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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진곰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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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3988
    작성자 : 아진곰
    추천 : 25
    조회수 : 2750
    IP : 222.102.***.150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4/10/29 12:29:06
    http://todayhumor.com/?panic_73988 모바일
    단편] 승리한 자
    <div>==========</div> <div> </div> <div><br>“표정이 왜 그래 병식이?”<br>“어? 응?”<br> <br>고개를 든 병식은 눈앞을 가로막은 알루미늄 캔의 모습에 슬쩍 고개를 뒤로 뺐다.<br> <br>“행복하지 않은 표정인데.”<br>“물론 행복하지. 한슨.”<br> <br>손을 뻗어 캔을 받아든 병식은 차갑게 식은 캔맥주가 어색한 듯 만지작거렸다. 이런 차가운 맥주를 </div> <div>만져보는 건 1년 전 자신의 승진파티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았다. <br> <br>“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br>“별거 아냐. 단지 그냥…….”<br> <br>적당한 어휘를 찾던 병식은 고개를 흔들며 캔을 땄다. 그리고 20년의 싸움에 빈약할 대로 빈약해진 </div> <div>군인다운 어휘로 짧게 말했다.<br> <br>“어색해서 그렇지.”<br> <br>한슨은 차가운 맥주를 목으로 넘기는 병식을 보며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역</div> <div>시 아무 말도 없이 병식의 곁에 앉아 손에 들고 있던 캔맥주를 내밀었다.<br> <br>“for the human."<br>“인류를 위해.”<br> <br>가볍게 부딪힌 반쯤 빈 캔들이 달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br> <br>병식은 다시 말없이 저 앞쪽의 연병장에 커다랗게 피어올린 캠프파이어와 그 주위에서 떠들고 노래</div> <div>하며 근원을 알 수 없는 춤을 추는 자신의 부하들을 내려다 봤다. <br> <br>어제까지만 해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을 모습이었다. 하지만 병식은 무기를 내려놓고 무거운 장갑</div> <div>복을 벗어놓은 부하들을 나무라지도, 재지하지도 않았다. <br> <br>“정말 이겼군.”<br>“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말이야. 그래. 우리가 이겼지. 좋지 않아?”<br>“싫다곤 안했어. 그냥 실감이 안 든다고.”<br> <br>20년. 정확히는 19년 8개월 5일 18시간만의 일이었다. <br> <br>인류는 승리했다. 절망스러울 정도로 압도적인 외계의 침략자에게서. <br> <br>병식의 기억은 막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군대에 입대했던 자신이 훈련소의 일과 중 일요일에 조교의 </div> <div>눈을 피해 TV를 틀었던 것에서 시작한다. 한창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탓에 그 경기의 결과라도 </div> <div>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br> <br>그때 병식은 봤다. 육각형의 넙적한 구조물이 갑작스레 축구장의 하늘에 나타났고. 그것은 카메라를 </div> <div>넘어 태워버릴 것 같은 빛을 내뿜었다. 병식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는 </div> <div>사이, 북괴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br> <br>그렇게 갑작스럽게 외계종의 공격이 시작됐다. <br> <br>“사실 나도 실감은 안 들어. 병식. 너도 알잖아. 우리 미군도 개전 첫 번째 날에 대부분 전멸했었</div> <div>던 거.”<br>“그랬지. 우리도 마찬가지였어.”<br> <br>가장 아프고 절망적이었던 기억에 병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br> <br>아직도 그날 입었던 상처의 흉터가 등에 길게 남아 있었다. <br> <br>진심으로 싸운다면 그 상대는 외계인뿐이라던 미국의 군대는, 정작 외계인과 마주했을 때 어린아이</div> <div>의 손에 들린 장난감처럼 비틀리고, 뜯겨지고, 부서졌다. 그 외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력수</div> <div>단도 일순간에 전멸했다. 미군뿐이랴. 지구에 존재하는 인류의 모든 무력은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말</div> <div>았다. <br> <br>대화나 협상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은 외계의 침략자에 의해 지구상의 모든 군대가 순식간에 괴멸</div> <div>했다. 겨우 살아남은 인류는 산으로, 바다로, 도시의 폐허로 숨어들었다.<br> <br>“그렇게 전멸당하고 산에 숨어들어서 같은 인간끼리도 싸웠었는데 말이지.”<br>“병식. 너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정말로 인류는 끝났을지도 몰라.”<br> <br>한슨의 진심어린 치하에 병식은 고개를 저었다. <br> <br>“나도 당시에는 그냥 내가 미친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렇게 생생한 예지몽이라니.”<br> <br>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되며 인류가 멸망의 길을 걸어갈 때, 신비한 능력을 </div> <div>지닌 이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을 대지도 않고 에너지파나 미사일을 막아내고, 공격</div> <div>을 미리 예지하기도 했다. 아직 살아남아있는 인류를 감지하는 사람도 있었다.<br> <br>초능력. 그건 신이 인류를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증명이었을지도 모른다. <br> <br>신인류의 등장은 희망이었고, 반격의 불씨였다. 살아남은 해저케이블로 서로의 통신망을 이은 인류</div> <div>는 자신들이 당하며 습득한 정보를 교환하고 무너진 군 체계를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남아있는 병</div> <div>기들을 긁어모아 외계인에게 반격을 시작했다.<br> <br>적과 대치하고, 작은 승리를 반복해갈 수록 인류는 적에 대한 정보를 얻어갔다.<br> <br>외계인이 푸른 피부를 지닌 그레이 같은 모습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수가 의외로 수백 밖에 되지 </div> <div>않는다는 것. 