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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환상괴담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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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 6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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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65081
    작성자 : 환상괴담
    추천 : 55
    조회수 : 6280
    IP : 210.90.***.248
    댓글 : 16개
    등록시간 : 2014/03/02 05:02:41
    http://todayhumor.com/?panic_65081 모바일
    [환상괴담 시리즈 시즌2] 가짜꽃
    <div> " 오랜만이야, 한 번 보는게 쉬운 일이 아니야 정말. "</div> <div>" 그러게. 좀 자주 얼굴 보고 하면 좋겠지만 사실 우리 나이는 이제 가족한테 매달려야지. "</div> <div> </div> <div>동창 여럿이 모여 그간의 길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div> <div>가장 최근에 모였을 때와 하는 이야기도 비슷하고 모인 사람도 비슷하지만, </div> <div>어느새 흰머리가 많이 늘어난 모습은 지난 세월을 대신 말해주는 듯 했다.</div> <div>술잔이 여러 번 오가자 처음의 들뜬 분위기는 조금 덜해졌지만 대신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던 저마다의 이야기가 깔리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 참 얘기 들어보니 또 배우게 되네. 진작에 알았다면 좋았을걸. "</div> <div>" 모이니까 좋다. 그나저나.. 혜리는 어떻게 지낼까? "</div> <div> </div> <div>오고가는 말 속에 누군가 툭하니 내뱉은 말이 분위기를 순간 차갑게 얼렸다.</div> <div> </div> <div>" 혜리..? "</div> <div>" 다 지난 이야기를 왜.. "</div> <div> </div> <div>" 니들은 안 궁금하냐. 난 가끔 생각나더라. "</div> <div> </div> <div>" 물론 어쩌다 한 번씩 떠올리곤 하지만.. 뭐 누구 아는 사람 있어? "</div> <div> </div> <div>모두 시선을 주고 받으며 '나는 모른다'는 식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div> <div>아마 모두가 그러면서 마음 속에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겠지.</div> <div> </div> <div align="center">ㅡ</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left">" 바보야, 남들은 연락 잘만 하더라. "</div> <div align="left">" 아냐,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뒤로 뺄 수가 없더라.</div> <div align="left">내가 너무했지? 혜미야. 앞으로 더 잘할게. 화 풀어. "</div> <div align="left">" 정말 잘 할거야? 현준이 너 요즘 너무 마음에 안 드는데-.. "</div> <div align="left">" 내가 잘 한다는게 뭔지 정말 보여줄게.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흔한 동갑내기 연인들의 사랑 싸움.</div> <div align="left">남들이 걱정해줄 필요도 없는 남녀의 사소한 다툼이 혜미의 방에서 작은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div> <div align="left">둘은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다가, 흔히 그렇듯 남자 쪽에서 용기를 내어 고백해 이루어진 연인으로</div> <div align="left">두 쪽 모두 마음 속에 아무런 흑심없이 순수하게 서로를 사랑의 대상으로 여기고 아끼는 보기 좋은 사이였다.</div> <div align="left">그러나 남들은 모두 훈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혜미와 현준을 불과 몇 발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거실에서</div> <div align="left">시기와 질투의 눈초리로 따갑게 쏘아보는 여자가 있는데, 혜미의 동생인 혜리였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또 아무런 말소리가 안 나오는 걸 보니 입을 맞춘 모양이야. 도둑 같은 기집애..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리는 몹시 분했다.</div> <div align="left">외모로 봐도 조금 촌스럽게 생기고 몸매도 자기보다 빼어난 구석이 없는데다,</div> <div align="left">인간 관계로보나 사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보나 자신보다 나을 게 하나 없는 혜미가</div> <div align="left">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온 현준을 옆에 차고 다니는 게 짜증이 났다.