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스름이 찾아오기도 전에 이 곳에는 종소리가 울린다.<br><br>종소리 뒤에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아직 잠에서 덜 깬 걸걸한 목소리가 뒤따른다.<br><br>이 수도회에 입회한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본원에서 잠을 잤다.<br><br>엊그제 신품성사를 받아 나는 어엿한 사제가 되었기에 장상들에게 인사차 온것이지만...<br><br>평소대로 아침기도와 미사를 마치니 6시를 알리는 타종이 시작되었다.<br><br>삼종기도까지 마치고나니 본원 대성당의 압도적인 분위기가 내 숨통을 조여왔다.<br><br>제의를 얼른 벗어던지고 나가려는데 나이 지긋하신 신부님 한분이 날 불러세웠다.<br><br>"축하해요. 이제 김신부라 해야겠군요. 너무 이른 시간이라 경문이 잘 안보이죠?"<br><br>처음 이 수도회에 입회했을 때 내가 속한 분원의 장상이셨던 신부님이셨다.<br><br>이 신부님은 처음 봤을때부터 할아버지 같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이셨다.<br><br>"아... 예... 신부님..."<br><br>"김 신부님 내가 지은 죄가 있어서 고해성사를 보고싶은데 지금 괜찮나요?"<br><br>난 영대를 바꿔 걸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br><br>"그럼 저기 고해소로 갑시다."<br><br>그는 빠른 걸음으로 수도원 가장 외진곳에 있는 고해소로 갔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br><br>앞서걷는 신부님은 조용히 무언가 기도문을 외듯 중얼거리고 있었다.<br><br>사실 사제가 된지 얼마안되었고 고해성사는 처음이기에 난 좀 긴장하고 있었다.<br><br>처음 순서부터 어떤 기도문을 외우고 어떤 말을 해야하나 생각하는 와중에 고해소에 도착했다.<br><br>고해소에 들어와보니 어떠한 거짓도 간파해낼 지혜가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br><br>"전능하신 하느님과 ... 제 죄를 고백합... 으로... 아니... 50년 하고도..."<br><br>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려서 나는 고해틀에 최대한 가까히 갔다.<br><br>"50년 하고도 6개월 17일이 지난 저의 죄를 고백합니다.<br><br>그 때 저는 사제가 되고 사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평범한 날이었죠.<br><br>이제 막 사제가 되었다는 기쁨에 고해소에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어요.<br><br>성인 신부님이 되는게 저의 꿈이였죠.<br><br>아마 점심시간이 되기 전이라고 생각해요.<br><br>어떤 형제님 한분이 들어왔죠.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또렷했어요.<br><br>마치 내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가 들리는 그런 느낌이었으니까요.<br><br>그는 차분하게 자신의 살아온 날과 자신이 얼마나 천주를 두려워하는지 말했어요.<br><br>그러면서 구원을 얻고싶다고 했죠. 저는 사제된 도리로 그 형제님의 멍에를 부술준비가 되어있었고요.<br><br>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신앙고백과 천주교의 주요교리를 말했습니다.<br><br>간음하지 말라. 거짓증언을 하지말라... 와 같은 십계명부터<br><br>누가 구원되어 천당에 이르고 누가 구원받지 못해 지옥에 떨어지는가<br><br>그러면서 절대 천국에 이르지 못할 죄가 이것들이 맞냐고 물어보더군요<br><br>천주를 모독한 죄와 성신을 모독한 죄, 성모를 모독한 죄<br><br>그래서 저는 맞다고 대답해주고 한가지 더 말해주었지요.<br><br>자기의 목숨을 자기 스스로 끊는 것도 천국에 이르지 못할 죄라고요.<br><br>그 때 그는 잠시 한숨을 쉬는듯 했어요. 하지만 이내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죠.<br><br>자신은 예술가인데 지금까지 최고의 예술작품을 천주께 드리고 싶었노라고했어요.<br><br>그러면서 자신의 예술적인 감각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죠.<br><br>저는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크게 고민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묘하게 매력적이라 잠자코 듣고있었어요.<br><br>그는 모든 것들은 천주의 작품이므로 아름답다고 했어요.<br><br>그리고 아름다움이 최고로 이를때가 있다고 했지요. 그 때가 지나거나 오지 않으면 아름답지만 최고는 아니라 생각했어요 그는.<br><br>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일 뿐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최고로 이끌어낼 재능이 그에게 있다고 그는 생각했어요.<br><br>처음에는 꽃과 같은 식물들을 사용해 그는 천주께 드릴 아름다움을 이끌어냈어요.<br><br>그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냈죠.<br><br>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재료를 사용해 만드는 것이었어요.<br><br>천주께서 가장 아름답게 창조해낸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요.<br><br>그래요. 바로 사람이었어요. 그는 사람으로 천주께 가장 아름다운 것을 드리기 시작했어요.<br><br>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형제님은 그 당시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범이었어요.<br><br>그런 그가 자신의 범행을 저에게 모두 고백했죠.<br><br>너무나 자세하게 고백을 해서 그것을 듣고있는 저는 제가 그런 일을 한것처럼 느껴졌어요.<br><br>어떤 방법으로 조용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증거를 남기지 않고 극한의 아름다움을 만드는가.<br><br>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올수록 저의 마음과 그의 마음은 이어지는 듯했어요.<br><br>그리고 마침내 그 형제님은 저에게 큰 선물을 주었지요. 그 선물을 이젠 제가 김신부님께 드릴 차례구요."<br><br>나는 잠시 혹시 이건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곧 들려온 저항할 수 없는 매력적인 목소리에 모든 생각은 차단되었다.<br><br>"전능하신 하느님과 신부님께 제가 범한 모든 죄를 고백합니다.<br><br>이 죄는 13년 2개월 3일하고도 11시간전부터 시작되어 4시간 30분전까지 간헐적으로 범했습니다."<br><br>로 시작한 매력적인 목소리는 노 신부님이 아니라 아주 멋진 청년의 목소리로 들렸다.<br><br>그 청년은 모든 범행방법과 노하우 그리고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꽤나 괜찮은 팁을 말해줬다.<br><br>"...했습니다. 제가 알아내지 못한 모든 죄도 용서해주십시오.<br><br>신부님 저는 꼭 천국에 가고싶습니다."<br><br>얼마나 지났을까 고해성사의 마지막을 알리는 말이 나왔고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렸다.<br><br>"얼른 사죄경을 주시고 보속을 주십시오! 저는 천국에 꼭 가야겠습니다!"<br><br>청년에서 다시 노 신부님으로 돌아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사죄경을 주었다.<br><br>"감사합니다. 김신부님... 그리고 이건 세상에서 한명밖에 모르는 비밀이 되어야해요."<br><br>노 신부님의 마지막 한 마디는 섬뜩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br><br>반대편 고해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무거운 발걸음이 들렸다.<br><br>내가 있는 고해소의 문고리가 조금씩 돌아가고 있었다.<br><br>나는 매력적인 청년의 목소리에서 이 방법을 타계할 방법을 찾았다.<br><br>타종소리가 3번 들리고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