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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8854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39
    조회수 : 3390
    IP : 211.36.***.4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4/06/13 03:32:31
    http://todayhumor.com/?panic_68854 모바일
    바보
    이렇게 계속 맞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를 엄습했다.

    계속되는 구타와 괴롭힘을 나는 지금까지는 잘 참아왔으나 점점 심해지는 괴롭힘의 강도에 드디어 나는 살벌한 위협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학기초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뒷자리에 앉아있던 껄렁껄렁해 보이는 녀석들은 내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말로 신경을 긁는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도구까지 사용해가면서 폭력을 휘둘렀다.



    배를 너무 세게 맞아서인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호흡 곤란으로 헉헉대며 쓰러지는 나를 보며 저 악마같은 녀석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새끼 존나 아픈척하네?"

    아픈척이 아니라 정말로 존나게 아팠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숨조차 잘 쉬어지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야야 그만하자 이새끼 진짜 뒤지면 골치아프다"

    악마 무리중에 한놈이 이제 그만하자는 뜻을 내비췄다. 

    "뭐 고아새끼가 뒤져봤자 누가 우리 잡겠냐?"

    저새끼...방금 저 말을 한놈은 악마같은 일진 무리중에서도 제일 막나가는 자식이었다. 나는 제발 저 쓰레기자식이 그냥 가주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 죽으면 힘들어"

    다시 다른놈들이 슬쩍 반대의사를 표했고 결국 그들은 내가 쓰러진 곳에 침을 탁 뱉고는 제 갈길로 가버렸다.

    나는 온몸이 쓰라려 오는 것을 참으며 몸을 일으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항상 걷는 이 가파른 달동네의 계단이 특히나 높아보였다.

    나는 힘겹게 걸음을 옮겨 집으로 들어갔다.

    "어...왜 아프냐? 피난다 너"

    집에 돌아오자 바보가 나를 맞이하였다.

    나는 이 바보가 너무나 싫었다. 이 바보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렇게 맞고 다닐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꺼져 이 병신새끼야"

    나는 내 앞에서 멍청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쪽쪽 빨고있는 바보를 밀치고 방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자리에 눕자 다시 고통이 느껴졌으나 상관없었다. 서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말이다.
     
    저 바보는 내 친형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났는데 형이 빠져나오지 못했고 형을 구하려 다시 불 속으로 들어갔던 부모님은 집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났다.

    형이라는 이 인간은 그날 이후 완전히 바보가 되어버렸고 가뜩이나 어렸던 나에게는 짐만 될 뿐이었다.

    그래도 나에게 남은 가족은 이 병신 하나로  어쩔 수 없이 나는 형과 함께 살게되었다. 

    그나마 좋은 점은 형의 장애로 인해 우리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 조금 늘었다는 정도였다. 

    형은 여전히 문 앞에서 손가락을 빨며 누워있는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깨워"

    나는 형에게 명령조로 말하고 눈음 감았다.

    항상 이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학교에서 나오는 점심밥이 나의 유일한 끼니였고 형은 옆집 아주머니가 가져다 주시는 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나는 이 구질구질한 인생이 너무나 싫었다. 형도 없고 나를 괴롭히는 악마같은 녀석들이 없는 곳에서 혼자 새롭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인생은 변화를 맞이했다. 더욱 나쁜 쪽으로...

    악마무리중 한놈이 내 집을 알아내 쳐들어 온 것이었다.

    그리고 모자란 형과 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자식들은 우리집에 눌러앉아 지내기 시작했고 그날부터 나는 지옥속에 살게 되었다.

    "야 병신아!"

    "응? 나 병신아니다...."

    악마들이 우리집에  눌러앉은 이후 나뿐 아니라 형도 놈들의 타겟이 되었다.

    놈들은 줄기차게 괴롭히던 나보다 새롭고 모자란 형을 괴롭히는 것이 더 재미있었는지 형을 못살게 굴었다.

    형은 항상 얻어 터지고 두들겨 맞으면서도 놈들에게 잘도 대들었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로 다가왔던 모양이었다.