</div> <div align="left">저 방 안에서 지금 숨소리도 잦아든 채 입술을 부비댈 것이라고 생각하면 당장 문을 열고 </div> <div align="left">혜미 년의 뺨따귀를 올려붙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현준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div> <div align="left">아무 것도 모르는 현준 오빠를 불여우 같이 꼬셔서, 첫 여자를 배신하지 못 하는 착한 남자의 마음을</div> <div align="left">이용해서 오빠와 나 사이를 갈라놓는 망할 년, 사람 생간을 꺼내먹어도 이상하지 않을거야,</div> <div align="left">저 년이 생글생글 웃는 것만 봐도 토악질이 나와.. 혜미의 증오가 거실에서 점차 커졌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끼익,</div> <div align="left">문이 조용히 열리고 살짝 상기된 표정의 혜미와 현준이 외투를 걸쳐입은 채로 나왔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아, 혜리 집에 있었구나. 안녕. "</div> <div align="left">" 오빠. 오셨어요. 아- 잠시만요 잠시만요. "</div> <div align="left">" 왜..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리는 현준이 걸쳐입은 외투 어깨 쪽에 먼지가 살짝 묻어있는 걸 발견하곤 다가가서 직접 털어주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헤헤.. 됐어요. "</div> <div align="left">" 혜리야 고마워.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리야, 하고 나즈막이 불러주는 낮은 목소리가 어쩜 그리 좋을까?</div> <div align="left">혜리는 가슴이 울렁거렸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혜리야, 나 현준이하고 나갔다올거야. 저녁 먹고 들어올거니까 엄마한테는 10시 전에 들어올거라고 말해줘. "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가증스러운 년, 10시까지 오빠랑 같이 있겠다고?</div> <div align="left">팔짱 끼지마 개년아.</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언니는 참 그래. 현준 오빠 외투에 이렇게 먼지가 있으면 미리 미리 신경 써서 좀 털어주고 그래야지.</div> <div align="left">남자 하고 다니는 건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봐. 언니는 늘 같이 있으면서도 신경을 못 써주고..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혜리야! 버스 시간이라서.. 미안, 다음에 언니 집에 올 때 맛있는 거 사올게. 다음에 보자.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아...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혜리야 엄마한테 좀 말해줘~ "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미의 목소리가 멀어지며 현관문이 닫혔다.</div> <div align="left">혜리는 사랑하게 된 남자를 바라보던 두근거리는 마음과, 그 남자를 빼앗아간 혜미가 남자와 사랑하는 꼴을 </div> <div align="left">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봐야하는 마음, 그리고 그런 남자가 혜미에게 주는 사랑의 반의 반도 채 받지 못 하는 마음이</div> <div align="left">한데 뒤섞이며 슬프고, 밉고, 서운하고, 짜증나고, 화가 나는 온갖 감정이 범벅이 된 채로 주저앉았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미는 오빠 사랑한지 얼마 안 됐단 말이야,</div> <div align="left">난 오빠가 우리 집에 처음 놀러왔던 그 날부터 좋아했단말야,</div> <div align="left">내가 더 이쁘잖아, 내가 부족한 매력이 대체 뭐야,</div> <div align="left">똑같은 집에, 똑같은 부모에, 그 외 조건은 내가 더 좋은데,</div> <div align="left">심지어 사랑하는 것도 걔보다 내가 먼저 사랑했단말야,</div> <div align="left">어릴 때부터 줄곧 지금까지도 그러고 있는데 왜 혜미야?</div> <div align="left">왜 내 마음은 몰라줬어 그럼.</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썅년.. 그래.. 그럼 그렇지..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맞아, 오빠는 아무 것도 모르니까.</div> <div align="left">아무 것도 모르는 착하고 순진한 오빠한테 먼저 접근해서,</div> <div align="left">오빠랑 내 사이가 가까워지기도 전에 자기가 일부러 꼬리를 쳐서,</div> <div align="left">오빠 마음을 흔들어놓고, 오빠가 자기 감정을 제대로 모를 때</div> <div align="left">자기를 건드리게끔 유도해서, 깔깔깔 그럼 그렇지,</div> <div align="left">비겁한 년. </div> <div align="left">오빠하고 이어질 인연도 아닌게..</div> <div align="left">똑같이 놔두고 보면 나보다 나은 것 하나 없는게..</div> <div align="left">그래.. 똑같이..</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center">ㅡ</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left">" 혜리 때문에 걱정이야.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혜리가? 왜?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혜리 아무래도 현준이 너 좋아하는 거 같애.