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다시 생각해 보면 지난 몇주간의 나는 거의 살아있는 기계였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font>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난 영화 스태프와 관련된 일을 한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번엔 작은 단편 영화이기에 촬영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같이 일 하기로 했던 동료의 갑작스런 부재, 현장의 예상못한 변수 등 여러가지 문제가 겹쳐 혼자서 많은 일을 감당했던 나는</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매일 매일..</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항상 오후 4시에 일을 시작하여 다음날 오전 8시가 되어서야 겨우겨우 숙소로 돌아와 잠시나마 몸을 눕히곤 했다.<span style="line-height:1.5;"> </span></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겁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하지만 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보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날은 다른 날보다 일찍 마친 날이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오늘은 조금 더 일찍 그리고 오래 잘 수 있을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어선지</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평소보다 무거운 몸 덕분에 그날은 숙소로 돌아가는 그 길이 너무도 길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도착하고 나니 씻을 생각보다는 그냥 일단 눕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세면대에 가서 간단하게 씻은 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몸을 늬었다.</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원래라면 두 사람이 써야할 숙소지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개인 사정이 있었는지 말도 없이 도망가 버린 동료 덕에 조용하게 잘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나의 숙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지만...</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평소 옆으로 돌아 새우처럼 자는 습관이 있던 나는 그날 또한 그 자세를 잡았다.</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잠들기전 본 시계</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br></font></div> <div><font face="맑은 고딕" size="2">am 2:00...</font></div> <div><div><br></div></div> <div>초점이 점점 흐려지며 초침이 눈에서 사라진 순간부터</div> <div>다시 눈을 뜨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잠든지 얼마가 지났을까</div> <div><br></div> <div>몸에 아주 불쾌한 불편함이 느껴졌다.</div> <div>자는 자세가 불편한가 싶어 자세를 고쳐 잡았다.</div> <div>하지만 내 몸은 움직여 지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아.. 가위에 눌렸구나.'</div> <div><br></div> <div>평소에 자각몽이라던가 가위라던가 심심치 않게 느꼈던 본인이었기에</div> <div>가위쯤은 그냥 풀 수 있었던 나는 언제나 하던대로</div> <div>온 정신의 힘을 발끝 그리고 손 끝으로 모은다.</div> <div>그런 무거운 짓눌림에 조금씩 저항하다보면 금세 풀어질 일이었다.</div> <div>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어째서인지 아무리 움직여도 </div> <div>손가락 하나 움직이는것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div> <div>뒤이어 느껴지는 인기척</div> <div><br></div> <div>내 등뒤에 누군가가 있다.</div> <div><br></div> <div>볼수는 없지만 등 뒤로 느껴지는 감촉</div> <div>보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부산하게 몸을 뒤틀고 비틀고 있음이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이렇게 소란 스러운데 난 왜 이제 느낀거지?'</div> <div><br></div> <div>침대가 흔들릴 정도의 몸부림이었다.</div> <div>그런데 그 존재는 내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다는걸 알았는지 그 순간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다.</div> <div><br></div> <div>고요해진 침대 위,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방안에 울리는건 아주 아주 천천히 울리는 시계 초침소리뿐</div> <div><br></div> <div>째.....깍 째....................깍 째.................</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깍!</div> <div><br></div> <div>그 와 동시에 내 팔 위로 무언가가 날 감싸기 시작했다.</div> <div>차가웠다. 너무 차가웠다. 차가운 플라스틱 막대기가 흐물흐물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div> <div><br></div> <div>너무나도 앙상하게 마른 여자의 몸</div> <div>살갖 없이 뼈로 문지르는것같이 딱딱하고 차가운 그런 것이 내 몸 위에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div> <div>그것이 내 몸 위로 거의 다 올라와버렸다.</div> <div><br></div> <div>내 코를 찌르는 괴로운 냄새와 함께....</div> <div><br></div> <div>군대에 있을때 화생방 훈련때 쓰는 CS탄같은 향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div> <div><br></div> <div>몸이 굳은 채로 그 냄새를 계속 맡고 있자니 정신이 붕괴될것만 같았다.</div> <div>상황이 상황인지라 그것이 나에게 무슨짓을 할지 너무너무 두려웠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위기감 때문인지 내 몸을 계속 움직이려고 노력했고, 그런 노력 끝에</div> <div>머리를 움직이는데 성공한다.</div> <div>일어났을때 조금 휴유증이 있겠지만 그래도 이쯤되면 풀리기 마련이다.</div> <div><br></div> <div>"됐다!"</div> <div><br></div> <div>어째서 난 그때 안도감을 느낀걸까</div> <div>아니 , 호기심때문이었을까</div> <div>여전히 나의 행동을 이해 할수 없었던게</div> <div>내가 몸을 조금이나마 움직일수 있게 된 이후 가장 처음으로 한것은</div> <div>그것의 존재를 내 눈으로 확인 하기위해 뻣뻣한 목을 옆으로 돌린 미친 짓이었다.