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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아진곰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1-20
    방문 : 1048회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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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panic_73988
    작성자 : 아진곰
    추천 : 25
    조회수 : 2749
    IP : 222.102.***.150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4/10/29 12:29:06
    http://todayhumor.com/?panic_73988 모바일
    단편] 승리한 자
    ==========
     

    “표정이 왜 그래 병식이?”
    “어? 응?”
     
    고개를 든 병식은 눈앞을 가로막은 알루미늄 캔의 모습에 슬쩍 고개를 뒤로 뺐다.
     
    “행복하지 않은 표정인데.”
    “물론 행복하지. 한슨.”
     
    손을 뻗어 캔을 받아든 병식은 차갑게 식은 캔맥주가 어색한 듯 만지작거렸다. 이런 차가운 맥주를
    만져보는 건 1년 전 자신의 승진파티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별거 아냐. 단지 그냥…….”
     
    적당한 어휘를 찾던 병식은 고개를 흔들며 캔을 땄다. 그리고 20년의 싸움에 빈약할 대로 빈약해진
    군인다운 어휘로 짧게 말했다.
     
    “어색해서 그렇지.”
     
    한슨은 차가운 맥주를 목으로 넘기는 병식을 보며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역
    시 아무 말도 없이 병식의 곁에 앉아 손에 들고 있던 캔맥주를 내밀었다.
     
    “for the human."
    “인류를 위해.”
     
    가볍게 부딪힌 반쯤 빈 캔들이 달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병식은 다시 말없이 저 앞쪽의 연병장에 커다랗게 피어올린 캠프파이어와 그 주위에서 떠들고 노래
    하며 근원을 알 수 없는 춤을 추는 자신의 부하들을 내려다 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을 모습이었다. 하지만 병식은 무기를 내려놓고 무거운 장갑
    복을 벗어놓은 부하들을 나무라지도, 재지하지도 않았다.
     
    “정말 이겼군.”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말이야. 그래. 우리가 이겼지. 좋지 않아?”
    “싫다곤 안했어. 그냥 실감이 안 든다고.”
     
    20년. 정확히는 19년 8개월 5일 18시간만의 일이었다.
     
    인류는 승리했다. 절망스러울 정도로 압도적인 외계의 침략자에게서.
     
    병식의 기억은 막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군대에 입대했던 자신이 훈련소의 일과 중 일요일에 조교의
    눈을 피해 TV를 틀었던 것에서 시작한다. 한창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탓에 그 경기의 결과라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병식은 봤다. 육각형의 넙적한 구조물이 갑작스레 축구장의 하늘에 나타났고. 그것은 카메라를
    넘어 태워버릴 것 같은 빛을 내뿜었다. 병식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있는
    사이, 북괴가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외계종의 공격이 시작됐다.
     
    “사실 나도 실감은 안 들어. 병식. 너도 알잖아. 우리 미군도 개전 첫 번째 날에 대부분 전멸했었
    던 거.”
    “그랬지. 우리도 마찬가지였어.”
     
    가장 아프고 절망적이었던 기억에 병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도 그날 입었던 상처의 흉터가 등에 길게 남아 있었다.
     
    진심으로 싸운다면 그 상대는 외계인뿐이라던 미국의 군대는, 정작 외계인과 마주했을 때 어린아이
    의 손에 들린 장난감처럼 비틀리고, 뜯겨지고, 부서졌다. 그 외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력수
    단도 일순간에 전멸했다. 미군뿐이랴. 지구에 존재하는 인류의 모든 무력은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말
    았다.
     
    대화나 협상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은 외계의 침략자에 의해 지구상의 모든 군대가 순식간에 괴멸
    했다. 겨우 살아남은 인류는 산으로, 바다로, 도시의 폐허로 숨어들었다.
     
    “그렇게 전멸당하고 산에 숨어들어서 같은 인간끼리도 싸웠었는데 말이지.”
    “병식. 너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정말로 인류는 끝났을지도 몰라.”
     
    한슨의 진심어린 치하에 병식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당시에는 그냥 내가 미친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렇게 생생한 예지몽이라니.”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되며 인류가 멸망의 길을 걸어갈 때, 신비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을 대지도 않고 에너지파나 미사일을 막아내고, 공격
    을 미리 예지하기도 했다. 아직 살아남아있는 인류를 감지하는 사람도 있었다.
     
    초능력. 그건 신이 인류를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증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신인류의 등장은 희망이었고, 반격의 불씨였다. 살아남은 해저케이블로 서로의 통신망을 이은 인류
    는 자신들이 당하며 습득한 정보를 교환하고 무너진 군 체계를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남아있는 병
    기들을 긁어모아 외계인에게 반격을 시작했다.
     
    적과 대치하고, 작은 승리를 반복해갈 수록 인류는 적에 대한 정보를 얻어갔다.
     
    외계인이 푸른 피부를 지닌 그레이 같은 모습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수가 의외로 수백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그들의 병사들은 대부분이 인공지능뿐라는 것 등등.
     
    인류는 파괴된 외계인들 무기의 잔해에서 기술을 습득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이용해 철저히 테러를
    펼쳐가며 적을 하나 둘씩 깎아가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대로 멸종하는 게 나을지도 모를 괴롭고 긴,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싸움이
    었지만, 그 싸움은 한 달 전의 총력전에서 피날레를 맞이했다.
     
    연합군의 해커들과 초능력자들은 지상병력의 백업에 힘입어 지구상에 착륙해 있는 외계인들의 워쉽
    들을 해킹하거나 그들 자체를 세뇌했다. 강력한 미사일로 바뀐 워십들은 곧장 위성궤도상에 떠있던
    마더쉽을 향해 날아갔고, 외계인들의 주 병력은 단숨에 잘려나갔다.
     
