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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2064
    작성자 : 앤생겨요
    추천 : 2
    조회수 : 1568
    IP : 114.71.***.14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8/23 22:46:50
    http://todayhumor.com/?panic_72064 모바일
    [펌] 휴가 중 생긴 일
    [중편] 휴가 중 생긴 일 





    “짜식 남자다워졌네. 시커멓게 타가지고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했던 정민석이 한 말이다. 사실이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남자다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허약한 학생이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들의 귀여움을 받는 그런 학생도 아니었다. 단지 성적은 중간을 웃돌고 있었으며 

    싸움 같은 것도 일절 하지 않아 트러블이라고는 일으킨 적 없는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다. 

    그 정도면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당시 발육이 늦었던 나는 반에서 제일 작은 학생이었다. 

    작은 몸집을 닮아 성격도 내성적이어서 늘 반에서 잘나가는 애들에게 채이기 일쑤였다. 

    ‘빵돌이’ 그들이 나를 부를 때 쓰던 말이었다. 잘나가는 애들이라지만 내가 봤을 때는 

    공부는 안하고 그저 싸움이나 하고 다니는 불량학생이었다. 그 애들은 만만한 나에게 

    쉬는 시간에 매점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나는 맞기 싫어서 묵묵히 빵 따위를 사다줬다. 

    그러한 중학생 시절이 결국은 끝이 나고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 고등학생이 되니 

    다들 생각이 깊어졌는지 그런 심부름을 시키는 애들은 더 이상 없었다. 신기하게도 

    그와 동시에 내 몸은 늦은 발육을 시작했다. 키가 크고 힘이 세졌다. 그와 더불어 

    자신감도 약간씩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단짝친구가 

    민석이다. 민석이는 나보다 공부도 잘했고 운동도 잘했다. 민석이는 170 후반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 나의 키는 170cm를 웃도?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옛날 생각을 하면 

    만족을 한다. 민석이 덕에 스포츠도 좋아하게 되었고 내가 조금은 남자다워지기 시작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고등학생 시절을 끝마칠 무렵 내가 선택한 것은 대학교가 

    아니었다. 바로 해병대였다. 귀신 잡는다는 해병대. 거기를 다녀오면 진정한 남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병대만 제대하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난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군대를 갔고 친구들이 하나 둘 군대에 입대를 하기 시작할 무렵 난 상병이 되어 

    정기휴가를 받아 9박 10일로 바깥 세상에 나온 것이다. 휴가 나와서 민석이를 포함해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거하게 술판을 벌인 것이다. 

    “니들도 얼른 군대 가라. 어차피 갈 거 일찍 갔다 오면 좋잖아.” 

    “가긴 가야지. 네가 해병대 갔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해병대 진짜 그렇게 많이 때려?” 

    “말도 마. 맞는 게 일상이다. 훈련할 때는 안 맞으니까 그게 더 좋다니까.” 

    “자 한 잔 하자. 휴가 나와서 오랜만에 보는 진성이를 위하여!” 

    “위하여!” 

    여기저기서 모여든 맥주잔이 테이블 한 가운데서 쨍하고 명쾌한 소리를 냈다. 그 중에는 

    맥주거품이 튀어나와 안주위에 사뿐히 내려앉기도 했지만 우리 중 누구도 신경을 주지 

    않았다. 이제껏 못했던 잡담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드는 친구들이다. 



    맥주를 물처럼 마셔댔더니 방광에 전해지는 압박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끊길 줄 모르는 오줌발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한참을 그러고 서 있었을까. 오줌발이 

    멎어들고 옷을 추슬러 입고 돌아서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바짝 붙더니 입을 막아버렸다. 

    그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다. 





    그렇게 내가 이곳에 끌려왔나보다. 나의 몸은 침대 위에 눕혀져 있고 사지가 끈으로 

    묶여있다. 움직여 보려 애를 써도 그게 쉽지가 않다. 몸에는 하늘색의 죄수복 같은 

    옷이 아래 위 한 벌로 입혀져 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봤다. 

    정말 감옥처럼 생긴 방이다. 어두침침하고 책상 같은 것이 저기 구석에 놓여 있고 

    또 다른 구석에는 작은 상자 같은 것도 있다. 문 쪽을 애써서 바라봤더니 갈고리 같은 

    손잡이가 보인다. 문의 위쪽에는 창 같은 것이 달려 있어 밖을 내다보고 싶지만 

    무엇이 있는 지는 보이지 않아 짐작하기 어렵다. 한참을 생각 해 봤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여기에 갇혀야 하는 지를. 도저히 답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러고 한 시간 쯤 있었을까. 뚜벅 뚜벅 발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이내 문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끼이익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다시 뚜벅 뚜벅 소리가 들리더니 

    곧 침대 옆에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멈췄다. 사내의 얼굴에는 가면이 덮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다. 도대체 누구일까? 내 옆에 서서 그렇게 나를 바라보던 그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곧 작은 방에 울려 퍼졌다. 

    “준비는 되었나?” 

    “도대체 지금 무슨 준비가 되었냐는 거야?” 

    “그야 물론 게임을 시작할 준비지.” 

    “난 이런 거 할 사람이 아니라고 지금 휴가 나와서 이런 걸...” 

    “신청은 자네가 했잖아.”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컴퓨터로 분명 신청서에 동의를 하고 접수하기를 클릭했을 텐데. 우승자에게는 상금을 

    1000만원을 준다는 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런 것이 있었던가. 있었다. 휴가 나와서 피시방에서 잠깐 게임을 

    하다가 이상한 메시지가 떠서 읽었는데 게임 설치 프로그램 아니면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약관 따위는 읽지도 않고 그냥 막 클릭했을 뿐인데. 

    “뭐? 난 이런 게임 따위 안 할 거야.” 

    “그건 네 선택이 아니지. 게임을 끝내려면 우승하는 수밖에 없어.”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나는 묶여 있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지?” 

    “간단해. 제일 먼저 여기를 빠져 나가면 되는 거야.” 

    “뭐? 이렇게 묶여 있는데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그거야 다 방법이 있지. 이 약이 널 도와줄 거야.” 

    그 남자가 주머니에서 작은 알약 같은 것을 꺼내더니 내 눈앞에서 까딱대 보였다. 

    “자..잠깐만. 누구보다 먼저 여길 빠져나가라는 거지?” 

    “여기 너까지 네 명이 있어. 자 이제 이걸 먹어야 되겠지?” 

    남자는 억지로 코를 막고 내 입을 벌려 약을 집어넣었다. 숨 막힘에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은 입 안 가득 고인 침과 함께 약을 꿀꺽 삼켜버렸다. 

    “이 약을 먹었으니 신기한 일이 벌어질 거야. 기대해도 좋아.” 

    입을 벌려 약이 없음을 확인 한 남자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말하고는 

    다시 문을 열고 나가더니 사라져 버렸다. 뚜벅 뚜벅 일정한 소리를 들고 있으니 

    한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제길 이제 깨어났는데 이게 또 뭐람. 





    얼굴을 덮고 있는 답답함에 불쾌하게 정신이 들었다. 이불 따위는 없었는데 이런 당치도 

    않은 배려로 덮어준 모양이다. 어쨌든 숨 막힘에 몸부림을 쳤는데 손과 발이 움직여졌다. 

    더 이상 묶여있지 않다는 안도감과 함께 나를 덮고 있는 이불에게 짜증이 밀려왔다. 

    손과 발을 이용해서 이불을 걷어내고 걷어냈지만 아직 이불 밑에 깔린 채로 있었다. 

    결국 그것을 다 걷어내고서야 상쾌한 공기를 들이 마실 수 있었다.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공기를 들이마시는 건 오래 지속 되지 않았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 이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들이마시는 공기는 평소와 다름이 없어졌다. 하늘색의 그 무엇. 분명 

    이불은 아니고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난 해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낼 수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내 모습을 보며 이건 분명 내가 입고 있던 옷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일인가. 옷을 걷어내고 주위를 둘러보자 

    내가 침대 위에 있기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침대 귀퉁이에 내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끈도 발견 할 수 있었다. 이 우스운 상황에서 날 더 웃기게 만든 것은 

    내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책이었다. 참 웃기는 일이다. 

    만화책 속에서 신이치는 어떤 자들에 의해서 약을 먹게 되고 초등학생처럼 작아져 

    버린다. 내게 그러한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일이다.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만화책과는 또 다르다. 난 어린이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작아져’ 

    버린 것이다. 그것도 굉장히 작게. 분명 내 모습은 그대로이고 몸길이도 그대로인데 

    침대 한 가운데서 더 이상 몸에 맞지 않게 된 옷 밑에 깔린 축소된 인간이 된 것이다. 

    그 약을 먹고 내가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약을 먹고 도움이 된 것은 일단 내가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문득 그 사내가 말하던 신기한 일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젠장. 이건 신기한 일이 아니라 끔찍한 일이라고! 

    침대 가장자리로 가 보았다. 바닥이 꽤 낮은 곳에 있다. 침대가 이렇게 높게 느껴질 줄이야. 

    하지만 못 뛰어 내릴 정도는 아니었다. 보통의 옷장 위에서 올라간 느낌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사뿐하게 뛰어 내렸다.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 작은 상자였다. 