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레스토랑에서 식사를 기다리던 중에 혜미는 동생 걱정을 현준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div> <div align="left">혜미는 그간에도 동생이 현준을 바라볼 때 몹시 수줍어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현준과 혜미가 교제하기</div> <div align="left">시작한 뒤로 행동거지나 말투가 몹시 변덕스러워진 걸 보면서 직감적으로 눈치를 채고 있었다.</div> <div align="left">그러나 혜미를 좋아하기 시작하다가 최근에야 혜미와 연인이 된, 친구와 친구 여동생으로 여기다가</div> <div align="left">혜미만을 사랑하게 된 현준에게는 혜리는 기껏해야 아는 여동생일 뿐이었다.</div> <div align="left">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있는 남자에게 다른 여자는 쳐다봐도 별 느낌없는 존재였다.</div> <div align="left">더군다나 어릴 적부터 봐와서 남매같은 느낌마저 드는 동생이라면 더더욱.</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그냥 오빠로서 좋아하는거지. 우리가 한 해 두 해 보는 사이가 아니잖아.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그냥 오빠? 그냥 오빠를 바라보는 눈이 아니던데. 가끔 나보다 더 애틋하게 쳐다볼 때가 있다니까.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다른 여자도 아니고 혜리가 왜 그러겠어? 난 혜미 니가 걱정되는데- 내가 잘 한다니까.</div> <div align="left">혹시 지금 나 시험하는거니?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미쳤어, 동생 가지고 무슨 시험이야.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 주문하신 요리 나왔습니다.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종업원이 요리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두 사람의 대화는 일단락되었다.</div> <div align="left">두 사람은 데이트에 집중하기 시작했지만 마음 속에 석연찮은 구석이 자리잡고 있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center">ㅡ</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left"> 그로부터 여러 날이 지나고, 시내를 걷던 현준은 우연히 혜미의 뒷모습을 마주쳤다.</div> <div align="left">반갑게 불러볼까, 웃으며 돌아봐주려나, 그러나 왠지 깜짝 놀래키는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div> <div align="left">사랑에 빠진 남자가 유치해지기 마련이니 현준은 후자를 택했다. </div> <div align="left">걸어가는 혜미 뒤로 다가갈수록 확실히 혜미라는 확신이 들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혜미야! "</div> <div align="left">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화들짝 뒤를 돌아보는 여자,</div> <div align="left">분명 혜미와 머리 모양도, 옷도 똑같았는데, </div> <div align="left">아냐, 혜미 맞나? 혜미 맞는 거 같은데? 아니, 아닌데,</div> <div align="left">그 찰나에 현준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div> <div align="left">혜미인지 아닌지 확신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현준 오빠 ! "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리? 혜리였어?</div> <div align="left">차라리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나았다고 안도하는 마음이 순간 들었지만</div> <div align="left">자신의 앞에 생글생글 웃고 있는 혜리를 본 순간 현준은 마음이 몹시 심란했다.</div> <div align="left">혜리가 평소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div> <div align="left">혜미는 수수한 옷차림을 좋아하는 반면 혜리는 예쁘장한 외모답게 </div> <div align="left">도시 여자 느낌이 물씬나는 옷을 차려입고 다니는데,</div> <div align="left">혜미를 보며 옷 좀 세련되게 입으라고 몇 번 핀잔을 주는 걸 들어 알고 있었다.</div> <div align="left">헌데 지금 혜리가 입고 있는 옷은 전혀 평소의 차림과는 다른,</div> <div align="left">혜미와 똑같은 옷차림을 입고 있었다.</div> <div align="left">머리 모양도 마찬가지였다.</div> <div align="left">현준은 혜미를 빼닮은 혜리를 쳐다보며 정신이 아찔했다.</div> <div align="left">혜미를 닮아서 심장이 두근거리는건지,</div> <div align="left">생각에도 없던 혜리가 서있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건지,</div> <div align="left">스스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오빠 여기서 만날 줄 몰랐어요. 지금 바쁘신 거 아니죠?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으.. 응.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말할 때 발음을 살짝 흘리는 버릇마저 혜미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자</div> <div align="left">현준은 더욱 어지러웠다. 