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 이야기는 내가 옛날 일하던 디자인 회사 거래처에서 알게 된 여성에게 들은 것입니다.</div> <div><br></div> <div>그녀도 나도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 공통 화제가 많았습니다.</div> <div><br></div> <div>서로 일이 빨리 끝나면 함께 저녁을 시켜먹기도 하고,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이나 장래 전망을 늘어놓으며 자주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솔직히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고백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인이라 섣불리 고백했다 사이가 멀어질까 두려웠습니다.</div> <div><br></div> <div>이대로 가끔 둘이서 밥이라도 같이 먹는 사이라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녀에 대한 마음을 가슴 가득 품은채 한달에 두어번 있을까 말까한 식사자리만 기다리며 보내고 있었죠.</div> <div><br></div> <div>그렇게 그녀와 몇번째인가 같이 저녁을 먹던 날, 우연히 그날 밤 방송되는 공포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혹시 무서운 일이라던가 직접 겪어본 건 없어?] 하고 슬쩍 물어봤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자 그녀는 [딱 한번... 무서운 일을 겪어본 적 있어요.] 라며 그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div> <div><br></div> <div>당시 그녀, A는 갓 상경한 미대생이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탓에 겁도 많고 낯도 가렸지만, 워낙 성격이 밝았던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도 잔뜩 생기고 즐거운 학창생활을 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당시 A씨는 휴일마다 친구와 함께 잡화상, 앤틱 숍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였습니다.</div> <div><br></div> <div>어느날 저녁, 유럽 가구를 주로 다루는 작은 가구점에서 꽤 낡은 화장대를 발견하고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화장대는 거울 주변에 전구가 달려 있어, 옛날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분장실에서 쓰던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습니다.</div> <div><br></div> <div>무척 화려한 물건이었죠.</div> <div><br></div> <div>다다미 8장짜리 원룸에서 사는 입장인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기에 한번은 A도 포기하고 돌아왔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아무래도 그 화장대가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아, 결국 중학교 때부터 모아온 저금에 2개월치를 먼저 보내주시던 부모님 용돈까지 탈탈 털어 그 화장대를 사버렸다고 하더군요.</div> <div><br></div> <div><br></div> <div>그날 밤, 샤워를 마친 A는 빨리 그 화장대 앞에 앉아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렸습니다.</div> <div><br></div> <div>원래부터 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A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거울 주변에 달린 라이트의 부드러운 불빛 덕인지, 거울 속의 A는 평소보다 더욱 희고 아름답게 보였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A는 마치 자신이 진짜 할리우드 여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잠겨 황홀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날 이후로, 과제에 치여 사는 매일매일 중에, 그 거울 앞에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A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무렵부터였습니다.</div> <div><br></div> <div>A의 성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은.</div> <div><br></div> <div>거울 앞에 앉아있을 때를 빼면, A는 조금씩 성격이 나빠지기 시작했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대학에서 친한 여자 동기가 [요즘 더 예뻐진 거 같은데? 남자친구라도 생겼어?] 라고 말을 걸어오곤 하는데, 기쁜 마음도 있지만 속에서는 "당연한 거 아니냐, 이 못생긴 것아! 너희들이랑 나는 달라." 하고, 친구들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피어오르더랍니다.</div> <div><br></div> <div>A는 원래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의 애매모호한 태도에도 분노가 솟아올랐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어느새 그것은 A의 마음 밖으로 나와, 태도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많던 주변 친구들도 슬슬 A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유일하게 남아있던 좋아하던 남자 역시, A가 권해야 마지못해 어울려 주곤 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모습 또한 A의 초조함을 더욱 크게 만들었고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날, 노천카페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뚱하게 있는 그를 보고, A는 입을 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왜 그러는데? 나한테 말하고 싶은게 있으면 확실히 말하지 그래. 그런 태도, 짜증나거든?]</div> <div><br></div> <div>그러자 잠시 가만히 있다, 그는 A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더랍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럼, 확실히 말할게. A 너, 처음 만났을 때랑 성격이 꽤 달라진 거 알아? 전에는 온화하고, 누구하고든 상냥하게 이야기했었다고. 거기다 얼굴도...]</div> <div><br></div> <div>거기서 그는 말을 멈췄습니다.</div> <div><br></div> <div>[뭐라고? 내 얼굴이 뭐가 어떻다는건데? 똑바로 말하라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A는 소리를 빽 질렀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그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게 말이야... A 너, 성형한거야? 