    그리고 바로 어제, 연합군은 지구상에 외계인들의 잔당들이 모조리 뿌리 뽑혔고, 멸종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공표했다.
     
    하지만, 그 승리에도 불구하고 병식은 불안했다.
     
    “그럼 미국으로 돌아가는 건가? 가족들 데리고?”
     
    어쩐지 말을 돌리는 것 같은 병식의 태도에 한슨은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소리야? 20년 동안 여기서 살았어. 난 이제 여기가 고향이라고. 그보다 병식. 넌 어쩔 샘이
    야? 지금까지 넌 미망인 만들기 싫다면서 결혼도 안했잖아. 여전히 좋은 미래가 안 보이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하는 예지는 단편적인데다가. 그게 무조건 맞는 것도 아니니까 확신할 순 없다고.

     
    병식은 한슨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뭐 그날 이후로는 놈들에게 습격당하는 꿈은 꾼 적이 없긴 하지만.”
    “뭐야, 그럼 놈들한테 당할 일은 없으니까 이제 연예를 해봐도 되겠네, 40살짜리 아저씨가 좋다는
    여자가 있을 지야 모르겠지만.”
    “이 새끼가? 아직 30대 후반이거든?”
     
    한슨과 킬킬거리며 웃던 병식은 문득 손에 들고 있던 맥주캔을 바라봤다.
     
    “술이라도 만들어볼까?”
    “술?”
     
    한슨은 맥주캔을 힐끔거렸다. 병식은 다시 차가둔 맥주를 목으로 넘기며 기억에 남아있는 맛을 떠올
    리기 위해 입을 쩝쩝거렸다.
     
    “그래, 술. 소주 말야. 한슨, 너도 소주 마신지 오래됐지?”
    “아, 그래. 소주. 막걸리도 이젠 만들 수 있겠네? 크, 그거 맛있었는데. 아, 이제 평야를 맘껏 써
    서 쌀농사 지을 수 있잖아? 소주고 막걸리고 하려면 일단 작물부터 키워야지.”
     
    소주를 마지막으로 마신 게 14년 전이었던가. 막걸리는 19년 전이다. 사실상 생존을 중심으로 개편
    된 물자 체제 때문에 음주는 합성맥주라도 감지덕지 했을 정도였다. 귀중한 생 식재는 모두 아이들
    의 몫. 당장 결코 급이 낮지 않은 병식과 한슨 역시 오늘 아침까지 합성 레이션을 먹었을 정도였다.
     
    “농사라.”
     
    병식은 몸을 뒤로 누웠다. 아직까지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두려웠고, 밤의 어둠이 무섭다. 아마
    이 전쟁에서 싸워온 군인들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인류 모두는 크고 작은 PTSD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
    다.
     
    지금은 그 흥분에 모든 것을 잊고 춤추고 있는 캠프파이어 앞의 부하들도 말이다.
     
    “할 수 있을까?”
     
    공통된 적을 잃어버린 인류가 다시 분열되진 않을지, 인류가 한 종을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 수
    를 유지하고 있을지. 그런 건 사실 아무래도 좋다. 오히려 병식은 20년 동안 외계인을 잡는 일 밖에
    하지 않았던 자신이 앞으로 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아닌 자기 개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것이 지금껏 병식의 표정이
    밝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이유였다.
     
    지독하고 길고 긴 싸움이 끝난 후. 찾아온 이 평화는 불안하기까지 했다.
     
    “배워봐야지?”
    “배운다고?”
     
    한슨은 먼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래, 너도 나도 처음부터 총 잘 쐈던거 아니잖아? 병식. 그러니까 다시 배우면 되. 앞으로는 지
    금까지에 비하면 늘어지게 시간도 많을 테니까.”
     
    그건 지나치게 태평한 예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래, 그 말도 맞지.”
     
    병식은 한슨의 말에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별을 바라봤다.
     
    미래는 불안하다. 그렇다고 해도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이 쏟아져 내리던 하늘은 더 이상 두려
    움의 대상이 아니고. 인류는 마음껏 자유롭게 땅을 거닐고 있다. 지금의 인류가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한대의 자유와 평화를 얻었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럼 일단 놀까.”
    “논다고?”
    “그래.”
     
    병식은 20년 전. 타의에 의해 끝내야 했던 청춘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일단 놀아보자고. 20년 동안 못했던 만큼 말이야.”
     
     
    ==========
     
     
    “안녕하십니까. 에미엘 푸메로스”
     
    백색의 탁자 앞에 앉아있던 금발여성은 살짝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탁자 건너편에 떠있는 반중력
    의자를 가리켰다.
     
    “오셨군요. 리 대차.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길까 싶어서 직접 오시는 건 좀 걱정됐었는데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검은수트의 청년. 리 대차는 의자에 가만히 등을 기댔다. 반중력 의자는 그의
    잠깐 출렁였지만 이내 그의 체형과 자세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변했다.
     
    에미엘은 탁자 앞쪽에 떠있는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럼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사실 같은 분을 연속으로 게스트로 모시는 것은 저희 프로그램에
    서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만. 그만큼 저번 회에 하셨던 말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말이기
    도 하겠죠. 대차. 그 의견을 굽힐 생각은 없는 겁니까?”
    “그거야 물론입니다. 이제 슬슬 우리 모두가 인정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대차의 답에 에미엘은 푸른빛이 떠오른 집게손가락으로 공중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건 지금 이 방송국 앞에 있는 인파들의 모습입니다.”
     
