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제가 실제로 겪은 실화이며 100퍼센트 사실이지만 <div><br></div> <div>약 20년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므로 약간의 추임새가 끼어들었을 수 있습니다.</div> <div><br></div> <div>때는, 나라 안이 시끄러운 92년쯤 됐습니다.</div> <div><br></div> <div>당시, 대학 신입생이던 저는 매일같이 들판에 누워 술로 쪄들어 갔었죠. 낮에는 숙취해소용으로 </div> <div><br></div> <div>강의 듣고 술 좀 깨고 오후가 되면 동아리실에 모여서 학습과 집회 얘기로 한나절을 보내다가</div> <div><br></div> <div>해가 떨어지면 삼삼오오 모여서 천원짜리 쐬주집에 가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흔한 족속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때 잡힌 가죽가방은 엄니가 입학기념으로 사주신 것인디...</div> <div><br></div> <div><br></div> <div>여튼, 그 해 가을에 선배와 저는 단 둘이 지리산 종주를 위해서 산으로 떠났습니다.</div> <div><br></div> <div>무료해진 심신과 정내미 떨어지는 현실에서 잠시 도망가고 싶었겠죠.</div> <div><br></div> <div>선배는 꽤 산을 잘 타는 나름 전문가였습니다. 지리산도 한두번 가본 분은 아니죠.</div> <div><br></div> <div>코스튼 종과 횡입니다.</div> <div><br></div> <div>약 7박 8일 코스로, 뱀사골에서 시작하여 천왕봉을 찍고 백무동으로 내려와</div> <div><br></div> <div>다시 진주로 내려가 대원사계곡으로 올라가 천왕복을 찍고 노고단을 지나 구례 화엄사로 끝내는</div> <div><br></div> <div>코스였습니다.</div> <div><br></div> <div>젊을 때는 산타고왔소할만큼 산을 타는데 자신이 있었기에</div> <div><br></div> <div>종으로 횡단은 아무 문제없이 마치고 남원에서 여관 잡아 장기 한 판 두고 하룻밤 자고</div> <div><br></div> <div>다시, 진주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 바라본 지리산의 광경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div> <div><br></div> <div>까마득히 높은 산 밑을 가로지르는 한 점 속의 나... 이래서 지리산, 지리산 하는구나...</div> <div><br></div> <div>여튼, 이 신기한 경험은 대원사 계곡에서 야간산행할 때 발생합니다.</div> <div><br></div> <div>진주에서 다시 대원사로 출발한 우리는 오후 늦게 산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div> <div><br></div> <div>9월 말쯤으로 기억되는 가을 바람은 스산하기 이를 데 없었죠.</div> <div><br></div> <div>특이하게도 대원사 코스는 초반에 완만한 산길이 계속 나옵니다. 타박 타박 걸어가는데,</div> <div><br></div> <div>해가 뉘였뉘였 떨어지더군요. 바람이 솔~ 솔~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드디어 어둑한</div> <div><br></div> <div>숲길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산길 주변은 온통 작은 산대나무로 가득차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산행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산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여러 표식들이 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중에는 산악회 회원들이 묶어놓은 리본들이 있는데요, 초행길일 경우 거의 리본에 의지해</div> <div><br></div> <div>산을 타게 됩니다. 그렇게 그렇게, 뉘였뉘였 떨어지는 해를 뒤로 하고 우리는 산을 오르고</div> <div><br></div> <div>또 올랐습니다. 이미 해는 떨어져서 목표지점인 치밭목산장까지 감이 안잡히는 상황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 그런데, 한참을 오르니 갑자기 오솔길이 넓어집니다. 발에서 저벅저벅 소리가 나길래 보니</div> <div><br></div> <div>거미줄처럼 물줄기들이 흐르고 있네요. 갑자기 싸늘한 느낌이 들어서 선배를 불러 세웠죠.</div> <div><br></div> <div>정신을 좀 차리고 앞을 보니 우리 앞에 보이는 풍경은 거뭇 거뭇한 안개 속에 쌓인 엄청나게 큰 늪지대같은</div> <div><br></div> <div>풍경이더군요. 선배는</div> <div><br></div> <div>'뭔 산에 늪이 있냐~'</div> <div><br></div> <div>한마디 뱉드만 랜턴으로 주변을 살피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설상가상</div> <div><br></div> <div>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합니다. 정말 을씨년 스러운게 이런거구나 느끼게 비가 오더군요.