그들의 병사들은 대부분이 인공지능뿐라는 것 등등. <br> <br>인류는 파괴된 외계인들 무기의 잔해에서 기술을 습득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이용해 철저히 테러를 </div> <div>펼쳐가며 적을 하나 둘씩 깎아가기 시작했다. <br> <br>차라리 그대로 멸종하는 게 나을지도 모를 괴롭고 긴,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싸움이</div> <div>었지만, 그 싸움은 한 달 전의 총력전에서 피날레를 맞이했다. <br> <br>연합군의 해커들과 초능력자들은 지상병력의 백업에 힘입어 지구상에 착륙해 있는 외계인들의 워쉽</div> <div>들을 해킹하거나 그들 자체를 세뇌했다. 강력한 미사일로 바뀐 워십들은 곧장 위성궤도상에 떠있던 </div> <div>마더쉽을 향해 날아갔고, 외계인들의 주 병력은 단숨에 잘려나갔다. <br> <br>그리고 바로 어제, 연합군은 지구상에 외계인들의 잔당들이 모조리 뿌리 뽑혔고, 멸종했다는 사실을 </div> <div>전 세계에 공표했다. <br> <br>하지만, 그 승리에도 불구하고 병식은 불안했다.<br> <br>“그럼 미국으로 돌아가는 건가? 가족들 데리고?”<br> <br>어쩐지 말을 돌리는 것 같은 병식의 태도에 한슨은 어깨를 으쓱였다.<br> <br>“무슨 소리야? 20년 동안 여기서 살았어. 난 이제 여기가 고향이라고. 그보다 병식. 넌 어쩔 샘이</div> <div>야? 지금까지 넌 미망인 만들기 싫다면서 결혼도 안했잖아. 여전히 좋은 미래가 안 보이는 거야?”<br>“그러니까 내가 하는 예지는 단편적인데다가. 그게 무조건 맞는 것도 아니니까 확신할 순 없다고.</div> <div>” <br> <br>병식은 한슨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br> <br>“뭐 그날 이후로는 놈들에게 습격당하는 꿈은 꾼 적이 없긴 하지만.”<br>“뭐야, 그럼 놈들한테 당할 일은 없으니까 이제 연예를 해봐도 되겠네, 40살짜리 아저씨가 좋다는 </div> <div>여자가 있을 지야 모르겠지만.”<br>“이 새끼가? 아직 30대 후반이거든?”<br> <br>한슨과 킬킬거리며 웃던 병식은 문득 손에 들고 있던 맥주캔을 바라봤다. <br> <br>“술이라도 만들어볼까?”<br>“술?”<br> <br>한슨은 맥주캔을 힐끔거렸다. 병식은 다시 차가둔 맥주를 목으로 넘기며 기억에 남아있는 맛을 떠올</div> <div>리기 위해 입을 쩝쩝거렸다. <br> <br>“그래, 술. 소주 말야. 한슨, 너도 소주 마신지 오래됐지?”<br>“아, 그래. 소주. 막걸리도 이젠 만들 수 있겠네? 크, 그거 맛있었는데. 아, 이제 평야를 맘껏 써</div> <div>서 쌀농사 지을 수 있잖아? 소주고 막걸리고 하려면 일단 작물부터 키워야지.”<br> <br>소주를 마지막으로 마신 게 14년 전이었던가. 막걸리는 19년 전이다. 사실상 생존을 중심으로 개편</div> <div>된 물자 체제 때문에 음주는 합성맥주라도 감지덕지 했을 정도였다. 귀중한 생 식재는 모두 아이들</div> <div>의 몫. 당장 결코 급이 낮지 않은 병식과 한슨 역시 오늘 아침까지 합성 레이션을 먹었을 정도였다.<br> <br>“농사라.”<br> <br>병식은 몸을 뒤로 누웠다. 아직까지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두려웠고, 밤의 어둠이 무섭다. 아마 </div> <div>이 전쟁에서 싸워온 군인들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인류 모두는 크고 작은 PTSD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div> <div>다. <br> <br>지금은 그 흥분에 모든 것을 잊고 춤추고 있는 캠프파이어 앞의 부하들도 말이다. <br> <br>“할 수 있을까?”<br> <br>공통된 적을 잃어버린 인류가 다시 분열되진 않을지, 인류가 한 종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 수</div> <div>를 유지하고 있을지. 그런 건 사실 아무래도 좋다. 오히려 병식은 20년 동안 외계인을 잡는 일 밖에 </div> <div>하지 않았던 자신이 앞으로 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br>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아닌 자기 개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것이 지금껏 병식의 표정이 </div> <div>밝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br> <br>지독하고 길고 긴 싸움이 끝난 후. 찾아온 이 평화는 불안하기까지 했다. <br> <br>“배워봐야지?”<br>“배운다고?”<br> <br>한슨은 먼 하늘을 올려다봤다.<br> <br>“그래, 너도 나도 처음부터 총 잘 쐈던거 아니잖아? 병식. 그러니까 다시 배우면 되. 앞으로는 지</div> <div>금까지에 비하면 늘어지게 시간도 많을 테니까.”<br> <br>그건 지나치게 태평한 예상이다. <br> <br>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br> <br>“그래, 그 말도 맞지.”<br> <br>병식은 한슨의 말에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별을 바라봤다. <br> <br>미래는 불안하다. 그렇다고 해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이 쏟아져 내리던 하늘은 더 이상 두려</div> <div>움의 대상이 아니고. 인류는 마음껏 자유롭게 땅을 거닐고 있다. 지금의 인류가 앞으로 사용할 수 </div> <div>있는 무한대의 자유와 평화를 얻었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br> <br>“그럼 일단 놀까.”<br>“논다고?”<br>“그래.”<br> <br>병식은 20년 전. 타의에 의해 끝내야 했던 청춘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br> <br>“일단 놀아보자고. 20년 동안 못했던 만큼 말이야.”<br> <br> <br>==========<br> <br> <br>“안녕하십니까. 에미엘 푸메로스”<br> <br>백색의 탁자 앞에 앉아있던 금발여성은 살짝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탁자 건너편에 떠있는 반중력 </div> <div>의자를 가리켰다.<br> <br>“오셨군요. 리 대차.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길까 싶어서 직접 오시는 건 좀 걱정됐었는데요.”<br> <br>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검은수트의 청년. 리 대차는 의자에 가만히 등을 기댔다. 반중력 의자는 그의 </div> <div>잠깐 출렁였지만 이내 그의 체형과 자세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변했다. <br> <br>에미엘은 탁자 앞쪽에 떠있는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했다.<br> <br>“그럼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사실 같은 분을 연속으로 게스트로 모시는 것은 저희 프로그램에</div> <div>서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만. 그만큼 저번 회에 하셨던 말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말이기</div> <div>도 하겠죠. 대차. 그 의견을 굽힐 생각은 없는 겁니까?”<br>“그거야 물론입니다. 이제 슬슬 우리 모두가 인정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br> <br>대차의 답에 에미엘은 푸른빛이 떠오른 집게손가락으로 공중에 동그라미를 그렸다.