    나는 끔찍하게도 형이 대신 괴롭힘을 당하자 다행이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그들과의 동거가 어느정도 익숙해 졌을 때 사고가 터졌다.

    나는 그동안 놈들의 관심이 나에게서 멀어졌었기 때문이었는지 녀석들에게 반항을 했는데, 그러자 놈들은 나를 교육시켜야겠다면서 부엌칼을 들이밀었다.  

    그때의 녀석들의 눈깔은 정말로 악의에 가득차있었고 나는 정말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식은 땀이 등을 축축히 적셨고 겁에 질린 나는 뒷걸음질치며 녀석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갑자기 악마무리의 대장격인 놈이 나에게 칼을 휘둘렀다. 

    "악!"

    나는 눈을 감고 비명을 내질렀으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살짝 떠 앞을 보니 형이 내 앞을 가로막고 울상이 된 채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형.....?"

    "으..아..아프다"

    그말을 끝으로 형이 쓰러져내렸다.

    악마새끼들은 그 광경을 보면서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듯 비아냥거리며 웃고있었다.

    "병신들이 육갑을 떤다 아주"

    그 말에 순간적으로 눈깔이 핑 돌았다.

    나는 칼을 든 놈에게 달려들었고 그놈과 함께 방바닥을 나뒹굴며 주먹을 날려댔다.

    그러나 나로서는 힘세고 큰 그자식을 이길수 없었고 결국 나는 흥분한 악마무리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

    "이 씨발 벌레같은 새끼가 어딜 기어올라?!"

    "이 씹새끼 그냥 죽여!"

    놈들이 나에게 다시 칼을 찔러왔다.

    나는 너무 맞아 정신이 없었고 그저 멍청히 칼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하..하지마!"

    어느새 형이 다시 일어나 칼을 빼앗으려 덤벼들었다.

    "이 씨벌 병신새끼들이 아주 쌍으로 지랄이네"



    형은 덤벼든 본전도 못찾고 다시 칼에 찔렸다.

    푹푹푹

    놈들은 아주 형을 죽이려는 듯이 무자비하게 칼을 찔러댔다.

    "야...너무 많이 찌른거 아냐?"

    "씨발 알게뭐야 뒈지라고 찌른건데"

    악마 무리들은 지들 대장이 진짜로 사람을 죽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하얗게 질린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것도 마저 죽이고 묻으면 되"

    악마대장이 그렇게 말하며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깔을 치켜뜨며 나에게 다가왔다.

    다른 놈들도 독하게 마음먹었는지 눈을 희번뜩이며 천천히 다가왔다.

    벌을 받는거다 형에게 막대해서 형이 대신 괴롭힘 당할때 안심해서 내가 벌을 받는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조용히 나에게 내려질 처벌을 기다렸다.

    "어?!"

    눈을 감고 있는 내 귀에 놈들이 당황해서 놀라는 소리가 들렸고 눈을 뜨자 상황이 들어왔다.

    악마무리 4 놈중 한놈은 목이 꺽인 채 널브러져 있었고 두놈은 바닥에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다.

    칼을 든 녀석은 형에게 목을 잡힌해 허공에 떠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칼로 형의 머리를 푹푹 찍어댔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데다가 계속해서 칼에 찔리면서도 형은 꾿꾿히 서서 목을 조르고 있었다.

    결국 목을 잡힌 악마대장이 축 늘어져 칼을 바닥에 떨구었을 때에도 형은 그상태로 굳어진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나를 찾아온 경찰의 말에 의하면 오줌을 지리고 기절했던 두놈은 충격이 커서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나머지 둘은 그대로 죽었다고 했다.

    특히 악마대장은 형의 손에 목이 졸린채 죽었는데 형의 손을 풀 수가 없어서 형의 손가락을 잘라낸 후에서야 두 시신을 분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했다.

    경찰이 떠나고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형은 언제까지 살아있었을까...

    바보라서 자기가 죽은지도 모르고 나를 구하려고 움직였던 것일까?  

    그토록 싫어했던 바보형인데...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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