하도록 하자"
     
     
    일행은 다시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열명정도가 천천히 뒤따랐다.
     
     
    일행이 돌아오자, 그곳은 발칵 뒤집혀 있었다.
     
     
    "무슨 일이지?"
     
    준석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찾았어, 입구를 찾았다구!!"
    "뭐? 정말?"
    "그래, 진태랑 현수가 입구를 찾았어"
    "좋아.."
    혁수의 눈이 환희로 물들었다.
    "그런데..."
    "응?"
     
     
    준석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교수들이 지키고 있어, 그것도 네명 모두.."
    "그렇겠지, 통로는 하나뿐이니까.."
     
     
    혁수가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
     
     
    "일단 가보자, 안내해"
    "털썩"
    그 때 구석에서 소리가 들렸다.
    "후다다닥"
     
     
    누군가가 황급히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저 새,끼는 뭐지?"
    "냅둬, 어차피 두호얘들한테도 알려야 했던 일이야"
    "가자"
     
     
    진태와 현수를 선두로 모두가 움직였다.
    한참을 걷자, 선두가 걸음을 멈추었다.
     
     
    "저 모퉁이만 돌면 나와"
    "알았어, 모두들 쉿.."
     
     
    혁수가 슬며시 모퉁이로 다가갔다.
    고개를 내밀자 저만치서 세명이 보였다.
    거인은 어디 갔는지 없었고, 뱀인간이랑 난쟁이, 그리고 빨간 마스크가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투명색의 직사각형 관이 있었다.
    관은 기둥을 따라서 천장과 연결 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엘리베이터인 듯 보였다.
     
     
    '저것이 지상으로 나가는 통로인가..'
     
     
    혁수의 가슴이 크게 요동을 쳤고, 숨이 가빠져 왔다.
    다시 아이들에게로 돌아온 혁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거인이 안보여, 지금이 기회야...
    한꺼번에 들이 닥쳐야 해!!"
    "좋았어"
    "드디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에 급속도로 희열이 퍼졌다.
     
     
    "근데, 두호애들은 어쩌지?"
     
     
    준석의 말을 함과 동시에 뒤쪽에서 요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걱정마, 우리도 왔으니까"
     
     
    두호가 씨익 웃었다.
     
     
    "어떻게 알고 왔지?"
    "너희를 감시한 얘들이 하나라는 생각은 버려"
    "얍삽한 놈.."
    "크크... 나가면 끝이야, 어서 가자"
    두호를 선두로 그들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조용히 움직여, 다 들리잖아"
    "거인도 없다며? 나머지 놈들이야 껌이지.."
    "휴우.."
     
     
    크게 숨을 들이 마신 혁수가 모두를 둘러 보았다.
     
     
    "에라이, 모르겠다... 같이 가자"
    "와아아..."
    "우아아아아"
     
     
    수십명이 함성을 지르며 한꺼번에 쏟아져 나갔다.
     
     
    "쉬익"
     
     
    세명의 교수는 의외로 침착하게 반응 했는데, 뱀인간이 우선 앞으로 나섰다.
     
     
    "쉬익 쉬익.."
     
     
    남자가 뱀을 들어 던지자, 아이들이 급히 물러났다.
     
     
    "씨X, 그냥 덤벼"
    "물리면 어떡해?"
     
     
    아이들은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쿵..쿵..쿵"
     
     
    그 순간 멀리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놈이 왔다!!"
    "뭐?"
    "프로크루테스가 온다고!!"
     
     
    두호를 포함해서 모두의 안색이 급변했다.
     
     
    "모두 겉옷을 벗어"
     
     
    혁수가 다급히 외쳤다.
     
     
    "빨리 벗어, 빨리.."
     
     
    두호가 재촉하자 아이들이 서둘러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셋 세면 옷을 앞으로 가리고, 돌진한다.. 알겠나?"
    "미1친..."
    "헉"
    "하나.."
    "둘.."
    "씨X, 뛰엇!!"
     
     
    두호를 선두로 모두가 달려 들었다.
    남자가 황급히 뱀을 던졌지만, 옷에 맞고 팅겨져 나갔다.
     