원래 똑부러지게 말하는 버릇이 있어서 '우리 혜리는 아나운서하면 되겠네'하고</div> <div align="left">얘기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쟤는 원래 저렇게 어눌한 말투가 아닌데.. 저건 혜미 버릇인데..</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center">ㅡ</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left">현준이 꽃다발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div> <div align="left">익숙한 대문 앞이다. 아, 우리 집이구나.</div> <div align="left">곧 내가 나오자 현준이 환한 미소와 함께 꽃다발을 안겨준다.</div> <div align="left">아이, 보기 좋아..</div> <div align="left">하지만 꽃향기를 들이마신 뒤 현준과 입을 맞추는 나..</div> <div align="left">그 살짝 감은 눈이 순간 부릅 떠진다.</div> <div align="left">그 광경을 바라보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div> <div align="left">순간 깨닫는다.</div> <div align="left">그건 내가 아니라 혜리다.</div> <div align="left">나와 머리도, 행동도, 습관도, 말투도, 외모도 거의 똑같은..</div> <div align="left">현준을 불러보지만 답이 없다,</div> <div align="left">이번엔 혜리가 주도적으로 끌어안고 입을 거세게 맞춘다.</div> <div align="left">둘 사이에 틈이 생기질 않는다.</div> <div align="left">내 마음에는 금이 가고 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히이익- !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미는 질겁하며 눈을 떴다.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방안을 맴돌고 있다.</div> <div align="left">다행히 꿈인 모양이지만, 생각해보면 꿈이나 현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div> <div align="left">혜리가 이상해졌다.</div> <div align="left">이 세상 사람 누구보다도 자신과 오래 살며 서로의 모습을 공유해온 동생이 자신을 따라하기 시작했다.</div> <div align="left">머리부터 발끝까지 목소리도 행동거지, 말투, 습관까지 하나 하나 전부.</div> <div align="left">덜렁거리는 모습을 봐놓았다가 현준 앞에서 똑같은 실수를 그대로 한다.</div> <div align="left">혜미 자신이 꼭 둘이 된 것처럼,</div> <div align="left">소름끼치도록 닮았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리가 그러는 이유가 혜미 자신을 사랑하는 현준의 마음을 얻기 위해 </div> <div align="left">자신도 혜미처럼 행동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혜미는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div> <div align="left">혜미는 혜리처럼 독한 성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혜리가 현준을 좋아하는 줄 눈치채고 있었지만</div> <div align="left">차마 혼내지도 못 하는 소심한 군데가 있었는데, 이렇게 혜리가 예상치도 못한 식으로 접근해오자</div> <div align="left">혜미는 매일 현준이 혜리를 끝내 사랑하게 되는 악몽을 꾸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현준아.. 어떡해..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미가 현준과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div> <div align="left">건넛방 벽에 귀를 바짝 갖다붙인 혜리는 그 혼잣말 하나마저도 포착하기 위해 </div> <div align="left">벽에 몸을 납작하게 갖다붙인 채 그 터져나오는 울음마저도 듣고 있었다.</div> <div align="left">더 똑같이, 내가 저 년보다 더 오빠가 원하는 여자가 될 수 있도록 행동해야해,</div> <div align="left">오빠 마음이 내게로 올거니깐. 히히!</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center">ㅡ</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left">" 빙빙~ 비행기이-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 혜미야..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언제부턴가 혜미가 먼저 미쳐있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오빠. 언니 걱정은 마요. 제가 옆에서 간호하고 있으니까..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또 혜리가 옆에 달라붙었다.</div> <div align="left">생김새, 목소리, 말투, 모조리 혜미와 똑같다.</div> <div align="left">순간 현준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div> <div align="left">미치기 전의 혜미보다 더, 아니 원래 자신이 알고 있던 혜미보다 더 혜미처럼 말하고 행동했다.</div> <div align="left">자신이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는 미쳐버린 혜미가 원래 혜미가 아니고,</div> <div align="left">자기 옆에서 혜미인 척 똑같이 행동하는 혜리가 원래 혜미였던 것처럼.