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해드릴 얘기는 제가 2002년도에 필리핀 세부에 가서 겪은 일입니다.
2001년도에 결혼을 하고 그 이듬해 집사람과 여름휴가를 계획하던 중,
이왕 여름휴가를 보낼 것 같으면 해외로 한 번 떠보자고 마음먹어 필리핀 세부섬으로
여행 계획을 잡았습니다.
드디어 여름 휴가 날!
들 뜬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필리핀에 도착!
휴가 간다고 오신 지름신님의 부름에 응답하여 질러주신 디카로 무장하고,
썬크림으로 도배를 해 주신 후, 가벼운 차림으로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가이드를 만나고, 일행을 보니 우리 포함 네 커플... 다들 또래이고 해서 금방 친해졌습니다.
게다가 가이드까지 또래라 아홉명은 규정에도 없이 싸게, 재미있게 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숙소가 우리 제외 세 커플은 같은 호텔(1급, 정말 1급 수준임)이었고,
저와 집사람만 바로 옆에 있는 1급 호텔(3급 호텔 수준... 썩을...) 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텔 프런트 및 옆 호텔과 가장 가까운 동이라 자주 모여 놀 수 있겠다 싶어
위안이 되었습니다.
4박 5일 일정으로 가서 낮에는 바닷가에서 호핑투어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고,
호텔에 있는 수영장에서 놀기도 하면서 재미있는 일정을 보냈었죠.
그런데, 문제는 밤... 밤만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다.
우리가 묵은 방은 이상하게도 벽장 안쪽에 성경책 찢은 것으로 도배를 해 놓았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왜 이럴까 생각도 해봤지만, 금새 잊어버리고 말았죠.
그리고, 잠을 자는데 머리맡이 축축해서 눈을 떠 보면 머리맡에 벽에서부터 흐른 물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분명 에어컨은 침대 반대쪽, 발쪽에 있는 벽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욕실에 있는 샤워기가 낮엔 잘 나오다가도 밤만 되면 나오질 않고...
프런트에 짧은 영어로 물어보면 단수는 아니라 하고... 수리공이 와서 돌려보면 잘만 나오고...
흐음... 벽에도 이상은 없다 하고...
그 땐 그러려니 하고 무시했었습니다.
문제는, 오기 전날 밤...
그 날 여행지가 옛 2차대전 때 일본군이 필리핀 사람들을 가둬 놓고, 사형시키고 했던 장소라고 하더라구요...
그 곳에 가면 사형나무라고 있는데, 그 나무 있는데서 사람들을 총살하고, 교수형을 하고 그랬다 합니다.
한국 남자 다섯 명이서 이런 나쁜 X발이 시키들, 열여덟 자식들 그러면서 광분하고 돌던 중,
가이드가 반지하실 같은 곳을 보여주면서, 저 곳이 보이는 쪽(감옥 마당 쪽)은 입구로 쓰였고,
반대쪽(바닷가 쪽)은 출구로 쓰였다며 얘기를 해주는데,
그 출구로는 살아 있는 사람이 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분위기를 잡는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했는가 하면, 입구 쪽에서 출구 쪽은 약간 심할 정도의 경사가 져 있는데, 밀물이 되면
감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익사를 하게 되고, 그럼 출구를 열어 밀물에 사람들이 떠 내려가게 했다...
그렇게 설명을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오싹해 있던 일행...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심령 현상으로 유명한 ORB가 찍혀 있더군요.
(사진은 집사람한테 있냐고 물으니 못찾겠다 하더군요. 아깝게... 계속 찾아보겠음)
그리고 필리핀 사랑의 종인가? 하는데도 가고,
숙소에 맥주 잔뜩 사들고 와서 가이드랑 9명이서 해변에서 신나게 퍼 마시고 다들 잠자리에 들기 위해 헤어졌습니다.
피곤에 쩔어 침대에 누워 잠이 들락말락 하던 중, 오자마자 샤워하고 꼭 잠궈 놓은 샤워기가 갑자기 물을 쏟아 내는 겁니다.
깜짝 놀라서 물을 잠그고 다시 침대로 오니, 에어컨 탓인지 한기가 오싹하게 느껴지더군요.
뭔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출입문 반대쪽 창 밖에 하얀 것이 휙 하고 지나갑니다.
꼴에 남자라고 마누라한테는 말도 못하고 긴장 모드로 변신했습니다.
마누라는 코를 골면서 잠이 들었군요.
갑자기, 출입문 쪽에서 뭔가가 문을 다닥다닥 거리고 있습니다.
뭘까 하고 긴장감+공포감이 더해 지지만, 감히 문을 열 수가 없더군요.
켜 놓은 TV에서는 아리랑 TV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신호가 끊기면서 치지직 거립니다.
마누라 잠 설칠까봐 화장실쪽 불만 켜 놓은 상태인데, 화장실 쪽에서 엷은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환장하겠더군요... 그래도 남자라고 눈으로 확인하고자 가 봤지만, 예상대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시 침대로 와서 조용히 누워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가스펠송도 불러보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을 했었죠.
다행이 별반 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아 아침을 먹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숙소 앞에 나방이나 기타 다른 곤충들이 잔뜩 죽어 있는 겁니다. 것도 우리 숙소 앞에서만요...
그럼... 어제 그 다닥다닥 소리는 이 벌레들이 문을 두들기면서 났던 소리였단 말이네요...
좋아... 이 문제는 그렇다 치고, 머리맡의 물은? 그리고 제가 어제 봤던 옅은 그림자는? 갑자기 신호가 끊긴 TV는?
좀 켕기는 마음을 뒤로 하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가이드를 만났습니다.
가이드를 만나 공항으로 가고, 가기 전에 통성명이나 하자고 졸라 이름하고 이메일 알아내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면서 물어봤습니다. 사실... 숙소에 있으면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그렇게 말을 하니, 가이드의 표정이 영... 안좋더라구요...
그러다가, 망설이다 말을 해 주더라구요...
“사실, 맞는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들은 얘긴데요... 형님네가 주무신 방이 옛날 이창훈씨가 필리핀 괴담 얘기한 그 방이래요...
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진짜였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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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역시 허접... ^^;
암튼, 재미있는 추억 중에 하나였죠...
그 때 당시 필리핀에서 가이드 하던 필리핀 이름 토토(한국 이름 X현씨~) 진짜 혹시 레알 이 글 보면 댓글이라도 달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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