</div> <div><br></div> <div>시간은 저녁 여섯 시가 좀 넘었을 겁니다. 우리는 그 거대한 늪지대를 질척질척 저벅저벅</div> <div><br></div> <div>통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앞쪽 바위에 이정표가 있더군요. '치밭목산장' 000m 라 페인트로</div> <div><br></div> <div>써 놓은 사람만한 바위였습니다. 우리는 안심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헌데, 이놈의 늪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겁니다. 비는 부슬부슬 계속 와서 거의 우리는 생쥐꼴이 되었고</div> <div><br></div> <div>시간은 계속 흐르고~ 목적지는 나오지 않고~</div> <div><br></div> <div>그러다가 어디서 사람들 소리가 들립니다. 꽤 많은 사람들의 소리였는데요, 하하 웃는 소리도 나고</div> <div><br></div> <div>달그락 거리는 그릇 소리도 나고 해서, 형님과 저는 이제 살았구나. 하고 걸음을 재촉했더니</div> <div><br></div> <div>전방 한 2-3백미터 앞에 밝은 불빛이 보이더라구요.</div> <div><br></div> <div>산장이구나!</div> <div><br></div> <div>생각한 우리는 거의 뛰다시피 불빛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을 무렵,</div> <div><br></div> <div>우리는 까무라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div> <div><br></div> <div>(어유~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싹~)</div> <div><br></div> <div>불빛이 있던 그 자리에는 정말 커다란 바위만이 떡 앞에 놓여있더군요. 그리고 동시에 들리는 소리들도</div> <div><br></div> <div>쥐죽은듯이 싹 사라졌습니다.</div> <div><br></div> <div>'씨O ㅈ태따!'</div> <div><br></div> <div>선배는 낮게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뒤로 돌아서 미친놈들 처럼 랜턴을 밝히고 길을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한참을 헤메다가, 우리는 다시 한번 뒤로 나자뻐질 뻔 했습니다.</div> <div><br></div> <div>아까 그 이정표 바위, 그 바위 앞에 다시 온 겁니다. </div> <div><br></div> <div>그렇습니다. 우리는 산 중턱에 있는 늪지대를 만나 길을 잃고 두 시간 동안 한바퀴를 뱅~ 돈 겁니다!</div> <div><br></div> <div>이게 뭐여, 어떻게 된 것이여~ 이미 눈물 콧물에 비범벅으로 만신창이가 된 우리들은 그자리에 털썩 </div> <div><br></div> <div>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그때 시간이 한 저녁 8시쯤 됐습니다. </div> <div><br></div> <div>비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발목에 찰 만큼 물이 불어나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선배와 나는 한국어로 Fuck Fuck 해대며 다시한번 심호흡을 했습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주변을 현미경 관찰하듯이 관찰하며 앞으로 나아가니 드디어 치밭목 산장을 올라가는 계단이 나옵니다.</div> <div><br></div> <div>동시에 폭우가 쏟아집니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우리들은 치밭목 산장에서 그 비오는데 미친놈들처럼</div> <div><br></div> <div>텐트를 치고 텐트 안에 들어가 덜덜 떨다가 깨닫습니다.</div> <div><br></div> <div>- 야. 여기는 산장이고, 지금 폭우가 쏟아지는데 여기서 우리 뭐하냐~</div> <div><br></div> <div>그리고는 몸만 빠져나와 산장으로 들어가 하룻밤을 잤습니다. 아니, 기절했겠죠--;</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 산의 날씨는 청명한 가을 날씨 그대로입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어제 있었던 그 그로테스트하며 불가사리한 일들은 서로의 마음속에 꾹 담고 입을 열지 않은 채</div> <div><br></div> <div>천왕봉에 올라 가을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옆의 등산객들이 조용히 얘기하네요.</div> <div><br></div> <div><br></div> <div>'야~ 너 그거 아냐? </div> <div><br></div> <div>몇 년 전 이맘때 산악회 회원 몇 명이 대원사 계곡에서 감쪽같이 실종됐는데, 그림자도 못찾았데..'</div> <div><br></div> <div>'정말이냐?'</div> <div><br></div> <div>'건 모르겠는데, 그 이후로 귀신에 홀리는 사람이 많은가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00프로 팩트입니다. 에고, 아직도 소름끼치네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