<br> <br>“이건 지금 이 방송국 앞에 있는 인파들의 모습입니다.”<br> <br>공중에 화면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백발의 노인들과 청년들이 전자 피켓을 들고 조용히 서 있는 모</div> <div>습이 비치고 있었다. <br> <br>“지난 회에 대차가 했던 말에 반발하시는 분들이죠. 그대로 말해보자면… ‘적당한 시련과 스트레</div> <div>스는 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그것은 종 단위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인류와 싸웠던 블루는 우</div> <div>주의 대의지가 인류를 진화시키기 위해 부여한 시련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대차. 당신의 </div> <div>이 발언은 지금까지 터부 되어 왔어요. 그건 알고 계시는 거겠죠?”<br>“하하.”<br> <br>곤란한 듯 웃는 대차의 모습에 에미엘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양손의 깍지를 꼈다.<br> <br>“나도 많은 수의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당돌한 발언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엔 좀 심했다</div> <div>고 생각합니다만.”<br>“물론 제 발언이 여러분들을 화나게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밖에 계시는 분들처럼 말이</div> <div>죠. 하지만 오히려 저분들의 모습이 바로 제 생각을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하는데요?”<br> <br>에미엘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가볍게 양손을 펼쳐보였다. 그게 어떻게? <br> <br>그렇기에 대차는 말을 이어갔다.<br> <br>“에미엘. 생각해봐요.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기스칸과 같은 고대의 정복자들은 힘으로 넓은 땅을 지</div> <div>배했을 뿐이고, 불과 50년 전의 미국도 리더 역을 자청했지만 수많은 적이 있었고 거기에 대항하는 </div> <div>이들도 많았죠. 인류가 지금처럼 완벽하게 행복했던 적이 인류의 역사 중에 있나요? 지금처럼 정신</div> <div>적으로 성숙한 적은? 물론 아직 동양계인 내가 성을 앞에 쓰고 당신 같은 서양계는 뒤에 쓰는 차이</div> <div>점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이건 그저 과거에서 이어져온 전통일 뿐이죠.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인류는 </div> <div>지금처럼 국경이나 인종이라는 선을 넘어서 지금처럼 완벽한 연합체를 이룬 적은 없어요. 그래요, </div> <div>단언컨대 없습니다.”<br>“인류가 하나의 연합을 이뤘기에 블루의 공격이 시련이었다는 건가요?”<br> <br>대차는 고개를 저으며 에미엘이 띄운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br> <br>“자, 에미엘. 나는 이곳에 들어올 때 저 가운데를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폭력을 휘</div> <div>두르지 않았죠. 저 중에서는 저처럼 초능력을 사용할 줄 아는 분도 있었을 거고. 그 분들이 마음만 </div> <div>먹었다면 전 분명 크게 다쳤을 텐데도 말입니다. 저곳에 있는 모든 분들은 그저 자신의 정당한 분노</div> <div>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같이 대전쟁 이후로 태어난 세대나 에미엘 당신처럼 대전쟁 중에 </div> <div>태어난 세대는 물론이고, 대전쟁을 생생히 겪은 저 어르신들조차 그 분노를 완전히 갈무리하고 이성</div> <div>적으로 행동할 줄 안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감정을 잃어버린 건 아니죠. 그저 이</div> <div>성적으로 행동하고 이타심을 가지고 그걸 제어할 줄 아는 자제심을 가진 겁니다. 진화하고, 성숙해</div> <div>졌다는 거지요. 우리 모두가 말입니다. 물론 아직 저처럼 너무나 당돌해서 비교적 싸가지 없는 말을 </div> <div>버릇없이 내뱉는 경우도 있지만요.”<br> <br>에미엘은 자신보다 10살 정도 어린 이 20대 후반의 배우의 의견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싸가지 없</div> <div>다는 말을 포함해서 말이다.<br> <br>사실 대차가 하는 말은 이 시대에 사는 이들이 모두들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했다. </div> <div>인류는 겨우 30년이라는 시간 만에 가루가 되었던 문명을 재건한 것은 물론, 그 되돌아갔던 시간을 </div> <div>만회할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전후에 인류의 운명에 대한 걱정을 하던 이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불</div> <div>식시킬 정도로 말이다. <br> <br>“그렇군요. 인류가 정신적으로 성숙됐다라.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보죠. 대차. 당신은 </div> <div>블루의 무엇이 우리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거죠? 초능력 같은 건가요?”<br>“아니죠, 블루가 쓰던 에너지 병기에 영향을 받아서 초능력자들이 생겨났다는 말이 있고, 지금은 </div> <div>작은 초능력이라도 쓸줄 아는 사람이 전 인류의 30%나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전 그런 눈으로 </div> <div>보이는 힘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닙니다.”<br>“힘이 아니라면?”<br>“바로 기술이죠. 당장 지금 제가 앉아있는 이 의자나 공중에 떠 있는 카메라. 제가 이곳에 오면서 </div> <div>사용했던 자율형 자동차. 아, 그리고 30대 중반이신데 아직도 10대 후반의 신체나이를 유지하고 계</div> <div>시는 에미엘 당신까지. 만약 블루가 가지고 온 기술이 없었다면. 50년 전의 그 날을 기준으로 우리</div> <div>가 자력으로 이런 기술을 가지게 되는데 얼마나 걸렸을까요?”<br> <br>그 말에 에미엘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20년 전 시술을 받았을 때 효용성이 있을까 반</div> <div>신반의했지만 그 효과는 탁월했다. 심지어 대차와 같은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div> <div>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고 있었다. <br> <br>그녀의 아버지. 전쟁에서 직접 싸워왔던 세대들 중에서는 유전자 시술이 부자연스럽다고 받지 않는 </div> <div>이들이 많았지만. 그런 이들은 이제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이미 2073년의 인류는 50년 전과는 이미 </div> <div>다른 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br> <br>육체의 취약점을 해결하는 유전자 시술뿐만이 아니다. 