    -이제 더 이상 작지 않지만.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하다. 그 작았던 방이 이제는 꽤 

    커다란 방이 되어버렸다. 상자가 있는 곳까지 가서 그것을 열어 보았다. 상자 안에는 

    인형들이 들어 있었다. 조그마한 인형들이었겠지만 지금은 나만한 크기의 인형이다. 

    곰 인형이 입고 있는 옷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난방 형식의 윗도리와 고무줄 처리가 

    되어있는 바지. 허름했지만 벗겨서 입고 보니 꽤 입을만했다.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것 

    보다야 낫질 않은가. 그리고 또 보이는 플라스틱 로봇.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그러한 

    로봇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또 무섭게 생겼다. 꼭 손에 들고 있는 칼로 나를 우주괴물로 

    생각하고 단칼에 베어버릴 것 같게만 느껴진다. 칼이 로봇의 손에서 쑥 빠진다. 로봇의 

    손에는 칼자루만한 구멍만이 휑하게 남아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지 꽤 가볍고 

    그나마 날카로운 것이 써먹을 데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름이 꼭 미미일 것만 같은 

    저 여자 인형은 도무지 쓸모가 없을 것 같다. 그 다음으로 시선이 향한 곳은 테이블이다. 

    지금은 내 키의 거의 네 배 쯤은 솟아 있지만 한 번 올라가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상자를 가져다가 밟고 올라가면 될 듯도 싶다. 꽤 무거운 상자를 테이블까지나 밀고 왔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순간 테이블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또 뭐지? 분명 위에 무언가가 있어. 서둘러 올라가봐야겠어. 

    `우우우우웅` 

    저 웅웅거리는 소리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고 있어. 저게 뭘까? 큭, 상자를 놓고도 아직은 

    올라가기에는 높잖아. 안에 로봇까지 꺼내서 밟고 올라가면 될 것 같아. 

    아무리 가벼운 플라스틱이라지만 내 덩치만한 것을 상자 위로 던져 올리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쯤이야 100kg 넘는 고무보트를 울러 메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난 대한민국 해병대 전투상병이라고! 에잇! 고무보트를 울러 메는 기분으로 로봇을 

    상자 위로 던져 올렸다. 상자 위에 로봇을 올리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였다. 

    우선 상자 자체의 높이도 올라가기에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너무 

    시간을 많이 끌었는지 주기적으로 웅웅대던 소리는 멈춰버렸다. 하지만 그 멈춰버린 

    소리는 이 힘든 작업을 포기하기는커녕 더욱 촉진시켰다. 이제는 올라가지 않고는 

    궁금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일단 상자의 윗부분에는 손이 닫는데 힘껏 

    점프를 해서 가슴팍까지만 위에 걸치면 쉽게 올라갈 것 같아. 이정도야 우습지. 

    사단전투연병장에서 각개전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러 장애물을 빠른 시간에 

    통과하는 훈련의 일종이다. 거기서 내 키보다도 높은 담을 넘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담의 폭이 넓으니 이건 담장 위쪽에 전혀 잡을 부분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상황이 그와 똑같다. 다행인 것은 그 담벼락 보다는 상자의 높이가 낮다는 

    것이다. 배 부분이 상자 위에 얹혀 졌고 상자에 기역자 형태로 몸이 걸린 상태가 되었다. 

    이쯤이면 다 올라온 것이다. 오른쪽 다리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상자 위에 올리고는 

    상자 위에 훌쩍 올랐다. 그 짧은 순간이 산 정상을 오르는 것처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막상 상자 위에 올라오니 테이블의 높이가 생각보다 조금 더 높았다. 로봇을 밟고 올라서도 

    손이 테이블까지 닫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거 좀 올라왔다고 숨이 차서 어쩌나하고 

    있는데 로봇머리 옆에서 튀어나온 부분을 발견했다. 그 부분에 올라가면 테이블에 손이 

    쉽게 닫을 것 같다. 로봇은 상자보다 더 불안하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서 올라가려고 하니 

    로봇이 흔들린다. 그래도 로봇의 발이 넓적하게 커서 덜 흔들리는 것이 다행이다. 걱정과는 

    달리 조심해서 올라왔더니 튀어나온 곳에 올라갈 때까지 로봇이 넘어지지 않았다. 이제 

    테이블에 손이 닫는다. 고지가 멀지 않았어. 두 손으로 테이블을 잡고 훌쩍 점프를 해서 

    아까처럼 몸을 걸쳤다. 그러고는 드디어 테이블에 올라섰다. 그 웅웅거리던 소리의 근원이 

    어디였을까 하고 살펴보았다. 빙고. 이거였구나. 내 시선은 폭은 내 어깨넓이에 길이는 내 

    키의 절반정도 되는 직사각형의 물체에 고정되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육면체이다. 높이는 내 머리정도의 크기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물체가 무엇인지 나에게 

    확답을 내려준 것은 윗면에 있는 직사각형의 시커먼 액정과 그 옆에 붙어 있는 몇 개의 

    버튼이었다. 신형 모델 같지는 않은데 슬라이드 폰인 것이 분명하다. 해답이 나왔다. 

    아까 전의 웅웅거리던 소리는 누군가가 이 폰으로 전화를 한 것이다. 아니면 알람이거나. 

    버튼들이 모여 있는 부분의 밑을 힘을 주어 밀었다.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더니 슬며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밀고 나니 저절로 끝까지 미끄러져가고 이내 눈이 부셨다. 

    액정에 화면이 나타난 것이다. 가까이서는 글씨가 너무 커서 알아보기 힘들어서 뒤로 

    물러섰다. 



    부재중 전화 1통 
    11.2.(일) 04:51 PM 
    #82 



    아까의 웅웅대던 소리는 전화의 진동소리가 분명해졌다. 그리고 액정에서 다른 정보를 

    찾으려 시선을 옮겼다. 배터리 모양의 그림에는 마지막 한 칸에만 색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11.2.(일) 05:02 PM 이라는 날짜와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시간이 틀릴 

    수도 있지만 시계도 안 가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믿음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폰 시계는 

    자동으로 설정되니까. 그리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것이 11월1일 토요일이었으니 

    내 생체시계의 흐름상으로도 얼추 맞아 들어가는 시각이었다. 전화가 걸려 온 걸 보니 

    분명 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전화를 걸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제일 먼저 어머니가 

    떠올랐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힘들게 나를 키워오셨다. 

    학창시절에는 왜 그렇게 맞고 들어와서 어머니 속을 썩여 드렸는지. 해병대 입대를 위해 

    부모님 동의서를 받을 때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극구 반대하셨지만 설득에 설득을 해서 

    겨우 동의서를 받아냈었다. 입대 하던 날 어머니는 붉어진 눈시울로 억지로 울음을 참는 

    모습을 보이셨고, 첫 위로휴가 때 살아오면서 제일 심하게 우시는 어머니를 봤었다. 

    그런 어머니를 뒤로 하고서 휴가 첫날과 이튿날을 고작 집에서 보내고 돈을 받아서 

    친구들 만나고 피시방가고 그렇게 휴가를 보냈었다. 종료 버튼을 누르니 초기화면이 

    나타났다. 그 화면을 보고 어머니 전화번호를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신호가 흘러갔다. 

    뚜- 뚜-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전해져 들려온 순간 목이 갑자기 밀가루를 삼킨 듯 

    잠겨버려서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시야가 흐려지더니 볼을 타고 뜨거운 

    액체가 흘러 내렸다. 

    “여보세요?” 

    “...어머니 저예요.” 

    “진성이구나. 왜 이렇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어 그래.” 

    “잘 계시죠? 밖으로만 나돌아 다녀서 죄송해요.” 

    “그래 집에 와라. 친구들 만나고 다니려니 용돈도 부족하지?” 

    “아니에요. 돈은 아직 남았어요. 친구들하고 술 한 잔하고 그러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어서 들어와 언제 들어 올 거니?” 

    “조만간 들어갈게요. 다시 전화 드릴게요.” 

    “응 그래.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따뜻한 데서 자거라.” 

    “네.” 

    `딸깍 띠-띠-띠-` 

    건너편에서 전화를 끊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께 달리 어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부대에서 그렇게 맞으면서 요즘 군대 좋다고 구타하면 영창 가서 아무도 안 때린다고 

    그렇게 늘 말했었는데.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을 드린단 말인가. 손가락으로 

    눈물자국을 닦으며 다시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가야 해! 

    이제 어디에 전화를 걸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 지금 이 상황을 

    경찰이 믿어줄 리가 만무했다. 그리고 지금 위치도 모르는데 신고를 한다고 해서 나를 

    구하러 온다고 기대할 수도 없다. 아니 그 누구라도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나같이 이렇게 조그마한 인간을 어떻게 취급할지 그것이 더 걱정이다. 서커스에 팔려가거나 

    아니면 TV에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그램에 나올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쓸데 

    없는 걱정들도 다 여기를 나가서 해야 할 것들이다. 지금은 탈출에만 신경을 쓰자. 

    경찰도 아니라면 그 다음 목표는 한 군데 밖에 없었다. 머릿속에는 아까 걸려온 부재중 

    통화의 기억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사람과 

    통화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82라... 이 번호로 전화해서 과연 연결이 될까? 아니면 

    다시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려야 하나. 일단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화가 안 걸리면 

    기다려야 하는 것이고, 한 칸 남은 배터리도 그리 오래 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역시 아까 전과 같이 손바닥으로 #, 8, 2 를 눌렀고 액정에도 그 모양이 그대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통화버튼을 꾸-욱 눌렀다. 



