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보입니다. 경주 지진이......] <div>거실에 있는 40인치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div> <div>그와 동시에 팔짱을 끼고 뉴스를 보던 아버지가 전화기를 집어들곤 방으로 가셨다.</div> <div>"어어, 김 실장! 그래그래. 음, 뭐? 어어, 지진. 지진 말이야......"</div> <div>뭐. 별일이나 있으려고.</div> <div>우리 집은 서울이였고. 경주에서 서울은 멀어도 한참 먼 거리였다.</div> <div>나는 도우미 아줌마가 깎아 내온 사과를 아삭, 베어물며 채널을 돌렸다.</div> <div><br></div> <div>다음 날, 학교는 떠들썩했다. 지진 이야기로 온 반이 시끄러웠다.</div> <div>소위 "정보통"이라 불리는 남자아이가 떠들어댔다.</div> <div>"야아, 이거 큰일도 보통 큰일이 아니래!....."</div> <div>이까짓 게 뭐가 대수라고. 오늘 웹툰 올라온 거 봐야 되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지.</div> <div>"글쎄, 5.1 규몬데 그게 대한민국 사상 최대의 규모짜리란다!..."</div> <div>이까짓 규모가 대한민국 사상 최대의 규모면, 일본은 진작 멸망했겠다.</div> <div>"근데 더 무서운 건, 이게 본진이 아니라는 거야! 좀 있으면 더 큰 여진이 온대! 어떡하냐!"</div> <div>"야, 시끄러워. 목소리 쫌만 낮춰."</div> <div>하.....귀찮아.</div> <div><br></div> <div>그날 밤이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음?"</span></div> <div>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가 다급히 옷을 챙겨입으며 나를 깨우고 있었다.</div> <div>"진규야! 일어나! 어이구, 빨리 일어나!"</div> <div>"진규야. 일어나라. 빨리 아빠 차에 타!"</div> <div>어디 가는 걸까. 나는 졸린 눈을 부여잡고 아버지 차에 탔다.</div> <div>"휴...됐다. 이젠 눈 좀 붙여도 된다. 졸립지?"</div> <div>잠결에 어떻게 왔는지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내가 있는 곳은 비행기였다.</div> <div>퍼스트클래스의 몇 안 되는 사람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div> <div>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내가 무의식적으로 바라본 곳은 비행기 의자에 붙어있는 꽤 큼직한 모니터.</div> <div>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엔,</div> <div>전국에서 지진이 터져 사망자가 속출하고 서울의 빌딩 대다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속보가 거의 패닉상태인 아나운서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div> <div>이게 꿈인가 싶어 본 카카오톡엔, 지진이 나서 엄마아빠를 놓쳤다고 울부짖는 친구놈과, </div> <div>지금 빌딩에 갇혔는데 어떡하냐고 징징대는 친구놈들이 수두룩했다. </div> <div>아.</div> <div>지진이 났다. 제기랄.</div> <div>내일 친구들이랑 롯데월드 가기로 했는데.</div> <div>그래도 밤 야경이 멋져 위안이 되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