     
    "죽어, 이 쓰레기 같은 놈아"
     
     
    혁수는 멍하니 있던 난쟁이를 힘껏 걷어 찼다.
     
     
    "위이잉.."
    "으아아악.."
     
     
    전기톱이 울리고, 아이들의 비명이 터졌다.
     
     
    "왔구나.."
     
     
    혁수가 돌아보자 거인이 미1친듯이 전기톱을 휘두르고 있었다.
     
     
    "은설아, 이쪽으로 와 있어"
     
     
    은설이 뛰어오자 혁수가 다시금 정면을 주시했다.
    난쟁이는 엎어져 있었고, 빨간 마스크가 다가오고 있었다.
     
     
    "너로구나, 그 날 그놈이..."
     
     
    빨간 마스크의 식칼이 사정없이 찔러왔다.
     
     
    "헛.."
     
     
    혁수의 몸이 반사적으로 칼을 비껴갔다.
     
     
    "크아악"
     
     
    빨간 마스크는 실성을 한 것처럼 더욱 매섭게 칼을 휘둘렀다.
    혁수가 그녀의 기세에 잠깐 뒷걸음질 쳤다.
     
     
    "씨X년.."
     
     
    달려오던 준석이 그녀의 다리를 후려쳤다.
     
     
    "으.."
     
     
    그녀가 잠깐 휘청이는 순간 혁수의 몸이 공간을 갈랐다.
     
     
    "퍽..퍼억"
     
     
    순식간에 서너방의 펀치가 그녀의 전신에 쏟아졌다.
     
     
    "철턱"
     
     
    그녀의 손에서 식칼이 떨어지고, 혁수의 머리가 힘껏 젖혀졌다.
     
     
    "빠각"
     
     
    정통으로 그녀의 콧등에 혁수의 이마가 작열했다.
     
     
    "털썩"
     
     
    동공이 풀린 그녀가 힘없이 주저 앉았다.
     
     
    "으아아악"
     
     
    뱀인간이 쓰러지면서 수십마리의 뱀들이 기어 나왔다.
    여자들은 몸서리를 치며 피해다녔고, 남자들도 비명을 질렀다.
     
     
    "위이이잉"
     
     
    거인의 전기톱은 침착하게 휘둘러졌고, 그때마다 한명씩 비참하게 죽어 나갔다.
    혁수가 대충 보니 남은 아이들이 절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끼이익"
     
     
    기이한 음향에 혁수의 시선이 관으로 옮겨졌다.
     
     
    "하하..하하하"
     
     
    두호가 잽싸게 관으로 몸을 집어 넣는 광경이 보였다.
     
     
    "안돼, 멈춰"
     
     
    혁수가 다급히 은설의 손을 잡고 뛰어갔다.
     
     
    "나간다, 이제 난 살았다구!! 하하하하"
     
     
    문이 닫히고 두호의 대소하는 모습이 비쳐졌다.
     
     
    "푸욱"
    "크아악"
     
     
    순간 관의 머리부분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렸다.
     
     
    "엇.."
     
     
    혁수가 자세히 보니 날카롭게 깍여진 말뚝 하나가 두호의 머리에 박혀 있었다.
     
     
    "끼이익"
     
     
    버튼을 눌르자 두호가 앞으로 쏟아졌다.
     
     
    "안돼..."
    "같이가!!"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동시에 달려 들었다.
     
     
    "이새,끼들아, 정신차려.. 저 안에 들어가면 다 죽어"
     
     
    달려든 아이들이 두호의 시체 앞에 멈춰섰다.
     
     
    "씨X"
    "이게 뭐야, 결국 다 죽는거야?"
    "내 말 잘 들어, 저 놈만 제압하면 답은 반드시 나온다"
     
     
    혁수가 재빨리 남자아이들의 수를 세어보았다.
     
     
    "열명이면 충분해, 하나라도 물러서면 끝장이다
    동시에 달려 들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죽자, 어차피 죽는 거 저새,끼라도 잡고 죽자"
    "으아악, 억울해서 그냥은 못 죽어"
    "뛰엇!!"
     
