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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0557
    작성자 : -Y-
    추천 : 13
    조회수 : 1305
    IP : 183.97.***.96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6/09/10 00:48:13
    http://todayhumor.com/?panic_90557 모바일
    단편] 타살
    옵션
    • 창작글
    몽롱하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듯 시야가 천천히 흔들린다.


    피어오르는 연기는 아침의 강가처럼 뿌옇게, 가득 차 있다.

    그 연기 속에서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 적 내가 보인다.



    그제서야 주마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에겐 ‘가족’이 없다는 것을.

    그저 가정만이 있을 뿐.


    겉보기에 잘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이미 속은 썩어 문들어진 우리들을.


    그래도 저땐 행복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교복을 입은 나는 빨간 딱지로 가득한 방에서 울고 있었다.

    이미 다 지난 일이지만

    적어도 저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


    누군가가 있었다면.



    다시 모습은 바뀌어 공장이 보였다.



    첫 출근 때였다.

    이때만 해도 조금은 두근거렸을 것이다.


    앞으로 돈을 번다는 것.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는 것.


    다음은 안 봐도 뻔하지만

    역시

    손가락이 잘려있었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고

    보상금? 그런 것도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포차에서 한잔 걸치고 흔들리는 뒷모습이 보였다.


    애써 눈을 돌리려고 했지만

    과거에게서 눈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 처절한 뒷모습을 볼 수 밖엔 없었다.


    아무도 없는 나의 쓸쓸한 모습을 볼 수 밖엔 없었다.


    다시 또 바뀐다.



    이번엔 그녀가 보였다.



    이런 나에게 사랑한다고 해 줬던 그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나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웃지 않는다.

    그 아름다움은 단지 가면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돈이었다.

    없는 돈 있는 돈 전부 가져갔다.

    없는 마음 있는 마음 전부 가져갔다.


    나마저도 가져간 것일까.


    확실한 것은 ‘너’는 가져갔다.



    그리고 나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테이프와 망치를 사는 모습.

    번개탄을 사는 모습.



    돌연 연기가 흔들리더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젠 숨도 잘 쉴 수 없다.

    그저 남은 것은 죽음 뿐인가.

    죽음.


    나의 죽음을 그들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자살, 이겠지.


    하지만 나는 결코 자살한 것이 아니다.

    나는 타살이다.


    명백히 타살이다.


    부모가

    상사가

    친구가

    그녀가

    날 죽인 것이다.


    아니, 아니다.

    그들도 결국은 피해자이다.


    나와 같은 피해자.


    부모님은 나를, 가정을, 행복을 잃었다.

    상사와 친구는 일자리를, 급여를, 가정을 잃었다.

    그녀는 자신을 잃었다.

    그들도 나도 모두 그저 피해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날 죽인 것일까.

    바지 주머니 속의 동전이 짤랑거렸다.


    아까 사고 남은 돈인 것일까.


    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모든 것은 그것 때문이다.

    돈.


    보잘것 없는 종이 쪼가리가

    나를 죽인 것이다.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죽게 될 것이다.

    나처럼.


    세상이 흐릿해졌다.

    이제 곧 있으면 난 죽는 것이다.

    돈에게 죽는 것이다.



    띠링.



    핸드폰이 갑자기 켜졌다.



    마지막으로 온 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약 때문인가 서서히 굳는 느낌이었다.


    가족일까, 상사일까, 친구일까.

    아니면 그녀일까.


    메시지 함을 누르기 무서웠다.


    눈을 감고 탁 눌렀다.




    “1000만원 대출 가능.

    즉시 신청.”




    하.

    하하.

    웃음만 나온다.


    핸드폰을 조수석에 세차게 던진다.

    산산히 부서졌다.


    그 모습은 누구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물질로 이뤄진 그것은.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씨발.

    -Y-의 꼬릿말입니다
    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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