    “용케도 전화기까지 도착했나보군.”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어허 그렇게 막 나오면 되나. 내가 전화라도 끊으면 어쩌려고.” 

    맞는 말이었다. 분통이 터지지만 내 목적은 정보를 얻는데 있으니 고분고분 해질 밖에.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알고 있을 텐데. 거기를 나오는 거지.” 

    “이 몸으로 여길 어떻게 빠져나간단 말이야!” 

    “그럼 전화기까지는 어떻게 왔나? 다 방법이 있겠지.” 

    “여기를 못 빠져 나간다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거기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빠져 나와야 할 거야.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니까.” 

    “그렇다면 만약 우승을 못한다면 어떻게 되지? 나머지 세 명은?” 

    “이 게임은 어떻게 본다면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 그 세 명도 아마 무사할 거야.” 

    “우승한다면 약은 주는 거겠지? 원래대로 되돌리는 약 말이야.” 

    “그럴까?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우승 상금 1000만원은 분명 지급 될 거야.” 

    “지금 돈 1000만원이 문제가 아니잖아.” 

    “하지만 거기서 일단 나와야 원래대로 돌아가든지 할 것 아냐. 그것도 제일 먼저.” 

    “분명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했어. 분명히.” 

    “그럼 열심히 해봐.” 

    `딸깍 띠-띠-띠-` 

    전화를 끊는 소리가 그렇게 차갑게 들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 맞는 말이다. 일단 먼저 

    나가고 봐야한다. 가능하다면 제일 먼저. 지금 우승 상금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다. 분명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으니 

    지금으로서는 그 말을 믿는 수밖에는 없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까 전화통화를 

    하면서 봤던 테이블 위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폈다. 그냥 책상에 있는 것들이 하나 둘 

    널브러져 있다. 클립, 자, 고무줄, 밧줄이 묶여 있는 것 같은 실패, 바늘이 있다. 

    생각해 보니까 여기에 있는 것들은 전부 사용하라고 있는 것 같다. 자가 있다는 데서 

    내가 얼마나 작아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자 옆에 누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해서 15cm를 표시하고 있는 자의 길이와 거의 같다. 자는 스틸로 

    되어있어서 꽤 무겁다. 이걸 어디다가 쓸 수 있을까?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힘이 드니까 필요한 건 테이블 밑으로 다 던져야 할 것 같다. 일단 자부터 테이블 밑으로 

    떨어뜨렸다.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클립, 바늘이 꽂혀 있는 실패 

    고무줄 할 것 없이 테이블 위에 있는 건 폰만 빼고 죄다 밑으로 던졌다. 폰을 던질까 하다 

    괜히 떨어져서 망가지면 못 쓸 것 같았다. 이 방에는 충전기도 콘센트도 없어서 충전도 

    불가능하다. 폰 옆에 가서 ok버튼을 눌렀다. 대기모드로 어두워져있던 화면이 다시금 

    밝아진다. 다행히도 아직 배터리는 한 칸을 보여주고 있다. 05:49 PM 이라는 시각 역시 

    보인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배터리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종료버튼을 길게 눌렀다. 

    내려가는 건 올라오는 것에 비하면 아주 쉬웠다. 하지만 곧장 뛰어 내리기에는 꽤 높은 

    높이였으므로 테이블 끝을 잡고 매달려서 상자 위로 사뿐히 떨어지는 방법으로 뛰어내렸다.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 온 것만으로도 큰일을 해낸 것처럼 힘이 스르륵 풀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긴장도 풀리면서 마른 침을 삼켰고, 이내 타들어가는 갈증과 함께 배고픔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이 상태로는 얼마 못 버티겠어.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으니. 일단 

    내 일이 조금 해결되고 나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런 방에 갇혀 있을까? 그 사람들은 각자의 방에서 

    나왔을까? 혹시 벌써 누군가 탈출을 한 것은 아닐까? 한 번 생기기 시작한 의문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만 늘어만 갔다. 그 때였다. 사이렌소리가 문 너머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애애애애애애앵` 

    한동안 사이렌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적막이 이어졌다. 그리고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면 속에서 흘러나오던 그 목소리, 전화기를 타고 들려온 바로 그 목소리였다. 



    “현재 시각 오후 6시. 각자의 방에서 방송을 듣고 있겠지. 게임이 끝날 때 까지 오후 6시에 

    게임진행 상황 및 기타 정보를 방송으로 알려줄 거야. 지금 시점은 네 명의 플레이어와 

    모두 전화통화를 끝마친 상황이다. 네 명의 플레이어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똑같은 

    상황에서 게임을 하게 된다. 방 구조도 같고. 즉, 네 명 모두 테이블까지는 올라섰다는 

    이야기이지. 전화 통화로 중요한 질문을 한 플레이어는 없더군. 일단 체력이 남아 있을 때 

    그 방을 빠져 나와야 할 거야. 방을 나와야 식량과 물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식량은 

    차고 넘치겠지만 물은 아껴야 할 거야. 급수를 차단해서 얼마 안 나올 테니까. 

    식량과 물은 방을 나오면 바로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럼 빠른 게임 진행이 되길 바란다.” 



    전혀 반갑지 않은 방송이다. 기껏 얻은 정보라고는 다른 경쟁자들도 제 할 일 잘하고 

    있다는 것뿐이잖아. 아니 약을 올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탈진이나 아사하기 전에 

    방에서 나오라는 거잖아. 어쨌든 물과 식량이 있다니 다행이다. 우선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부터 궁리를 해야겠어. 갈고리처럼 생긴 문고리에 시선이 향했다. 잠금장치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 가면을 쓴 녀석도 방을 그냥 드나들었던 것 같다. 밖에서 잠글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나가기가 쉽지는 않으니. 

    만약 잠겨있다고 하면 지금 상황에 방을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분명 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을 거야. 이 방에 있는 걸 이용한다면... 

    바닥에 던져둔 것들에게 눈이 향했다. 실패에 감겨져 있는 저 실들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문고리에 다시 한 번 눈이 갔다. 이리로 오라고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듯하다. 

    위로 향해 휘어져 있는 문고리. 이제 문고리가 왜 저렇게 생겨먹었는지 알 것 같다. 

    이 실을 묶어서 밑으로 당기면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가만, 묶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실을 저위로 던져서 걸치기만 하면 돼. 실을 던지려면, 뭔가 무거운 것이 필요하겠지. 

    한 눈에도 무거워 보이는 것이 있다. 클립이다. 실을 묶기에도 딱 좋게 생겨먹었다. 

    보통의 실이라면 머리카락보다 조금 굵은 정도로 가늘겠지만 이 실은 지금 내 머리카락보다 

    훨씬 굵다. 그렇다고는 해도 실은 실이다. 한 가닥의 실로는 문고리를 돌리기에는 힘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될 것 같다. 실의 끝 부분을 찾아다가 클립 안으로 통과를 시켰다. 

    대충 문고리까지의 높이의 두 배는 넘을 정도의 길이로 뽑아낸 뒤에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클립이 있는 곳으로 실패를 들고 갔다. 이런 작업을 여섯 번을 반복을 하니 굵기가 

    제법 굵어졌다. 이 정도면 문고리를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실을 자르지 않아도 

    되겠지만 실패를 계속 들고 다니기 거추장스러워서 꽂혀 있던 바늘을 뽑아서 콕콕 찔러서 

    실을 끊었다. 그러고 보니 바늘귀가 손에 착 감기는 것이 꼭 펜싱 할 때 쓰는 칼 같다. 

    길이는 내 팔 길이보다 조금 짧지만 날카로움만큼은 펜싱 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일단 바늘을 실패에 푹 찔러두고 클립을 들고 일어섰다. 문고리가 최소한 내 키의 

    7배는 높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클립의 실이 통과하지 않은 부분을 잡고 문고리 쪽으로 

    힘껏 던져 올렸다.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실을 달고 잘 오르는가 싶더니 땅으로 다시 

    곤두박질친다. 아까웠다. 조금만 더 세게 던지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다시 한 번. 

    이번에는 문고리를 맞추고서 떨어졌다. 실 뭉텅이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꼭 국수면발처럼 

    난잡해졌다. 실을 잘 정리하고는 문고리를 넘기자는 기분으로 클립을 던졌다. 

    이건 마치 농구선수가 던진 3점 슛이 들어가는지 지켜보는 것 같다. 일단 방향은 맞았고, 

    문고리도 맞추지 않고 넘어섰다. 농구공이 백보드에 바운드되어 골이 되었다. 문고리를 

    넘긴 클립이 문에 부딪히고서 실을 정확하게 문고리에 걸면서 천천히 떨어진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안 그래도 열두 가닥이라서 굵었는데 문고리에 걸리고 내려온 

    실까지 움켜잡으니 무려 스물네 가닥이 되었다. 아무리 실이라지만 스물네 가닥이 되니 

    문고리를 당겨 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두 손으로 실들을 잡고서 체중을 실어서 

    힘껏 당겼다. 고요한 방 안이어서 철컥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문이라는 상대와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몸이 뒤로 젖혀졌지만 적은 쉽게 끌려오지가 

    않았다. 문득 부대에서 했었던 사단 체육대회 연습이 생각났다. 하나의 굵은 줄에 다시 

    여러 줄을 묶어 대대병력이 달라붙어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 그 당시 연습상대는 탱크였다. 