    공중에 화면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백발의 노인들과 청년들이 전자 피켓을 들고 조용히 서 있는 모
    습이 비치고 있었다.
     
    “지난 회에 대차가 했던 말에 반발하시는 분들이죠. 그대로 말해보자면… ‘적당한 시련과 스트레
    스는 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그것은 종 단위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인류와 싸웠던 블루는 우
    주의 대의지가 인류를 진화시키기 위해 부여한 시련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대차. 당신의
    이 발언은 지금까지 터부 되어 왔어요. 그건 알고 계시는 거겠죠?”
    “하하.”
     
    곤란한 듯 웃는 대차의 모습에 에미엘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양손의 깍지를 꼈다.
     
    “나도 많은 수의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당돌한 발언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엔 좀 심했다
    고 생각합니다만.”
    “물론 제 발언이 여러분들을 화나게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밖에 계시는 분들처럼 말이
    죠. 하지만 오히려 저분들의 모습이 바로 제 생각을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하는데요?”
     
    에미엘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가볍게 양손을 펼쳐보였다. 그게 어떻게?
     
    그렇기에 대차는 말을 이어갔다.
     
    “에미엘. 생각해봐요.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기스칸과 같은 고대의 정복자들은 힘으로 넓은 땅을 지
    배했을 뿐이고, 불과 50년 전의 미국도 리더 역을 자청했지만 수많은 적이 있었고 거기에 대항하는
    이들도 많았죠. 인류가 지금처럼 완벽하게 행복했던 적이 인류의 역사 중에 있나요? 지금처럼 정신
    적으로 성숙한 적은? 물론 아직 동양계인 내가 성을 앞에 쓰고 당신 같은 서양계는 뒤에 쓰는 차이
    점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이건 그저 과거에서 이어져온 전통일 뿐이죠.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인류는
    지금처럼 국경이나 인종이라는 선을 넘어서 지금처럼 완벽한 연합체를 이룬 적은 없어요. 그래요,
    단언컨대 없습니다.”
    “인류가 하나의 연합을 이뤘기에 블루의 공격이 시련이었다는 건가요?”
     
    대차는 고개를 저으며 에미엘이 띄운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 에미엘. 나는 이곳에 들어올 때 저 가운데를 지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폭력을 휘
    두르지 않았죠. 저 중에서는 저처럼 초능력을 사용할 줄 아는 분도 있었을 거고. 그 분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전 분명 크게 다쳤을 텐데도 말입니다. 저곳에 있는 모든 분들은 그저 자신의 정당한 분노
    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같이 대전쟁 이후로 태어난 세대나 에미엘 당신처럼 대전쟁 중에
    태어난 세대는 물론이고, 대전쟁을 생생히 겪은 저 어르신들조차 그 분노를 완전히 갈무리하고 이성
    적으로 행동할 줄 안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감정을 잃어버린 건 아니죠. 그저 이
    성적으로 행동하고 이타심을 가지고 그걸 제어할 줄 아는 자제심을 가진 겁니다. 진화하고, 성숙해
    졌다는 거지요. 우리 모두가 말입니다. 물론 아직 저처럼 너무나 당돌해서 비교적 싸가지 없는 말을
    버릇없이 내뱉는 경우도 있지만요.”
     
    에미엘은 자신보다 10살 정도 어린 이 20대 후반의 배우의 의견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싸가지 없
    다는 말을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대차가 하는 말은 이 시대에 사는 이들이 모두들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했다.
    인류는 겨우 30년이라는 시간 만에 가루가 되었던 문명을 재건한 것은 물론, 그 되돌아갔던 시간을
    만회할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전후에 인류의 운명에 대한 걱정을 하던 이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불
    식시킬 정도로 말이다.
     
    “그렇군요. 인류가 정신적으로 성숙됐다라.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보죠. 대차. 당신은
    블루의 무엇이 우리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거죠? 초능력 같은 건가요?”
    “아니죠, 블루가 쓰던 에너지 병기에 영향을 받아서 초능력자들이 생겨났다는 말이 있고, 지금은
    작은 초능력이라도 쓸줄 아는 사람이 전 인류의 30%나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전 그런 눈으로
    보이는 힘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닙니다.”
    “힘이 아니라면?”
    “바로 기술이죠. 당장 지금 제가 앉아있는 이 의자나 공중에 떠 있는 카메라. 제가 이곳에 오면서
    사용했던 자율형 자동차. 아, 그리고 30대 중반이신데 아직도 10대 후반의 신체나이를 유지하고 계
    시는 에미엘 당신까지. 만약 블루가 가지고 온 기술이 없었다면. 50년 전의 그 날을 기준으로 우리
    가 자력으로 이런 기술을 가지게 되는데 얼마나 걸렸을까요?”
     
    그 말에 에미엘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20년 전 시술을 받았을 때 효용성이 있을까 반
    신반의했지만 그 효과는 탁월했다. 심지어 대차와 같은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 전쟁에서 직접 싸워왔던 세대들 중에서는 유전자 시술이 부자연스럽다고 받지 않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런 이들은 이제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이미 2073년의 인류는 50년 전과는 이미
    다른 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육체의 취약점을 해결하는 유전자 시술뿐만이 아니다. 인류는 50년 전 지구를 침공했던 외계인들.
    지금에 와서는 간단히 블루라고 부르는 자들이 사용했던 기술을 완벽히 재해석해서 그것을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하고 있기까지 했다. 만약 그들의 본대가 찾아온다고 해도 이번에는 완벽히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50년 전에 말했다면 미래의 어느 날에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성이
    없었던 기술들. 95%효율로 작동하는 태양열 발전기나 휴대용 상온핵융합전지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 사고로 인해 사지를 잃어도 재생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바이오 테크놀러지, 어떤 동물도 희생시키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완벽한 배양기술, 우주에 식민지를 뿌리내릴 수 있는 우주항행의 기
    술까지 손에 얻었다.
     
