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책을 먹는 여우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어도, 이야기를 먹고 사난 남자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으셨죠?? </p> <p>그 남자가 바로 접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먹는다기 보다는 맛 자체를 "음미"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거나 그거나 뭐가 다르냐고요?? </p> <p>뭘 모르시는 군요, 글도 우리가 먹는 음식처럼 애매모호한 맛보다는 확실하고 뚜렷한 맛이 더 좋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요?? 글쎄요, 제 말을 듣다보면 당신도 맛을 느낄수 있게 될지도?.후후...</p> <p>글에 대한 이야기는 더 하면 너무 길어질것 같으니 각설하고, 저의 이야기를 한번 꺼내볼까요??</p> <p>제가 글에서 맛을 느끼게 된 일은 아주 우연한 한 사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제가 10살때였죠.</p> <p>저희 동네에는 아주 오래되고 기묘한 책방이 한군데 있었습니다. 항상 나이먹은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책을 파는지도 모르고 또 누가 그런책들을 사가기나 할까?? 싶은 정도의 곳이었죠.</p> <p>사람들은 항상 그 거리를 지나칠때마다 음울하고 어두운 그 책방을 손가락질 했지만, 아이들에 비해서 소심하고 내향적이었던 저에게는 그보다 더한 피난처는 없었습니다.</p> <p>항상 글을 읽고 들 안의 주인공들과 하나가 되어 멋진 세상을 여행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희망이 차오르는것이 느껴졌습니다.</p> <p>하루가 멀하고 책방에 달려가 책들을 탐미하던 어느날, 저는 한 요리책을 읽다가, 무심코 저의 입안에 퍼지는 향기로운 향에 깜짝놀라 책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그 책은 아무런 이상할 점이 없는 오래된 요리책이었음에도, 책을 다시 펴는 순간 입 안으로 또 다시 향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p> <p>여타 다른사람들이 그러듯 저는 처음에 제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하기에 그 책에서 퍼져나오는 요리의 향은 어린 저에게 너무도 탐스러운 사탕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p> <p>그렇게 향을 "음미"하고 있자니, 이번에는 맛이 느껴지더군요.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아주 아찔한 그런 맛이, 말입니다.</p> <p>정말 빨려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마치 "마약"과도 같더군요. 아, 물론 진짜 그런 뜻의 이야기는 아닙니다만,</p> <p>배가 부르지 않고 마음껏 맛을 즐길수 있었다니, 그야말로 로마시대의 귀족들이 탐내던 재능 아니겠습니까??이러한 재능을 갖고 있지 못한 그들은 자신들의 몸이 망가지는것 조차 모르고 끝없이 토하고 또 토했겠죠.</p> <p>그 일이 있은 후부터, 저는 게속해서 책을 탐독했습니다.</p> <p>노쇠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셔서 책방이 정리되자, 저의 발길은 자연스레 도서관으로 향하게 되었씁니다.</p> <p>제 생애 가장 즐거운 나날들이었습니다.</p> <p>더욱 오싹한 사실은, 제가 느끼는 이 맛들이 다른 글에서도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p> <p>담담한 말을 전하는 신문에서는 바싹 마른 포의 맛이 느껴졌고, 오래된 경전과 동남아 국가의 종교를 다룬 소설들에서는 강렬한 버섯의 맛이 느껴졌습니다.</p> <p>두 주인공의 연애를 다루는 연애소설에서는 사탕처럼 달콤한 맛이 났고, 글쎄요, 청춘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는 "자기계발서" 에서는 아주 역한 썩은내가 나더군요, 견디지 못하고 책을 던져버렸습니다.</p> <p>와우, 의외였죠. 그토록 고리타분해 보였던 과학책에서 그렇게 강렬한 맛이 날줄은, 마치 테슬라 코일처럼. 하하.</p> <p>즐거운 순간들이 계속 이어질것 같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어떤 강렬한 것에 이끌리게 되면 점차 큰 자극을 갈망하게 된다는 어떤 연구결과가 있었죠. 제가 바로 그 연구결과에 속하게 되었습니다.</p> <p>나이를 먹고 점차 자라날수록, 미친듯이 탐독했던 글들의에서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그 맛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더욱 강렬한 맛의 요구가 저를옭아매기 싲ㅏㄱ헸습니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