인류는 50년 전 지구를 침공했던 외계인들. </div> <div>지금에 와서는 간단히 블루라고 부르는 자들이 사용했던 기술을 완벽히 재해석해서 그것을 다양한 </div> <div>분야에서 이용하고 있기까지 했다. 만약 그들의 본대가 찾아온다고 해도 이번에는 완벽히 방어할 수 </div> <div>있을 정도로.<br> <br>50년 전에 말했다면 미래의 어느 날에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div> <div>없었던 기술들. 95%효율로 작동하는 태양열 발전기나 휴대용 상온핵융합전지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div> <div>, 사고로 인해 사지를 잃어도 재생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바이오 테크놀러지, 어떤 동물도 희생시키지 </div> <div>않고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완벽한 배양기술, 우주에 식민지를 뿌리내릴 수 있는 우주항행의 기</div> <div>술까지 손에 얻었다.<br> <br>“대차. 당신 말대로 우리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블루가 없</div> <div>었어도 언젠가는 발견할 수 있었을 기술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br>“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몇 백, 몇 천 년이 걸렸을지 알 수 없었겠죠.”“시간이 문제라는 건가요</div> <div>?”<br>“그러니까 조금 전에 말했었지요. 우리는 더 높은 수준으로 성숙해졌다고. 작년 1년 동안 전 세계</div> <div>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건수를 아십니까? 불과 713건 밖에 발생하지 않았어요. 알겠습니까? 전 세</div> <div>계에서 713건이라고요. 인구수는 30년 전의 몇 배로 늘었는데 범죄율은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죠. </div> <div>그렇다고 해서 불행해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에미엘. 이미 </div> <div>공장에 사람은 없어요. AI들은 우리 생활의 곳곳에 있죠. 이 카메라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div> <div>고 50년 전의 과거와는 달리 노동자가 일을 잃고 불행해지거나 누군가가 식사를 거르는 일은 없습니</div> <div>다. 왜 그런 걸까요? 초능력같은 힘이 생겨서? 아닙니다. 바로 기술이 분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br> <br>에미엘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br> <br>“기술이 분배 되었다?”<br>“풍족하고 공평하게 말이죠. 그 기술적인 풍족함을 바탕으로 우린 태어날 때부터 어떠한 어려움 없</div> <div>이 교육을 받고, 평생 지원되는 복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멘탈케어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죠. </div> <div>그 외에 무슨 일이라고 해도 노력만 한다면 모든 물질적인 풍족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에요. 다</div> <div>시 한 번 말하자면 풍족함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부여되는 지금까지 없었던 시대인거죠. 만약 조금 </div> <div>전 에미엘의 말대로 우리가 블루의 시련을 받지 않고 수백 년에 걸쳐서 조금씩 기술이 발전되어 현</div> <div>재에 이르렀다면, 우리가 얻은 기술과 부가 공평하게 모두에게 분배 될 수 있었을까요? 같은 인간끼</div> <div>리도 전쟁을 벌였던 그 시대에?”<br> <br>고개를 끄덕인 에미엘이 짧게 줄였다.<br> <br>“대차는 결국 우리가 블루라는 적을 통해 공통적인 상처를 가질 수 있었기에 이타적인 생각을 가지</div> <div>고 하나로 모일 수 있었고,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그 이타적인 의식과 같이 작용해 모든 인류가 공</div> <div>평하게 행복해졌다는 거군요.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를 얻은 인류는 물질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div> <div>인 면으로 고개를 돌려 더 성숙할 수 있었다?”<br>“바로 그거죠. 역시 말을 잘하시는군요. 아, 물론 그 풍족함 때문에 무력감 증후군 같은 게 생기긴 </div> <div>했지만 이것 역시 과도기에 생긴 한 현상일 뿐이죠. 곧 없어질 겁니다. 어쨌든 우리는 더욱 더 성숙</div> <div>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 사건을 더 이상 터부시하는 대신 받아들여 우리에게 한때</div> <div>의 시련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게 저번주에 제가 이 말</div> <div>을 했던 이유기도 합니다.”<br>“더 높은 곳이라. 동양의 문화인 ‘도’를 말하는 거군요.”<br>“그렇습니다.”<br>“대차. 당신의 의견 그 자체에는 당위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군요. 더불어, 그 의견이 아직 덜 </div> <div>성숙한 인간으로서 다른 이들의 상처를 자극하는 발언이라는 것도요.”<br> <br>그 말에 대차는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br> <br>“물론 이게 옳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하는 일은 타인을 상처 입히는 잘못된 일이죠. 그날 블루가 </div> <div>인류에게 저질렀던 일과 마찬가집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비난받아 마땅할 행위라는 것만큼은 </div> <div>절대로 정당화 할 수 없는 것이겠죠. 솔직히, 제가 이 말을 함으로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고 해도 </div> <div>전 그 사람을 이해할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사과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런 저의 </div> <div>의견 역시 하나의 시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는 모두 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div> <div>로 단단히 뭉쳐야 하죠. 우리는 그럴 수 있습니다.”<br> <br>대차의 말을 듣던 에미엘은 슬쩍 눈을 깜빡였다. 망각에 새겨져 있는 전자액정이 곧 이 프로그램에 </div> <div>부여된 시간이 끝나간다는 것을 비춰주고 있었다. <br> <br>우주까지 진출한 인류도, 아직 시간만큼은 어떻게 할 기술을 손에 넣진 못했다.<br> <br>“본인이 어떤 말을 하는 것도 자유지만, 거기에 대해 어떤 비난을 듣고 책임을 지는 것도 본인의 </div> <div>감수해야 할 일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대차는 정말 거기에 딱 맞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게 </div> <div>매력포인트기도 하겠죠. 