    탱크랑 줄다리기도 했는데 고작 문하나 못 당길까.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최대정지 

    마찰력이라는 친구를 잃고서 무기력하게 나에게로 끌려왔다. 드디어 열었다! 

    밖으로 나가기에는 약간 열린 문 틈 만으로도 충분했다. 힘을 써서 그런지 배고픔이 

    심해졌고 입안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문 밖에서 나를 맞이하는 기다란 복도. 

    주위를 둘러봤지만 문이라고는 내가 나온 이 문 밖에 없었다. 이 복도에는 나밖에 

    없는 건가? 복도도 방안과 마찬가지의 밝기이다. 그러고 보니 특별히 전등이 있는 것은 

    아닌데 적당한 밝기를 유지하고 있다. 천장이 불투명으로 되어있는데 그 위에 전등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전등 스위치 같은 건 안보이던데 그럼 이건 24시간 동안 불이 

    켜져 있다는 소리인가? 저절로 꺼진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복도에 나와서 천장을 

    두리번거리다가 한 쪽은 복도가 막혀 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쪽은 포기하고 

    반대쪽을 바라봤다. 저기 복도 끝 한가운데에 뭔가가 있었다. 펑퍼짐하게 생긴 덩어리. 

    저게 무슨 덩어리일까?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덩어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것이 뭔지 식별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까지 도달했다. 우습게도 그것은 빵이었다. 

    슈퍼마켓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식빵. 바로 앞까지 도달해서 보니 빵의 높이는 내 

    키보다 조금 작다. 전체적인 모양새로 봐서는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작은 

    사이즈의 식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잘려져 있지 않다는 것. 

    허기가 지기는 하지만 목마름의 욕구가 지금은 훨씬 크다. 빵도 있으니 분명 물도 있을 

    것이다. 빵에서 머지않은 곳에서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그래. 난 내 문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문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즐거운 것이 있다. 

    바로 수도꼭지였다. 물이다 물. 물을 마실 수 있어. 마음은 벌써 수도꼭지에 가있었지만 

    몸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 운이 좋게도 수도꼭지가 상당히 낮은 곳에 붙어있다. 가까이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살짝 있는 턱과 시원스레 뚫려있는 배수구를 보고서는 

    이곳에서 대걸레정도를 빨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물을 마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뒤 쪽에서 보기에는 손이 닿을 것도 같았는데 막상 앞에서고 보니 

    키의 두 배 정도의 위치에 수도꼭지가 꼭 공장 폐수를 흘려보내는 파이프처럼 달려있었다. 

    뭔가 밟고 올라설 것이 필요했다. 로봇이 딱 좋을 것 같다. 이미 로봇의 어깨 위까지 

    올라가봤고 상자를 끌고 오기보다는 어서 로봇들 들고 와서 물을 마시고 싶다. 

    로봇을 수도꼭지 옆 벽에 붙이고 배 부분에 튀어나온 부분을 발판삼아 올라섰다. 

    드디어 수도꼭지의 머리 부분이 보인다. 헬리콥터의 날개처럼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 헬기가 나는 것처럼 시원스럽게 돌아라. 폭포수 같은 물맛 좀 보자. 손목 굵기의 

    꼭지를 돌렸지만 쉽사리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제기랄, 망할 청소부가 억세게도 돌려놨네. 

    쉽게 돌아가지가 않아서 양 손으로 밀었다. 그랬더니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곧 물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더 돌릴 필요도 없다. 내 머리 반 정도 크기의 구멍에서 

    조금씩 마시기에 충분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얼른 뛰어내려서 머리를 다 적셔가며 

    양손으로 물을 받아서 정말 소름 돋게 시원한 물을 들이켰다. 물을 한 모금 하고 나자 

    이기적인 내 몸은 다시금 배고픔에 허덕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빵으로 달려가 양손으로 빵 껍질부분부터 뜯어서 먹었다. 껍질부분은 약간 

    말라있어서 안 쪽 부분이 먹기에 훨씬 좋았다. 자동차 한 대만한 빵을 뜯어먹고 있자니 

    모든 상황을 접고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허겁지겁 빵을 먹자니 다시금 

    목이 막혀서 물을 마셨다. 이렇게 기초적인 욕구를 채워주고 나니까 이제 살 것 같다. 

    조금씩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있자니 그 가면의 말이 생각났다. 물은 아껴야 할 

    거라는 그 말. 배도 부르고 노곤했지만 움직여야했다. 식량이라고는 빵 밖에 없는데 

    물이 없으면... 생각하기도 끔찍했다. 또다시 로봇 위에 올라서서 꼭지를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돌려놨다. 그리고는 내려와서 벽에 기대고 앉았다. 잠깐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한 것 같다. 빵에 뚫린 구멍을 보고 있자니 내가 흰개미라도 된 것 

    같다. 내가 흰개미라면 저 빵은 나무겠지. 이렇게 계속 먹어치운다면 빵 한가운데에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는데 눈꺼풀이 탄력을 잃고 자꾸만 

    시야를 가린다. 배가 부르다. 아니 이렇게 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빨리 여기를 나가야...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끼니까지 해결해서 몸이 나태해 진걸까. 이건 갈증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수면욕이다. 내 의지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동공을 반쯤 덮어버린 두 장의 이불을 더 이상 걷어 올리지 못하고 암흑의 세계로 빠지면서 

    벌러덩 누워버렸다. 아늑함이 내 온 몸을 녹이는 듯하다. 



    가로로 가늘고 길게 새어 나오던 빛줄기가 점점 두꺼워 지더니 점차 밝아진다. 

    일정한 밝기의 불투명한 평평한 면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저기 앞에 붙어있다. 

    난 무슨 꿈이라도 꾼 것일까. 하지만 곧 내 주위의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눈을 투과하기 

    시작했고 시신경을 흘러 뇌로 전해진 정보에 의해서 결코 꿈이 아닌 현실임을 직시했다. 

    그대로 잠이 들었었나보다. 다시 의식의 세계로 돌아온 나는 몸을 일으키면서 여전히 

    어제의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주위환경에 괜히 신경질이 났다. 저 빵 덩어리하며 

    수도꼭지 그 옆에 있는 저 로봇까지. 로봇이 서 있는 곳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허리춤에 있는 고무줄을 잡아당겼더니 습했던 사타구니를 서늘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이어서 노란 물줄기가 하수구를 향해 쪼르르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하수구를 보고 있자니 여기로 쥐라도 기어 올라오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엄습한다. 

    하지만 그럴 걱정은 없을 것 같다. 하수구를 막고 있는 철제망은 나도 지나지 못 할 것 

    같다. 추측컨대 쥐가 커봐야 몸길이가 내 키 정도 될 것 같다. 여차하면 페르시아왕자가 

    적을 보고 칼을 꺼내들듯이 바늘을 잡고 쥐를 무찌르는 상황이 연출이 될 수도 있겠다. 

    소변을 다 해결하고는 로봇을 잡아들었다. 다시 방에 가봐야겠다. 일단 폰을 켜서 시간도 

    확인해보고 옆에 저 문을 열려면 내 방 문고리에 걸려있는 실 꾸러미를 회수해야한다. 

    테이블에 올라가는 똑같은 과정이다. 그래도 한 번 했더니 두 번째는 심적으로라도 훨씬 

    수월하다. 밀려 올라가있는 슬라이드 폰이 여전히 그대로 테이블에 눈을 감고 누워있다. 

    짧지만 지속적으로 종료버튼을 누르는 내 손바닥의 압력에 의해서 새카만 화면에 잠에서 

    깨어난다. 폰은 `우우우우웅`하고 온몸을 떨며 기지개를 켜더니 메인화면을 드러낸다. 



    11.3.(월) 08:51 AM 



    어제 내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라지게 오래도 잤나보다. 

    폰을 물끄러미 봤다. 사람은 과학이 발달하는 것만큼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퇴화를 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눈에 앞에 폰이 딱 있는데 -손에 딱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는 아니지만- 

    마땅히 전화를 사용하려니 기억을 더듬는 뇌가 무색할 정도로 기억세포들은 함유하고 

    있는 숫자의 양이 현저하게 적다. 아는 사람들의 전화번호 대부분은 내 폰에 저장되어있다. 

    그것을 애써 외울 필요는 없는지라 기억해 낼 수 있는 번호가 한정이 되어있었다. 

    다행히도 내가 전화를 걸고 싶어 하는 인물과 정확하게 매치되는 한 자리 숫자들의 배열이 

    기억의 수면 위로 살포시 떠올랐다. 순서를 맞춰서 숫자버튼을 눌러대고 마지막으로 

    통화버튼도 잊지 않았다. 액정 위에 위치한 스피커에서 최신 곡으로 들리는 음악이 한동안 

    흘러나오더니 익숙하고 정겨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여보세요?” 

    “어, 민석아. 나야.” 

    “누구세요?” 

    “나 진성이.” 

    “야 너 번호는 왜 이래? 그리고 술 마시다 말도 없이 가 버리고. 전화도 꺼 놓고 말이야.” 

    “그게 사연이 좀 길다.” 

    “진성이 너 무슨 일 있는 거야?”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야 미안한데, 지금 교수님 들어오셨거든. 연락이라도 돼서 다행이다. 수업 끝나고 확인 

    할 테니까 문자 보내. 폰 꺼야 되거든. 연락할게 미안.” 