     
    혁수가 막 쓰러진 여자의 목을 자르고 있던 거인에게로 돌진했다.
     
     
    "쉬이익"
     
     
    전기톱이 무섭게 날아 들었다.
     
     
    "크윽.."
     
     
    혁수는 바닥으로 몸을 굴려 가까스러 그것을 피해냈다.
     
     
    "죽어 이새,끼야!!"
    "이야아아"
    아이들이 동시에 거인에게 부딪혔다.
    "위이잉"
     
     
    거인이 뒤로 밀리면서 전기톱으로 내려 찍었다.
     
     
    "끄아아악"
     
     
    한 아이의 머리가 세로로 쪼개지며 두개골이 드러났다.
     
     
    "우아악"
     
     
    혁수가 기합과 함께 거인의 등에 올라탔다.
     
     
    "죽엇!!"
     
     
    그리곤 온 힘을 다해 목을 졸랐다.
    거인이 전기톱을 휘두르려 하자, 한명이 거인의 사타구니를 힘껏 걷어찼다.
     
     
    "우워어어어.."
    거인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퍽.퍽.퍽퍽"
     
     
    혁수가 매달린 채, 팔꿈치로 거인의 머리를 마구 찍어 내렸다.
     
     
    "위이잉"
     
     
    마침내 거인의 손에서 전기톱이 떨어졌고, 한명이 재빨리 집어 들었다.
     
     
    "으아아악"
     
     
    순식간에 거인의 한쪽 발목이 날아갔다.
     
     
    "털썩"
    곧 두꺼운 팔뚝이 떨어졌고, 마지막으로 목이 날아갔다.
     
     
    "허억..헉"
     
     
    혁수가 거칠게 숨을 쉬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네명만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었다.
    관쪽에는 은설을 포함한 여자셋이 떨고 있었는데, 거인이 쓰러지자 환호성을 질러댔다.
    거칠게 숨을 쉬던 혁수의 눈에 뭔가가 잡혔다.
    천장 구석에 시키먼 물체가 울렸던 것이다.
     
     
    - 삐이익 -
     
     
    모두의 동작이 멈춰지고, 그곳에서 소리가 울렸다.
     
     
    - 훌륭하군요, 최종 생존자는 8명인가요 -
     
     
    "안돼... 제발 우릴 놓아줘.."
     
     
    한명이 눈물을 흘리며 토해냈다.
     
     
    - 잘 보았습니다, 극한 상황에서의 여러분의 모습... 아주 흥미로웠어요 -
     
     
    "목적이 뭐지? 왜 이런짓을 하는거야.."
     
     
    혁수가 몸을 일으켜서 천천히 관쪽으로 걸어갔다.
     
     
    - 말한다고 해서 이해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
     
     
    - 곧 한명을 선두로 해서, 서른명의 교수가 올 것입니다 -
     
     
    "뭐? 또 온다고?"
     
     
    - 전단지를 안 보셨나요, 저희 교수는 총 35명입니다 -
     
     
    "맙소사.."
     
     
    은설이 주저 앉았고, 혁수도 절망감에 다리가 휘청거렸다.
     
     
    "끼이익"
     
     
    관의 문이 열리고 한명의 여자아이가 재빨리 들어갔다.
     
     
    "안돼, 가면 죽어.."
     
     
    혁수가 제지했지만, 이미 문이 닫힌 뒤였다.
     
     
    "푸욱"
     
     
    곧이어 말뚝이 떨어졌고, 여자는 바로 절명했다.
     
     
    "투욱"
     
     
    관이 열리고 여자의 시체가 고꾸라졌다.
     
     
    - 최면을 통해 여러분들의 무의식을 보았습니다 -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 무엇을 가장 무서워 할까... 그것을 찾아 내려고 했죠 -
     
     
    - 흥미롭게도 여려분들 나이에서는 한가지 공통점이 나오더군요 -
     
     
    "뭐?"
     
     
    - 민지양 말입니다 -
     
     
    "무슨 말이지?"
     