대차. 부디 당신의 팬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살해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div> <div>군요.”<br>“가급적이면 저도 그랬으면 좋겠군요.”<br>“오늘 직접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뵙도록 하죠.”<br> <br>그 말에 대차는 매력적인 웃음을 띄우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br> <br> <br>==========<br> <br> <br>“아침으로는 뭘 드시겠습니까?”<br>“글쎄, 오늘 아침은 뭐가 좋을까.”<br> <br>밝은 빛이 비춰드는 평화로운 방 안에서 리푸레는 눈앞에 떠있는 메뉴를 스크롤했다. 인류 문화의 </div> <div>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수많은 요리의 목록이 거기에 있었지만 리푸레의 표정은 덤덤했다. 지독한 </div> <div>지루함이 그 얼굴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 리푸레가 그 목록에서 한 번이라도 </div> <div>먹어보지 않은 요리는 없었기 때문이다.<br> <br>“리푸레 함장님.”<br>“음?”<br> <br>의미 없이 메뉴를 훑어보던 리푸레는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br> <br>오늘 아침은 사소하지만 평소와는 달랐다. 탁자의 옆에 서 있는 금발의 여성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div> <div>서 리푸레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적은 없었다. 단 한번도. <br> <br>“무슨 일이지? 메드넨.”<br>“예외규칙이 발동되었습니다.”<br>“예외규칙?”<br> <br>리푸레는 새삼스레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기에 계</div> <div>속 잊고 있었지만, 이 배에는 3개의 예외규칙이 있었다. 메드넨이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인 것은 바</div> <div>로 그 예외규칙에 해당하는 사건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br> <br>그는 머릿속에서 거의 잊혀 지기 직전이었던 예외규칙들을 떠올렸다. <br> <br>“으음, 복구할 수 없는 고장이 발생했나?”<br>“아닙니다. 월드메이커 27의 모든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중이며 선체 컨디션도 안정적인 상태입</div> <div>니다.”<br>“설마 그럼 사망자라도 생겼다는 소린가?”<br>“그것도 아닙니다. 리푸레 함장님을 포함한 총원 100명의 모든 승무원들의 바이탈 사인은 정상이며 </div> <div>스트레스 지수 역시 문제없습니다.”<br> <br>그 말에 리푸레의 눈이 커졌다. <br> <br>떠올랐던 그 두개의 예외규칙이 아니라면, 이제 남은 답은 하나뿐이다.<br> <br>리푸레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br> <br>“이럴수가, 얼마나 걸린거지?”<br>“지구 기준으로 19385일 17시간입니다. 탐생정의 탐색 결과 대기의 구성성질이 지구와 92%의 일치</div> <div>율을 보이며 지각은 안정되어 있습니다. 지표면과 해수면 아래에는 아직 고등지성에 이르지 못한 토</div> <div>착 생명체들이 포착되었습니다.” <br>“19385일 17시간 만에 겨우…….”<br> <br>양 주먹을 불끈 움켜주고 팔을 떨던 리푸레는 고개를 내저었다. <br> <br>“아니, 그래도 일단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겠다 메드넨. 내 기상 프로토콜을 실행해.”<br>“예, 알겠습니다.”<br> <br>리푸레가 의자에 등을 기대자 메드넨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div> <div>다. 메드넨뿐만이 아니다. 리푸레의 주변에 있던 빛도, 탁자도, 모든것이 사라졌다. <br> <br>이제 리푸레는 더 이상 무엇도 볼 수 없었다.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체온이</div> <div>나 심장이 뛰는 느낌조차 말이다. 무한하고 깊은 암흑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에 리푸레는 잠시 전율</div> <div>했다. <br> <br>[승무원 번호 No. 001. 리푸레 함장님의 기상 프로토콜을 실행합니다. 육체 재생에는 3분이 소모될 </div> <div>예정입니다. 침착하게 대기해주십시오. 카운트다운. 1. 2. 3….]<br> <br>듣거나 보는 것이 아닌 의미 그 자체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리푸레는 머리 한 구석에서 떠오르는 </div> <div>카운트다운의 숫자를 침착하게 지켜봤다. <br> <br>103년 전 블루의 세례를 받은 인류가 초광속으로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기술을 얻었을 때, 수광년 </div> <div>근처의 행성들을 조사한 인류는 새삼스럽게도 어떠한 사실을 뼛속깊이 느꼈다. 이 우주의 수많은 별 </div> <div>중에서도 지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희귀한 별이라는 것을.<br> <br>수십 광년 밖으로 나가자 원시적인 생명들이 꿈틀거리는 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했다. 우</div> <div>주에 떠있는 식민지를 만들고 태양계의 행성들에 에코스피어형 돔시티를 만든다고 해도, 그건 어디</div> <div>까지나 인간이 인위적으로 계속 조정해주지 않으면 언젠간 이상을 일으키고 마는 불완전한 식민지다</div> <div>. 인류가 별다른 손을 쓰지 않고 정착하려면 지구와 같은, 마치 쌍둥이와 같은 별이 필요했다. <br> <br>인류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주는 넓다. 어딘가에는 그런 별이 존재할 것이다. <br> <br>하지만 그 무한한 가능성은 인간에게 있어서 한계이기도 했다. 블루에게서 얻어서 개량한 하이퍼 스</div> <div>페이스 기술을 이용한다고 해도, 인간은 생활하기 위해 자원을 소모한다. 노쇠는 완전히 제어가 가</div> <div>능하긴 해도. 자원의 리사이클과 폐쇄공간에서의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br> <br>결국 인류는 육체를 가진 존재가 먼 우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br> <br>그 중 하나가 바로 가상현실. 일단 전자두뇌에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옮겨 가상공간 안에서 생활하</div> <div>게 하고, 나중에 현실에서 육체가 필요할 때는 신체를 재생해서 옮기는 기법이었다.<br> <br>하지만 그런 처지를 할 경우 초능력자들이 초능력을 잃어버리는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100%</div> <div>의 본인을 재생해낸다고 해도 말이다. 