    그렇게 전화가 뚝 끊겨버렸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일정한 박자의 띠- 띠- 소리가 

    왜 이렇게 킥킥킥 비웃는 소리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폰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갑자기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눈만 껌뻑이고 있다. 액정 상단 구석에 위치한 건전지모양 

    안에 있던 동공이 그렇게 몇 번을 껌뻑이더니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에게 튀려는 불똥을 피해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젠장. 이제 폰도 못쓰는구나. 하긴 민석이한테 얘기를 했대도 민석이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줬을까? 난 그저 친구의 따뜻한 위로랄까 그런 것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난 또다시 고립되었다. 이제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시간도 알 수가 없다. 

    다시 묵묵히 내 할 일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 테이블에서 내려섰다. 난 정말 내 할 일을 

    하려고 했다. 내 장비들을 챙겨서 그 다음 문을 열고 탈출을 향해 조금 더 다가가려고 

    했단 말이다. 그런데 왜 저 미미인지 뭔가가 날 노려보냔 말이다. 근원을 알 수가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하고, 늘어 날대로 늘어난 고무풍선에 계속 주입되는 바람처럼 

    그렇게 노여움이 자꾸만 흘러들었다. 종국에는 풍선이 압력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빵하고 터져버렸다. 

    “이런 썅!” 

    니은자로 가만히 앉아있던 인형을 달려가서 냅다 차버렸다. 그래도 분이 가시질 않았다. 

    실패에 꽂아뒀던 바늘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일자로 누워버린 인형을 양손으로 바늘을 

    잡고 찌르고 또 찔렀다. 안색하나 바뀌지 않고 무표정에 가깝게 쪼개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화가 가실 줄을 몰랐다. 피라도 펑펑 솟았으면 자그마한 죄책감이라도 

    솟았을 것을 이건 나를 전혀 달랠 줄을 몰랐다. 그 차가운 얼굴을 보기 싫어 머리를 잡고 

    180도 홱 돌려버렸다. 그리고 기다란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결국에는 그 머리를 

    몸통에서 쑥 뽑아내서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로 바닥에 힘껏 내동댕이쳤다. 이제 인형은 

    머리 대신에 가느다란 목이 보인다. 이제 진정이 좀 되기 시작하는 듯하다. 이제 인형은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 없는 마네킹이 되었다. 그래 더 이상 화풀이를 할 대상은 

    없어졌어. 그렇게 씩씩대고 있으니 이성을 찾아가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약간씩 

    송이송이 맺혔던 땀방울들이 식어가면서 정신도 돌아오고 약간의 한기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폭력성에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그리 걱정할 것은 없었다. 

    이건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분노를 한 번에 표현한 것뿐이야. 그리고 저건 인형일 뿐인걸.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머리가 산발이 된 인형의 머리를 보니 그제야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분풀이는 제대로 했다. 

    흥분이 가라앉으니까 시장기도 생기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기 시작했다. 

    장비들을 다 짊어지고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빵과 물을 섭취하고는 기운을 차리고 

    작업에 착수했다. 역시나 문을 여는 건 똑같은 과정이다. 뭐든지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법이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솜씨로 문을 열어 젖혔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시리도록 냉랭한 공기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징그럽게 생긴 괴물 녀석도. 



    하지만 그 괴물은 그렇게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대자로 온몸을 펼친 만큼의 

    크기를 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머리 중 한 부분에는 여러 가닥의 기둥들이 붙어있다. 

    그 정도의 거대한 크기로만 본다면 나를 위협하기에 충분하지만 그 놈은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 같은 김이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을 해준다. 저것은 죽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꽁꽁 얼어붙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냉동 된 상태라고는 해도 무엇인지 식별은 충분히 가능하였다. 

    원래는 한 뼘 정도 크기의 문어였겠지. 이걸 지금 식량으로 쓰라고 여기 바닥에 던져둔 

    건가. 설사 그렇다고 해도 과연 저걸 어떻게 먹었을까싶다. 우선 방에 들어가기조차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한 발 내딛은 발을 통해 흡사 타는 것 같은 느낌이 타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불편한줄 못 느꼈던 맨발이 나의 발목을 턱하고 잡았다. 반대쪽 문은 꾀나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이 남극 같은 곳에서 오래 있고 싶지는 않다. 한기를 

    느끼며 들어가려던 문틈을 뒤로 물러나면서 좁혀버렸다. 일단 추위가 문제였다. 냉매가 

    계속 흘러나오는 것 같지는 않지만 방 전체가 아이스박스인 것처럼 냉기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부대에 있을 때 한 번은 강원도 평창으로 설한지훈련을 나가서 이것보다 더 

    극심한 추위 속에서 두 시간 동안 초소에서 근무를 선적도 있다. 물론 방한피복을 

    입었다고는 해도 차가운 바람은 그 두꺼운 옷의 섬유사이로 유유히 뚫고 들어와 나를 

    추위에 떨게 만들었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지금 

    내 몸의 상태이다. 지금의 내 몸으로 체온유지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쥐였다면 

    털로 온 몸을 뒤덮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최대한으로 막고, 심장은 분당 200회가 넘는 

    펌프질로 체온을 올려 동사하지 않게 나를 지켜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다. 

    차가운 냉기가 내 허파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순간 추위가 큰 적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방은 대체 무엇에 쓰는 방이었을까. 아니 그런 것 따위 지금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 가면의 말로는 각자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했어. 이 모든 것이 다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존재하는 건지도 모르지. 이런 식으로 있는 냉동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거야. 그런 생각들은 접어두고 어떻게 최대한 빨리 건너편에 있는 문을 열까하는 

    생각을 했다. 일단 발이 시렸으므로 밟고 올라설 것이 필요했다. 곰 인형이 털이 많은 것이 

    따뜻해 보인다. 곰의 양 쪽 발목을 잘라내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위가 있었으면 

    어렵지 않게 잘라 낼 수 있었겠지만 날카로운 것이라고는 바늘이 다였다. 그렇다고 불가능 

    한 것은 또 아니었다. 바늘로 한 부분을 쿡쿡 뜯어내고 약해지면 로봇의 플라스틱 검으로 

    푹푹 쑤셔대거나 내리쳐서 벌어진 틈을 점점 넓혀갔다. 이 작업은 시간이 꾀나 걸렸다. 

    내 양쪽 발에 곰발바닥 두 개가 장착 되고서야 흐뭇함에 만족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런대로 

    초등학생들이 신는 동물모양의 털신처럼 보였다. 절단된 발목을 통해 삐져나온 솜들은 

    내 몸을 집어넣을 수 있는 조끼가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준비를 끝마치고 

    그 다음 문을 향해 돌진했다. 왠지 옆에 누워 있는 문어가 스르르 녹으면서 흐트러진 

    발 중에 하나를 뻗어 나를 휘감을 것만 같다. 그런 환상은 머리를 휘저어 날려 버리고 

    문을 열었다. 나의 완벽한 준비 덕에 추위는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오히려 과잉준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새로운 문을 넘어서자 이번에는 저기 앞에 

    막다른 벽이 나를 막아섰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벗어던진 채 막혀있는 벽을 향해 

    이건 또 뭐냐는 의구심을 품고 걸어갔다. 다행히도 벽은 막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길은 왼쪽으로 90도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다. 꺾어진 길을 따라 갔더니 또 다시 문이 

    나왔다. 이쯤 되니 문을 열기 위해 실 가닥들을 로프를 매는 것처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똑같은 방이 자꾸만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적당한 거리에 있는 문.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똑같은 문이 나왔다. 얼마나 그랬을까. 똑같은 지루한 작업을 반복하던 

    내 몸은 곧 싫증을 내고 휴식을 요구해왔다. 나는 털썩 주저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여기를 빠져나갈 수는 있는 것일까. 이후의 내 삶은 어떻게 변할까. 근심과 걱정들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그와 동시에 허기도 나를 졸라대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그 동안 지나왔던 똑같은 방을 맨몸으로 계속해서 지나쳤다.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익숙한 사이렌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재 시각 오후 6시. 게임 진행이 상당히 느려. 관람객들이 지루함을 느끼잖아. 

    어서 거기를 빠져나오란 말이야. 카메라는 어디든 있으니 표정관리도 신경 쓰고. 

    진행이 더디니 별다른 특이사항도 없다. 다들 부지런해지라고.” 



    굉장히 짧은 방송이었지만 피를 끓게 만들었다. 그 가면 녀석을 이 상황에 던져 넣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다. 사방을 두리번거려 봐도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나를 

    지켜봤고 또 지켜볼 거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나는 그들의 장난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그럴수록 더 여기서 빠져 나가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래. 지금은 

    얌전히 개가 돼주지.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반드시 어떤 수를 써서라도 꼭 복수를 해주마. 



    마음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는 빵을 뜯었다. 복수를 위해서라도 살고 봐야 했다. 빵에 

    목이 메는 건지 억울함에 목이 메는 건지 어쨌든 물도 마셨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식욕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고 심장을 터질듯이 펌프질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눈앞에 있는 식빵의 두 배 크기는 족히 되어 보인다. 식빵의 크기였다 

    할지라도 난 까무러치기에 충분했을 거다. 용케 기절을 안 하고 이렇게 서 있는 내 자신이 

    약간은 대견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뇌에서는 도망치라고 끊임없이 

    경고 신호를 보내오는데 몸이 말을 듣지가 않았다. 놈의 세로로 찢어진 날카로운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온 몸의 힘줄이 끊겨버린 듯 도무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까 전에 

    내가 쥐라고 잠깐 상상해봐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녀석은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듯하다. 

