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정확하게 몇살까지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 그대로 어렷을 적,</p> <p>맞벌이였던 부모님 대신에 큰아버지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졸졸 따라뎌녔던 기억이 납니다.</p> <p>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만,</p> <p>종종 내복만 입고 슈퍼에 갔던 기억이나 개천에서 올챙이를 잡던 기억까진 나던 시기라 </p> <p>지금도 가끔이면 그 커다랗고 거뭇거뭇했던 큰아버지의 손이 어렴풋이 떠오르죠.</p> <p><br></p> <p>본업은 공무원 이셨지만 본래 소설가를 희망하셨던 큰아버지는, 저를 돌봐주시며 틈틈히 글을 쓰실때가 많았고 </p> <p>가끔 글이 잘 안써지실 때면 </p> <p>이따금씩 절 데리고 나와 항상 맛동x 한봉지와 빙그x바나나우유를 하나씩 쥐어주시곤 친구들과 만나러 다니곤 하셨습니다.</p> <p><br></p> <p><br></p> <p>그러던 추운 겨울 어느 날,</p> <p>절 보조석에 남겨두고 우연히 만난 친구분과 인도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던 큰아버지는,</p> <p>인도를 향해 돌진해오는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휩쓸렸고,</p> <p>전 두 번 다시 그 커다랗던 손을 잡을수 없게 됐습니다...</p> <p><br></p> <p><br></p> <p>그리고 시간이 흘러</p> <p>전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고 4~5학년이 됐을 무렵 때의 일 입니다.</p> <p><br></p> <p>당시 아버지는 시골에서 제법 큰 탁구장을 운영중이셨는데, </p> <p>그 쯔음에 지역 청소년 탁구 대표의 코치 역할 & 관련 일로 다른 지방으로 가셨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p> <p><br></p> <p>그리고 그쪽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시기로 한 날,</p> <p>그날은 제가 아침에 잠을 깸과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며 시작했습니다.</p> <p><br></p> <p>이유인즉슨 간밤에 꾼 꿈이 어렸던 저에겐 너무도 소름끼치고, 너무도 무서웠기 때문이었습니다.</p> <p><br></p> <p>이제는 세세한 부분까지 떠올리기 힘든, 너무 예전의 꿈이지만 </p> <p>아직도 또렷히 기억나는 부분을 추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p> <p><br></p> <p><br></p> <p>너무나도 예쁘고 푸른 잔디가 깔린 언덕에서 한참을 뛰어놀던 제가,</p> <p>마침 옆에 있던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p> <p><br></p> <p>그 언덕 밑으로는 예쁜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p> <p>문득, 강 건너편에서 아득하게 딸각 딸각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죠.</p> <p>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저의 시선이 자연스레 따라간 곳에는,</p> <p>안개 한점 없는 맑고 따뜻한 햇살 아래 도포자락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작은 뗏목배를 조용히 끌고오고 있었습니다. </p> <p>이윽고 뭍에 도착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을 향해 배에 올라타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죠.</p> <p>배에 타려던 사람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전 그때 그 사람이 아버지라는 걸 확신할 수가 있었습니다.</p> <p>그리고 아버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배에 올라타려고 하셨고요.</p> <p><br></p> <p>그런데 그 떄,<br></p> <p>어디선가 시커먼 털을 가진 거대한 검은 개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p> <p>다짜고짜 도포를 입은 사람의 팔뚝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습니다,</p> <p>뗏목의 주인은 화들짝 놀라 서둘러 노를 저어 다시 강의 건너편으로 배를 몰고 가버렸고, 당연히 아버지는 뗏목배에 오르시지 못하셨죠.</p> <p>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언덕 위에서 지켜보던 저는,</p> <p>고개를 돌리는 개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p> <p>그만 그 자리에서 자지러지며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습니다.</p> <p><br></p> <p>고개를 돌린 개의 얼굴이,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시던 저의 큰아버지 였기 때문이었죠. </p> <p><br></p> <p>개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지닌 형상..</p> <p>꿈에서 깨자마자 어머니에게 달려가 큰아버지가 귀신으로 왔다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p> <p>어머니는 미신같은 걸 믿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는데,</p> <p>마침 </p> <p>아버지의 탁구장 옆 볼링장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아버지의 탁구장도 홀랑 타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p> <p><br></p> <p>그리고 그날 오후. </p> <p>돌아오신 아버지의 이야기는 제 꿈보다도 조금 더 신비한 이야기 였습니다.</p> <p><br></p> <p>아이들 시합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가던 중, </p> <p>큰아버지의 절친이시라고 하는 분이 아버지가 왔다는 소식에 찾아왔다고 하시더니</p> <p>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셨답니다.</p> <p><br></p> <p>친구를 잃은 친구분의 푸념도 들어주고, 형에 대한 추억도 떠올릴 겸 </p> <p>간단히 몇잔만 드시고 새벽 버스에 몸을 실으려 하셨던 아버지는,</p> <p><br></p> <p>한 잔 두 잔 술잔이 기울수록 묘한 느낌을 받으셨다고 합니다.</p> <p>큰아버지 친구분이 말하는 어투, 술을 마시는 습관, 취했을 때 하는 행동, 좋아하는 안주 등, </p> <p>술자리에서 하는 행동거취들이 모두 큰아버지와 닮아, </p> <p>아련한 추억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을 드시다 아침이 되서야 내려오셨다고...</p> <p><br></p> <p>물론 그날 아침 아버지가 탁구장 문을 일찍 여셨을지, 아니면 쉬다가 오후 늦게서야 문을 여셨을지 모르지만</p> <p>이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해줄때면 와~ 소름 끼친다. 진짜야? 하는 반응을 듣기도 하고 저또한 정말 신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p> <p>정작 저희 가족들은 우연의 일치였을 뿐 대수롭지 않다는 판단이고요ㅎㅎ</p> <p>그래도 사는게 원만치 않아 조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 이혼을 하신 지금도, 어머니가 조부모님과 더불어 큰아버지 제사날은 빠지지 않고 챙기시는 걸 보면 전혀 믿지 않으시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p> <p> </p> <p><br></p> <p><br></p> <p><br></p> <p> 아깐 잠깐 짬내서 쓰다보니 너무 두서없이 쓴거 같아 수정을 좀 했네요 ㅎㅎ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