</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혜리야. 제발 그만해.. 혜미 충분히 고통받았잖아. 언제까지 그럴거야.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오빠 무슨 말씀하시는거에요. 혜미 언니는 상관없어요. 저는 저에요, 저를 봐주세요.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지금 넌 너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잖아!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저라구요? 세상에 나같은 나는 없어요, 오빠가 보고싶은 나만 있어요. 아시겠어요?</div> <div align="left">오빠가 좋다면 그렇게 살거라구요. 어느 쪽이에요, 저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에요, </div> <div align="left">아니면 오빠가 좋아하던 모든 걸 다 가진 저에요?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그 말을 하자마자 결국 참지 못한 현준이 혜리의 뺨을 때렸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혜리야. 제발 정신차려.. 언니가 미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div> <div align="left">그리고, 네가 아무리 그런다고 해서 내가 널 좋아할거란 착각은 하지마.</div> <div align="left">난 어디까지나 혜미를 좋아해. 넌 왜 그렇게 사람 마음을 몰라, 왜 공감을 못 해?</div> <div align="left">똑같이 행동하면 사람이 똑같이 사랑해줄거라고 생각했어? 미쳤어?</div> <div align="left">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거야, 그 사람이 미치든 말든, </div> <div align="left">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거라고.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공감을 못 하는 건 오빠잖아요! 사람 마음을 모르는 것두요!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리의 목소리가 돌아왔다.</div> <div align="left">아주 앙칼지고 똑똑한, 원래 혜리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말투였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전 오빠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단 말이에요, </div> <div align="left">언니는 그런 마음도 없었단 말이에요, 왜 제 마음이 그런 줄 몰라줘요,</div> <div align="left">공감 못 해준 쪽이 어느 쪽이냐구요! 내가 더 사랑한다구요,</div> <div align="left">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걸 넘어서서, </div> <div align="left">그 사람을 위해서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내 마음을 더 알아줘야하는 거잖아요!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헤헤헤헤, 혜리 운다, 울지마, 울지마아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미가 실실 웃으며 혜리 옆을 맴돌았다.</div> <div align="left">혜리는 눈물을 흘리며 얼마간 혜미를 쳐다보다가,</div> <div align="left">눈은 그대로 울고 있으면서 또 버릇처럼 혜미를 따라하기 시작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헤헤헤헤, 사랑해달라구요 "</div> <div align="left">" 헤헤헤, 혜리 사랑해, 히히히 "</div> <div align="left">" 헤헤헤헤 "</div> <div align="left">" 헤헤헤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히히히,헤헤헤, 방 안에 광기가 나갈 곳을 못 찾고 맴돌았다.</div> <div align="left">그 날로 현준도 끝내 정신을 놓아버렸다.</div> <div align="left">이뤄진 사랑은,</div> <div align="left">없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center">ㅡ</div> <div align="center"> </div> <div align="left">그 날 이후 현준과 혜미, 혜리는 나란히 미쳐버렸다.</div> <div align="left">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질투받고, 그 사랑을 뺏길거라는 망상 속에 미쳐버린 혜미와,</div> <div align="left">그렇게 미쳐버린 혜미를 여전히 사랑하려다 점차 자신도 미쳐버린 현준과,</div> <div align="left">현준이 미쳐도, 미치지 않아도, 그런 현준이 사랑해준다면 미치는 것조차 마다않는 혜리.</div> <div align="left">두 여자와 한 남자.</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어떻게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겠는가. </div> <div align="left">현준과 두 자매 모두 우리와 함께 학교를 다니며 자라난 한 동네 사람인데.. </div> <div align="left">모두의 회상은 아마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하나 덧붙이자면 나는 어느 날 저녁 식사 밥상 앞에서 된장찌개를 올리는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div> <div align="left">들었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오늘 뒷산에 물뜨러가는데 혜미가 나비 한 마리를 따라가는거라,</div> <div align="left">정신없이 웃으면서 가는데, 현준이하고 혜리하고 좋다고 따라웃으면서 뒤에 따라가는데</div> <div align="left">지금은 몰라. 