    “대차. 당신 말대로 우리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블루가 없
    었어도 언젠가는 발견할 수 있었을 기술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몇 백, 몇 천 년이 걸렸을지 알 수 없었겠죠.”“시간이 문제라는 건가요
    ?”
    “그러니까 조금 전에 말했었지요. 우리는 더 높은 수준으로 성숙해졌다고. 작년 1년 동안 전 세계
    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건수를 아십니까? 불과 713건 밖에 발생하지 않았어요. 알겠습니까? 전 세
    계에서 713건이라고요. 인구수는 30년 전의 몇 배로 늘었는데 범죄율은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불행해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에미엘. 이미
    공장에 사람은 없어요. AI들은 우리 생활의 곳곳에 있죠. 이 카메라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50년 전의 과거와는 달리 노동자가 일을 잃고 불행해지거나 누군가가 식사를 거르는 일은 없습니
    다. 왜 그런 걸까요? 초능력같은 힘이 생겨서? 아닙니다. 바로 기술이 분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미엘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술이 분배 되었다?”
    “풍족하고 공평하게 말이죠. 그 기술적인 풍족함을 바탕으로 우린 태어날 때부터 어떠한 어려움 없
    이 교육을 받고, 평생 지원되는 복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멘탈케어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죠.
    그 외에 무슨 일이라고 해도 노력만 한다면 모든 물질적인 풍족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에요. 다
    시 한 번 말하자면 풍족함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부여되는 지금까지 없었던 시대인거죠. 만약 조금
    전 에미엘의 말대로 우리가 블루의 시련을 받지 않고 수백 년에 걸쳐서 조금씩 기술이 발전되어 현
    재에 이르렀다면, 우리가 얻은 기술과 부가 공평하게 모두에게 분배 될 수 있었을까요? 같은 인간끼
    리도 전쟁을 벌였던 그 시대에?”
     
    고개를 끄덕인 에미엘이 짧게 줄였다.
     
    “대차는 결국 우리가 블루라는 적을 통해 공통적인 상처를 가질 수 있었기에 이타적인 생각을 가지
    고 하나로 모일 수 있었고,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그 이타적인 의식과 같이 작용해 모든 인류가 공
    평하게 행복해졌다는 거군요.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를 얻은 인류는 물질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인 면으로 고개를 돌려 더 성숙할 수 있었다?”
    “바로 그거죠. 역시 말을 잘하시는군요. 아, 물론 그 풍족함 때문에 무력감 증후군 같은 게 생기긴
    했지만 이것 역시 과도기에 생긴 한 현상일 뿐이죠. 곧 없어질 겁니다. 어쨌든 우리는 더욱 더 성숙
    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그 사건을 더 이상 터부시하는 대신 받아들여 우리에게 한때
    의 시련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게 저번주에 제가 이 말
    을 했던 이유기도 합니다.”
    “더 높은 곳이라. 동양의 문화인 ‘도’를 말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차. 당신의 의견 그 자체에는 당위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군요. 더불어, 그 의견이 아직 덜
    성숙한 인간으로서 다른 이들의 상처를 자극하는 발언이라는 것도요.”
     
    그 말에 대차는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게 옳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하는 일은 타인을 상처 입히는 잘못된 일이죠. 그날 블루가
    인류에게 저질렀던 일과 마찬가집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비난받아 마땅할 행위라는 것만큼은
    절대로 정당화 할 수 없는 것이겠죠. 솔직히, 제가 이 말을 함으로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고 해도
    전 그 사람을 이해할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사과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런 저의
    의견 역시 하나의 시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는 모두 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로 단단히 뭉쳐야 하죠. 우리는 그럴 수 있습니다.”
     
    대차의 말을 듣던 에미엘은 슬쩍 눈을 깜빡였다. 망각에 새겨져 있는 전자액정이 곧 이 프로그램에
    부여된 시간이 끝나간다는 것을 비춰주고 있었다.
     
    우주까지 진출한 인류도, 아직 시간만큼은 어떻게 할 기술을 손에 넣진 못했다.
     
    “본인이 어떤 말을 하는 것도 자유지만, 거기에 대해 어떤 비난을 듣고 책임을 지는 것도 본인의
    감수해야 할 일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대차는 정말 거기에 딱 맞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게
    매력포인트기도 하겠죠. 대차. 부디 당신의 팬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살해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군요.”
    “가급적이면 저도 그랬으면 좋겠군요.”
    “오늘 직접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뵙도록 하죠.”
     
    그 말에 대차는 매력적인 웃음을 띄우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아침으로는 뭘 드시겠습니까?”
    “글쎄, 오늘 아침은 뭐가 좋을까.”
     
    밝은 빛이 비춰드는 평화로운 방 안에서 리푸레는 눈앞에 떠있는 메뉴를 스크롤했다. 인류 문화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수많은 요리의 목록이 거기에 있었지만 리푸레의 표정은 덤덤했다. 지독한
    지루함이 그 얼굴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 리푸레가 그 목록에서 한 번이라도
    먹어보지 않은 요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리푸레 함장님.”
    “음?”
     
