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뭐든 처음 한번이 힘든법이다.<br><br><br>어떻게든 그 한번만 잘 해내고 나면 두번째는 훨씬 수월하다.<br><br><br>심령스팟이나 유명한 흉가를 찾아다니는 괴상한 취미를 가진 나역시<br><br><br>처음에 막상 그런곳을 찾아가려하니 맘처럼 쉽지가 않았다.<br><br><br>하지만 첫번째만 힘들었을뿐 두번째는 조금 쉬웠고 세번째는 더 쉬웠다.<br><br><br>그런곳을 많이 다녀본 결과 가장 위험한것은 귀신도 이상한 저주도 아니었다.<br><br><br>가장 조심할것은 같은 사람이다. <br><br><br>거친성향을 가진 노숙자나 숨어있는 범죄자와 마추친다면 보다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테니까.<br><br><br>그럴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신경쓰이는건 사실이다.<br><br><br>오늘 갈곳은 지방에 있는 5층짜리 폐병원이다. <br><br><br>늘그렇든 항상 함께 다니는친구와 함께 라디오를 켜놓고 그곳에 가는 중이다.<br><br><br>뉴스에서는 속보랍시고 연쇄살인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br><br><br>특별한 이유 없이 무고한 시민 7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40대 남성이라는데 분명 미치광이일것이다.<br><br><br>"7명이라니 미친놈이네. 보통은 실수로 사람 한명만 죽여도 밤에 잠도 못잘텐데"<br><br><br>운전하던 친구가 이야기 한다.<br><br><br>"처음한번이 어려운거지. 모르긴 몰라도 두번째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걸?"<br><br><br>내가 멍하니 대답하고 한마디 덧붙인다.<br><br><br>"뭐 결국 미친놈인건 맞지만."<br><br><br>적당히 섬뜩한 분위기도 조성되었다 싶은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br><br><br>역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도는것이 제법 즐거운 시간이 될것같다.<br><br><br>둘이서 랜턴을 들고 일층부터 슬슬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br><br><br>생각보다 내부는 넓었고 나와 내 친구는 이곳저곳에 사진을 찍어 대었다.<br><br><br>"이제는 이런데도 크게 긴장감이 없네"<br><br><br>친구가 잘난척하듯 말했다.<br><br><br>"처음이 어려운거라고. 처음이."<br><br><br>셔터를 눌러대며 내가 대답한다.<br><br><br>그때 어두운방 한켠에서 검은 형체가 스윽 일어났다. <br><br><br>우리둘은 너무 놀라 헉소리조차 내지 못한채 그 형체를 보았다.<br><br><br>다행히 사람이었다. 어두운 방구석에 더러운 천쪼가리를 덮고 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br><br><br>노숙자인가 싶어 행색을 살펴보았다.<br><br><br>낚시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40대 중반쯤 되어보였고 검은 자켓을 걸치고 있었다.<br><br><br>꼴은 볼품없지만 노숙자 처럼보이지 않았다. <br><br><br>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사람이 입은 옷이 더럽긴 해도 제법 비싼 메이커였기도 했고<br><br><br>머리맡에는 인스턴트 음식과 과자, 잡지등이 잔뜩 쌓여있었기 때문이다.<br><br><br>나와 친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몰라 머뭇거리고 있을때, 그 남자는 몸을 일으켜 우리를 보고있었다.<br><br><br>한손에는 덮고있던 천조각을 들고 있었고 다른한손에는 기다란 식칼을 들고있었다.<br><br><br>그것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친구팔을 잡고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br><br><br>이런곳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둘중하나다.<br><br><br>노숙자이거나, 쫒기는 사람이거나. <br><br><br>차안에서 들었던 뉴스가 지역방송이었다는점과 대략적으로 들은 인상착의가 정확히 일치함에 따라<br><br><br>저 남자가 그 미치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br><br><br>친구녀석도 나와 같은 생각인듯 정신을 차리고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br><br><br>하지만 상황이 안좋다. 그남자도 우리를 쫒아 달리고 있었다.<br><br><br>이대로는 둘다 잡혀 희생자가 될것이 뻔하다.<br><br><br>나라도 살아야한다.<br><br><br>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해서는 안되는 선택을 해버렸다.<br><br><br>옆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친구를 어깨로 있는힘껏 밀쳤다.<br><br><br>달리는데만 집중하던 친구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br><br><br>난 차마 넘어진 친구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전력질주하여 건물을 빠져나왔다. <br><br><br>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듯도 하고 내이름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듯도 하지만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지는 않았다.<br><br><br>정신없이 차를 몰아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확실히 인지가 되었다.<br><br><br>혐오감, 고통, 자책감, 공포감. 잠이 올턱이 없었다.<br><br><br>'그래 처음이 힘든거야. 지금은 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br><br><br>'나는 이제 안전해. 그남자 내 얼굴도 사는곳도 몰라.'<br><br><br>'그녀석은 자기발에 걸려 넘어진거야. 내탓이 아니야.'<br><br><br><br>온갖생각을 다 하다가 얼핏 잠이들었던 모양이다.<br><br><br>몸을일으켜 티비를 켠다. 어쩌면 어제의 소식을 들을수 있을지도 모른다.<br><br><br>내 이름이 거론되면 곤란하다. 만약 내 행동때문에 경찰이 나를 잡으려 한다면 도망쳐야지.<br><br><br>그 남자처럼 도망쳐서 사는거다. 숨기좋은 장소는 아주 많이 알고 있다.<br><br><br>...저거다. 뉴스에서 어제의 그 건물이 나오고 있었다.<br><br><br>역시 그 남자는 살인범이었던 모양이다. 얼핏보았던 얼굴이 뉴스에 나온다. <br><br><br>그리고 사진 아래에는 피해자라는 문구가 보인다.<br><br><br>'피해자?' </div> <div> </div> <div> </div> <div>리모콘을 들어 음량을 높인다.<br><br><br>'피해자는 7명을 살해하고 경찰에 쫒기던 40대 김모씨로 경찰은 김모씨가 공범과의 마찰로 인해 살해당한것으로 보고 인근 지역을....'<br><br><br>쿵쿵쿵.<br><br><br>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br><br><br>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br><br><br>사람을 죽이는것도 그렇다.<br><br><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