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여기저기 두드려 맞아서 멍이 들고 피가 흥건한 한 남자가 밀폐된 드럼통 안에서 정신을 차렸다.</div> <div>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고 뇌진탕이 온듯 약간 어지러웠다.</div> <div>누군가가 그를 여기에 버려놨다.</div> <div>다만 그 누군가가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div> <div>아무리 떠올리려고 노력해도 본인이 누군지조차 생각나질 않는다.</div> <div>분명 머릿속에서 맴돌긴 하는데 벽 앞에 가로막힌 기분이다.</div> <div>그가 기억하는.. 그녀. 지금 위험하다.</div> <div>'나랑 같이 데려갔는데.. 얼마나 살아있을 수 있으려나..?'</div> <div>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div> <div>하지만 완전 어둠 속에 같혀서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div> <div>다만 복부에 뚫린 구멍이 만져질 뿐이다.</div> <div>그러다 갑자기 희망이 생겼다!</div> <div>두 가지가 퍼뜩 뇌리를 스쳐갔다.</div> <div>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라이터! 그리고 부츠속에는.. 접이식 칼이 있었다!</div> <div>비좁은 상태에서도 가까스로 뒤적거려 두가지 모두를 손에 넣었다.</div> <div>라이터는 오른손에 칼은 왼손에 들고 뚜껑 쪽을 파내기 시작했다.</div> <div>뚜껑 부스러기가 얼굴 쪽으로 떨어져 땀과 피로 범벅된 쪽에 달라붙었다.</div> <div>그럼에도 그는 최대한 힘을 짜내어 드럼통에 조그만 구멍을 냈다.</div> <div>이제 여기서 부터 시작해서 탈출만 하면 그만이었다.</div> <div>구멍만 완전히 뚫으면 성공이다. 그는 매서운 기세로 뚜껑 쪽을 파냈다.</div> <div>그는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조금만 더 크게 웃으면 눈에 핏줄까지 터질지도 모른다.</div> <div>부상도 입었고 정신도 혼미하고 점점 드럼통 속 공기도 줄어들고 있지만..</div> <div>그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div> <div>왜냐하면 뚜껑을 완전히 구멍을 내기까지 충분한 산소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div> <div>왜냐하면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그녀를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div> <div>그리고 왜냐하면 드럼통 바깥 쪽은 산업용 사슬로 칭칭 감아뒀다는 사실은 모르기 때문에...</div> <div>드럼통이 바다 속 수십미터 아래에 잠겨있는 것 조차도...</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