    섣불리 다가서지는 않는다. 아마 거리를 재고 있겠지. 굳게 다문 저 입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숨겨져 있음은 확인하지 않아도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슬며시 내딛는 저 발에서도 

    섬뜩한 발톱이 튀어나오겠지. 입 주위에 유난히 길게 뻗어있는 수염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양이 앞에 쥐.’라는 말이 역시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 위기 상황에서 문득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어렸을 때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다. 고양이가 얼마나 잘 싸돌아 

    다니는지 답답한 마음에 목에 줄을 묶어 문손잡이에 못 도망가게 매어 놓은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고양이는 묶여 있음에도 어느 새인가 쥐를 붙잡은 것이 아닌가. 쥐가 바보도 

    아니고 거기를 뭣하러가서 잡혔는지 그 당시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이제 알겠다. 

    쥐가 고양이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시커먼 털로 뒤덮인 놈은 

    준비가 완료가 된 듯하다. 뒷다리를 구부렸고 이내 달려들 기세였다.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새카만 고양이가 무서운 기세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동시에 나는 식빵의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한 번은 피했으나 점찍은 먹잇감을 쉽사리 

    놓칠 녀석이 아니었다. 식빵에 바짝 붙어있는 나를 물어 죽이기는 어려워 보였는지 

    발톱을 내민 앞발을 들어 나를 향해 내리쳤다. 간발의 차이로 몸을 굴려 피했고, 놈의 

    발톱은 식빵을 가르면서 덩어리들을 저만치 날려버렸다. 뭐든지 이놈의 고양이를 막을 

    것이 필요했다. 로봇이 눈에 들어왔지만 나를 구해주러 오기는커녕 귀찮다는 듯이 

    벽에 기대어서 구경이나 하고 있었다. 식빵을 양손으로 한껏 떼서 고양이 머리를 향해 

    드로잉을 하듯이 머리 위에서부터 힘껏 던지고는 로봇을 향해 내달았다. 솜뭉치 같은 빵을 

    던져도 아무 타격이 없겠지만 시야를 가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나보다. 로봇에 손이 닿을 

    거리에 도착하자마자 로봇의 양쪽 다리를 잡고서 고양이를 향해 날렸다. 절대 승산이 없어, 

    도망가야 한다. 로봇을 던지고서 -가까이에 있는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고양이 

    가 막고 있는 관계로- 곧장 꾀나 멀리 있는 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녀석은 자신을 향해 날아든 로봇을 피하고 한동안 노려보더니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나에게 다시금 시선이 박혔다. 로봇을 옮긴다고 충분히 열어 놓은 문틈을 지나고 문을 

    닫기 위해 돌아선 순간 미끄러지듯 달려오는 고양이가 벌써 눈앞에 있었다. 문을 닫기에는 

    이미 늦어 보였다.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문 닫는 것은 포기하고 바늘이 

    꽂혀있는 곳으로 달려가 바늘을 뽑아들었다. 오냐. 덤벼라.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 갓 생성한 캐릭터로 보스몹을 잡는 수준이니 게임이 안 된다. 

    이판사판이다. 덤벼드는 고양이를 향해 돌진했다. 놈은 달려들던 속도로 앞발을 들어 

    휘둘렀고 나는 바늘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그대로 깔려버렸다.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놓친 바늘은 저만치 멀어진다. 끝장이다. 이제는 화장을 한다면 한 줌의 재가 될, 

    아니 한 줌에 턱없이 못 미칠 한낱 부스러기가 될 시신조차 수습할 수가 없게 되겠지. 

    내 뼈들은 모두 으스러지고 살점들은 녀석이 깔끔히 발라먹어 아미노산으로 분해가 되어 

    흔적도 없어 사라지겠지. 놈의 머리가 다가온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욱 끔찍하다. 굳게 

    닫혀있던 입이 열리고 코끼리의 상아 같은 크기의 하지만 잘 갈아놓은 칼의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는 이빨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껏 벌어진 턱은 순식간에 그 거리를 좁혔다. 

    눈을 질끈 감고 두려움에 몸부림을 쳤고 바닥에 따악 소리가 날 정도로 손을 부딪쳤다. 

    그리고 사나운 이빨들이 내 몸뚱이를 아주 쉽게도 관통을 해 버렸다. 극도의 공포에 신경이 

    모두 마비가 되어버린 것일까. 하나도 아프지 않다. 고통이 전혀 없다. 아니, 착각이다. 

    손에서 찌릿찌릿한 고통이 팔을 타고 올라온다. 눈을 떴다. 



    세상은 순식간에 밝아졌고, 고양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난 죽어서 지옥에라도 떨어진 건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지옥이다. 제길. 내가 집어 던졌던 

    로봇은 수도꼭지 옆에 그대로 서 있고, 고양이가 난자해놓은 식빵도 내가 파먹은 그대로다. 

    기억을 더듬어 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다가 이런 재수 없는 꿈을 

    꾸게 된 걸까. 현실과 꿈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는 순간이다. 방송을 들었던 기억이 뚜렷이 

    난다. 그리고 여기에 와서 빵을 먹고 물을 마셨다. 그런 다음 잠들었던 건가? 한참을 

    잤는지 피로감은 싹 가셨고 꿈자리와는 영 딴판으로 몸 컨디션은 가벼웠다. 또 다시 

    탈출을 시도해야겠지. 끝도 없이 나오던 똑같은 문이 생각이 났다. 그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이번에는 확실히 끝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한 것은 다 

    가지고 가자. 정말 여기에 다시 돌아올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무조건 여기를 

    벗어나자는 생각으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방으로 들어가서 필요한 것을 물색했다. 

    여기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다 가지고 가야한다. 바늘도 챙기고 

    고무줄도 챙겼다. 그리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미미의 머리에 눈이 갔다.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젠 당분간 먹을 수 있는 식량까지 모두 준비가 완료됐다. 

    속이 텅 빈 미미의 머리를 가져가 물을 가득 채우고 구멍을 꼭꼭 뭉친 솜으로 대충 막았다.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머리를 묶어서 손잡이를 만들었다. 어설프지만 꽤나 무거운 수통이 

    되어버렸다. 빵은 충분한 양을 떼어내서 둘레를 고무줄로 감았다. 그리고 들고 다니기 

    번거로운 바늘은 빵에다 푹 찔러 넣었다. 이젠 정말로 긴 여정을 출발하기만 하면 된다. 



    역시 한참을 왔다. 지루한 방을 계속해서 지나쳤고 실을 걸어둔 문 앞에 드디어 도착했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무슨 소리가 흘러 넘어와서 문에 귀를 대었다. 이건 사람의 목소리다! 



    “이.. 이거 왜 이래요!” 

    “어디서 나타난 놈이냐?” 

    “이러지 마세요.” 

    “묻는 말에 대답해.” 

    “저.. 저쪽 문에서 왔어요.” 

    “거기엔 뭐가 있지?” 

    “제가 갇혀 있던 방이랑 빵과 수도꼭지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방 밖에 없어요.” 

    “네놈도 나를 공격하려 들겠지.” 

    “공격은 그 쪽이...” 

    “닥쳐. 여기 있는 놈들 다 똑같아. 제일 먼저 여길 빠져나가야 할 것 아냐!” 

    “전 이미 포기했어요.” 

    “무슨 소리야?” 

    “전 알고 있다고요.” 

    “이 자식. 너 그게 무슨 소리야?” 

    “꼭 일등이 아니더라도 여길 나가기만 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단 걸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 가면을 쓴 사람과 통화했어요. 전 상금 필요 없어요. 단지 여길 나가고 싶을 뿐이란..” 

    `쿵` 

    “헛소리.” 

    “윽... 이러지 마요. 절 죽이기라도 할 건가요? 사람을 죽이고 원래대로 돌아가서 어쩌려고.” 

    “흥, 너 같이 약한 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제 갈길 가게 놔주세요. 그쪽도 우승하려면 빨리 길을 찾아야 할 것 아녜요.” 

    “이 허벅지에 상처 보이지? 어떤 놈이 날 공격한 거야. 그 녀석은 딴 놈들 해코지를 

    해서라도 제일 먼저 나가고 싶겠지. 그래봐야 소용없어. 그 녀석 그 길로 계속 가 봐야 

    내가 있던 방 밖에 안 나올 테니까.” 

    “둘이 있으면 더 안전할거에요.” 

    “쳇, 언제까지 존댓말 하려고 그래?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같이 갈 거면 말 놓지?” 

    “그.. 그래.” 

    “아깐 미안했다. 난 김민성인데, 이름이 뭐냐?” 

    “난 이민혁이야.” 

    “이쪽 문으로 가야 출구일까? 아니면 저쪽 문일텐데.” 

    “글쎄. 나는 천천히 다 가보려는 생각인데.” 

    “확률은 어차피 반반이야. 이쪽으로 가보자.” 



    어떻게 하지? 저들은 분명 나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저 팀에 합류를 해야 

    하나? 혼자 다니다가 나머지 한 명에게 공격당하는 바에 팀에 합류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일단 들어가 보자. 이제껏 열었던 문들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지만 유난히 문이 

    경쾌하게 열리는 것 느낌이 역력하다. 

