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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248
    작성자 : 와사비콩과자
    추천 : 30
    조회수 : 1897
    IP : 112.223.***.117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6/07/15 11:55:45
    http://todayhumor.com/?panic_89248 모바일
    울 외할매 이야기
    옵션
    • 창작글
    울 외할매는 한 6년전쯤 돌아가셨습니다

    노환이시고 나이도 아흔을 넘기셔서 장수하셨는데요.
    돌아가시기 한달쯤 전에 아침에 못 일어나고 누우시더니
    그대로 기력이 다하신 듯 했어요.
    병원에서는 노환이라고 약을 처방해주긴 하는데 별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혼자 있던 막내이모가 할머니를 돌본다고 내려오셨고
    우리집은 집성촌이라 외삼촌 내외가 외할매랑 같이 사시는 외갓집이 우리집에서 한 400미터정도 떨어진 곳에서, 큰이모가 우리 앞앞집에 살고 있어서 수시로 외할매를 돌보았는데요.
    (외갓쪽 집성촌은 우리 동네. 우리 친가 집성촌은 아랫동네. 온천지 친적이 수두룩함 -,.-;;)
    누워서 기력이 없으시니 하루종일 많이 드시지도 않고 끼니때 겨우 밥 한 숟갈씩 국 한 숟갈씩으로 연명하셨어요.
    다들 할머니가 돌아가실 걸 알고 준비중이긴 했는데
    애잔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었죠.

    울 남동생들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데 할머니 와병소식을 듣고 일부러 내려와서 할머니를 만나러 갔어요.
    할머니는 일어나시지는 못하고 눈으로 동생들 인사를 받으셨다고 하네요. 
    동생들이 할머니 얼른 나으시라고 손도 잡아드리고 베개 밑으로 용돈도 몰래 넣어드리고 왔대요.
    올라가는 길에 이제 할머니 다시 보는 날은 아무래도 슬픈 소식을 들은 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후 할머니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호상이라고 남들이 부르는 초상을 치렀고 
    아버지는 무리하셔서 쓰러지시고 입원하시고 뭐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 쯤에 엄마가 전화가 왔어요.
    "야야. 자꾸 느그 외할매가 밤에 문열어달라고 대문을 두들긴다."
    "그게 뭔 소리고. 외할매가 와?"
    "모르겠다. 말은 한마디도 안하는데, 대문 바깥에 서가 가지도 않고 
    집안쪽을 쳐다보고 있다. 엄마, 와왔노~ 거 불편하나.. 있는데가 시원찮나 이래 물어도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쳐다만 본다."
    "헐~"

    원래 망자와 산사람은 대화가 안된다고 합니다. 망자와 산 사람의 말이 달라서 (망자의 말을 사어라고 한답니다) 말을 해도 못알아듣고 뭐 글타네요(들은 이야기임)

    울 엄마는 촌 사람이지만 과학을 신봉하고ㅋㅋㅋㅋ
    미신은 절대로 절대로 믿지 않는 사람이에요.

    약장수한테 절대로 물건 안 사고, 건강식품도 누가 좋다하면
    약 지어먹지 말라꼬 비싼 돈 주고 그런거 먹냐는 사람임.

    울 친할매가 아부지 신년 운수 보고 오셨는데 안좋다고 굿 해야 한다고 하는 걸 끝까지 안한다고 버텨서
    울 (성질 대단한) 할매가 올해 애비한테 나쁜 일 생기면
    니는 쫓겨날 줄 알라고 길길이 뛰는데
     "예에~ 알았니더." 한마디로 땡인 사람이거든요.

    근데 외할머니가 그렇게 문 밖에서 서성거리니까 
    신경이 쓰였나 보더라구요. 
    또 꿈에서 외할매가 남동생들 잘되게 해줄께 라며(말은 안하는데 할머니 의도가 느껴졌다고 함) 몸을 쓰다듬는 
    걸 보고 자다가 벌떨 일어나서 동생들한테 전화했는데
    동생들이 갑자기 밤에 토사곽란을 일으키고 병원 뛰어가고
    난리쳤다는 거에요.

    나중에 내가 왜 그런거냐고 엄마한테 물었더니
    할매가 동생들 할매돌아가시기 직전에 용돈도 주고 먹을것도
    사오고 손도 잡아주고 그러니까 할매가 고마워서
    자손들 잘되게 도와주려고 쓰다듬은 건데
    산 사람한테는 좋지 않다고 하더라는 거에요.
    산 사람은 산 사람들끼리 살아야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망자가 행하는 행위는 산 사람에게는 해가 된다고 해요.

    결국 동생들은 몇날며칠을 원인모를 토사곽란으로 탈수에
    병원신세를 졌고
    엄마는 엄마 나고 생전 처음으로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를
    했다고 합니다.
    무당 펄쩍펄쩍 뛰고 방울 흔들고 소리지르고 할때
    "엄마. 우리는 우리끼리 잘 살께 엄마는 엄마 편한 곳으로 가소.  자손들 엄마 걱정 안하게 다 성실하게 부지런히 잘 살께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소." 
    계속 이렇게 빌고 또 빌었다고 합니다.
    푸닥거리하고 난 후에 동생들은 자연스럽게 낫고
    밤에 할매 보는 일도 없어지고
    동생들은 애긔 2명씩 낳고 완전 아재중의 상아재들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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