</div> <div><br></div> <div>여전히 내 위에 있었다.</div> <div>앙상하게 마른 어깨 그리고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보라색 연기</div> <div>그리고 중요한건</div> <div>목이 없었다.</div> <div>그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괴로웠는지 목과 머리가 있어야할 그곳에서 농도짙은 보라색 연기만을 내뿜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아차 하는 순간</div> <div>그것은 나의 몸을 돌렸다.</div> <div>꽤 큰 신체조건을 가진 나였지만 그럴땐 아무것도 소용없었다.</div> <div>어린아이 눕히듯 너무도 쉽게 날 제압하는 그 존재</div> <div>그 존재는 내 위에 올라타서 마치 날 관찰 하듯 몸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아무 역한 그 냄새는 지금도 잊을수 없다.</div> <div>내 얼굴과 가까운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연기를 나는 계속 들이마실수 밖에 없었다.</div> <div>그것이 내 얼굴을 손으로 잡고 있었으니까</div> <div><br></div> <div>눈을 질끈 감았다.</div> <div><br></div> <div>원래 눈을 감으면 온 몸의 감각이 더 생생해지는 것이 정상</div> <div>그것은 내 위에서 하체를 격렬하게 흔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설상가상.. 설마 귀접..?</div> <div>그럼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서</div> <div>팔로 최대한 나를 지키려 애썼다.</div> <div>그랬더니 화가 났는지 나를 더 강하게 제압하더니</div> <div>연기가 나오고 있는 목 부분을 내 입쪽에 들이 밀었다.</div> <div><br></div> <div>눈을 질끈 감은채로 내 몸속에 가득 들어오는 그것을 거부할수 없었다.</div> <div>점점 정신마저 놓을것 같았다.</div> <div>눈에 점점 초점이 사라짐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눈을뜨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div> <div>그것에 목과 턱 그리고 입 부분이 생겨 있었다.</div> <div><br></div> <div>아마도 내가 연기를 마시고 에너지를 공급하면 그것을 토대로 신체가 다시 돌아오는 모양인듯 싶었다.</div> <div>이제는 목이아닌 입으로 보라색 가스를 가득 내뿜고 있는 그것이 더 기괴하게만 보였다.</div> <div>눈물이 흘렀다.</div> <div>지금 당장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다.</div> <div>가위를 풀기위한 최후의 발악.. 주위사람을 불러 도움을 청하는것</div> <div>"끄억...끄어억.."</div> <div><br></div> <div>끅끅소리와 거의 다를것이 없는 나의 마지막 발악조차 싫었는지</div> <div>그 여자는 방금 생긴 자신의 입으로 나의 입을 강하게 덮었다.</div> <div><br></div> <div>너무나도 괴로운 연기를 한꺼번에 몰아 마시게된 나는 </div> <div>속으로 들리지 않는 비명을 끊임없이 질렀지만 소용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7/1469725238f2a90f600ced4efaa68b010e0e79da16__mn139553__w600__h240__f14854__Ym201607.jpg" width="600" height="240" alt="f0028951_4ce2822ae4763.jpg" style="border:none;" filesize="14854"></div> <div><br></div> <div><br></div> <div>결국 정신이 나가버렸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div> <div>정신을 잃은지 얼마나 됐을까</div> <div>눈을 떴더니 배게가 흥건했다.</div> <div>분명 내가 아까 흘렸던 눈물이겠거니..</div> <div><br></div> <div>본능적으로 시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div> <div><br></div> <div>am 2: 21 ....</div> <div><br></div> <div>그렇게 긴 시간을 싸웠다고 생각했는데</div> <div>시간은 고작 21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니..</div> <div><br></div> <div>지금 다시 잠들면 분명 다시 마주칠것 같았다.</div> <div>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완전히 부활한 그 여자가 날 어떻게 괴롭힐지 상상이 안되었다.</div> <div>자고 싶지 않았다.</div> <div>하지만 내 몸은 여전히 잠을 원하였고</div> <div>난 안된다고 속으로 외쳤지만 몰려오는 잠을 멀쩡하지 않는 내 몸이 거부할수 있을리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잠이든 나</div> <div>다시 눈을 떴을때</div> <div><br></div> <div>그 여자가 내 몸위에 서있다.</div> <div>온 몸이 말랐지만 어쩐지 아까보다는 좀 사람같았다.</div> <div>머리카락을 축 늘어트려 날 검지로 가르키며 노려보고 있는 그 여자</div> <div>입에서는 왠지 미소가 보이는듯 했다.</div> <div><br></div> <div>'하하 .. 내 에너지로 완전히 부활했구나..'</div> <div>하지만 문제는 그 여자가 아니었다.</div> <div><br></div> <div>내 주위를 가득 포위한 마른 어깨들</div> <div>아까 저 여자와 같은 형상이 몇이나 있는지 샐수가 없었다.</div> <div>여전히 내 몸은 굳어있었으니까</div> <div><br></div> <div>그 여자의 손짓고 함께 하나둘 내 몸으로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div> <div>역한냄새도 당연히 함께</div> <div><br></div> <div>난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눈부심이 느껴졌다.</div> <div>여전히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지만 가위는 아니었다.</div> <div>그저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것 뿐</div> <div>하지만 안심이 됐다.</div> <div>아침이 됐다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사실 첫번째 여자외에는</div> <div>내가 수십번을 정신을 잃었다가 깼다는 것 외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div> <div>정말 끔찍했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div> <div>좀 쉬어야겠다는 그런 생각...</div> <div><br></div> <div>나는 PD님에게 아프다는 핑계를 댔고</div> <div>그렇게 한동안 쉬며 몸을 서서히 회복시켰다.</div> <div><br></div> <div>그 이후로는 아직까지 다시 마주친 적은 없었다.</div> <div>몸이 피곤해서 악몽을 꾼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div> <div>너무도 생생했던 그날의 기억..</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