게다가 뇌까지 없앴다가 재생한다면 그것이 정말로 본인인 것</div> <div>이냐는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뇌와 중추신경만을 보관하는 타협안</div> <div>이 나왔다. 그러자 문제는 사라졌다. <br> <br>그렇게 타협안이 정해지자 나머지 일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전 태양계의 모든 식민지들이 거기에 </div> <div>동참했다. 우주 어딘가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 인류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원자프린트가 가능한 공작</div> <div>기계와 각종 샘플들이 완비된 인류의 파종선. 코드명 월드메이커가 건조되기 시작했다. <br> <br>40대의 월드메이커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인류의 또 다른 모성이 될 신천지를 찾는데 수십, 수백 년</div> <div>이 걸려도 상관없다는 자원자들 역시 수억이 넘도록 모여들었다. 그 중 월드메이커의 승무원이 될 </div> <div>수 있었던 이들은 4000명뿐. 리푸레는 그 중 한 명이었다.  <br> <br>[육체재생이 완료되었습니다. 진단 끝.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br> <br>손끝의 감각마저 느껴지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오래전의 기억 곱씹던 리푸레는 순간 전신에서 느껴지</div> <div>는 따뜻한 공기의 감촉에 반사적으로 깊게 숨을 들이켰다. 어느새 전신에 감각이 되돌아와 있었다. </div> <div>3분 전과 마찬가지로.<br> <br>[신경차단 해제. 리푸레 함장님. 눈을 떠주십시오.]<br> <br>빛이 있으라. <br> <br>눈을 뜬 리푸레는 눈알을 굴렸다. 배양기는 이미 열려있었다. <br> <br>배양기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을 딛은 리푸레는 가볍게 양손을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상현</div> <div>실 안에 있었고, 지금 이 육체는 막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사실에도 위화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div> <div>다. 근력은 물론 팔과 다리에 난 털 한올한올이나 면도를 한 상태까지 완벽히 그대로였다. <br> <br>[전신 스캔 결과 신경과 육체의 결합에 이상은 없습니다. 의복을 착용해주십시오.]<br> <br>리푸레는 옆을 돌아봤다. 캡슐의 바로 옆에서 튀어나온 서랍에는 비닐에 싸여있는 유니폼과 수건이 </div> <div>들어있었다. 50년 전쯤에 있었던 월드메이커의 진수식때 입어본적이 있는 유니폼이었다. 정작 이 배</div> <div>에 탈 때는 통에 들어있는 뇌 상태로 탔기에 이 배의 안에서 실체 육체로 유니폼을 입는 것은 처음</div> <div>이었지만.<br> <br>[뭔가 어색한 점이 느껴지십니까? 리푸레 함장님.]<br> <br>완벽했다. 원래부터 그가 사용할 수 있었던 약한 염동력도 문제없이 발동하는 것 같았다. <br> <br>“아니, 없는 것 같군. 그럼 브릿지로 가지.”<br>[예, 리푸레 함장님.]<br> <br>어느새 날아온 이동 플레이트가 준비를 끝낸 리푸레의 옆에 와서 서 있었다.<br> <br>막 플레이트에 올라서려던 리푸레는 뒤를 돌아봤다. 10개의 배양캡슐의 위쪽에는 백여개의 반투명 </div> <div>인큐베이터가 있었다. 거기에 들어있는 뇌와 중추신경들. 즉 승무원들을 모두 재생시켜 가상현실에</div> <div>서 꺼내는 것은 메드넨의 보고가 정말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된 후여야 했다. 그</div> <div>게 함장으로서 리푸레의 임무였다. <br> <br>리푸레가 이동 플레이트에 올라타 손잡이를 잡자 플레이트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코 가깝지 </div> <div>않은 거리였지만 중력과 관성을 완벽히 컨트롤하는 이동 플레이트는 안전했고, 무엇보다도 빨랐다.<br> <br>[브릿지에 도착했습니다.]<br> <br>탑승자들이 없는 브릿지는 살짝 어두웠다.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적이었다.<br> <br>플레이트에서 살짝 걸어 내려온 리푸레는 가볍게 손가락을 튀겼다.<br> <br>“메드넨. 브릿지를 행성 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 방호막을 열어. 카메라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내 </div> <div>눈으로 확인하고 싶으니까.”<br>[예, 리푸레 함장님. 함선의 방향 조정. 방호막을 엽니다. 차광실드는 작동하지만, 빛에 주의해주십</div> <div>시오.]<br> <br>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월드메이커가 지구에서 떠난 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방호막이 서서히 </div> <div>열리기 시작했다. 방호막이 조금씩 벌어질수록, 허리에 손을 짚고 긴장된 눈으로 외부창을 바라보고 </div> <div>있던 리푸레의 입이 점점 더 크게 벌려졌다. <br> <br>“오오오…….”<br> <br>어두운 브릿지의 안에 온통 푸른빛이 가득했다. 흰색의 안개가 푸른빛과 갈색의 땅을 휘감고 있는 </div> <div>모습이 리푸레의 시신경을 통해 뇌속으로 빨려 들어갔다.<br> <br>“그래, 이거야. 이거라고.”<br> <br>52년 간 시달려온 갈증과 무기력함이 모두 해소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br> <br>지구를 보고 자란 지구인이라면, 적어도 지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태양계 모든 식민지의 인간이라면 </div> <div>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이 행성은 이전에 한번 스쳐 지나간 74%의 일치율을 보였던 칙칙한 검푸른색</div> <div>의 행성과는 그 빛깔 자체가 달랐다. 그야말로 또 다른 지구라 할만 했다. <br> <br>“메드넨?”<br>[예, 리푸레 함장님.]<br>“하이퍼 패스 통신을 연결해. 지구에 이 사실을 알린다.”<br> <br>리푸레는 흥분으로 덜덜 떨리는 자신의 팔을 꽉 잡았다.<br> <br>“우리는 마침내 새로운 땅을 찾았어.”<br>[알겠습니다. 하이퍼 패스 통신 연결을 시도합니다.]<br> <br>메드넨이 하이퍼 패스를 통해 지구를 향해 전파를 쏘아 보내는 사이, 리푸레는 떨리는 턱을 문지르</div> <div>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br> <br>“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br> <br>70년 전 개척시대가 열리며 새삼스럽게 유행을 타게 되었던 과거 어떤 위인의 말. 리푸레는 자신이 </div> <div>언젠가 인생에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눈앞에 닥치면 말할 거라고 다짐했던 그 인용구를 중얼거렸다. </div> <div>그 행성의 푸르름에서 눈을 때지 못하며.<br> <br> <br>==========<br> <br> <br>83년 전, 우주로 뻗어나가며 식민지를 만들어가던 인류는 마침내 고등 지성체를 만나게 되었다. 