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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5623
    작성자 : 해머해머
    추천 : 17
    조회수 : 2937
    IP : 211.215.***.6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6/01/12 22:37:35
    http://todayhumor.com/?panic_85623 모바일
    장미인간
    사람이 장미와 사랑을 하여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

    그는 장미와 인간이 합쳐져 태어난 존재라 하여 장미인간이라 불리었다.

    그의 아빠는 장미인간을 엄마와 같이 꽃처럼 두고 싶어했지만, 그녀는 한여름 며칠만을 살다 다시 시들었고 그는 그렇지 않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장미인간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람과 똑같았다. 언제나 물들어 있는 장밋빛 뺨과 '꽃의 제왕'이라 불리우는 그의 어머니를 닮은 미소를 빼고는.

    어느덧 장미인간이 자라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자신처럼, 인간처럼 키울 수 밖에 없었기에 그를 학교에 보냈다.

    장미인간은 햇빛과 구름과 친구였다. 그리고 그의 친구가 그렇듯이, 그의 엄마가 그랬듯이 순수했다.

    그가 학교에 가자마자 그는 그의 붉은 뺨으로 인해 놀림을 받았다.

    또래의 짖궃은 장난이었다. 그는 빙긋 웃으며 넘어갔다.

    무엇 하나 반박하지도, 보복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8살은 그러고 노는 나이니까. 

    그러나 친구들이 나이가 들면서. 무리가 생기면서. 장미인간은 그들이 자신의 붉은색 뺨을 대하는 방식이 단순히 장난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절대적인 악의였다.

    그리고 그때쯤, 그는 '친구'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그를 사람취급도 안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에게 '친구'란 단어는 단순히 '또래 아이'로 바꿔 써도

    문제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진짜 친구라 할 만한 것들은 해와 구름밖에 없었다.

    "저 새x는 엄마도 없다매? 노엠이네ㅋㅋㅋㅋ"

    "아 존X 재수없어."

    그가 늘 듣는 일상적인 말들은 더 이상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올바른 방식이 아니었다.

    그러고 놀 나이도 아니었고.

    그런 말들은, 순수한 장미인간의 심장에서부터 악의 씨앗으로 자라났다.

    어느 여름날 6교시였을 것이다. 화단에 장미가 꽃피울 쯤.

    "허커어억!"

    맨 뒷자리에 혼자 앉은 장미인간이 외마디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장미인간을 향한 72개의 눈들은 그들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장미인간의 가슴 한복판에서 심장에서부터 자라난, 커다란 금속성의 회색 가시가 그의 몸을 뚫고 나오고 있었다.

    그의 몸은 온통 붉은 피로 물들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다음날부터였을까, 온 암묵적인 합의 하에 반은 침묵으로 지켜졌고, 그의 책상에는 일주일쯤 국화와 장미꽃이 놓인 꽃병이 일주일쯤 있다 사라졌다.

    10년 뒤에 장미인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 한 3분짜리 이야깃거리가 되었었나.

    그러나 장미인간을 한번이라도 좋아했던 사람은,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그날 여름, 교실이 바로 마주보는, 아무것도 심지 않은 화단에 

    아주, 아주, 아주 새빨갛고 작은 장미를 잊지 못할 것이다.

    해머해머의 꼬릿말입니다
    구상할 때는 무서웠는데 쓰고 나니까 안무섭네요.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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