    `철컥` 

    문이 열렸고 과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 구조가 눈앞에 펼쳐졌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방 한가운데 자리 잡은 기둥이다. 그리고는 양쪽으로 

    문이 있다. 재빨리 몸을 놀려보지만 아까 전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레이더망에 포착이 

    되지를 않는다. 어느 쪽으로 간 걸까? 문은 양쪽으로 두 개가 있는 줄 알았더니 문 하나는 

    기둥에 가려져 있었다. 이제까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전진만 해오다가 선택의 기로에 서니 

    어떻게 할지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어디로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열려진 문이 있다면 그리로 사람이 갔다는 걸 알 수가 있겠지만 나 말고는 다 문을 닫고 

    다니나보다. 하긴 갑작스레 공격을 당했으니 행동이 조심스러워졌을 법도 하다. 만약 내가 

    공격을 당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겪고 있는 

    상황도 충분히 골치 아픈데 더 이상 복잡한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다시 익숙한 

    작업에 착수를 했다. 문을 열고 또 열고 그리고 걷고 걸으면서 한없이 생각했다. 정말 온갖 

    생각을 다 했다. 이걸 게임이라고 하는 것들은 도대체 뭘까?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지만 

    1000만원이라는 상금은 또 뭘까? 만약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저 그렇게 군대 행군하는 식으로 무작정 걸어가면서 그저 생각한다. 그 땐 이러다보면 

    시간이 흘러 휴가도 나가고 제대도 하겠지 하고 생각이나 했지. 이건 시간이 간다고 해서 

    다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게 한참을 걸으면서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엔 무엇이 

    나올지도 예측이 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였다. 내가 있던 곳과 다를 것이 없다. 저 뜯어 

    먹은 빵도 같고, 뭐 하나 다른 것이 없다. 여기서 식량이나 다시 보충하면 딱 좋겠네. 

    짊어지고 왔던 짐을 대충 풀어 놓았다. 빵에다 바늘도 푹 찔러놓고 물통도 걸었다. 

    여기까지 와서 확인까지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봐야 했다. 혹시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니. 

    이제 여기도 내가 있었던 것처럼 방이 하나 있겠지. 이 안에도 내가 있던 곳과 정말 

    똑같을까? 아, 혹시 정말 장난처럼 여기가 출구라면. 그런 생각들을 품으면서 문을 열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데, 뭔가가 왼쪽에서 덮쳐왔다. 

    “으악!”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오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굴렸다. 그 덕에 상대방도 같이 구른다. 

    감이 딱 왔다. 그 사람이다. 

    “딴 놈이네? 뭐 상관있나. 다 방해물이지.” 

    몸을 일으키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봤는데, 맙소사 손에 바늘이 들려져있다. 저기에 

    찔렸다면 아마 무사하지는 못했을 거다. 제길, 숨고를 틈도 없이 또 달려든다. 

    “정신 차려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거침없이 공격을 한다. 정말 저걸로 날찌를 생각인가? 

    “미쳤어요? 사람 잡겠네.” 

    “뭔 상관이야. 지금 우리가 사람이야? 쥐새끼 한 마리 죽이는 거랑 뭐가 달라?” 

    젠장,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간 모양이다. 도저히 말이 통할 것 같지가 않다. 

    마침 어설프게 찌르는 바늘을 피하고 가까이 달려들었다. 그래 이젠 육탄전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목을 꺾었더니 바늘을 놓친다. 반대쪽 손에 의해 공격당한 

    옆구리가 말썽이다. 숨을 턱하고 막아버린다. 바늘을 다시 집으려는 녀석을 끌어안고서 

    그대로 날았다. 그대로 바닥에 쿵하고 같이 넘어졌고 놈은 그대로 꼼짝을 안했다. 순간 

    휴가 신고를 할 때 주임원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휴가 시 절대 사고치지 말고 특히 술 마실 때 다른 테이블 가서 시비 절대 걸지 말고. 

    민간인이랑 싸우면 군인이 절대 불리한건 다 알잖아?” 

    그래 나도 안다고. 그런데 나보고 어쩌라고.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여기에 있는 것 

    그 자체가 사고 친 거지.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손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떨리던 손이 걱정과 함께 멈췄다. 나도 참 바보 같았다. 왜 죽었다고 

    생각했을까? 뒤통수를 쾅하고 박아서 기절을 했던 모양이다. 숨도 쉬고 아직 심장도 뛴다. 

    순간 안도감에 다리가 풀리려고 했다. 이 사람이 깨어나면 또 골치가 아플 거다. 또 덤비면 

    어쩌나. 아니 이 사람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그래 또 길을 찾으러 가야겠지. 

    식량을 보충하고 짐을 꾸려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한참을 또 그렇게 걸어간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머릿속의 레코드판이 돌아가면서 God의 ‘길’이라는 노래의 화음과 가사가 울려 퍼진다. 

    거창하게 꿈이랄 것도 없이, 여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나의 작은 소망은 이루어질까? 

    `애애애애애애앵` 

    모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온 멜로디가 높은 파장의 불협화음에 의해서 묻어 버렸다. 



    “현재 시각 오후 6시. 플레이어 간에 싸우기가 바쁘군. 후회할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나라면 그럴 시간에 한 시라도 빨리 빠져나가는데 신경을 쏟을 건데 말이야. 

    이렇게 또 게임이 연장이 되어 버렸어. 계속 열심히 해봐.”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고?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는, 과연 자신은 양심의 가책 

    하나 느끼지 않는 걸까? 전혀 후회를 하지 않을까?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람의 탈을 쓰고서 그럴 수 있는 건지.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내가 여기에 끌려오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디에 숨어있건 꼭 찾아내서 일단 얼굴을 후려갈겨 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 모든 일이 전부 다 사실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머님도 찾아 뵈어야하고 

    민석이도 왜 연락이 안 되냐고 걱정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떤 죄를 지었기에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이런 곤욕을 치러야 하는 것일까? 혼자서 무작정 걸으면서 그리고 주기적으로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서, 할 일 없는 뇌에서 피어오르는 끊임없는 궁금증에 관한 해답을 

    물색하는 건 어느 새 이곳에서 가장 흔하게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또 다시 

    기둥이 있는 방에 도착을 했다. 가지 않은 두 개의 문이 남았다. 그냥 그다지 고민해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발 가는대로 오른쪽에 위치한 문을 

    열고 늘 그랬던 것처럼 계속 반복되는 일을 기계적으로 수행했다. 끝에서 무엇을 발견할지 

    이제는 뻔해져 가고 있었지만, 다 알면서 뒤집어 보는 마지막 화투 패처럼 꼭 가는데 까지 

    끝까지 한 번 가 봐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들고 다니던 빵과 물로 허기와 

    갈증을 달래고서 끝을 향해 계속 걸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길은 예상을 깨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역시나 똑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임팩트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나 그렇구나하는 허무함을 훌쩍 떠나보내게 한 것은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두 개의 길쭉한 덩어리였다. 정황을 살펴봤을 때, 아마 정오쯤에 들었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인 것 같았다. 둘이서 다니면 안전하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왜 둘이서 이렇게 

    쓰러져 있는 걸까? 혹시 둘이서 싸우기라도 했을까? 그 결과 이런 비극을 낳았단 말인가. 

    걱정을 한껏 품고서 두 개의 몸 덩어리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두 발을 놀렸다. 




    둘 다 기절을 한 걸까? 가슴팍은 주기적으로 오르내리고 있고 혈색도 좋다. 둘이서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참 의문이다. 어떤 연유로 저 사람들이 저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저들보다 여기서 더 빨리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잠을 자고 있는 토끼를 

    바라보고 지나쳐서 열심히 경주에 임하는 거북이의 마음이 이랬을까? 그네들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이제 목적지는 단 한군데 밖에 없었다. 혼자서 열심히 걸었고, 방을 

    지나쳤다. 기둥이 있는 방에 와서 마지막 하나 남은 문을 열어 젖혔다. 그리고 또 계속해서 

    앞을 향해 전진했다. 피곤함이 가득 몰려왔지만 못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이제까지 어떻게 그렇게 잘 잘 수 있었는지도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 밤쯤 지내지 못할까. 그리고 이제 마지막 문도 지나쳤고, 슬슬 이 게임도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쉽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가서 모든 것을 다 확인 

    하고 나서는 정말 허무함에 치를 떨었다. 어떤 경우에 마지막 화투 패를 뒤집으면 

    예상치 못한 패가 나와서 깽판이 되는 것처럼, 예상과는 다른 뜻밖의 결과를 기다렸었다. 

    결과는 처참하다. 아무리 가봐야 네 군데 방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네 개의 

    방에서 모두 출구를 찾아 떠났겠지. 그런데 마지막에는 서로 다른 방을 찾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왠지 그럴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지만 이렇게 체험을 하고서야 

    내 처지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도대체 출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순간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각자의 방에서 출발해서 한 번씩 왼쪽으로 90도 꺾어서 기둥이 있는 

    방에서 모이는 형태이다. 만(卍)자의 형태로 생긴 전체적인 윤곽이 머릿속에 자리 잡혔다. 

