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성이 그랬다.  <div><br></div> <div>내 처지도 한심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불행에 더 동정이 가는 부류였다.</div> <div><br></div> <div>우리 가족은 부유한 집안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토목업을 같이 하시면서 열심히 사업을 해 나가셨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건설/토목자체가 불황인데다가 대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이 얼마나 사업이 잘 될리 만무했다.</div> <div><br></div> <div>그럼에도 세자녀를 키워내시려고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다.</div> <div><br></div> <div>내가 그런 부모님에게서 지쳤음을 느낀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철이 들기 시작했을 때였다.</div> <div><br></div> <div>내가 자립할 나이가 되자,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div> <div><br></div> <div>'너만 믿으마'</div> <div><br></div> <div>하지만 나는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사실 내가 뭘 하고싶은지, 나의 꿈은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그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지금에 와선 나의 인생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느낀다. </div> <div>하지만 부모님의 기대와 부응에 나는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div> <div><br></div> <div>사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한 대학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과가 유망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름뿐인 대학교에, 인문학부생. </div> <div><br></div> <div>그렇기에 나는 돈만 잡아먹는 대학을 그만두고 알바를 하며 9급 공무원을 준비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4년 뒤에 나는 운좋게 9급 공무원에 합격할 수 있었다. </div> <div><br></div> <div>사실 이것도 제일 커트가 낮은 소방공무원에 지원하여 붙은 것이다.</div> <div><br></div> <div>사실 나는 소방관이 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살다보니 소방관이 된 것이다.</div> <div><br></div> <div>재정자립도가 열학한 곳에 배치받았을 때에는 2교대로 화재, 구급업무를 동시에 봤다.</div> <div><br></div> <div>그나마 도심에 배치되었을 때에는 3교대로 근무하였다. 나는 소방관이 됬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구급교육을 받고, 후에 2급 응급구조사로서 활동했다. 돈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벌 수 있었다. 부모님의 돈 외에 나는 동생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할 수 있었다. 대신에 나는 내 가정을 꾸리는 것을 포기했다. </div> <div><br></div> <div>그저 출근해서, 출동해서, 환자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치료하고</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병원에 옮겨다 주는 생활을 3년. 내근 근무를 발령받아 다른 공무원과 다를 바 없는 공무원 생활을 3년, 깡촌에 발령받아 센터에서 TV보며 살아가기를 3년. 어느덧 내 어깨에는 거미줄이 4개 달려있었다.</span></div> <div><br></div> <div>소방장으로 진급하고 2주일 뒤에, 연락이 한통 왔다. </div> <div>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아버지는 사업을 하셨다. 사업을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는, 공사 한건이라도 더 따야했고, 그러려면 갑에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접대를 해야했다. 거의 매일, 매일 아버지는 술과 함께 하셨다. 좋든 싫든 간에, 아버지와 술은 뗄레야 뗼 수 없는 관계에 있었고, 그것이 아버지의 명을 재촉한 것이다.</div> <div><br></div> <div>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년이 지난 오늘, 어머니가 후두암 말기로 돌아가셨다.</div> <div><br></div> <div>멍하게 장례절차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div> <div>내게 남은 건, 허울 뿐인 소방계급장과 남은 동생 두명. 의미 없는 통장계좌. 텅 빈 원룸.</div> <div>여동생은 이미 연락이 끊겼고, 남동생은 외국계 기업에 취직되어 바쁜 통에 거의 만나지 못한다. </div> <div><br></div> <div>부모님의 한마디에 나는 살아왔다. </div> <div>그렇지만 이제 부모님은 없다.</div> <div>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다.</div> <div><br></div> <div>나는 소방관이다. 주위에서는 명예로운 일을 하는 용감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칭찬한다.</div> <div>하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그렇지 않다. </div> <div><br></div> <div>구급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을 우리를 무시하고, 비하한다.</div> <div>화재현장에서 우리는 화재의 책임을 덮어쓴다.</div> <div>공무부처간 협력현장에서는 소방당국은 언제나 을의 입장이다.</div> <div><br></div> <div>나는 소방관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도 부모님의 늙고 힘없는 모습앞에서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div>내 동기는 말했다. </div> <div>"대충해. 어차피 열심히 한다고 돈 더주냐? 괜히 뒤지기밖에 더해?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몸 챙겨."</div></div> <div><br></div> <div>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좋을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뒤척이며 열심히 생각해본다. </div> <div><br></div> <div>그러나</div> <div><br></div> <div>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텅빈 집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div> <div><br></div> <div>그제서야, 나는 내가 불쌍하다고 느꼈다. </div> <div>---------------------------------------------------------------------------------------------------</div> <div><br></div> <div>-소방관 D씨 유언 전문-</div> <div><br></div> <div>현장에서는 D씨의 유언이 적힌 편지봉투와, 나때문에 고생할 경찰관계자 및 소방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쪽지에 접힌 20만원의 현금봉투가 발견되었습니다. 해당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관 D씨가 평소의 우울증을 앓고있었다라는 증언과 함께 자세한 내부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국민안전처는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과 자살예방, PTSD치료에 예산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한국 청년들의 이민자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