     
    - 백원짜리 동전을 무서워 하더라 이겁니다 -
     
     
    "개소리 작작해"
     
     
    - 물론 어릴때 얘기겠지만, 그것은 여러분들의 무의식 속에 단단히 박혀 있었습니다 -
     
     
    혁수의 머리속에서 순간적으로 어떤것이 떠올랐다.
     
     
    - 100원짜리를 거꾸로 보면 민지양이 나오죠 -
     
     
    '맞다, 그 얘기였어'
     
     
    혁수는 어렸을 때의 일이 새삼 떠올랐다.
    백원짜리를 거꾸로 해서 보면, 여자의 죽은 얼굴이 나타난다.
    그녀는 김민지라는 이름의 여자로서, 죽은 조폐공사 사장의 딸이다.
    그녀는 잔인하게 토막살인 당했는데,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동전을 만들었고 했다.
    오백원짜리의 학에는 민지양의 토막난 신체들이 있고, 오천원 권을 자세히 보면
    머슴이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김민지의 토막들이라는 것이다.
     
     
    "그게 어째서? 어차피 다 뻥이고 개소리잖아"
     
     
    -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말이죠 -
     
     
    "....."
     
     
    - 잠시 후 민지양이 올 것입니다 -
     
     
    "뭐?"
     
     
    - 여러분들이 보는 여섯번째 교수죠 -
     
     
    "젠장"
     
     
    혁수가 황급히 은설에게로 다가갔다.
     
     
    "무서워.."
     
     
    은설의 새까만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지켜준다, 내가 기필코 지켜줄꺼야"
    "터덕 터덕"
     
     
    잠시후 소녀 한명이 예쁜 색동옷을 입고 나타났다.
    "안녕, 오빠들"
     
     
    소녀의 얼굴은 위아래로 뒤집혀 있었는데, 이마쪽에 붙은 입에서 말이 흘러 나왔다.
     
     
    "으...어..."
     
     
    주저앉아 있던 네명의 남자아이들이 그 자리에 얼어 붙었다.
    몸전체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가위에 눌린 듯 보였다.
     
     
    "안녕, 내 이름은 김민지라구 해"
     
     
    소녀가 네명에게로 바짝 다가갔다.
     
     
    "오빠 이름은 뭐야?"
    "어...어..."
    "대답안해? 혹시..."
     
     
    소녀의 표정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나를 토막낸 것이 오빠야?"
     
     
    소녀의 몸이 순식간이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조각조각으로 토막난 소녀의 시체위로, 목만 움직였다.
    뒤집혀진 얼굴에서 섬찟한 피눈물이 흘렀고, 천천히 한명의 얼굴을 덮쳐갔다.
     
     
    "으....어..어어"
     
     
    민지의 얼굴이 아이 한명의 얼굴과 포개졌다.
     
     
    "털썩"
     
     
    곧 그가 힘없이 쓰러졌다. 눈을 부릅뜬 채로 즉사한 것이다.
     
     
    "그럼 오빠야?"
     
     
    목이 다른 아이에게로 옮겨질 무렵, 혁수가 정신을 차렸다.
     
     
    "정신차려 은설아, 은설아!!"
     
     
    멍하니 있던 은설의 어깨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어? "
     
     
    동공에 초점이 맞춰지자 혁수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다 죽어, 다 죽는다고... 이제 방법이 없어"
     
     
    은설이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
    혁수가 돌아보자 민지의 얼굴은 마지막 남은 남자에게로 옮겨가고 있었다.
     
     
    "들어가.."
    "응?"
    "관에 들어가"
    "무슨 말이야?"
    "일단 들어가!!"
     
     
    혁수가 억지로 은설을 관에다 밀어 넣었다.
     
     
    "아악, 왜 그래?"
     
     
    혁수가 고개를 들어 관천장을 바라보자, 말뚝 두개가 박혀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혁수의 몸도 관으로 들어왔다.
     
     
    "설마.."
     
     
    은설이 다급히 혁수를 밀어내려 했다.
     
     
    "끼이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안돼!!"
     
    "괜찮아"
     
     
    혁수가 온 몸으로 은설을 덮었다.
     
     
    "푸욱"
    "커억"
     
     
    말뚝하나가 혁수의 등에 박혔다.
     