    의미 없이 메뉴를 훑어보던 리푸레는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 아침은 사소하지만 평소와는 달랐다. 탁자의 옆에 서 있는 금발의 여성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서 리푸레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적은 없었다. 단 한번도.
     
    “무슨 일이지? 메드넨.”
    “예외규칙이 발동되었습니다.”
    “예외규칙?”
     
    리푸레는 새삼스레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기에 계
    속 잊고 있었지만, 이 배에는 3개의 예외규칙이 있었다. 메드넨이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인 것은 바
    로 그 예외규칙에 해당하는 사건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머릿속에서 거의 잊혀 지기 직전이었던 예외규칙들을 떠올렸다.
     
    “으음, 복구할 수 없는 고장이 발생했나?”
    “아닙니다. 월드메이커 27의 모든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중이며 선체 컨디션도 안정적인 상태입
    니다.”
    “설마 그럼 사망자라도 생겼다는 소린가?”
    “그것도 아닙니다. 리푸레 함장님을 포함한 총원 100명의 모든 승무원들의 바이탈 사인은 정상이며
    스트레스 지수 역시 문제없습니다.”
     
    그 말에 리푸레의 눈이 커졌다.
     
    떠올랐던 그 두개의 예외규칙이 아니라면, 이제 남은 답은 하나뿐이다.
     
    리푸레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럴수가, 얼마나 걸린거지?”
    “지구 기준으로 19385일 17시간입니다. 탐생정의 탐색 결과 대기의 구성성질이 지구와 92%의 일치
    율을 보이며 지각은 안정되어 있습니다. 지표면과 해수면 아래에는 아직 고등지성에 이르지 못한 토
    착 생명체들이 포착되었습니다.”
    “19385일 17시간 만에 겨우…….”
     
    양 주먹을 불끈 움켜주고 팔을 떨던 리푸레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래도 일단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겠다 메드넨. 내 기상 프로토콜을 실행해.”
    “예, 알겠습니다.”
     
    리푸레가 의자에 등을 기대자 메드넨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
    다. 메드넨뿐만이 아니다. 리푸레의 주변에 있던 빛도, 탁자도, 모든것이 사라졌다.
     
    이제 리푸레는 더 이상 무엇도 볼 수 없었다.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체온이
    나 심장이 뛰는 느낌조차 말이다. 무한하고 깊은 암흑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에 리푸레는 잠시 전율
    했다.
     
    [승무원 번호 No. 001. 리푸레 함장님의 기상 프로토콜을 실행합니다. 육체 재생에는 3분이 소모될
    예정입니다. 침착하게 대기해주십시오. 카운트다운. 1. 2. 3….]
     
    듣거나 보는 것이 아닌 의미 그 자체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리푸레는 머리 한 구석에서 떠오르는
    카운트다운의 숫자를 침착하게 지켜봤다.
     
    103년 전 블루의 세례를 받은 인류가 초광속으로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기술을 얻었을 때, 수광년
    근처의 행성들을 조사한 인류는 새삼스럽게도 어떠한 사실을 뼛속깊이 느꼈다. 이 우주의 수많은 별
    중에서도 지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희귀한 별이라는 것을.
     
    수십 광년 밖으로 나가자 원시적인 생명들이 꿈틀거리는 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했다. 우
    주에 떠있는 식민지를 만들고 태양계의 행성들에 에코스피어형 돔시티를 만든다고 해도, 그건 어디
    까지나 인간이 인위적으로 계속 조정해주지 않으면 언젠간 이상을 일으키고 마는 불완전한 식민지다
    . 인류가 별다른 손을 쓰지 않고 정착하려면 지구와 같은, 마치 쌍둥이와 같은 별이 필요했다.
     
    인류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주는 넓다. 어딘가에는 그런 별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한한 가능성은 인간에게 있어서 한계이기도 했다. 블루에게서 얻어서 개량한 하이퍼 스
    페이스 기술을 이용한다고 해도, 인간은 생활하기 위해 자원을 소모한다. 노쇠는 완전히 제어가 가
    능하긴 해도. 자원의 리사이클과 폐쇄공간에서의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인류는 육체를 가진 존재가 먼 우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가상현실. 일단 전자두뇌에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옮겨 가상공간 안에서 생활하
    게 하고, 나중에 현실에서 육체가 필요할 때는 신체를 재생해서 옮기는 기법이었다.
     
    하지만 그런 처지를 할 경우 초능력자들이 초능력을 잃어버리는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100%
    의 본인을 재생해낸다고 해도 말이다. 게다가 뇌까지 없앴다가 재생한다면 그것이 정말로 본인인 것
    이냐는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뇌와 중추신경만을 보관하는 타협안
    이 나왔다. 그러자 문제는 사라졌다.
     
    그렇게 타협안이 정해지자 나머지 일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전 태양계의 모든 식민지들이 거기에
    동참했다. 우주 어딘가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 인류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원자프린트가 가능한 공작
    기계와 각종 샘플들이 완비된 인류의 파종선. 코드명 월드메이커가 건조되기 시작했다.
     
    40대의 월드메이커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인류의 또 다른 모성이 될 신천지를 찾는데 수십, 수백 년
    이 걸려도 상관없다는 자원자들 역시 수억이 넘도록 모여들었다. 그 중 월드메이커의 승무원이 될
    수 있었던 이들은 4000명뿐. 리푸레는 그 중 한 명이었다. 
     
