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뭐라는 지 모르겠는데."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시간없단 말야."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고, 소모품?"
" ...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야. 인간의 영혼은 일종의 자원같은 개념이야. 시간에 따른 인간의 인구에 따라서 그만큼 인간의 영혼도 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시대에 따라서 영혼이 부족할 때도, 남을 때도 있는 법이라고. 너는 자원 소모용 영혼이란 소리야. 너는 자원이야. 씨암탉이 아니라 도살되는 닭이라고. 영혼이 남는것도, 해당 우주 초기 인간 범주일때 뿐이지만.."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냐고... 말이돼? 차라리 날 지옥에 보내!"
"그러니까. 너희들은 자원이라고 이야기 했잖아? 자원이 될 영혼과 보존될 영혼을 구분짓는 기준따위는 없어. 지금 네가 말하는 선과 악은 그저 인간의 개체수를 안정적이게 늘리기 위한 신이 정한 규범일 뿐이지. 그냥 너는 자원 소모용 영혼이라 소모되는거야.
애초에 신이 인간을 만든 이유가 그저 심심해서 창조했다고 생각해? 다 필요가 있어서 창조한거야.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너희 인간들은 개체수를 늘려나가, 그 와중에 혹시 모르게 인간이 멸종할 수 가능성도 있기에 처음에는 보존용 영혼의 비중을 늘리지만. 결국은 다 소모될 운명이란거야. 빅뱅과, 팽창하는 우주의 유지. 다수 우주의 유지에 필요한 자원. 너희들이 영혼 덕에 우주가 존재하고, 우주가 존재하기에 너희들이 존재하는거라고? 어찌됬든 최종적으로 너희는 신의 고마우신 자비로 이승을 살다가 뜻깊은 일에 소모되는 거잖아? 그렇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잖아. 애초에 누구덕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렇게 따지면, 대체 왜 내게 이 사실을 알려준거야?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죽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이 망할 새끼야."
"뭐...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라고."
-"... 무서워...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지금까지 얼빠진 표정을 보이며 내 이야기를 듣던 A가, 이제와서는 한없이 두려운 표정을 지어내고 있다.
"아무것도. 너는 이제 곧 아무것도 아니게 될거야. 지금 네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존재에 대한 집착도, 그 무엇도 없어. 그걸로 끝. 이제 슬슬..."
-"잠깐만, 신이 있다면 신이 말하는 천국과 지옥은 뭐지? 다 거짓말인가?"
"천국은 영원한 안식. 존재의 지워짐이지."
-"하! 그딴게 천국이야? 지옥이 있으면, 날 지옥으로 보내! 지옥은 뭐야?
"하하. 인간의 호기심이란. 소멸 직전까지도 그런게 궁금한가?"
-"대답이나 해."
"네가 존재해 왔던 곳이 지옥이지. 세상 어디를 봐도 인간이 사는만큼 잔인하고 끔찍 한 곳은 없어. 전쟁과 기아. 폭력과 기만. 위선과 거짓. 배신과 불륜. 살인. 살생... 그 곳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 그저 자기 기만이지. 너의 부모님은 이런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인도받았다고?"
-"뭐? 진짜... 이런 쓰레기들이..."
"신은 거짓말을 하지않아. 너희 인류는 약속대로 예수의 희생덕에 모두 지옥에서 천국으로 구원받을 것이다."
-"싫어..! 사라지기 싫어...무섭다고... 그딴 구원 필요없단 말이야...."
"아 시간 됬군. 가자고 천국으로. 너는 내가 구원해주지."
-"잠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