     
    "제발...그만해"
     
     
    은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푸욱"
     
     
    또 하나의 말뚝이 어깨 쪽으로 떨어졌다.
     
     
    "버..버튼 눌러"
    "뭐라구? 버튼? 버튼이 어디있지.."
    은설이 울면서 버튼을 찾기 시작했다.
    "없어, 버튼이 없다구"
    "그렇...군"
     
     
    혁수가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렸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혁수가 앞으로 쏟아졌다.
     
     
    "혁수야"
     
     
    은설이 나오려 하자 혁수가 강한 힘으로 문을 다시 닫았다.
     
     
    "뭐야, 왜 그래?"
     
     
    은설이 문을 두드렸고, 혁수는 한 번 웃어 주었다.
     
     
    "버튼은.. 여..여기 있거든"
     
     
    혁수의 손이 버튼을 꾸욱 눌렀다.
     
     
    "드드드드..."
     
     
    진동이 관 전체를 울렸다.
     
     
    "오빠구나.."
     
     
    민지가 피눈물을 뿌린 채 혁수에게로 다가왔다.
     
     
    "흑..흑.. 왜.. 왜 그렇게까지 하는거지?"
     
     
    은설이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창에 갖다 붙였다.
     
     
    "당..당연하잖아.."
     
     
    혁수가 천천히 관을 기대고 앉았다.
    정면에서는 민지의 얼굴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태였다.
     
     
    "뭐가 당연해? 이 병,신아... 이 바보 천치야... 내가 뭐라고.. 나까짓게 뭐라고.."
     
     
    관이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혁수가 슬며시 돌아 보았다.
     
     
    "당연하잖...아"
    "내가....."
    "내가.... 니... 마니또 인걸...."
    혁수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으아아아악"
     
     
    은설이 미1친듯이 오열하며 쓰러졌다.
    "드드드드드..."
    "철커덕"
     
     
    한참을 울부짖던 은설이 고개를 들었다.
    관이 멈췄고, 천천히 문이 열렸다.
     
     
    "으읔"
     
     
    강한 햇살에 은설이 눈을 가렸다.
     
     
    "괜찮으십니까?"
     
     
    누군가가 은설을 부축했다.
     
     
    "누..누구?"
    "제가 들어가면 이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남자가 은설의 손을 어디론가로 가져갔다.
     
     
    "끼이익"
     
     
    문이 닫혔고, 은설은 버튼을 힘껏 눌렀다.
    "허억!!"
     
     
    발작적으로 상체가 일으켜졌다.
    사방을 둘러보자 하얀색 벽지로 도배를 한 방이 보였다.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자신은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혁수가 시선을 돌리자 중년의 스님한명이 따스하게 미소를 지었다.
     
     
    "여긴...?"
    "저희 단체 산하의 병원입니다, 비밀적으로 운영되죠"
    "아.."
     
     
    갑작스런 통증에 혁수의 말이 끊겼다.
     
     
    "훌륭한 몸을 가졌더군요"
    "네?"
    "담력도 대단하구요, 제가 갔을때 당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반사람이라면 심장마비로 죽었겠죠,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아.."
     
     
    혁수는 소녀의 끔찍한 얼굴을 떠올렸다.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스님이 악수를 청했다.
     
     
    "구기원 이라고 합니다"
    "네.."
    혁수가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저희가 뒤쫓는 자의 이름은 송영주...
    당신을 그곳에 가둔 자 이기도 하죠"
    "송영주?"
    "저희는 그냥 사탄이라고 부릅니다...."
     
     
    기원이 창가로 가서 커튼을 확 펼쳤다.
     
     
    "으읔"
    밝은 햇살에 혁수가 오만상을 찡그렸다.
     
     
    "이 세상을 멸망 시키려 하는 자....
    붉은 사쿠라의 정통 후계자....
    통칭 사탄으로 불리는.... 그의 이름은 송영주 입니다"
     
     
    기원의 불타는 눈빛이 혁수에게 쏟아졌다.
     
     
    "흐음"
    혁수는 왠지 모를 긴장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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