    [육체재생이 완료되었습니다. 진단 끝.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손끝의 감각마저 느껴지지 않는 어둠 속에서 오래전의 기억 곱씹던 리푸레는 순간 전신에서 느껴지
    는 따뜻한 공기의 감촉에 반사적으로 깊게 숨을 들이켰다. 어느새 전신에 감각이 되돌아와 있었다.
    3분 전과 마찬가지로.
     
    [신경차단 해제. 리푸레 함장님. 눈을 떠주십시오.]
     
    빛이 있으라.
     
    눈을 뜬 리푸레는 눈알을 굴렸다. 배양기는 이미 열려있었다.
     
    배양기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을 딛은 리푸레는 가볍게 양손을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상현
    실 안에 있었고, 지금 이 육체는 막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사실에도 위화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
    다. 근력은 물론 팔과 다리에 난 털 한올한올이나 면도를 한 상태까지 완벽히 그대로였다.
     
    [전신 스캔 결과 신경과 육체의 결합에 이상은 없습니다. 의복을 착용해주십시오.]
     
    리푸레는 옆을 돌아봤다. 캡슐의 바로 옆에서 튀어나온 서랍에는 비닐에 싸여있는 유니폼과 수건이
    들어있었다. 50년 전쯤에 있었던 월드메이커의 진수식때 입어본적이 있는 유니폼이었다. 정작 이 배
    에 탈 때는 통에 들어있는 뇌 상태로 탔기에 이 배의 안에서 실체 육체로 유니폼을 입는 것은 처음
    이었지만.
     
    [뭔가 어색한 점이 느껴지십니까? 리푸레 함장님.]
     
    완벽했다. 원래부터 그가 사용할 수 있었던 약한 염동력도 문제없이 발동하는 것 같았다.
     
    “아니, 없는 것 같군. 그럼 브릿지로 가지.”
    [예, 리푸레 함장님.]
     
    어느새 날아온 이동 플레이트가 준비를 끝낸 리푸레의 옆에 와서 서 있었다.
     
    막 플레이트에 올라서려던 리푸레는 뒤를 돌아봤다. 10개의 배양캡슐의 위쪽에는 백여개의 반투명
    인큐베이터가 있었다. 거기에 들어있는 뇌와 중추신경들. 즉 승무원들을 모두 재생시켜 가상현실에
    서 꺼내는 것은 메드넨의 보고가 정말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된 후여야 했다. 그
    게 함장으로서 리푸레의 임무였다.
     
    리푸레가 이동 플레이트에 올라타 손잡이를 잡자 플레이트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였지만 중력과 관성을 완벽히 컨트롤하는 이동 플레이트는 안전했고, 무엇보다도 빨랐다.
     
    [브릿지에 도착했습니다.]
     
    탑승자들이 없는 브릿지는 살짝 어두웠다.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적이었다.
     
    플레이트에서 살짝 걸어 내려온 리푸레는 가볍게 손가락을 튀겼다.
     
    “메드넨. 브릿지를 행성 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 방호막을 열어. 카메라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으니까.”
    [예, 리푸레 함장님. 함선의 방향 조정. 방호막을 엽니다. 차광실드는 작동하지만, 빛에 주의해주십
    시오.]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월드메이커가 지구에서 떠난 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방호막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방호막이 조금씩 벌어질수록, 허리에 손을 짚고 긴장된 눈으로 외부창을 바라보고
    있던 리푸레의 입이 점점 더 크게 벌려졌다.
     
    “오오오…….”
     
    어두운 브릿지의 안에 온통 푸른빛이 가득했다. 흰색의 안개가 푸른빛과 갈색의 땅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 리푸레의 시신경을 통해 뇌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52년 간 시달려온 갈증과 무기력함이 모두 해소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구를 보고 자란 지구인이라면, 적어도 지구에 뿌리를 두고 있는 태양계 모든 식민지의 인간이라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이 행성은 이전에 한번 스쳐 지나간 74%의 일치율을 보였던 칙칙한 검푸른색
    의 행성과는 그 빛깔 자체가 달랐다. 그야말로 또 다른 지구라 할만 했다.
     
    “메드넨?”
    [예, 리푸레 함장님.]
    “하이퍼 패스 통신을 연결해. 지구에 이 사실을 알린다.”
     
    리푸레는 흥분으로 덜덜 떨리는 자신의 팔을 꽉 잡았다.
     
    “우리는 마침내 새로운 땅을 찾았어.”
    [알겠습니다. 하이퍼 패스 통신 연결을 시도합니다.]
     
    메드넨이 하이퍼 패스를 통해 지구를 향해 전파를 쏘아 보내는 사이, 리푸레는 떨리는 턱을 문지르
    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70년 전 개척시대가 열리며 새삼스럽게 유행을 타게 되었던 과거 어떤 위인의 말. 리푸레는 자신이
    언젠가 인생에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눈앞에 닥치면 말할 거라고 다짐했던 그 인용구를 중얼거렸다.
    그 행성의 푸르름에서 눈을 때지 못하며.
     
     
    ==========
     
     
    83년 전, 우주로 뻗어나가며 식민지를 만들어가던 인류는 마침내 고등 지성체를 만나게 되었다. 하
    지만 거기엔 인류가 기대했던 낭만적인 인사와 화합은 존재하지 않았다.
     
    호전적인 원주민들은 월드메이커 85를 향해 자신들이 쏟아 부을 수 있는 가장 악독한 악의를 쏟아냈
    고, 월드메이커 85는 폭침당하고 말았다.
     