하</div> <div>지만 거기엔 인류가 기대했던 낭만적인 인사와 화합은 존재하지 않았다. <br> <br>호전적인 원주민들은 월드메이커 85를 향해 자신들이 쏟아 부을 수 있는 가장 악독한 악의를 쏟아냈</div> <div>고, 월드메이커 85는 폭침당하고 말았다.<br> <br>그 비극을 거울삼아, 인류는 화합으로 인해 적이 없어져 멈춰버렸던 병기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div> <div>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크엔젤 시리즈. 인류기술의 정수를 담은 그 소형 전투기는 그 작고 매끈하고 </div> <div>둥그런 모습에 어울리지 않은 엄청난 무력을 발휘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21세기의 지구 정도의 문</div> <div>명수준을 가진 외계인을 상대라면, 10대 정도만으로도 그 별 자체를 갈아엎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div> <div>. <br> <br>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br> <br>알펨은 이를 갈며 머릿속에 비춰지는 경고표시를 살폈다. <br> <br>주엔진은 2분 전쯤에 오버히트로 분리되어 우주로 날아갔고, 13기가와트의 보조동력도 이제 전부 소</div> <div>모되어 정지시간이 카운트되고 있다. 기체에 달려있는 무기들은 모두 탄약이 바닥나거나 에너지가 </div> <div>떨어져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그 외에 중력 조정기능, 통신, 자잘한 수많은 기능들 역시 모두 </div> <div>완전히 파괴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br> <br>[보조동력 상실. 모든 기능이 정지됩니다.]<br> <br>카운트가 0이 되고 AI의 보조기능이 정지되자 망막에 비춰지던 디스플레이가 사라졌다.<br> <br>“이럴 수가……윽!”<br> <br>탄식을 흘릴 틈도 없었다. 동력의 상실로 더 이상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게 된 탓인지 기체가 마구 </div> <div>흔들렸고, 내부 온도 역시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br> <br>[긴급 사출. 비상동력 작동.]<br> <br>더 이상 기체가 탑승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당황해 있는 알펨이 반응하기도 전</div> <div>에 조종석이 그 몸을 단단히 감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강력한 G와 함께 알펨의 몸이 조종석 째로 </div> <div>밖으로 튕겨 나갔다.<br> <br>“으윽!”<br> <br>탈출 캡슐로 변한 조종석은 연소에너지를 뿜어내며 행성을 향해 낙하하려 했다. 순간 온 세상이 빠</div> <div>르게 회전하며 어지러움이 알펨을 덮쳤지만, 그 회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br>불행하게도 그것은 탈출 캡슐의 자세 안정 기능이 발동한 것이 아니었다.<br> <br>“아….”<br> <br>태양의 조각을 때어내 만든 것 같은 거인과 같은 육체. 아니, 그것을 육체라고 부르는 건 어울리지 </div> <div>않을지도 모른다. <br> <br>그들의 모습은 정해져 있지 않고 너무나도 자유롭게 그 모습을 변이시킨다. 알펨이 타고 있는 탈출</div> <div>캡슐을 잡고 있는 그 손이나 알펨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거대한 외눈도 임시로 만들어낸 몸체에 지</div> <div>나지 않을 것이다.<br> <br>바로 몇 시간 전. 테라포밍을 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떠돌던 월드메이커 128는 미지의 우주괴수를 </div> <div>발견했다. 태양과 같은 항성에 둥지를 틀고 있는 그 괴수는 일반적인 생명체와는 달리 그 몸 전체가 </div> <div>고체적인 특성을 띌 수 있는 순수한 에너지로 이뤄져 있었다. <br> <br>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우주괴수는 월드메이커 128를 포착하자마자 공격을 걸어왔고, 월드메이커 </div> <div>128은 순식간에 우주의 먼지가 되었다. 그것은 그 괴수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인류의 적. 섬멸해야 </div> <div>할 맹수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br> <br>지구에서는 곧장 전투기 20기가 하이패스 웨이를 통해 이 항성계로 파견했다. 인류에게 이빨을 드러</div> <div>낸 맹수를 사냥을 위해서였다.<br> <br>“이…더러운 괴수놈!”<br> <br>하지만, 사냥감은 예상외로 너무나 강력했다. 사냥꾼은 사냥에 실패하고 말았다.<br> <br>알펨은 재빨리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에는 10메가와트의 출력의 빔을 쏘아낼 수 있는 레이저</div> <div>건이 들려있었다. 총구를 거대한 외눈을 향해 겨눈 알펨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 흰색 괴수의 뒤를 힐</div> <div>끔거렸다. 원래 월드메이커 128이 안착하려 했던 녹색빛 행성. 그 행성을 배경으로 알펨과 그의 동</div> <div>료들이 타고 있던 전투기 20기가 녹아내린 고철이 되어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었다.<br> <br>“그래, 지금 실컷 즐겨둬라.”<br> <br>탈출 캡슐이 외부부터 녹아갔다. 이미 캡슐의 내부의 온도는 살갗이 타들어갈 것 같았다.<br> <br>대행성용 전투기조차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한 상대에게 이런 개인용 화기는 물총 수준도 되지 못할 </div> <div>것이다. 하지만 알펨은 웃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비틀어내듯 목소리를 흘렸다. 우주공간에서 그</div> <div>들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br> <br>“자만하지마라 외계괴물놈들. 인류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br> <br>이번 출격의 성과는 제로가 아니다. 20기의 AA-SE4로 다섯의 괴수 중 둘은 소멸 시킬 수 있었다. 그</div> <div>리고 그 전투 데이터는 근처에 있던 사령선으로 전송되었을 것이다. <br> <br>적은 무적이 아니다. 어떻게든 죽일 수는 있다면 승기는 이쪽에 있다. <br> <br>241년 전처럼 블루의 세례에 맞서서 이겨낸 그때처럼. <br> <br>“인류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br> <br>흰 불꽃이 캡슐을 휘감았다. 잠시 후 괴수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캡슐을 바라봤다. 녹아내린 철괴</div> <div>처럼 변한 캡슐에는 더 이상 생명활동이 없었다.<br> <br>[괜찮나. 형제?]<br> <br>그때 에너지 시넵스를 울리는 의지가 들려왔다. 그는 거기에 답했다.<br> <br>[나는 괜찮다. 롭코드족은?]<br> <br>뒤쪽에 있던 구체에서 뻗어 나온 에너지가 우주 한쪽을 가리켰다. 