    정확하게 그리자면 히틀러의 나치문양이겠지만 방향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중심이 유난히 

    강조가 되는 문양이다. 퍼뜩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방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던 기둥. 거기가 모든 것의 중심이다. 그 곳에 해답이 있다는 것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실망감에 비활성 상태가 되어 있던 몸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마음은 

    벌써 기둥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그 마음을 쫓기 위해서 몸을 날래게 움직여댔다. 그리고 

    드디어 기둥에 도착했다. 몇 번 씩이나 계속해서 스쳐 지나갔던 기둥. 높다랗게 솟아있는 

    기둥을 끝까지 올려 보았다. 길쭉하게 뻗어있는 기둥이지만 엄청나게 높다란 천장과는 

    맞닿아 있지 않다. 여기에 있으면서 높디높은 천장을 바라볼 기회가 잘 없었던 것이다. 

    귀를 대고 기둥을 두드려 봤을 때 들려오는 소리는 기둥 안이 비어있다는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여기로 가야하는구나.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문손잡이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비쭉 솟아있는 기둥이다.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일단 클립을 구부려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었다. 여러 가닥의 실은 기둥의 길이보다 길게 

    그리고 적당한 숫자의 가닥으로 클립에 연결을 했다. 이제 기둥에 이것을 걸고 등반을 

    하는 것처럼 타고 올라가면 된다. 전봇대 두 개쯤의 높이로 보이는 원통 위까지 클립을 

    날리기 위해서는 팔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던지는 것으로는 문손잡이 높이까지가 딱 

    적당했으니까. 그래서 탄성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빵에 감겨져 있는 고무줄을 빼내어 

    클립을 걸어 힘껏 당긴 뒤에 놓았다. 고무줄의 탄성은 생각보다 셌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클립은 천장에 부딪히고 떨어졌다. 그렇게 천장을 몇 번 부딪힌 클립은 기둥 바로 

    위의 천장에 부딪히고 기둥의 주둥이에 딱 걸렸다. 한 고비 넘었다는 생각에 미미머리를 

    들어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이번에야말로 이것이 출구라고 확신을 했다. 빵과 물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물을 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에 실을 잡고 한 발 한 발 

    기둥을 밟고서 차근차근 올라갔다. 천장이 더 가까워져 옴에 따라 심장의 움직임이 점점 

    바빠졌다. 기둥의 입구를 손으로 잡고 몸을 걸친 뒤에 기둥 안을 내려다보았다. 기둥의 

    아래쪽에는 저 밑에 확실히 바닥이 보였다. 드디어 나간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클립의 갈고리를 살짝 들어서 반대방향으로 건 뒤 실을 끌어 올려 기둥 안으로 떨어뜨렸다. 

    실을 조금씩 내려 잡고 발을 차근히 내딛으면서 그렇게 바닥을 향해 점점 더 다가섰다. 

    바닥에 발이 닫고 다시 한 번 주위를 한 번 스윽 둘러봤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았다. 주변에는 각 모서리에 네 개의 계단과 벽 중간에 하나의 문이 보였다. 그런데 

    층계가 미미네 이층집에나 있을법한 -즉 나조차도 쉽사리 밟게 올라설 수 있는- 것이었다. 

    미미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것 같은 저 검정색문도 이제까지의 문과는 확연히 달랐다. 

    성큼성큼 걸어가서 문손잡이를 슬쩍 돌리면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 곳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출구라고 확실하게 믿었다. 하지만 호기심에 그냥 그 문으로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문 양 옆에 있는 계단 중 하나는 선택해서 올라간다. 계단의 끝은 

    이제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낮은 천장을 향해 있는데 천장에는 문손잡이가 하나 붙어 있다. 



    결국에는 내려와 검정색 문을 당당히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닫으니 문이 하나 저절로 

    더 닫히더니 몸이 무거워지는 듯 하는 느낌과 함께 약간 몸이 휘청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몸 상태가 정상이 되더니 이번에는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가슴에 싸한 감각이 퍼졌다. 

    저절로 닫혔던 문이 열리자 검정색 문은 온데간데없었다. 몇 발자국을 내딛으니 검정색 

    서류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미미용 사이즈이지만 화려하지 않아서 미미가 쓰지 않을 것 

    같은 딱 그런 가방이다. 가방에는 신기하게도 숫자를 돌려서 여는 자물쇠가 달려있다. 

    그리고 또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갑자기 바닥이 덜컥하고 움직이더니 미끄럼틀을 

    타듯이 어둡고 좁은 틈을 한동안 그대로 미끄러졌다. 마지막에는 빛에 눈이 부셔서 한동안 

    주변을 살펴 볼 수가 없었다. 그 빛은 보통 빛이 아니었다. 내가 그토록 애절하게 바라던 

    햇빛이었다. 지금은 낮이구나.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자 쓰레기더미에 묻혀 있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쓰레기통에 노란색으로 적혀있는 119라는 숫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났다. 119라.. 긴급구조 119. 과연 구조대는 나를 구해 낼 수 있을까?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정색 서류가방을 들고서 이상한 세계를 향해 터벅터벅 걸음을 뗐다. 

    얼마나 간절히 바깥세상에 나오고 싶었으면 이런 꿈을 꾸는 걸까? 이번에는 꿈에서 깨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꿈에서 깨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아니 

    어쩌면 꿈에서 깨지 않는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일인지도 몰라. 그런 생각들을 하며 

    목적 없이 방황을 하고 있는데, 좁은 골목길이 끝나고 넓은 길이 펼쳐졌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조금 더 확신을 하게끔 만들었다.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웃긴 점은 그들은 아무런 걱정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자동차도 많이 지나다닌다. 이렇게 작은 사이즈의 자동차가 이렇게 작은 사람을 

    태우고 다닌다. 그 중에 혼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한 명의 젊은 여자에게 시선이 향했다. 

    “저기...” 

    “뭐예요? 참나 아침부터 웬 거지가 꼬인담.” 

    아가씨는 차가운 말을 딱 쏘아붙이고는 가던 길을 그저 걸어간다. 저 여자는 아무런 걱정도 

    없는 걸까? 그런데 그러다가 참으로 아찔한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선글라스를 쓰고 줄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놀란 것은 그 다음에 시선이 향한 

    곳이었다. 줄을 끝에는 개 한 마리가 매어져 그 사람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개 한 마리. 

    고양이보다 훨씬 크지도 않고 그냥 사람보다 작은 개 한 마리. 그 짧은 순간 동안 머리가 

    너무 복잡해졌고 땅에 주저앉았다. 검정색 가방이 바닥에 털썩하고 부딪혔고, 자물쇠에 

    숫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000’이라는 세 자리의 숫자. 문득 눈앞에 번쩍 하는 불빛이 

    느껴졌고, 다이얼을 급한 손놀림으로 마구 돌리기 시작했다. 두 개의 다이얼은 1에 고정을 

    시키고 하나는 9에 위치시켰다. 자물쇠는 굳건했던 팔을 움직여 가방이 열릴 수 있게 

    배려를 해주었다. 가방 안에는 내가 늘 인지하고 있던 사이즈의 만 원짜리 화폐 뭉치가 

    10개가 들어있었다. 그것보다 더 눈이 간 것은 흰 봉투였다. 봉투를 열어 편지 한 장을 

    꺼냈고, 자그마한 글씨가 새하얀 종이 위에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승 상금은 정확하게 1000만원이다. 상금 획득과 더불어 제일먼저 진실을 깨우친 것을 

    축하한다. 사람이란 참 웃기지 않은가. 주위 환경에 의해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단 한 알에 

    불과한 수면제를 먹고 자신이 작아졌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물론 원활한 게임진행을 위해서 

    매일 오후 6시 이후에 공급된 물도 수면제의 일종이었지만. 진실을 조금 더 알려주자면, 

    이번 게임은 어느 돈 많은 사람들의 일종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지. 4명의 플레이어를 두고 

    누가 제일 먼저 세트를 벗어나는가하는 것에다 배팅을 하는 거지. 이제 세상에는 별별의 

    취미를 가진 갑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겠지. 아쉽겠지만 그들을 찾는 건 쉽지가 않을 

    거야. 나도 그들이 누군지 모르는, 단지 게임을 진행하는 사회자일 뿐이니까. 





    머릿속에서 커다란 혼돈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그것은 

    모두 사실이었던 것이다. 다시 생각이 난다. 천장으로 이어져있는 계단을 오르고 천장에 

    있는 문을 열어 올라갔을 때 본 것을. 거기에는 이 모든 것이 출발점이 된 곳이 있었다.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침대, 테이블, 옷장만한 크기의 상자 등 모든 것이 확대된 세계가. 





    얼마나 멍하게 사람들을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거기서 그렇게 주저앉아 있었을까. 

    누추한 차림을 한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그리고 얼굴은 꼬질꼬질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젊은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 됐어 그래.” 

    “네?” 

    “같이 가자고 오늘은 무료배식 해주는 날이야.” 

    “아니 밥 생각은 없어서요. 저기, 아저씨 여기가 어디죠?” 

    “서울 신촌이지 어디긴 어디야. 별 싱거운 놈을 봤나. 아, 배식 늦겠다.” 

    “저기 잠깐만요. 아저씨.” 

    “응?” 

    “오늘이 며칠이죠?” 

    “11월5일. 무료배식 있는 수요일이잖아.” 



    이럴 수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휴가 복귀 날이다. 











    앤생겨요의 꼬릿말입니다
    오온리포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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