    그 비극을 거울삼아, 인류는 화합으로 인해 적이 없어져 멈춰버렸던 병기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렇게 만들어진 것이 아크엔젤 시리즈. 인류기술의 정수를 담은 그 소형 전투기는 그 작고 매끈하고
    둥그런 모습에 어울리지 않은 엄청난 무력을 발휘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21세기의 지구 정도의 문
    명수준을 가진 외계인을 상대라면, 10대 정도만으로도 그 별 자체를 갈아엎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알펨은 이를 갈며 머릿속에 비춰지는 경고표시를 살폈다.
     
    주엔진은 2분 전쯤에 오버히트로 분리되어 우주로 날아갔고, 13기가와트의 보조동력도 이제 전부 소
    모되어 정지시간이 카운트되고 있다. 기체에 달려있는 무기들은 모두 탄약이 바닥나거나 에너지가
    떨어져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그 외에 중력 조정기능, 통신, 자잘한 수많은 기능들 역시 모두
    완전히 파괴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보조동력 상실. 모든 기능이 정지됩니다.]
     
    카운트가 0이 되고 AI의 보조기능이 정지되자 망막에 비춰지던 디스플레이가 사라졌다.
     
    “이럴 수가……윽!”
     
    탄식을 흘릴 틈도 없었다. 동력의 상실로 더 이상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게 된 탓인지 기체가 마구
    흔들렸고, 내부 온도 역시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긴급 사출. 비상동력 작동.]
     
    더 이상 기체가 탑승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 당황해 있는 알펨이 반응하기도 전
    에 조종석이 그 몸을 단단히 감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강력한 G와 함께 알펨의 몸이 조종석 째로
    밖으로 튕겨 나갔다.
     
    “으윽!”
     
    탈출 캡슐로 변한 조종석은 연소에너지를 뿜어내며 행성을 향해 낙하하려 했다. 순간 온 세상이 빠
    르게 회전하며 어지러움이 알펨을 덮쳤지만, 그 회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탈출 캡슐의 자세 안정 기능이 발동한 것이 아니었다.
     
    “아….”
     
    태양의 조각을 때어내 만든 것 같은 거인과 같은 육체. 아니, 그것을 육체라고 부르는 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모습은 정해져 있지 않고 너무나도 자유롭게 그 모습을 변이시킨다. 알펨이 타고 있는 탈출
    캡슐을 잡고 있는 그 손이나 알펨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거대한 외눈도 임시로 만들어낸 몸체에 지
    나지 않을 것이다.
     
    바로 몇 시간 전. 테라포밍을 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떠돌던 월드메이커 128는 미지의 우주괴수를
    발견했다. 태양과 같은 항성에 둥지를 틀고 있는 그 괴수는 일반적인 생명체와는 달리 그 몸 전체가
    고체적인 특성을 띌 수 있는 순수한 에너지로 이뤄져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우주괴수는 월드메이커 128를 포착하자마자 공격을 걸어왔고, 월드메이커
    128은 순식간에 우주의 먼지가 되었다. 그것은 그 괴수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인류의 적. 섬멸해야
    할 맹수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지구에서는 곧장 전투기 20기가 하이패스 웨이를 통해 이 항성계로 파견했다. 인류에게 이빨을 드러
    낸 맹수를 사냥을 위해서였다.
     
    “이…더러운 괴수놈!”
     
    하지만, 사냥감은 예상외로 너무나 강력했다. 사냥꾼은 사냥에 실패하고 말았다.
     
    알펨은 재빨리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에는 10메가와트의 출력의 빔을 쏘아낼 수 있는 레이저
    건이 들려있었다. 총구를 거대한 외눈을 향해 겨눈 알펨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 흰색 괴수의 뒤를 힐
    끔거렸다. 원래 월드메이커 128이 안착하려 했던 녹색빛 행성. 그 행성을 배경으로 알펨과 그의 동
    료들이 타고 있던 전투기 20기가 녹아내린 고철이 되어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었다.
     
    “그래, 지금 실컷 즐겨둬라.”
     
    탈출 캡슐이 외부부터 녹아갔다. 이미 캡슐의 내부의 온도는 살갗이 타들어갈 것 같았다.
     
    대행성용 전투기조차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한 상대에게 이런 개인용 화기는 물총 수준도 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알펨은 웃었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비틀어내듯 목소리를 흘렸다. 우주공간에서 그
    들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만하지마라 외계괴물놈들. 인류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
     
    이번 출격의 성과는 제로가 아니다. 20기의 AA-SE4로 다섯의 괴수 중 둘은 소멸 시킬 수 있었다. 그
    리고 그 전투 데이터는 근처에 있던 사령선으로 전송되었을 것이다.
     
    적은 무적이 아니다. 어떻게든 죽일 수는 있다면 승기는 이쪽에 있다.
     
    241년 전처럼 블루의 세례에 맞서서 이겨낸 그때처럼.
     
    “인류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
     
    흰 불꽃이 캡슐을 휘감았다. 잠시 후 괴수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캡슐을 바라봤다. 녹아내린 철괴
    처럼 변한 캡슐에는 더 이상 생명활동이 없었다.
     
    [괜찮나. 형제?]
     
    그때 에너지 시넵스를 울리는 의지가 들려왔다. 그는 거기에 답했다.
     
    [나는 괜찮다. 롭코드족은?]
     
    뒤쪽에 있던 구체에서 뻗어 나온 에너지가 우주 한쪽을 가리켰다. 우주에 떠있는 금속 쓰레기들 사
    이의 공간에서 녹색의 부드러운 피부와 두꺼운 나무껍질이 뒤섞여있는 것 같은 작은 존재 수십이,
    반투명한 날개를 펴고 우주를 활공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롭코드 여왕.]
     