다른 애들도 다 수군대고 있어. 확실히 얼굴이 바뀌었다고. 원래는 귀여웠었는데... 왜 그렇게 인상이 센 얼굴이 되어버린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A는 앞에 있던 컵을 들어 그의 얼굴에 물을 끼얹고 일어섰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내가 성형 같은 걸 했을리 없잖아! 장난치지마!]</div> <div><br></div> <div>주변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뒤로 하고, 화가 잔뜩 나 어지러운 머리로 A는 휘청휘청 카페 화장실에 들어섰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성형이라니, 내가?</div> <div><br></div> <div>왜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div> <div><br></div> <div>왜 다들 나를 짜증나게 만드는거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너무 화가 난 나머지, 세면대에 토악질을 하다 문득 눈앞의 거울을 물끄러미 봤답니다.</div> <div><br></div> <div>그 순간, A는 자신의 얼굴에 위화감을 느꼈습니다.</div> <div><br></div> <div>어... 내 얼굴이 이랬던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순간, 집에서 그 화장대 거울 비치던 자기 얼굴이 떠오르더랍니다.</div> <div><br></div> <div>지금까지 왜 깨닫지 못했는지, 왜 아무렇지도 않게 그 거울을 바라봤던 것인지...</div> <div><br></div> <div>A 스스로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거울에 비치던 A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div> <div><br></div> <div>그뿐 아니라 일본인도 아니고, 아예 본 적 없는 백인 여자였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눈은 A보다 크고 조금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눈이었고, 눈썹도 강해보이게 생겼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척 아름다운 북유럽계 여성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머리카락은 붉고,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였습니다.</div> <div><br></div> <div>그걸 자랑스럽게 브러쉬로 빗고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문득 거울을 다시 보고, A는 오싹해졌습니다.</div> <div><br></div> <div>자기 얼굴이 그 거울 속 여자와 닮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잘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의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동 따위 원래 자신이었다면 할 리가 없었을 터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주변을 업신여기는 기분 따위 이전에는 전혀 없었습니다.</div> <div><br></div> <div>이 분노와 초조함 또한 그녀의 것일 터입니다.</div> <div><br></div> <div>그녀가 나를 취해, 변해가고 있다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공포로 덜덜 떨면서도, A는 이미 돌아간 그에게 전화해 사과하고 모든 것을 털어놨습니다.</div> <div><br></div> <div>그 거울이 있는 방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그에게 도움을 요청해 처분하기로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비싼 화장대라 원래 샀던 곳에 반품할까 싶기도 했지만, 자기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또 나올까봐 결국 그대로 해체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후, 몇 주 지나지 않아 A의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성격 또한 온화하고 상냥한 원래 A씨 성격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소원해졌던 친구들과도 다시 친해졌고요.</div> <div><br></div> <div>한동안은 겁에 질려있었지만, 화장대를 해체했다고 딱히 저주가 내린 것도 아니었고, 이상한 일은 그걸로 끝이었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이야기를 들려준 후, 그녀는 그 무렵 찍은 사진을 휴대폰으로 내게 보여주었습니다.</div> <div><br></div> <div>확실히 눈이 지금 그녀보다 컸고, 눈꼬리도 위로 올라가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눈앞에 있는 그녀와는 다른 얼굴을 보니, 등골이 오싹하더군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혹시 성형하기 전 얼굴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그런 판단에는 자신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사진 속 그녀의 얼굴이 진짜 외국인 같았기에 진심으로 믿게 되었죠.</div> <div><br></div> <div>더불어 나는 그녀에게 고백도 제대로 못하고, 회사 간 거래가 끊기면서 지금은 그저 소원한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게 제일 아쉽네요.</div> <div><br></div> <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color:#333333;"><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color:#333333;"><br></div> <div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color:#333333;">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21.6px;">티스토리 블로그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span><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 style="background-color:transparent;color:#0000ff;text-decoration:none;font-size:9pt;line-height:21.6px;border-bottom:1px dashed rgb(132,0,0);">http://vkepitaph.tistory.com</a><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21.6px;">)</span></div></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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