어디 갔는지. 아까 보니까 집에 안 들어온 거 같던데 길이나 잃은 거 아닐까 몰라.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그 뒤로 본 적이 없으니 이 이야기는 이제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가 되었다.</div> <div align="left">우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div> <div align="left">그 이야기 자체가 별로 달가운 주제는 아니었고,</div> <div align="left">그렇게 마을을 떠나버린 옛 친구들을 회상하기엔 너무 많은 감정 노동을 필요로 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흠흠. "</div> <div align="left">누군가 어색함을 깨고 고기 몇 점을 불판에 얹자,</div> <div align="left">다들 홀려버린듯 멍한 표정으로 따라서 고기를 불판에 얹어댔다.</div> <div align="left">어떻게 끝났는지 알 수 없는 그 이야기를 생각하기엔 너무 평범한 우리들이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살아는.. 있을까.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그 말에 애써 고기를 굽던 우리가 표정을 찡그리는데,</div> <div align="left">그 말을 꺼낸 동창 한 놈의 표정이 얼이 빠진듯 멍해졌다.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빨리 들어오라고!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알았어.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앙칼진 여자 하나의 목소리와, 멍청하게 대답하며 끌려들어오는 남자 하나.</div> <div align="left">세월이 많이 흘러 한 눈에 알아보긴 쉽지 않았지만..</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걔 맞지? 걔 맞지?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동창들 모두가 소리 없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div> <div align="left">틀림없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왠 유골단지 하나를 가슴에 꼭 끌어안은 남자,</div> <div align="left">그리고 그 단지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여자.</div> <div align="left">현준과 혜리였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혜리는 고기 메뉴판을 보다 말고 씩씩거리며 현준의 단지를 빼앗으려 들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언니를 왜 자꾸 끌어안아! 씩씩, 이제 나 하나만 바라봐줄 때도 됬잖아! 멍청이!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 으으으, 안 돼, 안 돼, 이건 내꺼, 내꺼.. "</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left">어딘가 나사가 빠져도 단단히 빠져있는 두 사람의 비상식적인 모습에,</div> <div align="left">우리들 모두는 방금 올려놓은 고기가 새까맣게 타는 줄도 모른채,</div> <div align="left">두 사람.</div> <div align="left">아니,</div> <div align="left">세 사람의 근황을 지켜보고 있었다.</div> <div align="left"> </div> <div align="center"><strong>환상괴담 시리즈 시즌 II.</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가짜꽃' 끝</strong></div> <div align="center"><strong>괴담의 중심, The Epitaph</strong></div>
    환상괴담의 꼬릿말입니다
    혜리도 혜미도 현준도 안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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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2 05:23:15  58.231.***.38  둘이서  389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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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4/03/02 05:49:17  124.51.***.27  blue1111  526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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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4/03/02 07:28:48  61.73.***.148  꽃은떨어진다  15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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