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벽에 쓰여진 글귀대로 문화경기장으로 가기로 했다.<br><br>문화경기장으로 가기 전 1층에 내려와 우리 가족들이 배고프지 않도록<br> 시체들을 토막 내 놓고 왔다.<br><br>엄마도 아버지도 동생도 할머니도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br> 그르렁 거리는 소리 없이 얇은 흐느낌이 느껴졌다.<br><br> "다녀오겠습니다!, 먹을꺼 다 먹기 전에 돌아올께!"<br><br>나는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약속을 하고 <br>1층 문을 잠그고 나왔다.<br><br>지금 시간은 저녁 8시 여름이지만 이제 어둑어둑하다.<br><br>예전이었다면 밤에 나가지 않았겠지만 <br> 지금은 될대로 되라란 생각뿐이다.<br><br>나의 삶을 지탱해주던 사랑이도 인간의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한 수아도 없다.<br>어차피 혼자 있어도 죽는다.<br><br>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br> 내 것을 빼앗는 것들을 죽이는 거였단 걸 다시 깨닫게 됐다.<br><br>사랑이와 수아를 훔쳐간 것들 내가 다 죽인다.<br>내가 씹어먹어 버릴꺼다.<br><br>우오오오<br><br> 우와아아악!<br><br>끼아아악!<br><br>마음은 먹고 나왔지만 좀비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니 무섭다.<br>최대한 조심해서 가야겠다.<br><br>문명이 사라진 한국 너무나 어둡다.<br>밤에 나온게 몇년만인지 모르겠다.<br><br>모든 감각이 마비된 느낌이다.<br><br>달빛에 의지해 겨우 겨우 걸어간다.<br><br>여기서 문화 경기장까지는 못해도 5km 길은 기억하고 있다.<br>가는 길에 1차 베이스 캠프가 있으니 거기 숨어있어야겠다.<br><br>1차 베이스캠프에 도달 했다.<br><br>크아아앙 좀비 소리다<br><br> 나는 빠르게 베이스캠프인 차로 달려가 차안에 드렁크 버튼을 눌렀다.<br><br>차에서 나와 뒤를 돌아보는데<br><br> 크아아앙!<br><br>윽! <br><br>좀비가 쥐도 세도 모르게 다가왔다<br><br> 으아아앙!<br><br>좀비의 얼굴을 가까스로 잡아 막았다.<br><br>힘이 밀린다.<br><br>아까는 좀비 수십마리도 쉽게 죽였는데<br> 힘이 부족하다.<br><br> "으아아악!"<br>나는 한속으로 얼굴을 막고 좀비의 눈을 손가락으로 찔렀다.<br><br>쿠에에엑!<br><br>좀비가 고통을 느끼는 것 같다.<br><br>나는 그대로 좀비를 밀쳤다.<br>다행히 좀비에게서 빠져 나왔다.<br><br>나는 황급히 빠루를 집어들고 좀비의 머리를 내려쳤다.<br><br>쿵!<br><br>좀비는 그대로 쓰러졌다.<br><br>우오오오오!<br>크아아아!<br><br>좀비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br><br> "에이 젠장할!"<br><br>이미 주변에 좀비들이 가득하다.<br><br>나는 황급히 좀비들을 밀치고 <br> 트렁크 문을 살짝 연 뒤 들어갔다.<br><br>쿵 쿵 쿵!<br><br>젠장 트렁크 문이 닫히질 않는다!<br><br>좀비 한마리 손이 끼었다.<br><br> "우아아악!"<br><br>나는 문을 살짝 연 상태에서 손이 낀 좀비를 발로 찼다.<br><br>다행히 좀비는 뒤로 나가 떨어졌고 나는 문을 급히 닫았다.<br><br>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쿵쿵쿵쿵쿵 쾅쾅쾅쾅 <br> 쁘뜨뜨뜨뜩 쁘뜨뜨뜨뜩<br><br> 좀비들이 트렁크를 치고 때리고 마구 긁어대고 있다.<br><br>너무 무섭다.<br><br>이렇게 죽음이 또 다가오니 살고 싶어졌다.<br>아까는 그냥 죽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br><br> 죽음이 한번 또 다가오니 생명이 절실해졌다.<br>수아랑 사랑이를 무조건 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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