우주에 떠있는 금속 쓰레기들 사</div> <div>이의 공간에서 녹색의 부드러운 피부와 두꺼운 나무껍질이 뒤섞여있는 것 같은 작은 존재 수십이, </div> <div>반투명한 날개를 펴고 우주를 활공해 다가오고 있었다.<br> <br>[다친 곳은 없습니까? 롭코드 여왕.]<br> <br>그 말에 한 롭코드 사이에서 머리에 한 쌍의 뿔이 자라있는 개체가 앞으로 나와 반투명한 네 장의 </div> <div>날개를 가볍게 떨었다. 깊은 우주와도 같이 검은 눈동자가 빙글거리며 움직였다. <br> <br>[괜찮습니다. 레파르후므. 저들 중 누구도 행성에 내려오진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어째서 저토록 강</div> <div>력한 힘을 가진 자들과 싸우는 겁니까? 대화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저들 역시 말을 가지고 있는 것 </div> <div>같았습니다만.]<br>[너무나도 급한 상황에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만. 여왕.]<br> <br>레파르후므는 여왕을 향했다.<br> <br>[조금 전 그들이 우리들의 항성계로 찾아왔을 때 우리들은 그들의 뇌파를 읽었습니다. 우리의 생각</div> <div>이 혹시나 잘못되지 않았나 그들의 기계장치 사이에서 흐르는 전파의 흐름을 훔쳐 거기에 담겨있는 </div> <div>기록을 봤습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희망은 없었습니다.]<br>[희망이라니요?]<br>[여왕이여.]<br> <br>잠시 말을 끊듯 의식의 흐름을 멈춘 레파르후므의 시냅스가 육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몸서리치듯</div> <div>이 떨렸다.<br> <br>[저들이 바로 이드입니다.]<br> <br>의지의 전달에 롭코드 여왕의 작은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br> <br>롭코드족에게는 전설이 있었다. 레파르후므의 종족이 아직 시냅스가 있는 생명이 아닌 에너지 덩어</div> <div>리에 불과했을 정도로 아주 머나먼 옛날. 아직 롭코드족이 태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먼 과거에 먼 우</div> <div>주에서 돌덩이가 날아들었다. <br> <br>거기에는 작은 알이 붙어있었다.<br> <br>그 알에서 태어난 것은 아주 작은 벌레. 다른 종족에게 휘두를 발톱도 손톱도 없는 쌀알 만 한 생명</div> <div>체였지만, 그들에게는 희귀한 능력이 있었다. <br> <br>다른 생명체에 파고들어 숙주의 신경중추세포 기관. 즉, 뇌를 흡수해서 의태하는 능력을. <br> <br>[그건 그저 무서운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br>[이드는 자신들이 사실 숙주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기생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들</div> <div>은 그 숙주의 모든 기억과 습성을 그대로 흉내 내어 살아가니까요. 알아차리기도 힘들 뿐더러, 알아</div> <div>차린다고 해도 자신들이 기생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지요.]<br>[어떻게 그걸 그렇게 단언하실 수 있죠?]<br> <br>레파르후므는 옛 기억을 꺼냈다.<br> <br>[은하의 중심에서 태어난 나와 내 형제들이 이 항성계에 정착하기 전 우주를 떠돌 때, 이드에게 잠</div> <div>식당한 샛이라는 종족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별 만큼이나 푸른 피부를 가진 자들이었지</div> <div>요. 그들은 진실을 부정했고,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온 우주를 먹어치울지도 모를 위</div> <div>험을 내버려둘 수 없었기에 그 종족 자체를 멸하는 것으로 이드를 없애려 했습니다. 아니, 멸했다고 </div> <div>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무리가 살아남아서 저 인간이라는 종족이 살고 있는 별로 도망가고 </div> <div>만 것 같군요.]<br>[그렇다면 저 종족은 이미……?]<br> <br>여왕의 날개가 축 늘어지는 것을 보며, 레파르후므는 인간들의 기계에서 읽어낸 기록을 시냅스로 흘</div> <div>렸다.<br> <br>[그대로 공멸했으면 좋았을 것을. 인간은. 아니, 인간에게 들러붙은 이드는 샛에게 붙어있는 이드에</div> <div>게 승리헀고, 그들의 단위로 23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사이 인간은 완전히 잠식당했습니다. 그리</div> <div>고 우리 모두에게 불행하게도. 인간은 샛보다 더 우수한 종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기계에 있</div> <div>는 기록에 의하면 이미 이 은하에서 인간에 의해 이드의 숙주가 되거나 멸망당한 종족의 수는 4125</div> <div>종이나 됩니다.]<br>  <br>여왕의 뇌파에서 느껴지는 공포의 낌새에도 레파르후므는 씁쓸하고 솔직하게 의지를 흘렸다. <br>  <br>[그리고 아마 우리들과 당신들도 그렇게 되겠지요.]<br>[그럴 수가,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br>  <br>이 은하에서 최초로 태어난 항성에서 근원을 찾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레파르후므의 시냅스</div> <div>가 우울한 빛으로 번쩍였다. <br>  <br>[예전 이드의 숙주였던 샛들은 우리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막을 수 있었지</div> <div>요. 하지만 인간은 우리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군요. 여왕. 우리는 결국 그들을 막을 수 없을 것입</div> <div>니다.]<br>  <br>레파르후므는 절망하는 여왕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저 멀리, 은하계의 한쪽을 바라보며 자조하</div> <div>듯 시냅스를 떨었다.<br>  <br>[이제 이 은하는 자신들이 진짜 승자인지도 알지 못하는 자들의 것이 되는군요.]<br>  <br> <br>=================<br>  <br><strong>자작</strong> sf스릴러 단편이라 공포게에 올려봅니다.<br> <br>어색한 단편인데 잘 봐주셨는지들 모르겠습니다.<br> <br>써놓고 보니 대충 a4 15장 정도 나오는군요. 좀 긴데 끊어서 올리기에는 호흡이 안 좋아서 한번에 올려봅니다.<br> <br>모티브는 저번에 꾼 꿈입니다. 지옥같은 행성에 털린 외계인 + 바디스내쳐 같은 느낌이네요.<br> <br>뭐 바디스내쳐류의 sf스릴러야 꽤 흔하기도 하지요. 이런 꿈을 꾼건 근래에 기생수 애니메이션이 방</div> <div>영하기 시작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br> <br>꾸고 막 일어났을때는 되게 섬찟해서 이거 글로 써보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써보니까 구린 느낌이네요. <br> <br>당장 이놈의 저열한 글솜씨는 구제가...</div> <div><br>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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