    그 말에 한 롭코드 사이에서 머리에 한 쌍의 뿔이 자라있는 개체가 앞으로 나와 반투명한 네 장의
    날개를 가볍게 떨었다. 깊은 우주와도 같이 검은 눈동자가 빙글거리며 움직였다.
     
    [괜찮습니다. 레파르후므. 저들 중 누구도 행성에 내려오진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어째서 저토록 강
    력한 힘을 가진 자들과 싸우는 겁니까? 대화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저들 역시 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만.]
    [너무나도 급한 상황에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만. 여왕.]
     
    레파르후므는 여왕을 향했다.
     
    [조금 전 그들이 우리들의 항성계로 찾아왔을 때 우리들은 그들의 뇌파를 읽었습니다. 우리의 생각
    이 혹시나 잘못되지 않았나 그들의 기계장치 사이에서 흐르는 전파의 흐름을 훔쳐 거기에 담겨있는
    기록을 봤습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희망은 없었습니다.]
    [희망이라니요?]
    [여왕이여.]
     
    잠시 말을 끊듯 의식의 흐름을 멈춘 레파르후므의 시냅스가 육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몸서리치듯
    이 떨렸다.
     
    [저들이 바로 이드입니다.]
     
    의지의 전달에 롭코드 여왕의 작은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롭코드족에게는 전설이 있었다. 레파르후므의 종족이 아직 시냅스가 있는 생명이 아닌 에너지 덩어
    리에 불과했을 정도로 아주 머나먼 옛날. 아직 롭코드족이 태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먼 과거에 먼 우
    주에서 돌덩이가 날아들었다.
     
    거기에는 작은 알이 붙어있었다.
     
    그 알에서 태어난 것은 아주 작은 벌레. 다른 종족에게 휘두를 발톱도 손톱도 없는 쌀알 만 한 생명
    체였지만, 그들에게는 희귀한 능력이 있었다.
     
    다른 생명체에 파고들어 숙주의 신경중추세포 기관. 즉, 뇌를 흡수해서 의태하는 능력을.
     
    [그건 그저 무서운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드는 자신들이 사실 숙주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기생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들
    은 그 숙주의 모든 기억과 습성을 그대로 흉내 내어 살아가니까요. 알아차리기도 힘들 뿐더러, 알아
    차린다고 해도 자신들이 기생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지요.]
    [어떻게 그걸 그렇게 단언하실 수 있죠?]
     
    레파르후므는 옛 기억을 꺼냈다.
     
    [은하의 중심에서 태어난 나와 내 형제들이 이 항성계에 정착하기 전 우주를 떠돌 때, 이드에게 잠
    식당한 샛이라는 종족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별 만큼이나 푸른 피부를 가진 자들이었지
    요. 그들은 진실을 부정했고,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온 우주를 먹어치울지도 모를 위
    험을 내버려둘 수 없었기에 그 종족 자체를 멸하는 것으로 이드를 없애려 했습니다. 아니, 멸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무리가 살아남아서 저 인간이라는 종족이 살고 있는 별로 도망가고
    만 것 같군요.]
    [그렇다면 저 종족은 이미……?]
     
    여왕의 날개가 축 늘어지는 것을 보며, 레파르후므는 인간들의 기계에서 읽어낸 기록을 시냅스로 흘
    렸다.
     
    [그대로 공멸했으면 좋았을 것을. 인간은. 아니, 인간에게 들러붙은 이드는 샛에게 붙어있는 이드에
    게 승리헀고, 그들의 단위로 23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사이 인간은 완전히 잠식당했습니다. 그리
    고 우리 모두에게 불행하게도. 인간은 샛보다 더 우수한 종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기계에 있
    는 기록에 의하면 이미 이 은하에서 인간에 의해 이드의 숙주가 되거나 멸망당한 종족의 수는 4125
    종이나 됩니다.]
     
    여왕의 뇌파에서 느껴지는 공포의 낌새에도 레파르후므는 씁쓸하고 솔직하게 의지를 흘렸다.
     
    [그리고 아마 우리들과 당신들도 그렇게 되겠지요.]
    [그럴 수가,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이 은하에서 최초로 태어난 항성에서 근원을 찾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레파르후므의 시냅스
    가 우울한 빛으로 번쩍였다.
     
    [예전 이드의 숙주였던 샛들은 우리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막을 수 있었지
    요. 하지만 인간은 우리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군요. 여왕. 우리는 결국 그들을 막을 수 없을 것입
    니다.]
     
    레파르후므는 절망하는 여왕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저 멀리, 은하계의 한쪽을 바라보며 자조하
    듯 시냅스를 떨었다.
     
    [이제 이 은하는 자신들이 진짜 승자인지도 알지 못하는 자들의 것이 되는군요.]
     
     
    =================
     
    자작 sf스릴러 단편이라 공포게에 올려봅니다.
     
    어색한 단편인데 잘 봐주셨는지들 모르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대충 a4 15장 정도 나오는군요. 좀 긴데 끊어서 올리기에는 호흡이 안 좋아서 한번에 올려봅니다.
     
    모티브는 저번에 꾼 꿈입니다. 지옥같은 행성에 털린 외계인 + 바디스내쳐 같은 느낌이네요.
     
    뭐 바디스내쳐류의 sf스릴러야 꽤 흔하기도 하지요. 이런 꿈을 꾼건 근래에 기생수 애니메이션이 방
    영하기 시작한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꾸고 막 일어났을때는 되게 섬찟해서 이거 글로 써보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써보니까 구린 느낌이네요.
     
    당장 이놈의 저열한 글솜씨는 구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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